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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광산에서 수많은 마물을 처지하고, 우리는 밖으로 나섰다.

     

    몸을 흠뻑 적시고 있는 붉고 검은 피를 털어낸다.

     

    익숙학 악취를 털어내며 걸음을 옮겼다.

     

    게일도 마찬가지로 내 곁에서 피를 닦았다.

     

     

    “…”

     

     

    단원들이 게일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확실히, 실력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그를 달리보았다.

     

    아담 형보다 잘 싸우는 사람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먼저 할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게일은 여전한 표정으로, 자신의 답답함을 감추고 있었다.

     

    내게 할 이야기가 산더미라는 듯이.

     

     

    하지만 게일과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는 광산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이장과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그 드워프들은 특유의 뒤뚱뒤뚱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내게 물었다.

     

    “…끝났습니까?”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장과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흘렸다.

     

    굳이 우리를 의심하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이유는 다양했을 것이다.

     

    홍염단의 이름에 블랙우드와 셀레브리엔이 얹히며, 보증이 된 듯한 것도 있을 것이었고.

     

    뒤늦게 게일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마을에 퍼져나간 것도 있을 것이었다.

     

     

    용인족의 최고전사가 자신들을 속일리 없을거라는 믿음이 깔렸다.

     

     

    축하의 순간이 끝나자, 이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씻고 오시죠. 술과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

    .

    .

     

     

    아내들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마을 근처에서 흐르던 강에 몸을 씻었다.

     

    몸에 쌓인 적당한 피로와, 굳은 피, 그리고 악취를 강물에 흘려보낸다.

     

     

    개운한 상태로 몸을 말리고는, 적당한 위치에 앉아 몸을 씻으며 장난을 치는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있자니 게일이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전투의 흥분과 긴장이 보다 풀려서 그럴까.

     

    아까보다는 훨씬 표정이 나아보였다.

     

     

    “…베르그. 할 이야기가 있었지.”

     

    “…”

     

    굳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동안, 게일이 곁에 앉는다.

     

    화를 낼거라 예상했던것과 달리…그는 한숨부터 흘렸다.

     

     

    “…몸을 씻으며 생각했네. 이해해보려 했어. 자네의 행동에 대해서 말이야.”

     

    그리고 편안해진 분위기로 포문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때와 같은 분노도, 답답함도 없었다.

     

    그저 미약한 연민이 담겨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몸을 날리는지. 그리고 왜 그런 위험한 행동들이 그렇게나 자연스럽고, 몸에 익었는지까지도.”

     

     

    혀를 찬 게일이 말했다.

     

     

    “한때 죽으려 했구만? 자네.”

     

    “…”

     

    씁쓸히 그 말을 반복한다.

     

    “…한때 죽으려고 했어.”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당시에는 격한 전투에 몸을 맡겼었다.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던 시기였다.

     

     

    게일이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때의 습관들이 몸에 자리 잡은거겠지. 그러니까…지금까지도 이러고 있는것일테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결국 그에게 말했다.

     

    “…지금은 죽고자 이러는게 아닙니다.”

     

    “그래.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 든든한 형제도 있고, 아리따운 아내들도 있으니 말이야. 과거의 아픔도, 표면적으로는 덮어 두었을테고.”

     

    “…”

     

    “하지만 문제는 말이지, 베르그. 행동 자체는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라는게 문제야. 그때 익힌 움직임을 내려놓지 않았으니까. 자네가 여짓것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을지, 나는 가늠도 가지 않아.”

     

    “…”

     

    “이제는 좀 바뀌어야하지 않겠나? 단원들을 믿고, 조금 안전을 기해도 되지 않냐는 말일세. 아무런 이득도 없는 걸 위해 스스로 몸을 혹사할 필요가 어디에 있지?”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런 이득도 없다고.”

     

    “그야 죽으면 모든게 의미가 없어지니까.”

     

     

    나는 단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야말로 무책임한 말이죠.”

     

    숨을 들이쉬며 내가 게일에게 말했다.

     

    나도 그가 그랬듯, 목소리에서 적대심을 제거했다.

     

    진중하게 그에게 조용히 속마음을 밝힌다.

     

    “…게일.”

     

    “…”

     

    고개를 슬며시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 바뀔 생각이 없습니다.”

     

    “…왜지?”

     

     

    사실 이전에 단원들도 그랬고…아담 형도 그랬다.

     

    어깨에 얹힌 짐을 내려놓기를 원했다.

     

    특히나 아담 형은 나에게 우두머리 조까지 그만두라고 여러번 말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게 마음이 편해요.”

