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15

       대체 왜, 아가레스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올리비아는 혼란을 느끼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어떻게든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낼 때까지, 기회를 엿봐야 했다.

         

       코앞에서 마기를 흩뿌리는 아가레스를 보며, 악마 사냥꾼과 암주가 자세를 잡았다.

       암주가 물었다.

         

       “……뭐 하는 악마인지 아나?”

       “대악마일거다. 아마.”

       

       암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일단은 아가레스를 상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올리비아는 지은 죄가 있는 만큼, 당장 죽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암주가 어둠 속에서 입을 열었다.

         

       “묶어라.”

         

       꿈틀.

         

       아가레스의 그림자가 요동쳤다.

         

       평평할 뿐인 그림자에서 새까만 촉수가 솟구치며 아가레스의 신형을 붙들었다.

         

       [오호라.]

         

       아가레스가 감탄했다. 붙드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암주(暗主)는 그림자를 제 수족처럼 다룬다더니, 과연 사실인 모양이었다.

         

       [벨페고르 놈과 비슷한 능력이구나.]

         

       암주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는 전력으로 보법을 펼쳐 아가레스에게 달려들었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잔상이 생겨나 수십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악마 사냥꾼은 오히려 거리를 벌렸다. 새하얀 항마의 기운을 머금은 화살이 정확히 시야의 사각을 노리고 날아든다.

         

       시야를 가득 메운 환영과 화살 앞에서, 아가레스는 폐부 깊숙이 마기를 들이켰다. 그는 터질 듯 부풀어오른 상체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

         

       푸확! 아가레스를 붙들고 있던 촉수가 단번에 터져나간다. 아가레스의 눈이 붉게 빛나며 환영을 단숨에 간파한다.

         

       흙먼지를 뚫고 솟구친 손아귀가 암주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아아아!

         

       마기에 물들어, 검게 일변한 손톱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

         

       코앞까지 도달했던 암주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일수(一手)를 피해낸다.

         

       암주가 재빨리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먼지 속에서 아가레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역시, 빠르다.

         

       어찌나 은밀한지, 반경 수십 미터에 마기를 퍼뜨렸는데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반을 부숴 그림자 자체를 없애려 하면, 기가 막힌 순간에 화살이 날아와 움직임을 틀어막는다.

         

       츠츠츠츳!

       

       아가레스의 근육이 부풀어올랐다. 마기를 완전히 두른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 같지 않았다.

         

       그가 내뿜는 투기에 공기가 사납게 진동했다. 그의 몸에서 우둑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검은 털이 몸뚱이를 뒤덮었다.

         

       이것이 악의 구도자, 흉랑(凶狼) 아가레스의 본 모습이었다.

         

       ‘여전히 느껴지지 않는군.’

         

       아가레스는 움직임을 멈추고 언제고 앞으로 튀어나갈 준비를 갖추었다. 여전히 암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잠깐의 경합에서 배운 점이 있었다.

         

       놈은, 공격할 때 만큼은 기척을 숨기지 못한다.

         

       다음 순간, 아가레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투콰아아아!

         

       정확히 그가 서 있던 바닥에서 창보다 거대한 화살이 솟구친다. 악마 사냥꾼에게 반격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초고속으로 달려든 암주가 맹독이 발린 카마를 아가레스를 향해 휘둘렀다.

         

       아가레스가 양 팔을 교차한다. 그 잠깐 사이에 암주의 단도가 아가레스의 옆구리를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자세는 무너지지 않는다.

         

       ‘……무슨 재생력이.’

         

       암주는 미련없이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평범한 생명체였다면 이미 죽었을 치명상.

       하지만 아가레스의 재생력은, 암주의 예상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판단력이 좋군.]

       

       아가레스는 웃으며 손을 털어냈다. 그의 손아귀에는 암주의 옷자락 일부가 붙들려 있었다. 만약 암주가 카마를 휘둘렀다면, 그 또한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아가레스는 과시하듯 팔을 좌우로 펼치며 가슴을 드러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인간들이 애용하는 표현이지. 하지만 악마에겐 통하지 않는다.]

         

       아가레스는 가슴에 박힌 화살을 뽑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항마의 기운 또한, 마찬가지.]

         

       재생이 조금 더뎌질 뿐이다.

         

       으스대는 아가레스에게 악마 사냥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마력 화살을 만들어낸 다음, 활시위에 걸어 거리를 가늠할 뿐.

         

       놈은 대악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했다. 일대 일이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정도로.

         

       하지만 그 뿐이다.

         

       ‘올리비아보단 약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의 광경이 아릿하게 떠오른다. 일격에 혁명가의 방패가 꿰뚫리고, 그녀 또한 같은 말로를 마주했던 순간을.

         

       아가레스가 대악마라면, 그 날의 올리비아는 종언(終焉)이었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분명 올리비아는 그때와 같은 경지이건만, 어째서 행동은 다르단 말인가.

         

       올리비아가 막바지에 힘을 줄였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폭발하며 전진하던 뇌전이 일순간 머뭇거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악마사냥꾼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나중에 생각하자.’

         

       잡생각을 해봐야 전투에 방해만 될 뿐이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더.

         

       암주는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선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세상이 느려진 것이 아니다. 그가 빨라진 것이다.

         

       멈춘 것 같은 세상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암주 자신과 보조하듯 날아드는 화살.

         

       그리고 아가레스 뿐.

         

       암주는 품에서 새 비도를 꺼냈다. 앞의 일곱 개는 아가레스의 육체에 막혀 부러진 탓에, 벌써 여덟 번째 비도였다.

         

       빠르다.

