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15

       우승.

        

       아크, 진희는 그 달콤한 단어를 입 안에서 몇 번씩이나 굴렸다. 우승. 우승이라니.

        

       스포트라이트의 한 가운데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건 언제나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이번에는 한 가운데까지는 아니었지만……어쨌든 승리는 승리였고, 그래도 아주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쫓겨날 정도의 기여도는 아니었으니까. 

        

       이예나에게 모두가 강제로 캐리당하다시피 했던 4강전 때와는 달리, 결승에서는 아크 자신의 활약도 제법 있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챌린저 2명을 지하나 탑에 보내 놓고도 본진이 버텨냈으니. 칼같이 쿨타임을 계산해가며 적재적소에 사용한 마법이나, 정교한 진영 오더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무려 1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보인 실력.

       

       MVP가 되기엔 무리였으되, 승리의 숨은 주역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고 있는 채팅창이 보여주듯이. 심지어 팬카페에는 ‘대회 진짜 캐리는 아크인 이유’ 따위의 글까지 올라와 있었는데, 평소라면 간신이라며 비난을 퍼부었을 아크의 팬들-일명 아친이들-조차 실로 오랜만에 인정한다는 말을 남발하며 추천을 찍어대고 있었다.

       

       아크가 스트리머로 데뷔한 이래 최고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애초에, 내가 얼마나 게임을 잘 하는지 남들이 보고 칭찬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방송이었으니. 

        

       싱글싱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생각해보면, 결승전은 경기의 서사도 마음에 들었다. 객관적으로는 열세처럼 보이는 팀이, 중간중간 위험해 보이는 순간을 극복하면서- 결국,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해내는 승부.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듯한 영웅담 아닌가.

       

       썰풀이 방송으로만 6시간은 진행하고, 지튜브 영상도 2개는 뽑아낼 자신이 있었다. 위기를 좀 과장하고, 그 순간 자신이 어떻게 그걸 극복했는지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하면서. 첫 연습날부터 있었던 일들을 모두 설명하려면, 6시간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물론……막상 실전에서 정말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부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레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 사람 때문이었다.

       

       아따먹, 이예나. 

        

       아크는 새삼, 이예나가 선보였던 기예에 가까운 플레이를 떠올렸다.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력과 수싸움. 

       

       그래서 챌린저는 진짜 종자가 다르구나, 하고 애써 납득하려 하니까 이번엔 일대일로 같은 챌린저의 목을 베어 왔다.

       

       그것도 말 그대로.

       

       불이야 조금 타겠다 싶었지만, 대회가 끝나고 이예나의 대검기사 하이라이트를 본 아크의 머리에서 그런 걱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저 정도면, 머리 던지는 것도 캐릭터성이다. 

        

       이미 아크의 머릿속에서는 본인 지튜브 썸네일에 이예나를 어떻게 집어넣어야 가장 어그로를 잘 끌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얼굴 공개를 하셨더라면……100만, 아니 200만도 나왔을 것 같은데.’

        

       그 얼굴을 그 기사에 합성해서 올린다면.

        

       당연히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잠시 상상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 흉포하다못해 섬뜩했던 기사의 안에, 자신이 봤던 그, 어지간한 연예인도 감히 견줄 수 없을 정도의 미인이 들어있다는 걸 알면……사람들이 대체 얼마나 열광할지. 

        

       ‘……그 가슴이 갑옷 안에 들어가긴 하려나. 갑옷을 맞춤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야 할 것 같은데.’

        

       -뚜룽

        

       애먼 생각을 하다가 살짝 얼굴을 붉히던 아크가 정신을 차린 건, 디스코스 채팅방에서 참여자가 퇴장하는 알림음을 들은 후였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 인터뷰 다녀올게요]

        

       참여자가 5명으로 줄어든 단체방에는 짧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혹시 사운드가 섞여 들어갈 수 있으니, 다른 음성 채팅은 퇴장하고 와달라는 운영진의 전언이 있었다더라- 라는, 고라박스의 설명이 뒤따랐다.

        

       ‘혹시 저번 인터뷰 때 내가 너무 비명을 질러대서……마이크까지 타고 들어갔나? 아니, 그래도 그 정돈 아니었던 거 같은데……아닌가? 아니, 그래도 공식방송에서 나무꾼이라고 하는 건 막았으니까…….’

        

       어째서일까.

        

       이런 저런 의문과 합리화에 이어, ‘혹시 지금이 대회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위기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크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

       .

       .

        

       《안녕하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 먼저, 우승 및 MVP! 모두 정말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이디가 긴 편이신데, 혹시 팬분들이 불러주시는 애칭이라든가 별명이 있을까요?》

        

       《음……팬들이 사용하는 애칭……특별히 떠오르지는 않네요. 저번에 위게더에 검색해보니까, 미친년이나 텐련이 제일 많았던 것 같긴 한데……별명까진 아닌 것 같아서요. 아. 줄임말로는, 아따먹을 사용하고 있어요. 》

        

       아크는 저도 모르게 탄식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래.

