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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다른 나라들은 급격한 흐름에 휘말렸다.

       이번 주딱이 만든 마법도구 때문이었다.

       이건 분명히 대륙에 영향을 준다!

       대륙의 흐름을 바꿀 물건이라면? 대세에 합류해야 한다!

       대륙의 정세가 변할 것을 대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우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는가.”

       “만약 그 물건이 대륙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면….”

       “그렇다고 마법 공학을 기초부터 연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요!”

       “공장에서 교류를 하면서 기술을 배워오면….”

       “으음….”

         

       “흐음. 그냥 본녀가 오센을 침공해서 공장을 먹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여왕님 그건 좀….”

         

       “그건 우리 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물건인가?”

       “종족에 따라 제약이 있을 수 있다냥. 불편할 수도 있다냥.”

       “그럼 나중에 수정 요청을 해봐야겠군.”

         

       “마법 공학 기술자들과 연락이 되는가?”

       “마탑에서도 사라진지 오래라 연락이….”

       “제품을 분석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구매한 시제품을 한 100개 정도만 뜯어보는 건….”

         

       이 물건이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모르겠으나.

       주딱이 만드는 물건은 예의주시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미 주딱은 세상을 뒤흔든 세미 테러리스트 아닌가.

       아르델의 세렌디아가 단검을 쥐면 모두가 두려워하듯.

       주딱의 행보는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골치 아프군….”

         

       제국은 마법 공학에 대한 투자를 논의했다.

       아르델은 이대로 오센 왕국과 한 배를 타고 날먹할 마음만 가득이었고.

       테르인은 마법 공학 기술을 배울 가능성이 있나 살펴보았다.

       비에르는 수인들의 신체로 마법 도구를 사용하지 못할까봐 걱정이었으며.

       마제로스는 어떻게 힘으로 안 되나? 생각했다.

         

       물론 모두가 바쁜 상황에서 엘란은….

       여왕. 에리스를 향한 원로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여왕. 어찌하여 이번에 멋대로 행동했을꼬…”.

       “허어어… 아쉽습니다. 정말로 아쉽습니다. 여왕님.”

       “여왕. 우리와 상의하지 않고는 얘기할 수 없었소? 허허.”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 원로들과 얘기하고 서신을 보내도 시간이 충분했던 것 같은데….”

       “우리는 곧 죽을 놈들이라고 들을 가치가 없다~ 이 말이지!”

       “허어… 이 늙은이는 관이나 짜러 가야겠소.”

       “원로! 크흑… 너무 슬프구려.”

       “그거 잠깐 얘기하는 거 얼마나 걸린다고 떼잉.”

       “….”

         

       에리스가 탁자 아래로 주먹을 꽈악 쥐었다.

         

       ‘전부 지팡이가 부러지고 싶은 건가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미 설명을 다 했던 내용 아니었나.

       서신을 빠르게 보낼수록 물건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는 어디로 가고.

       그저 서운함을 내뱉는 원로들의 모습에 살짝 꿀밤이 마려워졌다.

         

       ‘무슨 대화가 금방 끝나요!’

         

       그렇게 말하고서 분명히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핑계를 대면서 별로라고 할 텐데.

         

       허허… 이 물건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감? 아닌 거 같은데….

       이번의 결정을 책임질 수 있소…?

         

       이런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면 그 끝은 정해져있었다.

         

       ‘어차피 찬성했을 거잖아요!’

         

       다른 나라가 전부 찬성한 상태에서 혼자 거절하면 뒤쳐진다. 그러니 해야 한다.

       라는 내용으로 2시간 쯤 대화하고.

       떼잉… 그럼 여왕이 원하는 대로 하시오. 라고 결론이 날 게 뻔한데!

       이미 이골이 날 정도로 원로 틀딱들에게 시달린 에리스이기에 뻔히 알았다.

         

       ‘대화하다가 늦으면 또 늦은 걸로 지랄할 거면서!’

