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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여왕님.”

       “뭐.”

       “엘란으로 직접 행차하신다고….”

       “어. 이번 세계수 뿌리 관련해서 작업해야 한다며. 나도 직접 보려고.”

       “정말 그것뿐이시죠…?”

       “….”

       “여왕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신하의 뺨에 식은땀이 흘렀다.

         

       “저… 굳이 여왕님께서 가실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가 가겠습니다. 여왕님은 아르델을 이끌어주셔야─”

       “어. 그래. 내가 간다. 수고하고.”

       “여왕님!!!!!!!!!!”

         

       속보. 세렌디아. 엘란을 향해 움직이다.

       이 소식은 엘란에도 금방 전해졌다.

         

         

       ***

         

         

         

       나무 기둥을 발로 박차며 세렌디아가 방향을 잡았다.

       방향은 서쪽. 대륙의 반대편. 엘란을 향해 움직이는 중이었다.

       주변의 풍경이 휙휙 바뀌고 바람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로 빠른 속도다.

       호선을 그리는 그녀의 입술이 기분을 말해주었다.

         

       “하. 생각보다 금방이네.”

         

       당당하게 엘란에 들어가는 일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빠를 줄이야.

       엘란에 들어가는 건 뿌리 관리를 위해서나, 소소한 교류를 위해서 종종 있는 일이었으나.

       이번의 일은 다른 때와는 확실하게 달랐다.

       엘란에게 아르델의 도움이 필요한 거니까.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세계수의 뿌리를 관리하는 걸로 다크엘프를 따라올 수 있을까?

       엘프들이 직접 작업을 하기엔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을 텐데.

         

       엘프는 세계수의 기둥과 가지 이파리를.

       다크엘프는 세계수의 뿌리를.

       아주 먼 옛날부터 서로 하던 일이 달랐으니.

       엘프들이 세계수의 뿌리에 대해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세렌디아도 세계수의 기둥이나 가지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부분이었다.

       뿌리를 다크엘프만 다룰 수 있다.

       엘란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다크엘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

         

       세렌디아의 입 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크 엘프는 쓸모없다니.

       엘란에 도움이 안 된다니.

       그런 말을 했던 원로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니, 벌써부터 몸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번의 일로 모종의 계약을 맺으면.

       다시 엘란에 다크엘프의 세력이 생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세렌디아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 아르델의. 다크엘프의 입지는 앞으로 계속 커지겠지.”

         

       대륙을 대상으로 아르델에서 움직인다.

       그렇게 아르델의 덩치가 커지다보면 가만히 내버려두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언젠간 엘란에선 분명히 움직임이 생긴다.

       아르델에게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면 최고지만.

       유리하지 않은 여론이라면 가만히 주시하면 그만이다.

         

       “가장 좋은 건 엘란의 내부분열이고.”

         

       완고한 엘프 주의자들의 결속이 사라지는 순간에….

       다크 엘프의 힘과 영향력으로 엘란에 자리를 만든다.

       완벽한 계획을 꿈꾸면서.

       세렌디아는 계획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갔다.

         

       “후우.”

         

       작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풀로 빽빽한 땅을 사뿐히 밟았다.

       얼마 만에 밟는 엘란의 땅인가.

       아니, 엘란에 멋대로 들어온 적은 있어도 당당하게 이 땅을 밟은 건 오랜만이었다.

         

       “몰래 들어가는 거야….”

         

       별 일도 아니지..

       강력한 마법으로 방비가 되어있어도 틈이 없는 건 아니었다.

       들어갈 방법은 수백 가지는 족히 넘었으니까.

         

       엘란에 몰래 침입하던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나무와 돌이 얽혀있는 성벽을 향해 당당하게 걸었다.

       여유롭게 걷는 그녀를 엘프 병사가 알아차렸다.

         

       “다크엘프…?”

       “잠깐… 아르델 왕가의 인장이야.”

         

       그들이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연락을 취했지만. 세렌디아의 행동이 더 빨랐다.

         

       “야. 나 들어간다?”

       “여, 여왕님. 절차를 밟으셔야….”

       “절? 차?”

       “그… 아니 아닙니다.”

       “그래. 그래야지.”

         

       막아선다고 그녀를 막을 수 있을까.