       

       무난한 인터뷰를 하고 돌아올 리가 없지.

        

       * * * *

        

       『???』

       『그걸 니 입으로 말하냐고』

       『시청자 고로시 멈춰』

       『캐스터 또 얼어붙은 거 보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사고 3초 전』

       『공방에서 미친년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진짜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눈나……』

       『미친1년…… 미친1년…… 미친1년…… 미친1년…… 미친1년……』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그래 니가 인터뷰를 정상적으로 할 리가 없지……알고 있었어』

       『아크 표정이 울기 직전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고에오 도적도적 최고에오 도적도적 최고에오 도적도적 최고에오 도적도적』

       『미1친년은 인터뷰에서도 쓰는 단언데 왜 차단인가요?(진짜 모름) 미1친년은 인터뷰에서도 쓰는 단언데 왜 차단인가요?(진짜 모름) 미1친년은 인터뷰에서도 쓰는 단언데 왜 차단인가요?(진짜 모름)』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11만명 앞에서 인터뷰라니ㅠㅠ 우리 아따먹 이제 나작아가 아니야ㅠㅠ 마빡캠하던 아따먹을 돌려줘ㅠㅠ11만명 앞에서 인터뷰라니ㅠㅠ 우리 아따먹 이제 나작아가 아니야ㅠㅠ 마빡캠하던 아따먹을 돌려줘ㅠㅠ 』

        

       슬로우 모드를 걸어 두었음에도, 공식 방송의 채팅창은 위태위태하게 버벅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나 보일 법한, 그런 채팅창.

       

       캐스터로 활동하며 온갖 게임의 스트리머 대회를 중계한 성훈으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 광란의 현장을 보며 어떤 감상이 들었냐고 하면……솔직한 심정으로는, 실시간 채팅을 인터뷰에 조금씩 반영하자던 PD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의 화력이 아니잖아.’

        

       나오나에, 인터넷방송에 관심있는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모인 듯했다. 보통 경기가 끝나고 MVP 인터뷰로 넘어가면, 시청자가 좀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거늘. 우측 하단에 떠오르는 시청자수는 오히려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글자들 사이에서, 아따먹은 역시 인터뷰가 메인이라고 도배하는 채팅이 유독 눈에 띄었다.

       

       빈도로 보아, 최소 수백명의 의견.

        

       ‘저런 건 미리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

        

       역시, 다음에 만나면 멱살을 잡아야 했다.

        

       허나 달콤한 공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통화 저 편에서 그 원흉……아니, 주인공이 다음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하, 그만큼 매 경기 새롭고! 놀라운 플레이를 선보이신 아따먹님에 대하여 모두들 감탄하고 계시다는 뜻이겠죠! 그러면, 먼저 결승전 1세트에 관하여 질문 드리겠습니다. 특이하게 석궁 궁수를 들고 나오셨어요. 랭크에서는 보기 힘든 무기인데, 준비된 전략이었나요?》

        

       《네.》

        

       약간 힘이 빠진, 나른한 목소리. 이어질 말을 기다리던 성훈은, 약 3초간 침묵이 흐른 후에야 그 한 음절이 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오늘, 쉽지 않겠는데.’

        

       《……역시 그렇군요! 혹시 어떤 전략이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골자는, 법사. 기사, 사제로 구성된 본대가 버티는 동안 도적과 궁수가 지하를 장악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성장한 도적이 본대가 완전히 밀리기 전에 본대에 합류해서 버티고……궁수는 상대가 지하에 시야가 없는 타이밍을 노려서 탑을 기습, 뚫고 같이 내려와서 적진의 뒤를 친다. 복잡한 디테일 생략하면, 대략 이런 느낌으로 준비된 전략입니다.》

        

       다행히도, 아따먹은 말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프로 선수와는 달리, 말주변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스트리머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최소화하고, 답이 반쯤 정해진 질문만 던진다면……일단 인터뷰 진행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고 판단한 성훈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말씀을 듣고 보니 1세트의 장면들이 그대로 떠오르네요! 말 그대로 입오나를 그대로 구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 탑을 기습하는 구도에서는, 역시 레반님과의 호흡을 선보이신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대응할 수 없는 기습 폭주! 정말 멋졌습니다. 당시 어떤 콜이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네? 아, 미리 말을 맞춰 둔 전략이었군요!》

        

       《음……말, 을 맞춰 둔 건 아닌데……같이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레반님에 대해서는 나름 제법 알게 되어서요. 생각보다 소, 아니, 조심스러우셔서…… 아. 예를 들면, 감정 표현도 잘 안 하시는 편이에요. 결국 밥도, 제가 먼저 만나서 같이 먹자고 할 때까지 아무 말씀 안 하셨고. 그러다 보니, 레반님은 내가 리드해야겠다- 정도는 미리 생각해두고 있었어요. 대략 그런 느낌이네요.》

         

       《……어, 그러면, 아따먹님이, 그러니까……어……네. 아따먹님이 리드, 주도한 플레이, 였네요! 자,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소, 성급한 안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nowOne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환절기 독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 느낌이 심상치 않네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