     

     

    단원들이 죽는 꼴은 더는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이 홍염단을 창설한 이후, 곁을 떠난 동료들을 그 누구하나 잊지 못했다.

     

    티스, 그레이엄, 파르갈, 미첼, 버고스, 드말리… 등등.

     

     

    죽어가며 내게 신뢰의 눈빛을 보내던 그들을 잊을수가 없다.

     

    그리고 죽음이 늘어갈때마다…어깨에 얹힌 짐은 더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더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부단장으로서 짊어져야하는 짐이 무겁다.

     

    형은 동료들을 이만 마음속에서 놓아주라 하지만…그게 말처럼 되는게 아니었다.

     

     

    모르는척 했지만, 아담 형에게는 어떠한 목적이 있는 느낌이었다.

     

    첫 용병단에서 끝없는 굴욕을 참았던 것도. 지금 용병단을 차리며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는 것도.

     

    아직도 일정한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느낌이다.

     

    그랬기에 동료들의 죽음도 어찌어찌 넘기는 것 같았다.

     

    형이 들으면 서운해할 이야기지만…정말 그렇게 느꼈다.

     

     

    반면 나는 목표가 달리 없다.

     

    당시에는 죽고 싶어서, 또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용병일을 시작했을 뿐이다.

     

    몇 년이 지나 그런 목적의식이 죽고나니, 동료의 죽음이 보다 가깝게 느껴져오기 시작했다.

     

     

    떠나간 동료들만 떠올리게 된다.

     

    떠올리지 않고자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 이유로 술에 더 빠진 걸지도 몰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희생하는 편이 나았다.

     

    마음의 짐을 더 짊어질 바에야, 내가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편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더 큰 위험을 부담했던걸지도 모른다.

     

     

    “…베르그. 자네…”

     

    게일이 그 말에 나를 천천히 불렀다.

     

    한층 더 진중해지고, 조심스러워진 목소리.

     

    “…자네…용병일에 지쳤구만.”

     

    그가 말했다.

     

    “아니…그보다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에 지친걸까…아담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나는 피식 웃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걸 누가 좋아하나요.”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그런걸까. 이제 용병일에 지친걸까.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아내들이 보고 싶어졌다.

     

    아침에 내 입술을 밀어냈던 네르. 놓아달라며 눈물을 흘렸던 아르윈.

     

    …왜인지 좁히지 못하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게 찝찝했으나, 그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일어나 보겠습니다, 게일.”

     

    그러니 나는 게일에게 말했다.

     

    아르윈과의 축제 약속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를 떠나려다, 한마디를 얹었다.

     

     

    “더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해보겠습니다.”

     

    “…”

     

    “…걱정 감사합니다.”

     

     

    ****

     

     

     

    용사일행의 전장에 한 군대가 나타난다.

     

    잭슨 공이 첫 번째 아내와 낳은 장남.

     

    프린이 깃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용사님!”

     

    병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현 상황을 타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기존 병사들이 지쳐가기도 하고 있었고, 몰려드는 마물 무리를 처리하기 힘든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린은 마물 무리의 포위망을 뚫고 들어왔다.

    “용사님! 이곳으로! 다들, 포위망이 뚫린 곳으로 달려라!”

     

     

    쓰러져가던 병사들이 다시금 힘을 쥐어짜내 일어난다.

     

    펠릭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프린을 바라보다, 눈 앞의 마물들을 계속해서 썰어댔다.

     

    힘을 내지 못하는 병사들을 위해 시간을 더 벌어보려는 듯 했다.

     

     

     

    아크란이 뚫린 포위망을 사수하기 위해 달려갔다.

     

    하지만 어이없을만큼 간단히 그 활로가 닫힌다.

     

     

    마치 이 마물 무리가 프린의 병사들까지도 잡아먹으려고 한 것처럼, 전술에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유입된 프린의 병사들도 어쩔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프린은 그 와중에 펠릭스를 찾았다.

     

    그의 옆에서 검을 휘두른다.

     

     

    “왜 이곳으로 들어왔지?”

     

    펠릭스는 예민해진 감정을 숨기기 못하고 물었다.

     

    프린이 답한다.

     

    “용사님을 어떻게 위기 속에 내버려 두겠습니까…!”

     

    “잭슨 가문의 다른 개새끼는 우리를 공격하던데…!”

     

    “…욕심에 눈이 멀어버린 존재입니다. 현재 제 다른 병사들도 그 놈과 전쟁중에 있습니다. 일단은 다른 생각은 마시고, 여기서 살아나갈 궁리만 하시죠.”

