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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세상에,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가게 주인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물론 그 칭찬에는 우리가 산 옷값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무려 이 가게에서만 1골드 가까이 되는 돈을 썼으니까. 

       

       ‘예쁜 아동복 비싼 건 어느 나라나 똑같네.’

       

       옷감도 적게 쓰는데 왜 가격이 비싼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좀 예뻐 보이는 아동복은 죄다 가격이 성인용 옷보다 사악했다. 

       

       나와 실비아의 옷은 두 벌씩만 샀지만, 나머지가 전부 아르의 옷이었기에 생각보다 지출이 셌다. 

       

       ‘그래도 돈이 아깝진 않아.’

       

       구입한 옷들 중 아르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은 단 하나도 없었고, 이렇게 입고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아르 본인도 맘에 들어 하는 걸 보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펴 가십시오!”

       

       옷을 많이 구매해서인지 의류가 잘 구겨지지 않도록 딱 맞게 담을 수 있는 작은 가방 같은 것도 서비스로 받았다. 

       

       “제가 호텔 방에 갖다 놓고 올게요.”

       “아아, 고마워요. 실비아 씨.”

       

       파팟.

       

       실비아는 몇 초 만에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빈손으로 나타났다. 

       

       역시 실비아 씨라니까. 

       

       “그럼, 옷은 다 샀으니 정보 길드로 가 볼까요.”

       

       우리는 새로 산 옷을 쫙 빼입고 정보 길드로 향했다. 

       

       정보 길드는 로멜드 내에서도 좀 으슥한 곳에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새 옷을 차려입은 우리는 수상하다는 눈길을 받아야 했다.

       

       “히히, 새 옷 너무 예쁘다.”

       “아르가 맘에 들어 하니 아빠도 기분이 좋네.”

       

       잘 차려입은 두 남녀 사이에서 손을 잡고 종종걸음을 걷는 귀여운 아이.

       

       확실히 이런 으슥한 곳에서 볼 만한 풍경은 아니었다. 

       

       아무리 도시라고는 하지만 어두운 뒷골목의 행태는 어디나 비슷한 법.

       

       “어이.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들어오는 건가?”

       

       골목 벽에 기댄 채 마스크를 쓰고 단검을 공중에 휙 던졌다 받은 사내가 우리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르가 해맑게 대답했다.

       

       “우응! 아빠가 여기로 가다 보면 정보 길드가 있댔어!”

       

       사내는 우리를 훑어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정보 길드라….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온 건진 모르겠지만, 너희 같은 애송이들이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니야. 특히 저런 귀하게 자란 것 같은 어린애를 데리고 올 만한 곳은 더더욱 아니지.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그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말하는 것치고는 뭔가 진심으로 위협하는 것 같진 않은데.’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주저리주저리 이유를 대며 꺼지라고 하기보다는 ‘잘 왔군, 당장 가진 돈을 모두 내놓고 꺼지지 않으면 딸의 목숨은 없는 걸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라고 하는 게 정석이 아닌가.

       

       ‘로멜드의 정보 길드는 레키온 사가 할 때도 위치만 알아 뒀지, 딱히 갈 일이 없어서 안 갔었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있을 때.

       

       “허허. 어디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들이 찾아오셨나.”

       “형님, 반대로 말하셨습니다.”

       “닥쳐.”

       

       뒤에서 껄렁껄렁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 보니 이제야 좀 깡패다운 포스를 풍기는 패거리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뒷골목에서 쓸 법한 녹이 슨 양날 도끼, 곡도, 메이든 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어쨌든 아주 잘 찾아왔다. 특별히 너희들이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마. 일단 가진 돈부터 전부 꺼내 이쪽으로 던져.”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이쪽을 향해 손짓했다.

       

       “참고로 뒤져서 더 나오면 10쿠퍼 당 한 대씩 맞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메이든을 든 덩치 큰 사내가 씩 웃으며 덧붙였다. 

       

       “참고로 한 대는 이거 한 대를 말하는 거야. 생각 잘 하는 게 좋을걸.”

       

       순식간에 분위기는 싹 가라앉았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니까. 꺼지랄 때 좀 빨리 꺼지지.”

       

       복면을 쓴 채 단검을 허공에 던지던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우두머리는 복면 쓴 사내를 알아본 듯 그에게 말했다. 

       

       “제이슨, 알다시피 여긴 우리 구역이다. 간섭할 생각일랑 접어 두고 얼른 너도 꺼져. 안 그러면 네놈도 험한 꼴을 보게 될 거야.”

       

       아하.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세력이 두 개구만.’

       

       정보 길드 쪽 세력, 그리고 이 깡패 패거리 세력.

       이 로멜드의 뒷골목에는 파벌이 존재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딱 봐도 저 깡패 패거리 쪽이 훨씬 악질인 것 같고.

       

       “흐흐. 보아하니 귀족은 아닌 것 같고…. 오늘 수확이 쏠쏠하겠군.”

       

       우두머리가 턱짓으로 우릴 가리켰다. 