         

       그러니 이런 일은 그냥 저지르고 수습하는 게 낫다.

       여왕으로 활동하면서 얻어낸 에리스의 지혜였다.

         

       “이미 끝난 일이에요.”

       “쩝… 원로들은 이제 무시한다 이건감….”

       “그게 아니라 빠른 결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물건을 구매했다…는데. 물건은 오고 있소?”

       “특급 배송으로요.”

       “허어… 그거 비싼데.”

       “그렇죠. 하지만 보내주는 측에서 전부 부담해준다고 했어요.”

         

       에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특급 배송은 비싸다. 그것도 아주 비싸다.

       소수의 물건만 마법으로 수납하고 보호해서 배송한다.

         

       이번에 도착하는 물건의 개수는 고작 500.

       앞으로 받을 물건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다.

       하지만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건 이 방법뿐이었다.

         

       “그리고 다크엘프가 엘란으로 온다고 했소?”

       “그렇죠. 세계수의 뿌리를 이용해야 하는 일이니….”

       “그들이 적격이긴 하지만….”

       “쯧. 왜 그런 짓을.”

         

       한 순간 이들의 얼굴에서 적개심이 흘러나왔다.

         

       “흐음….”

       “허어….”

         

       에리스는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이 주제가 사그라들길 기다렸다.

       아니, 일부러 다른 화제로 돌려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 에리스의 수정구가 푸른빛을 내뿜었다.

         

       “배송하는 이들이 근처에 온 모양이에요.”

       “이렇게 빠르다니.”

       “허허. 오센 측에서 신경을 썼나보군.”

       “….”

         

       빨리 신청했으니까 빠르지.

       그 말이 에리스의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힘겹게 참아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곧 도착할 ‘그 음식’이 있으니까.

       에리스는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진정시키고 여왕으로서의 품위를 되찾았다.

         

       “…어쨌든 일은 끝났으니 맞이하러갈 시간이네요.”

       “끌끌. 무슨 물건이 왔나 볼까.”

       “떼잉.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 우리 엘란! 엘프의 것이 최고지 암!”

         

       더럽게 말이 많은 늙은이들을 데리고 에리스가 왕성 입구로 향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말을 타고 온 행렬이 보였다.

         

       그들은 엘란에서 보기 드문 인간이었다.

       인간이나 이종족이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왕성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기에. 오센에서 물건을 보내 왔다는 실감이 확실했다.

         

       “오센 왕국에서 왔습니다.”

       “…물건을 확인 해봐도 괜찮을까요.”

       “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물건을 꺼내는 동안, 원로들이 모여서 물건을 구경했다.

         

       “이 네모난 것이 무어라고?”

       “허어. 이 물건이 그렇게나 비싸단 말인가?’

       “보내오기로 한 물건의 일부인가 보군.”

       “이 조그마한 물건이 뭐라고?”

       “허어… 별 이상한 물건이군.”

       “…신기하네요.”

         

       에리스도 조용히 물건을 확인하는 척 하면서, 살짝 뒤로 빠졌다.

       그리고 어느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이 행렬의 대장처럼 보이며, 에리스에게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다.

         

       이 사람이네요.

       에리스가 다가가자 대장은 재빨리 무언가를 건넸다.

       주머니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주머니에 강력한 보존 마법이 걸려있는 걸 확인한 에리스가 곧바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어디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만.”

       “그런감? 난 코가 막혀서….”

       “이 사람아. 민트로 코를 평소에 뚫어놨어야지.”

       “허어… 미리 관리해둘 걸 그랬네. 내 잘못이구려.”

       “….”

         

       에리스의 등골에 식은땀이 주륵주륵 흘렀다.

       왜 이런 순간에 늙은이들 반응이 빠른지.

       긴장돼서 눈앞이 잘 보이지 않고 머리도 굴러가질 않지만.

