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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신성술사가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마녀가 만들어낸 사고로 인한 피해 때문이기도 하였고,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기도 하였으며, 모두가 어려운 와중에 재물을 쌓아두고 다닌 것에 원한을 가진 것일 수도 있었다.

         

       어떤 학자가 말하기를, 당시 살아가기 힘들었던 사회에서 불만의 배출구가 될 수 있는 존재로서 마녀가 가장 적합했다고 한다.

         

       당시 마녀는 심심찮게 심각한 사고를 일으켰으며, 귀족처럼 ‘푸른 피’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특권을 가진 것처럼 돈을 쌓아두고 사람을 부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젊어지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당시 사람들에겐 수상하게 보일 법한 짓을 했고, 당시 사회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다니기까지 했다.

         

       맥각균이 주는 환각을 즐겼고.

       젊음을 한껏 누리겠다며 난교를 하기도 하였고.

       같은 마녀나 예쁘장한 여자와 동성애를 즐기기도 했다.

       거기에 로마 귀족이 먹었을 법한 사치스러운 음식을 먹었으며, 농노들은 한 입 먹기도 힘든 식재료들을 으깨서 팩으로 만들어 피부에 붙이곤 갖다버리기를 반복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교회의 사람들이 눈을 뒤집으며 덤벼도 이상하지 않은데, 몇몇 강력한 힘을 가진 마녀들은 귀족과 교회를 무시하는 발언을 대놓고 하고 다니기까지 했다.

         

       어찌 보면 마녀사냥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쌓이고 쌓인 불만과 일부 마녀의 일탈.

       그 모든 것이 화약이 되었고,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고 신성술사는 불이 되었다.

         

       『 어찌하여 마녀는 신의 은총을 받은 몸으로 사특한 죄를 저지르는지에 대한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연구를 거듭하여 그 이유를 알아내었다. 』

       『 최근 마녀의 추악함이 도를 넘고 있다. 우리는 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마녀라는 것은 의도치 않은 악을 행할 가능성이 큰 존재이며, 그 대처에 따라 죄악이 되기도 주선이 되기도 할 수 있는 가변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사악한 유혹은 달콤하게 귀에 들어와 마음에 앉으니, 마녀가 사악하게 변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

       『 사악하게 변한 마녀는 사악한 수단에 손을 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그들의 영성이 죄악에 물들어 한없이 떨어졌음을 말하는 것이니, 이는 결국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떨어져 최후의 심판까지 고통받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이렇게 타락한 마녀를 우리는 ‘사악한 마녀’라 규정하며, 이 사악한 마녀는 영혼과 육체와 정신이 전 영역에 걸쳐 모든 인간보다 현저히 떨어지는바, 오직 죽음만이 그들을 물리치며 다른 순수한 이들이 악에 물들지 않게 막을 방법이 될 것이다. 』

         

       신성술사들은 서적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마녀를 탄압하고, 마녀를 죽이기 위한 서적을.

         

       그들은 마녀라는 존재가 죄악으로 쏠리기 쉬운 존재라 규정지었고.

         

       『 사악해진 마녀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죄악을 퍼뜨리기를 서슴지 않으며, 종국에는 숨을 쉬는 것만으로 주위 사람을 타락시킨다. 하여 사악한 마녀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방법을 여기에 정리한다. 』

       『 신성을 모독하는 방법.

       색욕에 미치게 만드는 방법.

       악령과 악귀를 창궐하게 하는 방법.

       환상 속에 빠지는 방법.

       질병을 일으키는 방법.

       사람을 동물처럼 만드는 방법.

       농사를 망치는 방법.

       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방법.

       사람의 자손을 끊어버리는 방법.

       아이들을 납치해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방법.

       …

       …

       … 』

         

       사악한 마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를 끼치는지 적어 그들을 만악의 근원으로 만들었으며.

         

       『 사악한 마녀로 의심되는 이는 반드시 재판에 응해야 한다. 』

       『 사악한 마녀를 기소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증거, 증인, 증언이 필요하지 않다. 마녀의 사악한 행위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바 그 증거를 쉬이 드러내지 않을 것이니, 오직 정황과 신의 가호로 그것을 목도한 이들이 그 마녀의 사악함을 증명할 수 있다. 』

       『 재판은 신성한 것이며 반드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기소된 마녀는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안내를 받고 감옥으로 이송이 되어야 하며, 재판은 반드시 마녀가 감옥에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마녀는 항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고용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한다. 』

       『 변호인은 자원하여 마녀를 변호해 줄 이로 뽑되 그 역시 흠결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반드시 재판 전에 사악한 마녀와 연관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고 사악한 술수에 당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

       『 사악한 마녀는 자신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 반드시 항소를 제기할 것이다. 게다가 일부 판사들은 이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며 나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신앙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고 교회를 해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판사들은 자신이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들이 항소로 정신을 해하고 어지럽히는 것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

       『 마녀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성직자 혹은 이단 심문관이 동석해야 한다. 죄가 없는 마녀라면 문제가 없으나, 사악한 마녀는 온갖 술수를 사용해 그들을 현혹하려 할 것이다. 신앙심으로 무장한 이들만이 그 사악한 수법에 넘어가지 않고 사악한 마녀의 본질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

       『 사악한 마녀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 또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자백을 하면 목숨만은 살려준다는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 이는 사악한 마녀의 존재 자체가 기만과 거짓으로 이루어져 있어 진실만으로 그들의 가면을 벗기려 한다면 도저히 그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사악한 마녀를 ‘합법적으로’ 죽이는 절차에 대해서 적었다.

