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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구체는 주변 대기를 일그러뜨리며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다.

       힘, 기술, 타이밍.

       모든 것이 그녀의 계산대로였다.

         

       “키륵?”

         

       자카누바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구체의 크기와 궤적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격렬하게 몸을 비틀었다.

         

       염동력 구체는 그 기세가 무색하게 그의 몸을 스치지도 못했다.

       그것은 그 뒤에 있던 건물에 적중했다.

         

       쿠궁.

       건물 외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진짜 대포알에 비견되는 위력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자카누바는 이빨을 드러내며 그녀를 비웃었다.

         

       “끼끼끼.”

         

       마야는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가진 마력의 20%가 허무하게 날아갔다.

         

       그녀도 놈이 피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기다리다가 놈이 도약하는 순간을 노렸다.

       공중에서는 공격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마귀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방향을 트는 곡예를 보여주었다.

         

       ‘공중을 박찼어?’

         

       강력한 다리 힘으로 공중을 차고 날아오른다는 것은 이야기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마야의 두뇌는 빠르게 관측값과 이론을 조합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마귀는 어비스의 생물이었다.

       그들의 몸은 기본적으로 물질계와 반발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물질계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어비스와 비슷한 환경이 형성되면 지금처럼 잠시 나타날 수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반발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어비스로 추방당했다.

         

       만약 그 반발력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신체 일부분에만 반발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대기와 ‘반발’하게 만든다면?

         

       방금과 같은 공중기동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녀의 추론은 정확했다.

       마귀가 이러한 기술을 구사한다는 것을 훈련받은 퇴마사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그녀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에서 접한 학문에 한정된 것이었다.

         

       마야는 조소했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이런 변명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있는 정보만으로도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평범한 염동력 공격으로 자카누바를 묶어둘 수 없었다.

       놈은 그것을 보고 피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키아아악!”

         

       마귀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가 또 위험한 수작을 부리기 전에 해치우려는 심산이었다.

         

       그의 손톱이 마야를 베어 들어갔다.

       기사도 갑옷째로 베어버릴 수 있을 만큼 날카로운 그의 손톱이었다.

       그녀가 방어해낼 수 없었다.

         

       손톱은 그녀의 몸을 그대로 양분해버렸다.

         

       “끼륵?”

         

       그러나 그녀를 벤 자카누바는 오히려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터져 나오는 피와 내장.

       그가 기대했던 광경은 없었다.

         

       그의 팔에는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벤 것처럼 바람소리만 날 뿐이었다.

       

       그의 손톱에 베인 그녀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것은 마야의 환상이었다.

       그녀는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환상을 만들고 투명 물감을 뿌려 자신을 숨긴 것이다.

         

       자카누바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냄새도 추적해보려 했다.

       아까 그가 쫓아온 냄새가 바로 옆에서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녀의 찢어진 카디건만이 있을 뿐이었다.

         

       피 냄새로 추적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것은 마을 전체에서 진동하고 있었으니까.

         

       자카누바는 거칠게 주변을 향해 마구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걸리는 건 없었다.

         

       마야는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몽롱해지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여기서 그녀가 집중력을 잃는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염동력으로 간신히 틀어막은 상처가 바로 터져 나올 것이다.

         

       이대로 숨거나 도망치는 일은 간단했다.

       이 상태로 조용히 뒤돌아서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놈이 회관 안에 있는 단장님을 죽일 것이다.

         

       투명 물감을 써서 둘이 함께 도망치는 방법도 고민해봤다.

       그러나 단장님은 그녀가 못 본 사이에 이상한 살점과 체액에 범벅이 된 상태였다.

       그런 꼴로 달아나봤자 자카누바의 후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마야는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끼르륵.”

         

       한참을 둘러보던 자카누바는 마야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그는 그녀가 도망쳤을 거라 생각했다.

       아쉽지만 회관 안에 있는 인간이라도 가지고 놀기로 했다.

         

       막 그가 문을 잡아 뜯으려는 그때.

         

       쉬이잇, 팟.

       무언가가 그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키아아!”

         

       자카누바는 자신의 주변을 폴짝거리는 존재를 눈으로 좇았다.

         

       짙은 푸른색 바탕에 등에는 빨간색과 흰색이 교대로 나타나는 범 무늬가 있었다.

       그것은 고양이였다.