       생존본능이 그녀의 입술을 멋대로 움직였다.

         

       “물건은… 정상인 것 같네요. 이 시제품은 천천히 판매하도록 진행해보겠습니다.”

       “우리도 하나씩 가져가도 되남?”

       “…하나씩 챙기시죠.”

       “나는 두 개가 좋겠소!”

       “허어… 손주 줄 것도 챙길까….”

       “알아서들 하세요….”

         

       이 망할 노인네들.

       에리스는 빨리 그들에게서 멀어져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하아… 미칠 것 같아요.’

         

       스마트폰과 함께 도착한 치킨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

         

         

       에리스는 그 누구보다 억울했다.

       치킨을 시험 삼아 판매했을 땐 바빠서 구매하지 못했다.

       원로들 앞에서 치킨의 치 자도 꺼내지 못하고 결정권을 빼앗겼다.

       이번처럼 저지르고 해결하기엔 적당한 핑계거리가 없었다.

       시간도 널널했고 왕들끼리의 비밀회담 같은 것도 열리지 않았으니까.

       핑계거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후엔 어땠는가.

       감시당하는 여왕의 몸이다 보니 엘란 밖으로 나가서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파벌이 없어서 치킨을 구해달라는 얘기도 못했다.

       혼자 닭을 괜히 튀겨봤다가 퍽퍽한 살결에 눈을 찌푸리기만 했다.

         

       치킨이란 걸 경험해보지 못했다.

       치킨의 치. 자도 모른다.

       하지만 에리스는 먹어보지 못했어도 치킨이 끝내주게 맛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치킨맨

       제목) 방금 치킨 시켰다 ㅋㅋ

       방금 치킨 시켰다 ㅋㅋㅋ 부럽지??? 겉은 아주 바삭 ! 바삭 ! 한게 속살은 쫀~득 쫀~득한것이 먹다보면 전율이 흐르는 크~!! 육즙이 딱!! 혀를 감싸고 캬하! 이때 머스타드 소스에 탁! 발라먹으면 크~ 이 맛이다 이거야~! 부럽지??? 먹고싶으면 늬들도 시켜먹던가

         

       ㄴ시발 ㅋㅋ 이거 보고 치킨 시켰다

       ㄴ알면서도 계속 당하네 아오 ㅋㅋㅋ

       ㄴ이거 주딱 부캐임 시발

       ㄴㄹㅇㅋㅋㅋ 주딱 네 이놈!!!!!!!!!

         

       ㄴ여기에 맥주 한 잔?

       ㄴ이게 야스지 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아… 이게 야스구나…!

       ㄴ님들 야스는 남녀가 함께 뒹구는 걸 얘기해요

       ㄴ그걸 왜 우리한테 얘기함?

       ㄴㄹㅇ ㅋㅋ 그게 뭔데 이 새끼야 ㅋㅋ

       ㄴ우리한텐 이게 야스라고 ㅋㅋㅋㅋ

         

       “…망할.”

         

       허구한 날 갤러리에 올라오는 치킨 간증. 치킨 야스 인증 글이었으니까.

       에리스의 눈이 물기로 촉촉해졌다.

         

       “저도… 야스 해보고 싶다고요… 저 글을 읽으면 미칠 거 같아요!!!!!!”

         

       치킨은 사진만 봐도 맛있어보였다.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돌수록 원로들이 좆같았다.

       민트초코… 이딴 게 뭐가 좋다고 구매했단 말인가.

       왜 치킨을 포기했단 말인가.

         

       그 이후로 에리스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었다.

       한동안. 아니, 긴 시간….

       치킨에 대한 환상은 꿈이 되고 이제 슬슬 옛날 사람들의 그땐 그랬지가 되어가던 시점에.

       에리스는 치킨을 손에 넣을 기회를 발견했다.

         

       “부탁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번에… 스마트폰 배송 해주는 분들께 부탁하면 되는 거 아닌가?