     

     

    펠릭스가 묻는다.

     

    “…우리를 이용하려는 건 아니겠지?”

     

    “…예?”

     

    “우리만 살아남으면, 그 개새끼들은 벌을 피하기가 힘들테니까. 손을 빌려 정적을 치우려는 속셈이라던지.”

     

    “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도-”

     

    “-아, 아니야. 실언했어. 미안해. 지금 무슨 말을…”

     

     

    펠릭스가 다시금 말을 정정했다.

     

    그도 전쟁의 열기에, 또 느낀 불합리함과 배신감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듯 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

     

    왕국의 역사가 갈리는 상황에서 진정하고 있기란 너무나도 어려웠다.

     

    이내 감정을 진정시킨 그가 말했다.

     

    “너무 예민해졌군…일단 살아나가지. 의도가 뭐였든지간에…도와줄게. 우리를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을 위해서라면.”

     

    “…”

     

    “…다시한번 사과하지. 미안해.”

    침묵하던 프린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살아나가고 이야기하시죠.”

     

     

     

    ****

     

     

    마을로 돌아가니, 아르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서 챙겨왔는지 옷도 평소와는 달리 곱게 차려입었다.

     

    “네르는?”

     

    “…아직 준비중이에요.”

     

    내 등장에 굳어있던 그녀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그녀는 내 곁을 따라오는 게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내게 다가와 말했다.

     

    “베르그. 축제에 참여할 준비 됐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녀는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한 마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베르그. 찾아보니 드워프들의 마을이라 그럴까요. 당신이 원하는게 있었어요.”

     

    “뭔데?”

     

     

    아르윈은 잠시 뜸을 들이다, 속삭이듯 말했다.

     

    “…바르디 술이요.”

     

    그 말에 기분이 살짝은 들뜬다. 그러면서도 떠오르는 의문.

     

    “엘프랑 드워프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나? 그 술이 이곳에도 있었어?”

     

    “음식에는 갈등이 없는 거겠죠.”

     

     

    그녀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 잘됐네.”

     

    안그래도 스탁핀에서는 바르디 술이 떨어져가던 참이라, 아껴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제가 따라드릴게요.”

    “그래주면 고맙고.”

    “…아.”

     

    아르윈은 다시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품에서 작은 편지를 하나 꺼냈다.

     

    살짝은 다시 굳어버린 아르윈의 표정.

     

    “…아담 단장님에께서 편지를 보내셨어요.”

     

    “형이?”

     

    나는 아르윈이 건네준 편지를 받았다.

     

    봉투를 가볍게 뜯은 뒤, 내용물을 살폈다.

     

    빼곡히 적힌 글자.

     

     

    나는 아르윈에게 배운 글을 읽으려 해보았다.

     

    “베르그. 아내…아내에….건네?”

     

    그렇게 더듬더듬 읽어가다보니, 아르윈이 말한다.

     

    “우리에게 건네라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아르윈이 그렇게 말하고 나니, 맞는말 같았다.

     

    굳이 그런말을 넣지 않았어도 나는 금방 포기했을텐데, 형은 걱정도 많았다.

     

    어찌됐든 첫 줄부터 아내들이 읽도록하라고 써져 있었으니, 나는 아르윈에게 편지를 건넸다.

     

     

    아르윈은 조심스럽게 편지를 받으며 목을 풀었다.

     

    아주 잠시 편지를 훑던 그녀가 이내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베르그. 아내에게 건네. 새로운 의뢰가 들어와서 네게도 물어본다. 혼자서 결정할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잠시 의아했다. 여짓것 의뢰들은 형이 홀로 결정해왔다. 대체 무슨 의뢰가 들어왔기에 내게 이런걸 묻는 걸까?

     

    떠나기 전에 전황이 심상치 않다고 말해왔던 아담 형인만큼, 괜히 긴장됐다.

     

     

    “…어?”

     

    편지를 훑던 아르윈의 눈이 커진다.

     

    “왜?”

     

    내가 묻자, 아르윈은 다시 편지를 읽어나갔다.

     

     

    “…그러니까…읽어보자면,,,”

     

    “…”

     

    “….용사일행을 잠시 도와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 나는 네 선택에 따를게. 답장 줘.”

     

     

    용사일행. 최근 들어…자꾸만 거리를 좁히는 단어.

     

    표정에 멋대로 금이 간다.

     

    아르윈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용사 일행을 잠시 도와주는게 다음 의뢰인 건가요? 실프리엔 언니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베르그?”

     

    아르윈의 부름에, 나는 상념에서 벗어난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 의뢰는 받아들이지 않을-”

     

     

    그때, 한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진다.

