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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뛰어난 마법사는 아니었고, 지혜로운 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어부였으며, 오직 배 위에 있을 때에만 삶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내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금은 배 위에서 삶의 기로에 놓여있다.

    바다위의 궂은 날씨가 벌써 며칠째 지속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의 날씨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지.” 남자는 중얼거렸다.

    오랜 세월, 뱃사람으로 살면서 몇번이고 듣고, 또 체험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이틀동안 폭풍이 지속되다니, 이건 너무한 일이다.

    그는 이미 제정신인 상태가 아니었다.

    “지긋지긋한 바람 같으니.”

    그저 낚시나 좀 해볼까 하여 낚싯대와 양동이 몇개를 챙겨 집을 나선게 이틀 전의 일이나, 영문모를 파도에 휩쓸려 별다른 준비없이 바다로 나와버린 참이다.

    이제는 아예 수평선 어느곳에도 배 닿을 곳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둠속에서 들이치는 비바람, 그에 맞춰 흔들리는 나룻배는 너무나 조그맣기에 언제 뒤집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습.

    끼릭, 끼릭 하는 소음과 함께 사정없이 흔달리는 불빛이 남자의 표정을 비추었다가 말았다가 한다.

    남자의 방수로브에 빗방울이 타닥이며 부딪히고는, 줄기를 따라 나룻배의 바닥에 물을 채운다.

    이미 물이 반쯤 들이차 있었지만, 그는 굳이 물을 빼내려고 하지도 않고 있었다.

    이제는 차라리 가라앉는다면, 그냥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이었으므로.

    폭풍속에 이틀동안 갇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바닷물과 빗물에 뒤섞여 저체온증으로 죽어갈거라면, 차라리 익사를 하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는 심산이었다.

    여전히 폭풍이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자, 그는 마침내 할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가 낚싯대를 들어올린 것이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는 배가 고팠고, 가져온 식량은 진작에 떨어졌으니까.

    이런 상황일수록 식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부러 말할 필요도 없다.

    아슬아슬 삶을 붙드는 것도 굉장히 힘이 드는 것이고, 배라도 부르지 않으면 힘을 낼 수 없으니.

    하지만 실제로 낚시를 성공할 거라는 생각에는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그가 낚시를 하기로 한 것은, 낚시가 그의 사명이었던 탓이다.

    평생을 뱃사람으로 살았고, 혹시 죽더라도 결국 마지막까지 낚시를 하다가 죽겠다는 의지.

    그러나 희망은 언제나 절망의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었다.

    낚시가 성공한 것이다.

    ‘이 폭풍속에서?’ 낚시를 성공한 그도 솔직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그맣고 하얀 물고기가 그의 낚싯바늘에 끌려올라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비바람이 멎고 파도도 잠잠해진다.

    정말 희망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물고기는 오랜 세월 낚시의 경험이 있던 그도 전혀 본적이 없는 물고기였기에, 그는 오히려 물고기를 먹어버리기엔 아깝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이미 반정도 물이 들어찬 배 안쪽에 대충 풀어주기로 하고 그는 낚싯바늘을 풀어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다시 낚싯대를 던진다.

    그리고 다시 그 하얀 물고기를 보지만, 그것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

    이상했다.

    낚시를 몇번이고 해봤지만, 하얀 물고기밖에 낚이지 않은 탓이다.

    남자는 이쯤되면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이 해역에선 이 물고기가 흔한걸까?”

    그는 그냥 물고기를 먹었다. 마땅한 조리도구가 없었기에, 생으로 먹는 꼴이 되었지만 오랜 피로가 반찬이되어 맛은 적당히 괜찮았다.

    그는 게걸스레 그것을 먹어치우고는 다시 낚싯대를 드리웠다.

    낚싯대를 던질때마다 낚이는 이 하얀 물고기의 정체에대해 궁금해하며.

    하지만, 그는 배 아래에 드리운 거대한 존재는 알지 못했다.

    —–

    남자는 아직 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하얀 물고기를 낚으며.

    ——

    “……이게, 크라켄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불쌍한 어부의 이야기일세.”

    “너, 너무 무섭잖아…….”

    “수족관에 크라켄이 없다며 불평한건 디아나, 네가 아닌가?”

    “크라켄 싫어!”

    디아나의 질색한 외침에 루크는 하하, 웃으며 뒷짐을 지었다.

    꽤 격렬한 반응이로군, 크라켄의 일화중엔 가장 수위가 낮은 것으로 고른 것인데 말이다.

    루크는 시선을 돌려 눈 앞에 온통 푸른 빛과 온갖 해양생물이 헤엄치는 거대한 수조를 바라보았다.

    마치 바다의 한 공간을 잘라내 고정시켜놓은 듯,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크기도 굉장해서, 분명 실내임에도 거의 바다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런 크기로도 크라켄을 잡아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크라켄은 촉수의 크기가 최소 5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해양마물.

    녀석은 호기심이 많으며,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연히 마법에 대한 재능도 지니고 있다.

    그것도 꽤 훌륭한 마법사.

    아마, 충분한 ‘경험’이 쌓인다면 8서클은 능히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있었을 정도이니.

    그러나 크라켄의 수명은 알려져있지 않다.

    그것을 알아내기엔 바다는 너무나 넓고, 또한 탐사하기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에.

    물질계에 죽음을 형상화한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아마도 바다일테니까.

    그런 곳에서 군림하는 존재, 크라켄은 ‘물질계의 사신’이라 부름에 모자람이 없는 존재이다.

