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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5

       

        

        

        

        

        

       “반갑습니다, 프로게이머 갬빗 님.”

        

       “…이런 형태로 만나게 된 건 처음이네요. 경기가 아니라 이런 공개석상에서 만나게 되니 너무나도 든든하게 느껴지는 건 제 착각일까요?”

        

       “아하하.”

        

        

        

        클리어 스카이의 갬빗Gambit.

        

        이리저리 기억을 뒤지다보니 생각보다는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악연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운명이라고 해야만 하나 – 아무튼 이 사람을 인게임에서 처음 만났던 곳도 아타카이아 화산섬이고, 우승자와 캐스터의 관계로 만나게 된 곳도 이곳이라니.

        

        정말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어쨌든 인연은 인연이었다.

        

        채팅창은 아까의 엄포가 무색하게 신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코이츠 용암직화구이의 당사자였던wwwwwwwwwwwww

       -얼마나 떨떠름할까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예요?영예요?영예요?영예요?영예요?영예요?영예요?영예요?

       -아 유진 앞에 서고도 안 죽으면 영예라곸ㅋㅋㅋㅋㅋ

       -영예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나란히 세워놓은거잖아ㅅㅂ ㅋㅋㅋㅋㅋㅋ

        

        

        

        풍평피해가 너무 심한데.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이번 특별 중계는 – 명목 상 – 어디까지나 참가만을 목적으로 둔 것이었고,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은 어떻게 보면 수면 위로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은 암묵적인 요청에 속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이 피드백은 나의 순수한 호의에 가까웠다. 그리고 호의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받는 당사자가 기꺼워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일단은.

        

        그러므로 묻는다.

        

        

        

       “아무튼, 단순한 인터뷰를 원하신다면 지금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저와 캐스터 리퀴드, 미어캣 두 분…총 세 분이서 우승자에게 하기에 합당한 여러 질문들을 드릴 테니까요.”

        

       “아뇨, 그럴 수야 없죠.”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한 단호한 부정.

        

        

        

       “이 자리에 서고자 했던 사람이 엄청 많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유진 씨의 피드백은 필히 경청하고 싶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서고자 했던 1600명을 위해 기꺼이 듣겠습니다.”

        

       “너무 그렇게 거창하게 말 안 하셔도 됩니다.”

        

       “아, 그런가요?”

        

        

        

       -뭐이렇게 혓바닥이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약)난 유진의 팬이고 명령만 하면 꼬리를 핥을 준비가됐다

       -ㄴ지1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명령 안해도 핥을거야 다꺼져!!!!!!!!!!!!

       -미친놈들 투성이야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온갖 음험한 이야기가 흘러가는 채팅창을 완전히 꺼버린 후, 세션이 마무리된 뒤 수집된 갬빗의 플레이 데이터를 손 위로 받아들었다.

        

        마치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그것은 사실 정보들의 조밀한 집합체였으며, 다르게 말하면 펼쳐지기를 원하는 데이터란 소리였다. 손을 흔들자마자 공중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기록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동 경로와 교전 횟수. 그리고 모든 교전과 관련된 데이터 – 기록된 MOA 데이터는 어떠한지, 초탄 명중률은 어떠한지. 당시 움직임은 어땠었는지. 빗나간 총알은 몇 발인지. 특정 지점에 얼마나 머물렀는지…그 모든 것들을 종합한다.

        

        그러나 평가는 내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데이터의 분석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시작되었다.

        

        

        

       “수집된 데이터들을 기초하여 평가하자면, 킬 수는 평균적이거나 그보다는 좀 많네요. 5명이네요. 교전은 초반부와 후반부에 몰려있고…초반에 킬포인트를 따낸 후, 킬존 가까이 붙은 채 최대한 싸움을 피하는 전략이군요.”

        

       “아무래도 가장 정석적인 택틱이기도 하고, 동시에 오랫동안 신뢰받았던 전략이니까요. 그리고…무리하다가 좋은 꼴을 못 봤던 것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철저해진 것 같네요.”

        

       “아하하.”

        

        

        

        짤막한 웃음소리. 물론 저건 당연히도 내 탓이었다.

        

        과거, 이 맵을 하던 중 용암이 대단히 이상하게 흘렀던 탓에 본래 예상되었던 진로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새로이 표시된 킬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기동하다가 총격을 받았고.

        

        물론 사격자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이었다.