       살기를 감지한 경비병이 조용히 문을 열어주었다.

       세렌디아의 통행을 허가한다는 연락을 받은 건. 그녀가 이미 왕성으로 향한 뒤였다.

         

       그리고 잠시 후.

       왕성 입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야. 들어가도 되지?”

       “여왕님… 잠시 연락을….”

       “흠… 그래.”

         

       고개를 끄덕인 세렌디아가 슬그머니 웃음을 보였다.

       정식으로 입장 절차를 밟는 것도 나쁘진 않네.

       그렇게 기다리던 세렌디아는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방에는 단 한 사람만이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세렌디아 여왕님.”

       “오랜만이야. 에리스 여왕님.”

         

       언제 봤는지도 기억이 애매한 여인이었다.

       엘란의 여왕. 에리스.

       가장 먼저 구워삶아야 할 사람이며 가장 위험한 사람.

         

       ‘정치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었지.’

         

       그만큼 처신이 훌륭하지만 세렌디아가 높게 평가하는 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마법도 빠른 기간에 높은 경지에 올랐으니, 재능 또한 출중하다.

         

       에리스.

       그녀는 여왕의 자리에 걸맞은 여인이었다.

         

       ‘원로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원로들을 휘어잡고 있어서인가?

       그들을 쫓아냈다는 건… 엘란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건가.

       세렌디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에리스. 확실히 쉽게 볼만한 사람이 아니다.

       흠 잡을 곳 없이 완전무결한 여왕을 뽑으라면 이 여자가 아닐까.

       세렌디아는 가볍게 접객용 소파에 앉으면서 다리를 꼬았다.

         

       ‘역시 쉽지 않겠네.’

         

       동요한 티는커녕 에리스에게 미묘하게 분노가 느껴졌다.

         

       …역시 다크엘프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 저번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을 보아하면.

       다크엘프는 싫지 않아도 이번의 일로 다크엘프가 엘란에 들어오는 건 싫은 걸지도 모른다.

         

       ‘자세한 건….’

         

       일단 얘기를 나눠봐야 아는 거겠네.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세렌디아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아?”

       “어떻게 모를까요.”

         

       에리스의 단호한 대답에 세렌디아가 살짝 입 꼬리를 올렸다.

       역시 알겠지. 안다면 얘기가 쉬워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다크엘프들은 엘란에 자리를 얻길 원해.”

       “한 자리라면 어떤 걸 의미하죠? 지역? 아니면 권력?”

       “그냥 자그마한 약속 정도면 충분해.”

       “자그마한 약속 수준은 아니군요.”

       “물론 공짜로 얻어먹을 생각은 아닌데.”

       “어떤 조건이죠?”

       “세계수 뿌리를 관리하고….”

         

       세렌디아가 작게 덧붙였다.

         

       “원할 땐 칼이 되어주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정치적으로 이것만한 게 없잖아?”

       “….”

         

       말만 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세렌디아의 강력한 교섭 무기였다.

         

       “조건을 받아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괜히 미워하는 것도 관둬줬으면 하고.”

       “어떤….”

       “다크엘프니까 괜히 미워하는 거.”

         

       세렌디아는 에리스의 감정을 확실하게 읽어냈다.

       암살자의 날카로운 감각이 말해주었다.

       에리스는 세렌디아를 미워하고 있다. 최소 몇 년간 쌓인 감정에 가까웠다.

       하지만 에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그럼?”

       “갤러리….”

       “갤러리?”

         

       갑자기 갤러리 얘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세렌디아가 의문을 표하기가 무섭게 에리스의 마나가 일렁였다.

         

       “갤러리에서….”

       “어?”

       “내가 먼저 파딱이 됐는데. 내가 먼저 주딱하고 친해졌는데. 주딱하고 커넥션을 가지려고 했는데. 거기서 세렌디아 당신이 그걸….”

       “어어… 야 잠깐….”

         

       어어 얘. 왜 흑화하냐.

       에리스의 눈이 죽었다.

         

         

       ***

         

         

       에리스는 심기가 불편했다.

         

       ‘망할 틀딱들! 진짜 지팡이를 압수해야 해요!’

         

       원로들?

       세렌디아가 직접 왕성에 찾아왔다는 이야기에 다들 도망쳐버렸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자기 몸 간수하는 게 중요한가.

