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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수족관을 보고나니 마침배고픈 참이 되었기에, 식사를 하고 조금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루크는 여기서 더 돌아볼게 있겠나 싶기는 했다만,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디아나가 즐기고 있었으니까.

    예르나는 그런 루크와 디아나에게 어린이정식을 시켜주려고 했으나, 다이튼이 그녀를 만류하며 말했다.

    “쟤, 그걸론 부족할걸. 요즘 식사량 감당 안돼. 엄청나게 먹는다니까. 그때 그 변신 이후로 말야.”

    다이튼의 속닥거림에 예르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뭐? 진짜? 루 살찌는거 아냐……?”

    원래는 그렇게까지 많이 먹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몸무게는 안 재봐서 모르겠네.”

    “그러다 비만되면 어쩌려고 그렇게 먹였어?”

    “뭐, 딱 봤을때 별 차이는 없어보이잖아. 아마 반쯤은 용이라서 그런거 아닐까. 원래는 엄청 크니까.”

    “그건 그렇네…….”

    생각해보니, 루크가 용이 되었다가 돌아온 이후론 도무지 식사를 같이 하지 못했었다.

    아침은 급하게 먹고, 밤 늦게 들어와서 루크가 이미 자고있던 경우도 많았고…….

    그도 그럴것이, 루크에게 드래곤하트가 이식되어 있음을 깨달은 바로 그날부터, 드래곤 하트의 유통경로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으니까.

    돌이켜보니 스스로가 얼마나 미련한 짓을 했는지 또 깨닫게된다.

    ‘같이 식사도 하지 않았었나.’

    루크에 대해선 이제 웬만한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던걸까.

    예르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루크를 돌아보았다.

    “이런 곳에서 먹는 식사는 또 각별한 법이지.”

    “각별? 그게 뭐야?”

    “음, 특별하다는 말이란다.”

    “아~. 그렇구나! 언니는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알고있네!”

    “하하……. 그렇느냐?”

    루크와 디아나가 사이좋게 떠들며 웃고있는 모습을 보면 예르나의 가슴 한켠이 따듯해져가는 느낌이 들곤 했다.

    딱히 디아나가 아니라, 다른 또래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면 그럴 것 같았다.

    예르나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띄우곤, 음식을 주문했다.

    어린이정식 한개, 스테이크정식 세개. 하나는 엘프식으로.

    ——–

    “흐아, 이거 넘 귀엽다……! 모야?”

    디아나가 가리킨 것은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오므라이스에 케첩으로 그려진 고양이얼굴.

    그것이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인지, 디아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휴대폰을 처음 본 루크같다고 생각하며 예르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여긴 오므라이스에 케첩으로 그림그려주나보네.”

    “오빠, 오빠는 왜 나한테 이런거 안해줬어!”

    “오빠의 손재주로 그런거 하면 너 울걸.”

    다이튼의 손재주는 모든것에 적용되는게 아니었다.

    그중에서 그림은 특히나 심각했는데, 그의 그림실력은 8살때 이후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다이튼도 자신이 오므라이스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웃는얼굴을 그리려 했을때조차 결과물은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병사의 얼굴이 그려지고 말았으니까.

    그땐 임기응변으로 대충 케첩을 덮어서 그 악몽적인 얼굴을 가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체 고양이는 또 뭐가 나올지, 그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 모습에 루크와 예르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냈다.

    언제봐도 참 사이가 좋은 남매라니까.

    그리 생각하고는 이제 다들 식사를위해 식기를 들어올리지만, 디아나만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접시를 내려다보고는 숟가락을 쉽사리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에 루크는 의문스럽다는듯 묻는다.

    “왜 그러느냐? 식사가 맘에 들지 않느냐?”

    “아니……. 너무 귀여워서 못 먹겠어…….”

    디아나의 고민은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녀 스스로에겐 정말 심각한 고민인 것같았다.

    식사를 못 할정도라니…….

    루크는 이 일을 어찌할까 생각하며 잠깐 턱을 쓸었으나.

    “별게 다……. 빨리 밥이나 먹어, 이거 다먹고 동물들 밥주러 갈거니까.”

    “……알써.”

    디아나는 배고픔과 동물들 먹이주기라는 말에 마지못해 고양이 얼굴 오므라이스에 숟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 후는 뭐, 일사천리였다.