        

        

        결과는 뻔하다면 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궁지에 몰린 적을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벽에 들이받았었는데, 문제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충격파와 지진 때문에 건물의 구조 및 강도가 쿠크다스에 준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갬빗을 잡고 들이박았더니, 벽이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그 아래선 용암이 마을 골목을 타고 들이치고 있었고. 그 이후는 뻔했다. 갬빗은…좋게 말하면 검은 폴리곤 덩어리가 되어 로비로 사출당했다.

        

        나는 그 후 대략 10분 정도 전력질주하여 용암지역에서 벗어났지만.

        

        대략 그런 이야기다.

        

        

        작게 숨을 들이킨 다음 입을 열었다.

        

        

        

       “사실, AP 솔로잉에 있어서 전략적인 면은 어느 정도 고착화되었다고 해도 무방하죠. 초반에 킬 포인트를 따내거나 잠적한 후, 최대한 생존하다 후반부 in 10에 진입하는 방법이 아직도 유효하단 게 그 증거니까요. 그러니…저는 조금 초점을 달리 두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요?”

        

       “갬빗 씨의 교전 데이터를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죠.”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정보들이 떠오른다.

        

        평소 갬빗이 PVE, 또는 다른 PVP를 할 때 사용하는 전용 무장과 그에 관련된 영상. 그리고 갬빗이 이번 세션에서 들었던 모든 총기들.

        

        분석 시스템이 짚지 못하는 아주 세세한 부분들을 짚어줄 때였다.

        

        

        

       “AP와 같이 무기를 습득해서 싸우는 경우가 아닐 때 주로 사용하는 총은 HK416. 그립에 추가적인 무게추를 달고, 전면에 여러 액세서리를 달았군요. 가스조절기에 추가적으로 손을 대서 발사속도를 증가시킨 버전…상당히 이색적인 편에 속하네요.”

        

        

        

        발사 속도가 늘어나니 반동이 증가하고, 이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무게추와 소음기, 플래시, 레이저포인터 등등을 총구 가까이에 달았다. 그립도 반동 제어에 용이한 동시에 CQB에 유리한 C그립을 주로 사용했다.

        

        두 번째 무기는 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생긴 추가적인 중량 여유는 그대로 추가적인 화력 투사를 위한 여분의 탄창 및 수류탄 휴대로 이어졌다.

        

        나노머신 방어벽. 그것은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만의 특권이었고, 갬빗은 이를 가장 원활하게 박살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정확성을 희생한 대가로 확실한 제압을 얻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만,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 형태로 연습하고 있으신가요?”

        

       “음, 하루에 돌리는 AP 솔로잉 중 ⅓ 가량은 M1A나 SR-25 등, 단발 무기만으로 플레이하곤 하네요. 그리고 필요할 때는 카빈으로도 단발 사격 연습을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후 재차 덧붙였다.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하나 보이네요.”

        

       “아, 진짜요?”

        

       “다음 클립을 보도록 하죠.”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영상 재생.

        

        한두 개가 아닌 여러 개. 최소한 일곱 개에서 더 늘어난다. 그 중에는 심지어 이번 세션의 플레이가 아닌 것들도 섞여있었다 – 그러나 그런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영상이 재빠르게 분해되며 하나의 데이터를 추출했다. 단발 사격의 RPM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단발 사격중임에도 의외로 탄 소모가 많이 빠르다는 점이 몇 번 정도 드러나자 – 확신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평소 제압사격을 위한 연사를 한다는 점과 단발 연습, 그리고 행동 보정이 기이하게 맞물려 생겨난 오차.

        

        

        이번 세션의 플레이가 아닌 영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전면으로 클립 하나가 크게 띄워졌다. 결정적인 순간 탄환이 다 떨어진 탓에 호된 반격을 얻어맞는 갬빗이 거기에 있었다.

        

        소모된 탄환량과 RPM이 띄워졌다.

        

        

        

       “이런 일이 자주 있으셨나보네요.”

        

       “….”

        

        

        

        그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은 그 무엇보다도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다른 유저들을 가르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로는, 행동 보정에 단발 사격 속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네요. 그리고 그것은 단락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그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알고리즘을 형성하더라고요.”

        

        

        

        하모니 뿐만이 아니라, SSM의 유저들까지.

        

        그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세세한 것까지 전부 뜯어고치던 도중 알게 된 게임 메커니즘 일부.

        

        평소 갬빗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비롯된 그만의 알고리즘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톱니바퀴와 맞물리지 않은 채 단독으로 공회전 중이었다 – 물론 연발 사격이 그 알고리즘을 형성하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먼저 만들어진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건 결국 다른 부분에 녹아들거나, 적어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본인 스타일의 정반대에 위치한 단발 사격을 연습하는 건 굉장히 좋은 방법이지만, 안타깝게도 단발 사격은 연발 사격과 비교했을 때 화력의 격차가 현격하죠.”