       에리스가 이를 뿌득 갈았다.

         

       ‘세렌디아가 갑자기 날뛰어서 누굴 죽이기라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소문이 있긴 하지만.

       원로로서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빠지겠다는 원로들을 떠올리고서, 에리스는 분노가 살짝 흘러나왔다.

         

       ‘하아….’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지금의 일에 집중할 시간이다.

       에리스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만났을 때와 같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태닝한 것처럼 어두운 피부.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

       얼굴에 남아있는 칼자국과 흉흉한 살기.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드러나는 의기양양함까지.

       암살의 여제. 세렌디아.

         

       그녀를 바라보며, 에리스는 얼굴 근육이 살짝 떨렸다.

         

       ‘세렌디아…!’

         

       주딱을 뺏어간 여자 아닌가.

       갤러리에서 기회를 엿보던 에리스를 물 먹인 상대!

       그런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한다.

       에리스는 조용히 운을 떼려 했다.

       세계수 뿌리와 관련된 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세렌디아가 한 차례 빨랐다.

         

       “조건을 받아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괜히 미워하는 것도 관둬줬으면 하고.”

       “어떤….”

       “다크엘프니까 괜히 미워하는 거.”

         

       다크엘프니까 미워하는 거 아닌데.

       미워할 이유가 있어서 미워하는 건데.

       그 순간 에리스의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주딱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엘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보상받을 기회였는데.

       이번의 일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는데.

       수년간 노렸던 기회인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기회를 앗아간 사람이 세렌디아 아닌가.

       갤러리에서 차근차근 쌓아올렸던 노력들을 생각하니, 에리스의 마나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내가 먼저 파딱이 됐는데. 내가 먼저 주딱하고 친해졌는데. 주딱하고 커넥션을 가지려고 했는데. 거기서 세렌디아 당신이 그걸….”

       “…!”

         

       마나지만 감정에 침식되어서 무겁고 찐득하다.

       진한독기와 같은 마나에 세렌디아가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에리스가 흑화하는 이유를 눈치챘다.

         

       ‘갤러리….’

         

       파딱에다가 주딱과 먼저 친해지고 커넥션을 가지려고 노력한 사람?

       그것과 어울리는 파딱이 한 명 있지 않은가.

       식물을 좋아하고 엘프인 파딱이.

         

       ‘나이는…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데….’

         

       그걸 제외하면 틀린 내용은 없었다.

       에리스는 세계수를 관리하는 드루이드들과 바교하더라도 꿀리지 않는 실력자였으니까.

       식물을 좋아하는 갤러리의 어떤 파딱과 모든 정보가 일치했다.

       그녀가 갤러리의 식물드루이드라는 사실을 확신한 세렌디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시발. 좆됐네….’

         

       엘란의 여왕. 에리스.

       그녀와 얘기를 나눠 서로에게 괜찮은 조건을 제시할 생각이었으나, 일에 차질이 생겼다.

         

       ‘에리스의 입장에서는… 내가 성가신 방해꾼이잖아.’

         

       주딱과 친분을 맺어 더욱 견고한 정치 기반을 만들 수 있었으나 그걸 방해한 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무슨 제대로 된 얘기를 나눈단 말인가.

       갤러리의 일로 이미 분노해버렸는데.

         

       ‘하아… 존나 꼬였네.’

         

       어떻게 이렇게까지 일이 꼬이지.

       세렌디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입맛을 다셨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아쉬운 사람은 에리스가 아니라, 세렌디아였으니까.

         

       결국 세렌디아는 결정을 내렸다.

       이 상처 입은 여인을 위로해주기로.

       그녀는 자신의 수납용 마법 주머니에서 병을 하나 꺼냈다.

         

       “일단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할까?”

       “….”

         

       비상시를 대비한 아주 독한 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긱사탈출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리카루_379님의 5코인 후원도 감사합니다…!!!!!!!
    (비공개) 비밀 독자님, 바다토끼님의 1코인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후원해주신 금액은 특정 브랜드의 치킨으로 연금술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늦는다고 공지를 올렸지만 거기에서도 더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재밌는 글이 생각보다…안나오네요…
    독자님들에겐 항상 죄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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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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