    맛은 확실히 좋았으므로.

    또, 배가 고프기도 했을테고 말이다.

    ——-

    일반동물들을 격리해둔 공간은 따로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있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루크는 따로 마력시를 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은 정말 넓고, 생물 역시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마법동물과 일반동물의 분류는 생김새가 특이하다거나 하는 이유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동물에게 마법적 능력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분류로 정해지는 것.

    그 말은 즉, 일반동물의 생김새도 마법동물 못지않게 특이한 녀석들이 많단 말이었다.

    디아나는 대 흥분상태였다.

    “우와! 짱 크다! 우리, 쟤한테 먹이주는거야?”

    다이튼과 예르나는 그런 디아나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루크는 그 동물의 생김새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머리 위에 뿔과 약 4미터정도는 되어보이는 거체.

    그 모습은 말과도 닮았지만, 동시에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기린이다.

    처음엔 루크도 틀림없이 마물일거라 생각할 정도로 이질적인 생김새였다.

    과거엔 그 특이한 생김새 탓에, 오히려 마법반응이 없다는 것에 의아함을 품기도 했을 정도였으니까.

    때문에 한번은 간단하게 기린을 연구해본 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론 그냥 저렇게 생겼을뿐인 동물이란 사실만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보기엔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순수 물리력으론 야생에서도 썩 나쁘지않은 전투력을 갖고 있어서 마땅한 천적이 없다.

    굳이 고르자면 자이언트 샌드웜 정도일까, 그 녀석은 사실 초원 위 모든 생물체의 천적에 가까운 녀석이지만.

    그걸 제외하면 조직적으로 사냥하는 사막오크정도가 기린을 나름대로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저런 녀석도 데리고 있는거로군, 동물원은.”

    생각을 마쳤을 때, 이미 디아나는 먼저 난간에 다가가 먹이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러자 기린이 그 길다란 혀를 내뻗으며 능숙하게 받아먹는 모습이다.

    기린은 긴 목 만큼이나 혓바닥도 길었다.

    그리고 기린은 그 혓바닥을 마치 촉수처럼 사용해 먹이를 낚아채 입가로 가지고 들어간다.

    ‘언제봐도 참…….’

    생물이 순수한 신체조건으로 저렇게 생기기도 참 쉽지 않을텐데.

    실로 그렇다.

    아무리봐도 뭔가 마법적인 능력이 숨겨져있을 것만 같은 외형이 아닌가.

    과연 신이 저런걸 설계하고 만든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만들어놓고보니 저런게 알아서 생겨난 것인지 잘 알지 못할 일이었다.

    어쩌면, 기록도 없던 시대에 정신나간 괴짜 마법사가 키메라실험을 한 게 아닐까 하는 가설도 유력한 동물.

    그래서 루크는 기린만큼은 좋아했다. 

    그 특유의 미스테리한 태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상상할 여지를 주는것이 좋지 않은가?

    뭐, 루크에겐 기린의 태생따위보다 중요한 연구감이 너무나 많았으니 별로 깊게 파고들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기린을 바라보며 옛날생각을 하던 루크에게 예르나는 루크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 치며 말했다.

    “루, 너도 얼른 가서 먹이 줘봐야지.”

    예르나가 그렇게 제안하자, 루크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린을 연구하며 몇번 먹이를 주기도 했으니 특별한 체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루크는 제 손에 쥐어진 먹이들을 내려다보았다.

    당근과 바나나, 그런것들이 담겨진 종이컵이었다.

    약 2000길 정도의.

    거절해봐도 극구 건네어주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이다.

    솔직히 돈 낭비라고 고개를 저어봤지만, 그게 예르나에게는 마치 자신이 기린이 무서워해서 그런것으로 비춰졌는지, 곧바로 미안한 기색을 취하길래 홧김에 받아버린 것.

    “후우…….”

    하긴, 이런 곳에 즐기러 와서는 일일히 다 빼기만 해도 예르나가 걱정할 뿐이다.

    루크는 평범하게 기린에게 다가가 먹이를 들어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그리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 어떤 기린도 루크의 먹이를 먹으려 다가오질 않았다.

    기린들은 모두 루크의 근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루크는 덩그러니 혼자만 남아버린다.

    “흠…….”

    무안해진 손을 내렸다.