       마침 수정구로 연락도 되니까….

       마법을 도청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방해를 걸어놨으니, 다른 이들이 알아내지도 못할 터.

       에리스는 수정구로 무례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는 길에… 치킨에 보존 마법을 걸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예?]

       ─부탁드려요.

         

       에리스는 부탁하면서도 이 방법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보기엔 이상하고 꽤나 무례하지 않았을까.

       치킨 하나 구해서 강력한 보존 마법을 걸어달라니….

         

       하지만 에리스에게 이만한 기회가 없었다.

       오센 왕국에서 직접 보내는 이들이니까 어느 정도는 믿을 만하다.

       오센에서 엘란까지 계속 말을 갈아타고 오는 강행군을 버티려면? 최소한 기사급 인원이다.

       그런 직책이라면 입이 무거운 이들일 테니.

         

       그들이 의문은 가지더라도.

       이상한 소문은 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에리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저질렀다. 그리고.

       나라가 허락하지 않은 마약. 치킨을 얻었다.

         

       그녀는 모든 일을 빠르게 해치워버리고 (그냥 던졌다는 뜻이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치킨을 꺼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인가요….”

         

       냄새부터 코에 스며들어서 뇌를 공격했다.

         

       꿀꺽.

         

       에리스는 군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여전히 뜨거운 닭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성스러운 만찬을 접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다양한 풍미가 느껴지는 육즙.

       에리스의 세상이 무너졌다.

         

       “세상에….”

         

       이런 걸 모르고 살았다니.

       엘프의 인생 절반을 손해 봤다.

         

       다리. 날개. 갈비. 가슴살.

       전부 해치운 에리스는 손가락에 남은 기름을 아쉬운 듯이 핥았다.

         

       “하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걸 먹고 지냈구나.

       여기에 맥주까지 한 잔 했으면 진짜… 뇌가 망가지는 기분이었을 텐데.

       에리스는 남아있는 부스러기를 먹으면서 한숨을 흘렸다.

         

       “분명히….”

         

       이대로 가다간 다음에도 치킨 계약은 원로들이 결정하겠죠.

       에리스의 골치가 아파왔다.

       경매장 치킨 소유권을 얻기 위해선 어차피 원로들을 처리해야하지만….

       그걸 혼자서 해낼 수 있었다면 진작 하지 않았을까.

         

       답답한 마음에 갤러리를 훑어보던 에리스는 눈을 크게 떴다.

         

       ─세렌디아

       제목) 오랜만에 엘란 구경 가야지 ㅋㅋ

       ㅋㅋ

         

       ㄴ엘란 구경만 하는 거임?

       ㄴ엘란 구경만 하는 거 맞지…?

       ㄴ(그 표정 콘)

       ㄴ세렌디아) ㅋㅋ

       ㄴ시발련아 맞다고 해!!!!!!!!!

         

       ㄴ암살 선언 ㅋㅋ

       ㄴ미친련ㅋㅋ미친련ㅋㅋ미친련ㅋㅋ미친련ㅋㅋ미친련ㅋㅋ미친련ㅋㅋ미친련ㅋㅋ

       ㄴ진짜로 엘란 가고 있음?

       ㄴ세렌디아) 가짜겠냐?

         

       ㄴ아니 시발 엘란을 왜 가는데

       ㄴ세렌디아)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샘

       ㄴ이유라도 알려달라고!!!!!!!!

       ㄴ시발 엘란 좆됐다 ㅋㅋㅋㅋ

       ㄴ당당한 암살선언 ㄷㄷㄷ

       ㄴ쵸 비사아아아앙

       ㄴ끼야야양아아악

       ㄴ엘란 멸망 드가자 ㅋㅋㅋ

       ㄴ역시 큰일은 다크엘프 ㅋㅋㅋㅋㅋ

         

       “….”

         

       왠진 몰라도 세렌디아가 엘란에 오는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다들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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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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