        

        

       

        그래서, ‘그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점차 단발 사격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그리고 그것이 알고리즘화되어 굳어진다.

        

        여기까지 설명한 후, 요약한다.

        

        

        

       “화력적 격차를 메우기 위해 단발 사격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자, 그게 행동 보정 내 알고리즘 때문에 굳어져버린 거예요. 그게 AP에서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알 수 없는 굉장히 사소한 변수지만, 막상 그 하나의 요인이 저런 상황을 불러온다면 내버려두긴 어렵겠죠.”

        

        

        

        게임이기에.

        

        오로지 게임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기묘한 사태였지만, 필요하다면 단점은 도려내야만 한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저런 상황이 KSM이나 아시아 예선전에서 발생한다면 탈락이란 결과가 순식간에 가시권에 들어오겠지.

        

        굳이 실전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실전은 알고리즘에 의해 개별적으로 최적화된 단발 사격 속도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놓치기 쉬운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주고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근데 왜 다들 아무런 말도 없으시죠?”

        

        

        

       <크로크무슈 님이 1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진짜 미치셨 아니 그냥 선생님은 미친게 틀림없습니다 도대체 이게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진짜 돌으셨습니까?

       -팩트)놀랍게도 이건 미리 분석해온 거도 아니고 거의 실시간이다

       -아휴시잇프알 난 그냥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그냥…아모르겠다 GG쳐 쉬벌거

       -어련하시겠어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다들 날 이런 표정으로 보지?

        

        심지어는 캐스터인 리퀴드와 미어캣, 그리고 피드백을 듣고 있는 갬빗마저 어안이 벙벙함을 넘어 신기와 경외가 반반 섞인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몇 마디 반응이 이어졌다.

        

        

        

       “유진 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슥 보고 아신 거예요?”

        

       “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미치겠네, 진짜….”

        

        

        

        음….

        

        어안이 벙벙한 건 난데. 너무 세세하게 짚어줬나?

        

        아무튼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라도 후딱 넘어가야만 할 것 같아, 나는 스리슬쩍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 부분에 대한 건 마무리된 걸로 알고, 다음으로 넘어가보도록 합시다.”

        

       “다음이요!?”

        

       “아이고.”

        

        

        

        아무래도 나는 특별 캐스터 초대에 응하지 말았어야만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선택은 이미 이뤄졌다. 그러니 최소한 성의가 없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 갬빗에게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공개 피드백이니만큼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줘야만 한다는 의무감 또한 있었고.

        

        그렇게 되어, 인터뷰를 빙자한 피드백은 계속해서 이뤄졌다.

        

        가령,

        

        

        

       “교전 중 장전할 때 총기를 필요 이상으로 위로 들어올리시네요. 보시면 열화상 기능을 켜놓은 적이 박스 위로 튀어나온 달아오른 총구를 확인하고는 위치를 파악했죠. 탄창 교체 방법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요.”

        

        

        

        라든가,

        

        

        

       “쓰던 총에서 다른 총으로 교환하는 건 상관없지만, 개머리판 길이의 문제인지 접용점의 문제인지 바꿔들 때마다 집탄률이 들쭉날쭉하네요. 때와 상황, 교전 지역에 따라 무기를 바꿔 드는 건 나쁘지 않지만 기왕 할 거라면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확실하게 파악해두는 게 좋을 거예요.”

        

        

        

        라든가,

        

        

        

       “너무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려고 하지 마세요. 총의 종류, 반동, 액세서리 세팅이 전부 다르니 일일히 세분화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에요. 게다가 대부분의 교전 거리는 호흡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멀지 않으니, 그립이나 조준점 정렬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합시다.”

        

        

        

        같은.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부분들이었지만,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갬빗의 플레이는 아주 섬세하고도 정확한 훈련을 받지 않는 이들이면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밖에 없는 실수로 점철된 상태였다.

        

        물론, 내가 입을 열 때마다, 그리고 닫을 때마다 가지각색의 반응이 터져나오는 건 완전한 별개의 문제였다.

        

        어쩐지 감정적으로 지쳐가는 느낌이다.

        

        

        

       ‘…괜히 나온 것 같은데, 왠지.’

        

        

        

        힘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람을 기초부터 뜯어고친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습관부터 캐치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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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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