         

       그리고 이 끔찍한 서적의 이름을 지었으니.

         

       망치로 쇠를 두들겨 모양을 만들어 모두를 이롭게 만들고.

       창을 쥐어 찌르고 그것을 세워 본보기로 삼으라는 뜻을 담아.

         

       『 모든 마녀와 이단을 창과 같이 심판하는 망치 』 라 하였다.

         

       그리고 신성술사는 이 끔찍한 서적 하나하나에 주술을 담아 주물로 만들었으니.

         

       사악한 마녀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사악한 마녀의 동료가 그들을 돕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결계와 위치크래프트가 발동하는 데 필요한 의지에 신성술사의 의지를 담아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힘을 제대로 발현할 수 없도록 하는 힘이 담겼다.

         

         

         

        * * *

         

         

         

         

       “왜 위치크래프트가…?”

         

       오딜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능력은 단 하나도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

         

       당장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남자를 물어뜯어야 할 테이블은 잠잠했고, 다리를 창처럼 휘둘러 남자의 목을 꿰뚫어야 하는 의자도 멀쩡했다. 천장을 빼곡하게 메운 벌레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호신용 씨앗들에서 새싹이 피어나기는커녕 그 어떠한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왜 이딴 구식 주술 따위에 내 위치크래프트가 막혀어어어어어—!!”

         

       오딜리아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단정하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머리는 노숙자의 머리처럼 흉하게 변했고,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씹어버린 입술에서는 피가 주르륵 흐르며 턱과 목을 빨갛게 물들였다.

         

       “좋아. 내 위치크래프트를 막았다 이거지? 그럼 주술을 풀면 그만이야!”

         

       하지만 이내 진정한 듯 핸드백에서 자그마한 총 하나를 꺼냈다.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총.

       많아 봐야 총알 둘, 혹은 셋 정도가 전부일까.

         

       오딜리아는 그것을 자신의 목에 갖다 대고는 남자에게 말했다.

         

       “너, 기회를 줄게. 당장 주술 풀어.”

       “흠.”

       “이딴 옛날 주술, 생명력을 소모해서 그렇지 지금 당장이라도 풀 수 있어. 기회 줄 때 당장 풀고 고개 처박고 빌어.”

         

       오딜리아는 터져 나오는 분노를 억누르며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남자는 그 모습에 신기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기이하다. 그 성정이 분을 못 이겨 맹수에게 달려드는 벌꿀 오소리나 나무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리는 새와 같은데. 어찌 이리 몇 번이고 그 분노를 참는가?”

       “뭐?”

       “이 정도라면 가망이 있겠다. 그러니 앉도록 하여라.”

         

       젊다 못해 어린 외모로 자신에게 명령하듯 말하는 모습에 대마녀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네가 뭔데 가망이니 뭐니!”

       “마녀야, 대마녀라는 분에 넘치는 이름으로 불리는 마녀야. 네 손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안다. 시죄법(試罪法)에서 이르기를 독의 시련을 걸치고도 멀쩡하면 무죄라 하였으니. 총 안에 있는 탄환은 필시 독으로 이루어졌으리라. 네가 생명력을 잔뜩 소모하지 않으면 해독할 수 없는 독이 말이다.”

         

       남자는 담담하게 마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생명력을 얼마나 소모하든 자네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질소 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내가 직접 배합해서 만든 약이 들어있느니라. 설령 주술을 풀어낸다 한들 약이 위치크래프트를 사용할만한 의지를 모으는 것을 방해할 것이니 의미가 없다. 어차피 소용이 없다면 둘이 진득한 대화를 할 수 있게 결계의 역할로나마 지속시키는 것이 너에게도 좋을 것이니, 그 총을 내려놓도록 해라.”

       “약? 대체 무슨 약이 위치크래프트를 막아…?”

         

       대마녀는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위치크래프트를 막는 약은 처음 들어봤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적어도 지금 시점까지는 위치크래프트를 막는 약이 없으니까.

         

       그러니 태반 추출물, 클로르디아제폭사이드(Chlordiazepoxide), 바르비투르산(Barbiturate)계열 약물, 로라제팜(Lorazepam), 실로시빈(psilocybin) 극미량,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 길항제를 특정 배합으로 섞으면 생명력과 의지가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뒤에 한 미치광이 마법사가 마녀를 붙잡아 생체실험하는 과정에서 이 조합을 발견하고, 자신을 제압하는 약물을 두려워한 마녀들이 세계 3차 대전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그게 될 것을 모르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앉게. 지금은 해칠 생각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진성은 웃었다.

         

       진성을 바라보는 오딜리아의 시선에는 미지에 대한 공포가 담겨있어서.

       그 웃음이 마치 기괴한 존재가 자신을 유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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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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