         

       하지만 절대 평범한 고양이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녀석은 자신의 몸을 베었다.

         

       마법사가 또 무슨 수작을 벌였다고 생각한 그는 고양이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녀석은 재빠른 동작으로 그의 공격을 피하더니 그의 머리를 밟고 그의 등을 넘었다.

         

       격분한 마귀는 놈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당장이라도 손톱을 휘두를 것 같았던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회관 앞 공터.

       그곳에는 똑같이 생긴 수백 마리의 고양이로 가득했다.

         

       -아오옹!

       -웨옹웨옹웨옹웨옹.

       -냐아아아!

         

       그것은 마야가 만든 작품이었다.

         

       상대가 공격을 보고 피할 수 있다면, 해결책은 간단했다.

       볼 수 없도록 숨기면 됐다.

         

       여기 있는 수백 마리의 고양이 중 마야의 염동력이 실린 고양이는 한 마리뿐이었다.

         

       마야는 환상 고양이들을 일제히 움직였다.

       털 뭉치의 파도가 마귀를 덮쳤다.

         

       자카누바는 앞서 오는 고양이들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으나 모두 픽픽 하얀 안개를 뿌리며 터질 뿐이었다.

         

       그 순간, 무리 안에서 튀어나온 고양이 한 마리가 그의 눈알 한 짝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키에엑!”

         

       그는 한쪽 눈에서 피를 흘리며 자신을 공격한 고양이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녀석은 환상 속에 몸을 숨긴 뒤였다.

         

       -웨오오옹!

         

       수백 마리의 환상 고양이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비록 그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읽어낼 수 있었다.

         

       사냥감에게 조롱당하다니.

       그의 하나 남은 눈이 살의로 가득 찼다.

         

         

       ***

         

         

       마귀는 지붕 끄트머리를 붙잡고 허리를 뒤로 쭉 빼더니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날아왔다.

         

       건물 지붕에서 그들이 있는 곳까지는 직선거리로 얼추 봐도 몇 십 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런데 놈은 그 거리를 한 번의 도약만으로 단숨에 좁혔다.

         

       쿵.

       바위가 날아온 것 같은 충격파와 함께 풀과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단원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이, 이 괴물 놈들, 무슨 수작이냐!”

         

       방금 그 말을 뱉은 2명의 머리통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3명이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배와 가슴이 쩍 갈라지더니 장기들을 쏟아냈다.

       그것을 목격하고 비명까지 지르는 데까지 성공한 5명은 뭔가에 맞고 한꺼번에 날아가 뼈가 으스러졌다.

         

       먼지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명을 살해한 마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악!”

       “도망쳐!”

         

       자카누바의 힘을 목격한 주민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방금까지 단원들을 압박하던 기세는 어디 가고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달아나기 바빴다.

         

       “끼끼끽!”

         

       자카누바는 그런 그들의 꼴이 가소롭다는 듯 도망치는 사람을 향해 펄쩍 뛰었다.

       한 번 뛸 때마다, 그는 한 번 손톱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한 명이 죽어 나갔다.

         

       그렇게 13명을 더 살해하기까지 불과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놈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단원들은 이제 막 혼란에서 회복해 무기를 손에 쥔 참이었다.

         

       “이잇!”

         

       놈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요벨이 놀라서 무작정 놈을 향해 갈퀴를 휘둘렀다.

       공격은 적중했지만 튼튼한 그의 가죽에 가로막혀 피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자카누바에게 있어서 모기가 무는 것만큼 약한 공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강이를 찍은 갈퀴를 걷어차고는 상대를 향해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요벨에게는 놈의 공격을 버틸 맷집도 피할 능력도 없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쿵.

       그러나 예상했던 공격은 오지 않았다.

       살며시 눈을 뜬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존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우, 우몬?”

         

       악어가죽 같은 딱딱한 붉은 피부를 지닌 커다란 덩치의 소년이 마귀를 막아섰다.

       그는 자신을 내려치려는 놈의 양팔을 붙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저씨, 피, 피하세요!”

       “아, 알았어.”

         

       요벨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우몬의 힘이 센 건 알았지만, 설마 저런 마귀와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끼이익!”

         

       자카누바는 자신의 팔을 붙든 상대를 바라보며 악을 썼다.

       곰도 찢어죽일 수 있는 그를 힘으로 막아세우다니.

         

       “카앗!”