     

    -삐이이이이익!

     

    그 소리에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아르윈도, 게일도 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한 붉은 매가 급히 게일을 향해 하강하고 있었다.

     

     

    “…이럴수가.”

     

    게일의 얼굴이 그 붉은매의 모습에 창백해진다.

     

    “어?”

     

    아르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불길함을 느꼈다.

     

    게일의 행동이 한층 급해진다.

     

     

    매는 게일의 팔에 급하게 착지했다.

     

    어찌나 빨리 날아왔는지 털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게일은 그 창백해진 표정으로 매를 진정시켰다.

     

    “지, 진정하거라. 천천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내가 아르윈에게 물었다.

     

    “저게 뭐야?”

     

     

    아르윈이 더듬거리며 설명했다.

     

    “부, 붉은 매는….실프리엔 언니의 비상연락 수단이에요.”

     

    “…”

     

    “일이 크게…잘못됐나봐요…”

     

    “…크게 잘못됐다고?”

     

     

    그들이 놀란 이유를 모르는 내가 물었지만, 아르윈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요…용사 일행이 궤멸할 위기라거나…”

     

     

    “…..뭐?”

     

    그 말에 온몸에 핏기가 가신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심장이 크게 맥박치기 시작했다.

     

    용사 일행은 잘 풀리고 있던게 아니었나.

     

     

    ‘벨!’

     

     

    나를 부르던 그 목소리 또한 머리에 울려퍼졌다.

     

    그녀와 나누었던 모든 추억들도 마찬가지로 떠오른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실프리엔 언니가…”

     

     

    시엔이 갑자기 죽을 위기라는게…믿기지 않는다.

     

     

    정보를 전달받은 게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르윈의 예측이 들어맞은 듯 그가 말했다.

     

     

    “베르그. 나는 떠나야겠네.”

     

    나는 중얼댔다.

     

    “…설명이…설명을-”

     

    “-용사 일행에 위기가 닥쳤어. 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몰라.”

     

    “…”

     

    “…이런식으로 문제가 터질 줄이야…불안함은 느끼고 있었지만…”

     

     

     

    게일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진다.

     

    동시에 과거의 그녀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단짝친구 하자!’

     

    덜덜 떠는 손으로 말하던 그녀.

     

     

    ‘네가 행복하라고 기도했어.’

     

    당당한 미소와 함께 우쭐대며 말했던 그녀.

     

     

    ‘꿈이 있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며 물어왔던 그녀.

     

     

    ‘고마워. 우리를 위해 노력해줘서.’

     

    환한 미소로 감사를 전했던 그녀.

     

     

    그리고…

     

    ‘나도 사랑해, 벨.’

     

    눈물을 닦으며, 속삭였던 그녀.

     

     

    …그런 그녀가, 죽을 위기라고 하는 걸까.

     

     

     

    -탁!

     

    “베르그!”

     

    게일의 목소리가 나를 다시 깨운다.

     

    그의 손이 내 어깨에 걸려있었다.

     

    “…네?”

     

    “같이 가겠나…?”

     

     

    게일이 물어왔다.

     

     

    벌어진 입에서 어떠한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게일이 말한다.

     

    “…강요하는게 아니야. 자네가 가지 않기로 한다면…나는 홀로 갈테니.”

     

    평소의 게일과는 다른 선택.

     

    원래라면 잔소리와 함께 어떻게든 가자고 했을 그였다.

     

     

    하지만 며칠간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일까.

     

    아님 내게 자리한 아픔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까.

     

    게일이 선택권을 건네왔다.

     

     

    아르윈이 내 팔뚝을 붙잡으며 말했다.

     

    “베, 베르그… 실프리엔 언니가…”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편지도 보였다.

     

     

    게일, 아르윈, 그리고 아담 형까지.

     

    내게 선택을 건네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

     

    가슴속에 내려앉았던 긴 숨을 내쉬었다.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내 선택이…무엇을 가져올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누굴 만날지도.

     

    아내들이 얼마나 놀랄지도.

     

    얼마나 나의 격한 감정들이 파도칠지도.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게일을 바라본다.

     

    “…”

     

    “…”

     

    …나는 다른 선택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꽃순이냥냥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buddybudey22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 의도하신대로 느껴주고 계신것 같아 좋습니다.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주세요.

    원그라미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ㅠㅠㅠ 요새 분량을 추가해 넣고 있긴 합니다…그걸로 봐주신다면….

    고구마치즈돈까스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재밌게 봐주시는것 같아 감사합니다.

    타텐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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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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