    그런 존재를 일개 인간이 조사해 수명을 알아내기란 요원한 일.

    아마도 용 정도로 오래 살지 않을까 어렴풋이 추측을 할 뿐이다.

    루크도 사실은 몇번 조사하기위해 크라켄을 찾아 바다로 나가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허탕을 칠 수 밖에 없었기에 여전히 알아낼 수 없는 정보인 것이다.

    아마, 그때마다 도망을 친게 아닐까 싶다.

    단신으로 수색하기에 바다는 너무나 깊었으므로, 크라켄을 찾는다는 생각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로부터 5000년이 지난 현대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집에 돌아가면 검색해볼까.’

    디아나는 어깨를 떨다가, 문득 웃고있는 루크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나는 이제 크라켄 싫어! 언니, 나 언니가 말한 하얀 물고기 보고싶어.”

    그 모습에 루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건 아마 없을게다. 그건 크라켄이 만들어낸 인간용 사료였을 테니까.”

    “……사료?”

    “그래, 이 이야기의 비유를 알겠느냐, 디아나?”

    루크는 마치 놀리듯이 말했다.

    “저 물고기들에겐, 네가 크라켄이라는 소리란다, 디아나.”

    “흐엑-! 싫어!”

    ———-

    멀리서 그런 디아나와 루크를 지켜보는 두명분의 시선, 예르나와 다이튼이다.

    예르나는 눈웃음치며 디아나를 놀려먹는 루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저 둘은 사이가 많이 좋아졌네.”

    “그러게.”

    저 둘이야, 원래도 사이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루크가 자주 놀아주기도 했고, 디아나가 루크를 굉장히 잘 따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루크는 대부분 디아나에게 자신을 맞춰준다는 듯 한 느낌이 들었는데.

    요 몇주간 한 지붕 아래서 생활을 하다보니 이제는 저런 식으로 놀리기도 하는 것 같다.

    정말 사이가 많이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기는 하다.

    ‘평소라면 디아나가 물어봤다고 해도 크라켄의 사전적 정의만 중얼거렸을 녀석인데.’

    그런데 또 너무 무서운 얘기를 하면 골치아픈데.

    밤에 화장실 같이 가주는 것도 상당히 귀찮단 말이다.

    “다이튼, 고마워. 갑자기 부탁했는데도 별 말 않고 루크를 돌봐줘서.”

    그의 바로 옆에서 시선과 함께 들려오는 말소리에 그는 눈동자를 그 방향으로 내렸다.

    보이는 것은 바로 예르나의 티없는 미소, 이것은 분명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다이튼은 조건반사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것을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러. 음, 뭘. 루크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후훗, 그래?”

    예르나는 입을 가리며 웃다가, 문득 떠오른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지어냈다.

    “아참, 루크가 너한테 뭐라고해도, 넌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거, 알지?”

    “응?”

    내가 건드린다니, 그게 무슨 소릴까?

    다이튼은 루크가 자신에게 뭐라고한 적이있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러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집에서 운동하는 중에 다가와서 조금 더 전투에 도움이 되는 트레이닝으로 바꾸는게 어떻겠느냔 소릴 하며 귀찮게 굴었던 것이다.

    “그런 운동은 쓸데없이 근육만 키우는게 아닌가? 비효율적이로군.”

    “시끄러,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야.”

    “흠……. 그런거라면야 말리진 않겠다만. 괜한 고집을 피우는 거라면 그만두는걸 추천하겠네. 필요하다면 내가 전투에 도움이 될만한 근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운동을…….”

    “아니, 이유가 있다니까. 신경 꺼!”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트레이닝과 전투시 효율적인 근육을 키우는 트레이닝은 당연히 다르다.

    그런데 내가 왜 근육트레이닝을 하는 지 모르고 그런 훈수를 두니까 신경 끄라고 짜증을 내면서 뭐라고 했었던것 또한 사실.

    그땐 예르나를 오래 못봐서 많이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기도 하고…….

    ‘근데 설마, 그새 그걸 일러바쳤나…….’

    다이튼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예르나, 그건 좀 억울한데……. 걔가 먼저 나한테…….”

    “……다이튼.”

    다이튼은 자신의 말을 끊는 서늘한 분위기의 목소리에 숨을 삼켰다.

    “헙.”

    예르나의 표정은 마치 몬스터를 눈앞에 둔 듯한 사나운 표정이었기에, 다이튼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가 어른스럽지 못한 대응이었다고는해도, 이 반응은 너무하잖아…….’

    다이튼은 기죽은듯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 좋았는데…….

    예르나는 여전히 날카로운 표정으로 다이튼을 올려다보며 설교하는 톤으로 말했다.

    “루크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네가 그걸 받아들이는건 당연히…….”

    아니, 잠깐만.

    “응? 걔가 날 왜 좋아해?”

    “……? 방금 그 얘기 한거 아니었어?”

    “아닌데? 루크는 기본적으로는 나 싫어해. 내 요리만 좋아하지.”

    예르나는 마치 충격을 받았다는 듯 두 눈을 크게 꿈뻑거린다.

    이윽고, 중얼거리듯 말한다.

    “……그, 그럼, 그 러브레터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다이튼은 러브레터라는 말에 반응해 눈에띄게 당황해서 팔을 허우적거리며 해명하려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 그걸 어떻게……? 나 결국 다 못 썼는데……!”

    “어? 넌 러브레터를 왜 써?”

    “아.”

    ‘……조졌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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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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