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5

   아서가 열변을 토하길 대부분의 시험에선 그가 조이보다 성적이 더 높은 듯 했다.

   

   조이는 자신의 별명처럼 얼빵한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고 그 덕에 틀려서는 안 될 문제를 수도 없이 틀렸으니.

   

   이 세상이 원래대로 흘러갔다면 조이는 평소처럼 9등이나 10등 정도의 성적을 거두었으리라.

   

   그런 조이의 성적을 급격하게 끌어 올린 것은 바로 마력조작학이었다.

   

   마법을 배우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들어야 하는 수업인만큼 조이와 아서 두 사람 다 이 수업을 듣고 있었고 같은 시험을 치르게 됐다.

   

   그 수업의 교수는 실천을 중시하는 사람인지라 당연하게도 마력조작학의 시험은 실기로 치러졌지.

   

   “이번에 과제로 나온 것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마법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였다.”

   

   아서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왜 조이가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저거 내가 조이에게 연습시켰던 내용이잖아.

   

   “얼빵 영애는 그 시험에서 환상적인 실력을 선보였지.”

   

   내가 시킨 바에 따라서 매일 밤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마력조작의 숙련도를 높였을 조이다.

   

   게임 속 NPC가 아닌 유저가 사용하는 방식대로 숙련도를 드높인 그녀가 평범한 사람들과 비견될 리가 없고.

   

   조이는 보란 듯이 마력조작학 수업에서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최고의 성적을 수여받았다.

   

   깐깐한 마력조작학의 교수가 평생 단 네 사람에게 밖에 주지 않았다는 만점을 말이다.

   

   아서도 그 시험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지만 앞서 경이로운 재능의 편린을 엿보았던 교수를 만족시킬 수준은 아니었고 그렇게 아서는 조이에 비해 한참 낮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본인의 억울함을 알겠느냐?! 시험 하나의 성적을 가지고서 순위가 뒤집힌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심지어 본인은 마력조작학 시험을 형편없이 치른 것도 아니다. 전체 순위만을 따지자면 2등을 차지했단 말이다! 그런데 1등과 2등 사이의 점수차이가 너무 커 등수가 뒤집어 진 것이다!”

   

   나는 아서가 억울할 만 했음을 인정하게 됐다.

   

   다른 모든 시험에서 승리했는데 하나의 시험 때문에 순위가 밀려났으면 빡칠 만도 하지.

   

   “그렇지만 왕자님. 어쨌든 이긴 건 이긴 거인걸요? 인정하지 못하시다니 추하십니다.”

   “조이! 너 진짜!”

   

   조이는 자신이 아서를 이겼단 사실이 기쁜 듯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서운 생김새를 가진 그녀가 기뻐 보이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니 조이 그녀의 기준으로는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만날 아서한테 얼빵하다고 놀림받더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야?

   

   “그러게 더 높은 성적을 거두셨어야죠. 그랬다면 제게 패할 일도 없으셨을 텐데.”

   

   누가 가르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꼴받는 대사 치는 방법 잘 가르쳤네.

   

   차곡차곡 나열되는 팩트의 향연에 아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잖아.

   

   저러다 아서의 입에서 비속어가 튀어나올 것 같아.

   

   한참 아서를 놀리다 만족을 한 조이는 이내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알른 영애 덕입니다. 영애께서 그를 연습하시라 하신 덕분에 교수님의 극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젠장. 루시 알른. 무어냐. 그대도 검은 옷의 예언자를 만나기라도 한 것인가?!”

   

   검은 옷의 예언자?

   

   그게 뭔데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에 내가 고갤 갸웃거리자 아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차. 맞다. 그대에겐 친구가 없었지.”

   

   ‘아서?’

   “불쌍왕자님? 시비거시는 건가요?”

   

   “미안하다. 실언을 했군. 사과의 의미로 대신 설명을 해주마.”

   

   검은 옷의 예언자는 최근 아카데미의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는 소문인 것 같다.

   

   어두워 질 무렵 아카데미 인근에 있는 마을을 걷다 보면 가끔 가다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에게 알고 싶은 정보를 물으면 거기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는 모양이다.

   

   물론 적절한 정보료를 지불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 답변의 정확도는 100%!

   

   때에 따라선 고민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 주는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이 소문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거 나크라드잖아.

