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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주르륵!

       

        녹아내린 용금이 결계를 따라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인간들과 백익룡의 힘으로 억누를 수 있었으나, 초월자로서의 진정한 힘을 꺼내든 멸천룡의 힘까지 버텨 낼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멸천룡의 용금이 결계를 덮어 보강하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자신을 무시한 채 결계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그라다의 주인인 우르스 올베인은 결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

       

        눈앞의 상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공포.

        그것은 마치 어찌할 수 없는 천적을 눈앞에 둔 생물이 느끼는 강렬한 생존본능의 경고.

        하늘에 속한 존재로서 느끼는, 하늘을 멸하는 존재의 위험성에 우르스 올베인이 몸을 떨었다.

       

        = 젠장. 어떻게 이만한 힘을 숨기고 있었단 말이냐!

       

        = …….

       

        믿을 수 없다느니,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느니 같은 현실 도피는 하지 않는다.

        현실을 오롯이 인지하지 않는다면 오래 생존할 수 없었고, 우르스 올베인은 오랫동안 생존하며 초월의 격을 이루어 낸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르스 올베인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존재는, 그와 극악의 상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하늘을 멸하는 존재. 이름 그대로구나!’

       

        초월자의 싸움은 ‘상성’과 ‘격’의 싸움이다.

        각자 이루어 낸 초월의 ‘상성’에 따라 싸움의 유불리가 결정되고, ‘격’이 차이 난다면 상성에서 이기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질 수밖에 없다.

        물론 상성도, 격도 차이가 없다면 필멸자들처럼 실력과 운에 달렸지만…… 그 정도는 초월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우르스 올베인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일단 상성에서 자신이 너무 불리한 데다, 서로의 격의 차이도 거의 없다.

        그나마 ‘별’의 초월을 이루어 낸 자기 격이 좀 더 높긴 하지만…….

       

        ‘이 정도의 상성 앞에서는 우스운 수준이겠지.’

       

        이 싸움……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확실하게 죽는다.

        그제야 오만함을 버린 우르스 올베인이 자신의 진정한 초월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이미 플라즈마 상태에 들어간 공간이 다시 한번 끓어오르기 시작하고, 이내 대기에 불이 붙으며 결계 안쪽을 어마어마한 온도로 달구기 시작한다.

       

        이미 결계 안쪽은 태양의 온도에 근접한 상황.

        일반적인 생물은 당연하고, 초월을 이룬 존재도 머물기 쉽지 않은 극한의 환경이 되었다.

        하지만 자색의 불꽃에 뒤덮인 멸천룡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

       

        화르르륵!!

       

        치이이익!

       

        멸천룡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자색의 불꽃.

        그것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거부하고, 잠식하고, 변질시키며 외부의 모든 것으로부터 멸천룡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색의 불꽃이 주변으로 점점 퍼져나가며, 공간 그 자체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 큿!

       

        단순한 수단으로는 저 자색의 불꽃을 꿰뚫을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우르스 올베인이 별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사용했던 ‘별의 힘’은 ‘빛’과 ‘열’.

        그렇기에 이번에 사용할 힘은 다른 것이다.

       

        쿠구구구구구!!

       

        = 이건 어떠냐!

       

        그것은 바로 ‘중력’.

        거대한 질량을 가진 항성의 중력이 주변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인력과 척력은 아무리 초월자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떨쳐 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왜냐하면 초월자 역시 ‘존재’와 ‘질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고, 그것은 아무리 영혼과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 중력파의 영향 안에서는 멸천룡이라고 하더라도 영향이 있어야 하는데…….

       

        파즈즈즈!!

       

        = ?!

       

        그의 중력이 멸천룡의 자색 불꽃의 영향에 들어가자마자 변질되기 시작한다.

        강력한 중력파로 물체의 인력과 척력을 헝클어뜨려 물체를 소립자 단위로 분해시킬 수 있는 힘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하기 시작한다.

        그가 아무리 강한 중력의 힘을 뿜어내도 마찬가지.

        멸천룡의 자색 불꽃이 잠식한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힘은 본래의 형태를 잃고 변질되어 버린다.

        나름 비장의 수단이라고 생각한 공격마저 통하지 않는 사태에, 우르스 올베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도대체 저게 뭐지?’

       

        단순한 속성력은 아니다.

        중력의 힘은 별의 근원에 닿은 힘이자, 일반적인 속성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위의 힘.