         

       오싹하는 기분.

         

       아가레스는 암살자를 상대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그는 육체는 방패였고, 곧 무기였다.

         

       암주가 입히는 상처는 잔상처조차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는 순간,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게 될 테니까.

         

       파스슷!

         

       지금도 그렇다. 분명 피했음에도, 풍압만으로도 살갗이 찢겨나가지 않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었다. 여태껏 그가 암살하지 못했던 대상은 단 하나, 올리비아 뿐.

         

       아가레스는 막 두 번째가 되려 하고 있다.

         

       물론 용납할 생각은 없었다.

         

       암주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단도엔, 어느새 성수가 발려 있었다.

         

         

       *****

         

         

       올리비아는 바들거리며 떨리는 손을 뻗었다. 악마 사냥꾼의 시선이, 마침내 사라졌다. 올리비아는 무의식중에 배를 더듬었다. 만져지는 것이 없다. 어떻게 살아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레벨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상처였다.

         

       올리비아는 심호흡을 하며 상처에 포션을 부었다. 복부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마셔봐야 소용은 없을 테니까.

         

       ‘……이제 좀 살 것 같네.’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혁명가가 널브러져 있었다. 상처가 상처이니만큼, 정신을 차리기는 요원해보였다.

         

       올리비아는 반쯤 회복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다리가 파들거리며 떨리고, 입에서는 쉴새없이 핏물이 쏟아졌다.

         

       그녀가 무리하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었다.

         

       원래는, 이대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쟤들은 못이겨.’

         

       아무리 악마사냥꾼이 있다고 한들, 아가레스와는 상성이 안 좋았다. 애초에, 대악마라는 족속들은 특별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죽일 수 없는 존재다.

         

       과거 단서 #1에서 벨페고르를 사냥했을 때, 강한 빛으로 근처의 어둠을 모두 태워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신성력이 없으면 힘들어.’

         

       항마의 기운으로는 부족하다. 성수로도 부족하다. 피해는 줄 수 있을지언정, 유의미하지는 못하다.

         

       몇 번을 심장을 박살내고, 머리통을 터뜨려도, 아가레스는 멀쩡하게 몸을 일으킬 것이다.

         

       괜히 회귀자들과 대척점에 위치한 존재들이 아니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인정(人情) 때문은 아니다. 아직 단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서 #7의 주인은, ‘악마 사냥꾼’입니다.]

         

       하지만 지금 나설 수는 없었다.

         

       지금 나서서 아가레스를 제압하려 든다면, 암주와 악마사냥꾼의 화살은 다시 올리비아를 향할테니까.

         

       적어도 저들이 위급해졌을 때 개입해야…….

         

       올리비아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착각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대악마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건!’

         

       석양이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으며, 아득한 어둠이 하늘을 가린다. 아가레스와 대치하던 회귀자들이 경악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츠츠츠츠츠츠츳!

       

       순식간에 자라난 어둠이 거대한 뱀의 형태로 일변했다. 잠시 후, 강림을 마친 거대한 뱀이 붉은 눈을 치켜떴다.

         

       [대악마 벨페고르가 현현합니다!]

         

       아가레스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며 궁시렁거렸다.

         

       [……이건 또 무슨 짓거리냐. 벨페고르. 인간계에 강림은 어떻게 한거지?]

         

       대악마의 강림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무수한 생명을 제물로 바쳐야만 인간계에 강림할 수 있는 것이다.

         

       [북 공작의 도움을 받았다.]

       [……아스모데우스가?]

         

       모든 악마들이 인정한 거악(巨嶽). 마왕의 최측근이자, 마계 유일의 대공작.

         

       그녀가 개입했다면, 벨페고르가 강림할 수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아스모데우스라면 인간의 영혼 천 개 정도야 얼마든지 가지고 있을 테니까.

         

       물론 아가레스가 원하는 형태의 개입은 아니었다.

         

       ……속이 시커먼 년 같으니라고.

         

       [그래서, 뭣 때문에 현현한거지?]

         

       벨페고르는 대답하는 대신 마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주특기는 강령(降靈).

         

       남부는, 사방이 뽑아낼 영혼으로 천지였다.

         

       벨페고르의 마기는 전염병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수십, 수백, 수천…….

         

       대지가 온통 비틀린 악령으로 가득 메워졌다.

         

       “…….”

         

       악마 사냥꾼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대악마를 무려 둘 씩이나 만나게 될 줄이야.

         

       “……좋지 않군.”

         

       암주가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애초에 암살자는 일대 다의 전투에 불리한 직업이다. 환영을 만들어낸다고 한들, 엄연히 한계가 있었다.

         

       “내가 길을 뚫겠……!”

         

       암주가 급히 카마를 치켜들어 아가레스의 주먹을 막아냈다.

         

       투콰아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암주의 신형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끄으윽!”

       

       암주가 신음을 지른다. 갑자기 나타난 벨페고르에 정신이 팔려 정작 아가레스에 대한 경계를 늦춰버렸다.

         

       ‘빌어먹을!’

         

       그는 피를 삼키며 뚫어져라 아가레스를 응시했다. 악마 사냥꾼이 시간을 끌어주고 있기는 했지만,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었다.

       

       ‘절망적이군.’

         

       벗어나야 하는데, 도무지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저저적!

         

       차가운 냉기가 남부 전역을 뒤덮으며, 한순간 세계가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찬란한 백발.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가, 암주를 향해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카마’는 낫처럼 생긴 무기입니다.

    – 벨페고르 – ??? – 아가레스 – 아스모데우스 – 마왕 – 마신 순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