   

   그 새끼 대체 뒷골목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냐?

   

   아직 자기가 모시는 악신의 봉인이 다 풀린 게 아니어서 토벌이 뜨면 그대로 뒤져야 할 텐데.

   

   좆밥 돼지 영애가 실패했으니까 이번에는 자기 수중에 패를 늘리려고 그러는 건가?

   

   자기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나한테 많이 열 받았나 보네.

   

   으음. 나중에 칼이랑 알새틴이랑 데리고 그 새끼 좀 괴롭히러 가야겠다.

   

   할배의 감지 능력이 있으니까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

   

   “이 소문에 대해 아예 몰랐다고?! 무어냐. 그럼 루시 알른 그대의 혜안은 던전 뿐만이 아니라 아카데미에도 닿는 것이냐?!”

   “알른 영애라면 별 이상한 일도 아니잖습니까. 왕자님.”

   “그는 그렇다만. 으. 루시 알른! 다음번에는 공평하게 하거라! 알겠느냐?! 공평하게다!”

   

   아니. 저기. 저 아무것도 몰랐는데요?

   

   저 중간고사에 어떤 시험이 출제되는 지 아예 몰랐어요.

   

   게임에는 그런 내용 같은 거 안 알려 준다고.

   

   내가 그런 내용을 알았으면 시험 칠 때 로그 날라 갔다고 패닉에 질렸겠냐고.

   

   그냥 마법사 캐릭터를 키울 때 가장 먼저 해야 되는 내용이라 시킨 것뿐인데 아다리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라고요.

   

   나한테 괴상한 거 기대하지 마세요!

   

   ‘저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바보라고요! 저!’

   “헤에. 구걸하는 건가요 불쌍 왕자님? 그런데 저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불쌍 왕자님이 뭐라 하셔도 저 아는 게 없어요.”

   

   “거짓말마라! 루시 알른! 자기 주변 사람만 챙기겠다는 것이냐?!”

   

   아니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고!

   

   *

   

   나를 붙잡고 다음 번에는 자기에게도 정보를 좀 풀어달라는 아서를 간신히 떨어트린 나는 아카데미에서 여러 수업을 들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서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다들 수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교수들도 그를 이해했는지 짧게 수업을 진행하고 끝마쳤다.

   

   덕분에 평소보다 여유가 생긴 난 즉시 아카데미 거리의 뒷골목으로 향했다.

   

   저택에 내버려두고 온 물건이 있었으니까.

   

   – 안녕ㅎ… 아. 뭐야. 너냐?

   

   내가 저택에 발을 들이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아드리는 밝은 웃음을 지었다가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비시에 비해 날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너무 차별이 심한 거 아냐?

   

   내가 이런 차별에 익숙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상처 받았을 거야!

   

   그리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아드리는 이 새끼 또 지랄이네라고 말하듯 퉁명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진짜 너무하네.

   

   내가 이렇게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어지간한 사람들은 내 얼굴만 봐도 벌벌 떤다고!

   

   내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야!

   

   – 됐고 왜 왔냐.

   

   ‘놀아주려고 왔는데요.’

   “외톨이 할망구가 고독사할까 봐 놀아주러 왔는데?”

   

   – 아 그래? 그럼 나 별로 안 외로우니까 꺼져달라고 하면 꺼져 줄 거냐?

   

   ‘아뇨!’

   “내가 왜 외톨이 할망구 말을 들어야 해? 싫은데?”

   

   – 하아.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젓는 아드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장난을 치고 싶어졌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해야 할 일이 있는지라.

   

   툴툴거리는 아드리를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온 나는 지난 번 저택에서 빠져나올 때 던져두다시피 했던 검을 찾아낼 수 있었다.

   

   – 그거 찾으러 온 거냐?

   

   ‘네.’

   “어. 맞아.”

   

   요즘 들어서 교수로써 할 일이 점차 늘어나 고생을 하는 칼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거든.

   

   그 녀석이 쓰는 검도 괜찮은 물건이지만 이것보다는 못 할 테니까.

   

   뭣보다 나의 개를 자처하는 칼이다.

   

   내가 선물을 줬다는 사실에 얼마나 꼬리를 흔들지.

   

   – 조심해라. 거기에 사령의 저주가 담겨 있거든? 너야 괜찮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들면 저주에 당해서 죽을 거다.

