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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제이슨은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앞에 있는 의문의 가족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 사람들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요, 레온 씨. 빨리 처리하고 와서 정보 얻어 가야죠.”

       “좋은 생각이에요.”

       “와아! 정보!”

       “아니, 잠깐만. 당신들 지금 진심으로….”

       

       그들은 제이슨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즉시 뒤돌아서 부두목이란 놈이 나타났던 길 쪽으로 출발했다.

       

       “출바알!”

       

       아르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자, 아르야. 꽉 잡으렴.”

       “우응!”

       

       실비아는 아르를 업고 골목을 달려 나갔고, 레온은 그 뒤를 전속력으로 따라붙기 위해 달렸다. 

       

       제이슨이 한 번 더 말릴 틈 같은 건 없었다. 

       

       “…….”

       

       순식간에 혼자 남겨진 제이슨은 그들이 남긴 흔적을 바라보았다. 

       

       쓰러져 있는 토리온 패거리 부두목과 잔당들.

       너무도 완벽하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숨통을 끊어 놓은 모습이었다. 

       

       ‘그 여자, 대체 뭐지?’

       

       부두목이 두목에 비해서 무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건 맞다. 

       왜냐하면 부두목은 힘보다는 정치질로 그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이슨 자신이 일대일로 붙으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는 되었다. 

       

       ‘분명 실력자는 맞아.’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자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상대의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건 상대보다 뛰어난 사람뿐이니까.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자이든 간에, 토리온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특히나 저렇게 해맑은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고 오겠다고 말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저 사람들 전체가 다 이상해.’

       

       아빠라는 사람은 로멜드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정보 길드의 위치를 알고 있지 않나, 엄마라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부두목을 썰어 버리지 않나….

       

       심지어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딸은 엄마가 앞에서 패거리를 쓸어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맑은 얼굴을 하고 골목을 지나갔다. 

       

       어쩌면 그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살육의 현장을 보는 게 익숙했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겉보기에는 귀족까진 아니어도 부유하고 화목한 중산층 가족 같은 느낌이었는데.’

       

       저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너무도 상식 밖의 일을 겪은 나머지 정신을 놓고 있었다. 

       

       제이슨은 곧바로 정보 길드로 달려갔다. 

       

       자신이 본 것을 보고하기 위해서.

       

       ***

       

       토리온 패거리가 있는 곳을 특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비아의 감각은 사람들이 넘쳐 나는 번화가에서도 나와 아르의 위치를 발걸음 단위로 특정할 수 있을 만큼 정확했으니까. 

       

       실비아가 토리온이라는 자를 알면 좀 더 빨리 찾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특정하는 데에 무려 10초나 걸렸다. 

       

       “아마 맞을 거예요. 누가 봐도 두목이 앉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술을 퍼 마시고 있어요.”

       “좋아요. 갑시다.”

       “아자!”

       

       아르는 실비아에게 업힌 채로 주먹을 쭉 뻗었다. 

       

       “네, 네놈들은 대체 뭐냐!”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저놈들 잡아!”

       

       우리는 속전속결을 위해서 담벼락과 건물들 사이를 뛰어 다니며 적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토리온이 있는 곳을 향해 파죽지세로 나아갔다. 

       

       ‘어우, 실비아 씨는 진짜 빠르네.’

       

       실비아는 아르를 업고서도 전혀 자세의 흐트러짐 없이 엄청난 속도로 앞장서 나갔다. 

       

       더 빠르게 가려면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르가 멀미를 할까 봐 배려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헤이스트.’

       

       화악!

       

       단검술 수련과 함께 보법을 갈고 닦으며 습득한 스킬.

       헤이스트를 사용하자 시원한 마나가 다리와 발을 충만하게 채워 주었고.

       나는 실비아를 전속력으로 따라잡아 달렸다.

        

       “오, 레온 씨. 헤이스트가 많이 느셨는데요?”

       “하하. 누가 수련할 때 잘 굴려 주셔서 그렇죠, 뭐.”

       

       우리는 순식간에 토리온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네놈들은 뭐냐!”

       “여긴 어떻게 들어왔…커억!”

       

       문을 지키고 있던 둘이 그 자리에 픽 쓰러졌고, 우리는 커다란 문을 박차고 당당하게 들어섰다. 

       

       “어떤 새끼가 허락도 안 맡고 들어와? 뱃가죽을 뒤집어서…. 응?”

       

       토리온은 여자들을 끼고 술을 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우리의 복장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것들은?”

       

       토리온은 실비아의 얼굴과 몸을 훑어 보더니 씨익 웃었다. 

       

       “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년인가? 이봐. 너 말곤 필요 없을 것 같으니 남자랑 애새끼는 꺼지라고 해 봐.”

       

       토리온이 입술을 혀로 훑었다. 

       

       실비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레온 씨, 저랑 일대일 하겠다는데요?”

       “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네요.”

       

       나는 안타까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별로 불쌍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회는 줘야지.”

       

       딱 봐도 토리온은 제이슨이 묘사한 그대로의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뭔가를 결정할 때는 양쪽 입장을 전부 들어 봐야 한다고 했다. 