    어째서 동물들이 자신을 피하는걸까, 뭔가 안좋은 냄새라도 나는건가 싶어서 스스로의 냄새를 맡아본다.

    별로 악취는 나지 않는데.

    루크는 예르나에게 다가가 묻는다.

    “예르나, 혹시 내게 냄새가 나나?”

    그 모습을 본 예르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절대 아냐! 루 한테선 언제나 좋은 냄새만 나는걸.”

    그렇다면 자신에게 특별히 기린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는걸까, 싶어서 루크는 기린을 바라본다.

    그러자, 파이가 그런 기린들을 빠안히 바라보다가 루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루크, 저 애들이 무서워해.

    ‘파이, 무서워한다니?’

    -말 그대로야, 무서워해.

    정령은 타인의 감정에 꽤 예민하다. 

    그것은 동물들에도 특별한 예외가 없다.

    정령이 무서워한다고 알려주었으면, 실제로 그러한 것이겠지.

    그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니까.

    “무서워한다라.”

    루크는 턱을 쓸었다.

    공포심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

    ‘드래곤 피어’.

    드래곤은 일반적인 동물들에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인간의 서클따위에 의지할 것 없이, 태어나자마자 조율자로서의 권한을 부여받는 용종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주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그 영향력의 일부를 드래곤피어라고 부른다.

    그 자신이 비록 온전한 용은 아니니 그만한 권한을 부여받은 적은 없다만, 아마도 3서클의 영향으로 미약한 피어가 흘러나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드래곤피어가 나타났냐는 질문이 남는다.

    평소에도 적용이 되었다면, 아마 일전에 대니와 공놀이를 즐기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 조그만 개가 용의 공포를 이겨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그때와 지금, 나는 달라진게 뭐지?’

    그러자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이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대니와 놀때는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꼈다.

    그토록 작은 개가 실재한다는 사실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 심리기저엔 분명 반가움이 섞여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예르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먹이를 들어올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 차이였다.

    “훗.”

    루크는 미간을 살짝 긁었다.

    ‘그런가, 역시 스스로가 즐길 수 없다면 아무것도 안 되는거로군.’

    루크는 잠깐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덜어냈다.

    그리고 다시 먹이를 들어올리며, 이번엔 살짝 기대감을 떠올렸다.

    그러자…….

    “으앗, 뭐하는게냐, 네놈들! 그만해! 한번에 한 놈만 먹으란 말이다!”

    루크가 당황해 소리치자, 먹이를 받아먹으러 다가왔던 수많은 기린들이 물러났다.

    드래곤피어의 영향인 것이다.

    그 모습에 사진을 찍던 예르나가 곧장 달려와 루크의 팔을 살피며 말했다.

    “루,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니?”

    “괜찮다……. 단지 깜짝 놀랐을 뿐이야.”

    “다행이다…….”

    그러나 다치지만 않았다 뿐이지, 수 마리의 기린들이 가진 끈적하고 길다란 혓바닥에 농락당한 오른팔은 이미 기분나쁜 축축함을 띄고 있었다.

    루크는 그 손의 상태를 보며 한탄했다.

    “으, 손이 온통 끈적해졌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군…….”

    “언니도 깜짝 놀랐어. 갑자기 그렇게 될 줄은…….”

    피어를 거두자마자 이렇게 압도적인 관심을 받게 될 줄이야.

    루크는 기린의 침이 잔뜩 묻어 번들거리는 오른팔 전체를 들어 괜히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그것은 끔찍한 냄새가 났다.

    “……웬. 이녀석들, 먹이보다 내가 더 맛있었나보구나. 팔 전체를 핥아댈줄은.”

    루크가 인상을 찌푸리며 코에서부터 손을 떼어놓자, 그 모습을 보던 예르나가 풉, 하고 웃어버린다.

    “내 뭐가 그리 웃긴가, 예르나.”

    “아니, 풉……. 루, 네 그런 표정……. 하하하! 너무 웃겨!”

    루크는 무심코 턱을 쓰다듬으려다 멈칫했다.

    현재 오른손의 상태는 말이 아니니까.

    “…….”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두려워하거나, 과하게 접촉해오거나.

    동물들은 왜 중간이 없는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는 드래곤피어의 활용법을 알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중에서도 꾸준히 오버스펙이 되어가는 루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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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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