   

   온갖 주접을 떨 칼을 어찌 진정시킬지 고민하고 있으려니 아드리가 퉁명스레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헤에. 지금 나 걱정해준 거야?

   

   귀찮다느니 빨리 꺼지라느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나 보네?

   

   하여간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서투른 할머니답네.

   

   그냥 솔직하게 걱정된다고 이야기해주면 참 좋을 텐데.

   

   아드리를 보고서 대놓고 웃었더니 그녀가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 괜히 그것 때문에 재앙이 생길까봐 걱정했을 뿐이다!

   

   ‘아. 네. 그러시군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뭐야. 할망구. 찔려? 푸흐흐. 사회성 부족의 외톨이 할망구 답다니까. 손 잡아 줘? 아님 끌어 안아 줄까? 안 부끄러워 해도 되는데.”

   

   – 그냥 꺼져!

   

   저택의 물건이 하나 둘 떠오르는 것을 본 나는 다급히 저택 바깥으로 도주했다.

   

   아드리를 상대로 질 것 같지는 않지만 나랑 아드리가 한 판 붙었다간 저 저택이 폭삭 무너져 내릴 것 같으니까.

   

   저택에서 긴급탈출을 한 나는 검을 들고서 교회 쪽으로 향했다.

   

   이 검에 달려있는 저주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다.

   

   사령을 죽이기 위해 자신마저 사령이 되어버린 성기사의 원념이 담긴 검.

   

   이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은 사령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에 휩싸이게 되지.

   

   게임에서는 사령을 적으로 만나는 순간 조종 불가가 되는 패널티가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젠가 크게 문제가 될 물건을 칼에게 선물로 줄 순 없잖아?

   

   걔가 사라지면 난 누가 지켜 주는데!

   

   그러니까 미리 저주를 해주해 놔야지.

   

   마침 난 교회 측의 VIP다.

   

   아그라의 저주를 두 개나 해주했으니만큼 속으로 어찌 생각하는진 몰라도 겉으로는 잘 대해주는 척을 하거든.

   

   그러니 이 검에 달린 저주를 없애는 일 정도는 말끔하게 처리를 해주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교회로 향하던 나는 그 앞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성녀님.’

   “허접성녀님.”

   

   전에 양호실에서 봤던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상하네.

   

   예전에는 오며가며 은근히 마주쳤던 것 같은데 말야.

   

   기분 탓인가?

   

   몇 번 왔다갔다 하면서 만났는데 기억을 못할 뿐이려나?

   

   “아. 알른 영애님. 교회에 무슨 용무가 있으신가요?”

   

   ‘네. 제가 이 검을…’

   “네. 이 검에 담긴 저주를 해주해야 해서요. 그 정도 일은 이 허접한 교회도 할 수 있잖아요?”

   

   “…잠시 그 검을 봐도 괜찮을까요?”

   

   이 일에 가장 적격인 사람이 도와주려는 건가?

   

   페이비가 해주를 해준다면 믿고 맡길 수 있지.

   

   별 망설임 없이 검을 건네주자 페이비가 가만 검을 쳐다봤다.

   

   *

   

   철이 들 무렵 교회에 거두어져 성녀로써 키워진 페이비는 다른 것은 몰라도 주신 교회와 관련된 것이라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상세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이 물건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이 검의 양식은 분명 주신 교회의 것이다.

   

   그것도 단장급이 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귀중품이지.

   

   현대의 것보다는 골동품이라 부르는 게 어울릴 물건을 대체 어디서 구하신 거지?

   

   그것도 축복을 뚫고 사령의 저주가 새겨진 물건을?

   

   궁금증을 참지 못한 페이비가 루시에게 물음을 던지자 루시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설명을 해주었다.

   

   “허접 주신님의 인도에 따라 던전을 공략했더니 보상으로 받았어요.”

   

   주신님의 인도를 받았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페이비는 검에서 시선을 떼고서 고개를 들어 가만 루시를 바라봤다.

   

   또?

   

   당신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은 허접 주신은 로리 메스가키에게 매도당하고 싶어하는 변태라서요.

착하고 몸매 좋은 성녀님은 별로 안 좋아 한답니다.

(당연히 다 구라입니다. 믿는 분은 없겠죠?)

다음화 보기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