         

       마귀는 땅을 지탱하고 있던 다리에 힘을 가해 그대로 백텀블링을 시도했다.

         

       우몬은 자신이 미는 힘 그대로 끌려갔다.

       그의 몸은 공중을 반 바퀴 돌더니 땅에 처박혔다.

         

       “으억!”

         

       쿵.

       지면에 뒤통수를 강타당한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자카누바는 그의 목에 손톱을 박아넣으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 번개같은 속도로 날아와 그의 손목을 파고들었다.

       퍽 하고 피가 튀었다.

         

       “키잇!”

       “어서 도망쳐!”

         

       붉은 연미복을 코트처럼 걸친 소녀가 품에서 또 다른 칼을 뽑아들며 외쳤다.

       단검을 날린 것은 엘라였다.

         

       그녀가 만들어준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우몬은 재빨리 옆으로 굴러 마차 뒤로 몸을 피했다.

         

       격분한 자카누바가 마차를 걷어찼으나 우몬은 이미 자세를 회복해서 역으로 마차를 반대로 밀어버렸다.

         

       쿵.

       마차에 얻어맞은 마귀는 볼썽사납게 뒤로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단검을 던진 소녀를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저 멀리 달아난 뒤였다.

         

       자카누바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찮은 사냥감들에게 농락당하다니.

         

       한 번에 한 놈.

       무조건 죽이기로 했다.

         

       일단 저 덩치를 상대하는 건 맨 나중으로 미뤘다.

       죽이는 건 원거리 공격수부터 해야 했다.

         

       자카누바는 엘라를 향해 몸을 날렸다.

       단 두 번의 발걸음만으로 그는 그녀의 바로 뒤에 붙을 수 있었다.

         

       그가 손톱을 휘둘렀다.

       엘라는 잠시 흘끗 보고는 최소한의 동작으로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는 바로 다음 공격을 가했지만, 그녀는 그것 역시 피했다.

       이어지는 공격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방만 맞아도 황천길로 떠나는 그의 손톱 앞에서 그녀는 조금도 떨지 않았다.

       마야가 보인 침착함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엘라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사람처럼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잡아 봐, 이 멍청아!”

         

       그녀는 마귀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한 공격 역시 피해냈다.

         

       그는 그녀가 뒤로 물러나게 유도한 뒤 그 자리에 거리를 좁혀와 반대편 팔을 휘둘렀다.

         

       그녀가 무작정 그의 공격에서 멀어지려는 것이었으면 당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재빨리 그의 품에 파고들어 그가 팔을 휘두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비틀어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놀라운 판단력과 담대함이 결합된 기술이었다..

         

       인간을 우습게 보는 마귀 역시 저도 모르게 감탄했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 나를 잡을 수 있겠어?”

         

       그의 등 뒤로 돌아가 웃는 엘라.

       그러나 그녀는 그가 숨기고 있던 마지막 수를 눈치채지 못했다.

         

       촤악.

       자카누바의 입이 벌어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의 팔 만큼이나 길쭉한 혀였다.

       그것은 그녀의 발목을 휘감았다.

         

       “윽!”

         

       혀는 끈끈했고, 끈적한 점액질이 흘렀다.

       아무리 민첩한 그녀라고 해도 쉽게 몸을 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놀라운 반사신경을 발휘했다.

       믿기지 않은 속도로 단검을 날려 놈의 혀를 잘라버린 것이다.

         

       아쉽게도 그것은 자카누바가 근소한 차이로 혀를 먼저 휘두른 뒤였다.

       엘라의 몸은 허공을 날아 마차에 처박혔다.

       쿵.

         

       “큭!”

         

       강렬한 충격이 몸을 강타했다.

       그녀는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으나,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젠장.

       갈비뼈 몇 개가 나간 것 같았다.

         

       “엘라!”

       “부단장!”

         

       단원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자카누바의 행동이 더 빨랐다.

         

       엘라는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숨을 헐떡이며 위를 올려다봤다.

       3m나 되는 거구가 바로 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공격을 모두 피해버렸던 탓일까.

         

       자카누바는 자신의 자신감을 대표하던 무기를 쓰는 대신 그녀가 기대고 있는 마차를 내리눌렀다.

         

       “제길.”

         

       엘라는 자신의 몸을 덮쳐오는 마차를 보면서도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쿵.

       육중한 충격이 땅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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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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