       

       “얘들아! 아무래도 순순히 갖다 바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가서 교육해 줘라!”

       “옙!”

       

       그때 뒤에서 복면 쓴 사내, 제이슨이 외쳤다. 

       

       “어서 내 뒤쪽으로 쭉 달려가! 내가 조금 시간을 끌어 보지.”

       

       하지만 그가 호기롭게 외쳤음에도, 나와 아르, 그리고 실비아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뭐 해! 뒈지고 싶어? 젠장할!”

       “엄마! 저 아저씨들 나쁜 사람들 같아!”

       “응, 엄마가 보기에도 그러네. 엄마가 좀 혼내 줄까?”

       “우응! 아빠한테 나쁜 말 한 아저씨들 용서하면 안 돼!”

       

       아르와 실비아의 대화를 들은 제이슨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지금 그딴 소리나 하고 있을….”

       

       팟.

       

       다음 순간, 실비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니, 이번에는 블링크를 쓴 게 아니었다. 

       

       그저 완전히 정지해 있던 실비아가 고속으로 움직인 탓에 제이슨의 눈이 실비아를 순간적으로 따라가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비아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 건 제이슨뿐만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커억!”

       “끄아아악!”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무기를 휘두르며 이쪽으로 달려오던 덩치가 크고 흉터와 문신이 가득한 사내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쓰러졌다. 

       

       ‘와, 난 알고 있었는데도 잘 안 보이네.’

       

       뭔가 쓱싹 지나간 것 같은데 다 쓰러져 있네.

       

       실비아는 검을 다시 집어넣고 얼른 와서 아르의 손을 잡았다. 

       

       “우아아! 엄마 멋있어! 나쁜 사람들 다 무찔렀어!”

       “멋있었어? 후후.”

       “우응! 아빠 다음으로 엄마가 최고야!”

       “역시 아르는 아빠 사랑이구나.”

       “그치만 아빠가 좋은걸.”

       

       실비아는 아주 약간 나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보더니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조금 어깨가 으쓱해져서 코 밑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옆에서 얼빠진 듯한 제이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계셨었죠.”

       “당신들보다 훨씬 먼저 있었거든!”

       

       내 말에 그가 어이 없다는 듯 소리쳤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는 겁니까?”

       

       실비아의 실력을 봐서인지 말투는 어느새 비교적 공손해져 있었다. 

       

       “무슨 짓을 했는데요?”

       “토리온 패거리의 부두목을 죽였어! 이러면 두목이 가만 있지 않을 거라고. 맙소사.”

       “토리온 패거리? 그게 뭔데요.”

       “하….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군.”

       

       제이슨은 우리에게 토리온이라는 두목을 중심으로 한 세력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정보 길드의 이권을 탐낸 토리온이라는 용병 출신의 사내가 자신의 인맥들을 모아 로멜드의 뒷골목을 서서히 장악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거였다.

       

       정보 길드의 힘도 만만치는 않았기에 구역을 지키고는 있으나, 선을 지키며 활동하던 정보 길드와는 달리 점점 불법적인 일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며 세력을 확장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아까 당신들에게 한 말을 떠올려 보면 대략 이해가 될 거요. 아마 놈들에게 붙잡혔으면 실컷 광대가 되어 목숨구걸을 하다가 결국엔 죽었을걸.”

       

       놈들이 뒤에서 저지른 끔찍하고 더러운 일들을 듣는 동안, 나는 아르의 소중한 귀를 막아 주었다. 

       

       “아르는 이런 이야기 들으면 안 돼.”

       “히잉.”

       

       이야기를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중에 로멜드의 정보 길드가 없어졌었던 거구나.’

       

       로멜드 정보 길드의 존재도, 위치도 알고는 있었지만 안 찾아갔던 이유 중 하나는 어차피 어느 정도 스토리가 진행된 이후에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자연스레 사라질 정도의 길드였다면 딱히 얻을 정보도 없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남부, 특히 로멜드에서 정보를 찾을 일이 없기도 했지만….’

       

       여튼, 만약 정보 길드가 사라진 게 토리온이라는 자 때문이었다면.

       반대로 그들만 없으면 정보 길드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도 올라갈 수 있다는 뜻.

       

       ‘아까 우리 대신 시간을 끌어 주려고까지 했던 걸 보면 나름 괜찮은 곳인 것 같으니.’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야기를 마친 제이슨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 왔는데, 이렇게 부두목의 목을 따 버린 이상 토리온이 이 일을 빌미로 삼아 또 어떤 일을 저지르려 할지….”

       

       그러자 실비아가 말했다. 

       

       “저기, 그럼 토리온이라는 자만 처리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요?”

       “뭐? 이봐요, 솔직히 당신 실력이 좋은 건 인정하지만…. 토리온은 무려 은퇴 전 A급 용병이었소.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마법사들도 포진해 있지. 그게 가능했다면 진즉 우리가 했을 거라고.”

       “아, 마법사….”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되시나? 당신들은 벌집을 건드린 거라고.”

       “처리하고 올게요.”

       “그래, 잘 생각했….”

       

       제이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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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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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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