       

       “네가 토리온 맞나?”

       “어디서 이놈이 반말을….”

       

       토리온 옆에 있던 여자가 단검을 꺼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술만 따르는 여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를 제지한 건 토리온이었다. 

       토리온은 여전히 여유만만한 얼굴로 씩 웃고 있었다. 

       

       “그렇다만?”

       

       어디 한번 씨부려 보라는 표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부터 네가 했다고 알려진 더러운 짓들을 나열할 건데, 틀린 거 있음 말해.”

       

       나는 곧바로 제이슨에게 들었던 토리온이 한 잔인하고 추잡한 짓들을 나열했다. 

       물론 아르의 귀는 제대로 막은 채로.

       

       “…이상 맞나?”

       

       그러자 토리온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핫! 그래, 맞다. 아니, 오히려 내 업적이 과소평가된 부분도 좀 있군.”

       

       실상은 이보다 더 심하단 말이지.

       

       “그렇다는데요, 실비아 씨.”

       “좋아요. 금방 끝내죠.”

       

       제이슨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확인했다. 

       

       실비아가 검을 꺼내려는 순간.

       

       “이놈드으으으을!”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 왔느냐!”

       “두목님!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감히 우리를 농락해?”

       

       우리가 고속으로 지나쳐 왔던 잔당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개중에는 제이슨의 말대로 마법을 사용하려 마나를 모으는 자도 있었다. 

       

       “어, 저 나쁜 아저씨 마법 쓰려고 해!”

       “그럼 아르도 마법 실력 한번 보여줄까?”

       “우응! 아르 저 아저씨보다 잘할 수 있어!”

       

       나는 실비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실비아 씨, 경험치도 좀 챙길 겸 뒤쪽은 저희가 처리할게요.”

       

       일반 용병들은 몰라도, 마법사는 일정 수준만 되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경험치를 준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좋아요.”

       

       실비아는 검을 뽑아들고 토리온 쪽으로 가볍게 뛰어들었고.

       

       “자, 가자! 아르야!”

       “우응!”

       

       아르도 여리한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마나를 모았다. 

       

       “저,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가 어디서 마법사 흉내를! 플레임 스피어!”

       

       그 모습에 격분한 마법사가 우리를 향해 플레임 스피어를 쏘았고.

       

       “그럼 아르는 플레임 캐논!”

       “…?!”

       

       콰아아아아아!!

       

       아르의 손 앞에서 뻗어 나간 플레임 캐논은 플레임 스피어를 뚫고 눈앞에 있는 모든 걸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렸다. 

       

       ***

       

       정보 길드에 도착한 제이슨은 곧바로 길드 마스터를 찾았다. 

       

       “마스터!”

       “제이슨? 갑자기 무슨 일이지?”

       “큰일이 났습니다.”

       “무슨 큰일?”

       “토리온 패거리와 곧 전면전을 벌이게 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약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길드 마스터가 별안간 소리를 지르며 담배를 집어 던졌다. 

       

       “어떻게 된 일이야! 자세히 설명해!”

       

       제이슨은 방금 자신이 본 것들을 최대한 가감없이 전달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부유하고 단란해 보이는 부부와 딸이 우리 정보 길드를 찾아오겠다고 했다가, 토리온 부두목 패거리를 만나서 그들을 처리하고 토리온이 있는 곳으로 돌격했다고?”

       “예.”

       “그걸 지금 믿으란 소리야!”

       “…저도 믿기지 않는 소리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사실인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길드 마스터가 침음을 흘렸다. 

       

       제이슨의 말은 부두목이 죽었다는 현장에 한번 가 보면 바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말.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아…. 차라리 제가 오지랖을 부리지 말 걸 그랬습니다. 괜히 제가 놈들에 대해 알려줘 가지고….”

       

       토리온 패거리는 그 가족을 잔인하게 죽인 후, 이번 사건을 빌미로 삼아 정보 길드를 더욱 압박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보 길드도 더 이상 물러날 수는 없는 상태.

       

       놈들이 나선다면 아무래도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후우…. 그자들이 뭐라고 하던가? 갑자기 그렇게까지 무모한 짓을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토리온을 처리하고 와서 저희에게 정보를 얻겠답니다.”

       “…….”

       

       마스터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만에 하나 진짜로 토리온만 처리해 준다면 돈 같은 건 안 받고도 원하는 대로 정보를 주겠지만….”

       

       그리고 그때.

       

       콰아아아아.

       

       “응? 방금 무슨 소리지?”

       “저도 들었습니다.”

       

       아주 작지만, 마치 땅을 울리는 듯한 폭발음의 진동이 전해져 왔다. 

       

       둘은 망원경을 챙겨 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콰아아아아—

       

       “저, 저게 무슨….”

       

       토리온의 본거지가 있는 쪽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저기 뭔가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설마….”

       

       그들은 지붕을 타고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레온과 실비아, 그 등에 업혀 있는 아르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 도착한 실비아가 아르를 내려 준 뒤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마스터님. 돈 안 받는다고 하신 거, 진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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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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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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