        그런데 그런 힘조차 변질시키는 힘이 단순한 속성력일리는 없다.

       

        = 궁금한 모양이구나.

       

        = ?!

       

        허공에 고정되듯 떠 있던 멸천룡이 말했다.

        하늘에 뜬 채 고고히 우르스 올베인을 내려다보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가 우르스 올베인의 모습을 담은 채 번뜩였다.

       

        펄럭!

       

        멸천룡의 3쌍의 날개 중 겉날개에 해당하는 가장 바깥쪽의 날개가 휘둘러졌다.

        그러자 자색으로 물든 바람이 매섭게 타오르며 우르스 올베인을 향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 큭!

       

        막아서는 안 된다는, 미래 예지에 가까운 본능으로 그것을 피해낸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공간을 잡아먹으며 자색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다.

       

        우르스 올베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항성의 힘’이 빨아들이고 불태워 버리기 위해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자색의 불꽃은 오히려 우르스 올베인의 ‘항성의 힘’을 잡아먹으며 그 몸집을 불릴 뿐이다.

        그것은 마치 깨끗한 물에 검은 잉크를 쏟아붓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주변에 닿는 모든 것들을 ‘자색’으로 물들이는 잉크.

       

        = ……독인가?!

       

        = 호오. 눈썰미가 제법이구나.

       

        멸천룡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그녀의 의지에 따라 그녀의 몸 주위를 휘도는 자색의 불꽃이 게걸스럽게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 이것이 바로 나의 초월이자, 나의 힘. ‘멸천의 독’이다.

       

        = ?!

       

        하늘의 속성을 가진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거부하고, 잠식하며, 변질시키는 최악의 극독.

        그것이 바로 그녀가 가진 초월의 정체이자, 힘의 근원.

        본래 독룡(毒龍)이었던 그녀의 가장 강력한 무기.

       

        너무나도 강력한 독이기에, 일반적인 봉인구로는 막지 못해 남편이었던 철룡의 육체를 사용해야만 했을 정도의 독.

        그런데도 다 막지 못했기에 용금으로 변질되어 버렸을 정도다.

        그 극악의 독이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하고, 변질시키기 시작했다.

       

        = 크으으윽!!

       

        화르르륵!

       

        황급히 힘을 끌어올리며 멸천룡의 독에 저항해 보지만, 그의 힘은 오히려 독의 전파를 돕는 촉매가 될 뿐이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야 지금 주변을 뒤덮고 있는 것은 완전히 녹아내린 용금이었고, 그 용금의 위로는 멸천의 독이 펼쳐진 채 결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새장 속에 갇힌 새 꼴인 셈이다.

       

        = 하늘에 속한 자는, 결코 날 이길 수 없다.

       

        = 큭, 크아아아아아!!

       

        최후의 발악을 하듯 초월자로서의 힘과 격을 모두 꺼내 드는 우르스 올베인이었지만, 이내 그의 전신이 멸천의 독에 잠식되기 시작한다.

        찬란히 타오르던 태양빛의 그의 몸이 자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그의 몸이 독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그가 가지고 있던 항성의 힘이 변질한다.

       

        = 크아아아아악!!

       

        = …….

       

        추하게 발버둥 치는 아그라다의 주인을 내려다보며, 멸천룡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독룡. 독을 가진 존재.

        사냥감이 독에 중독되어 가장 약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그녀의 사냥법.

       

        마침내 전신이 자색으로 물들어 버린 우르스 올베인의 움직임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플라즈마화 되고, 멸천의 독에 의해 변질되어 버린 결계 속 환경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기 시작할 때였다.

       

        파아아아앗!!

       

        = 흠?

       

        쓰러져 있던 우르스 올베인의 몸에서 자색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쿵!

       

        화르륵!

       

        항성의 힘을 가지고 있었을 때보다도 더욱 거칠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길.

        이내 결계 속 공간이 다시 한번 거칠게 휘몰아치기 시작하고, 거대한 열기와 빛, 그리고 중력이 공간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 하하핫! 흐하하하하핫!!

       

        = …….

       

        파아아앗!!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힘을 다루며, 자색으로 물든 우르스 올베인이 폭소했다.

       

        = 나는 하나의 별을 삼킨 존재다. 내가 이까짓 독 따위를 삼키지 못했을 거로 생각했나?

       

        = …….

       

        = 이것으로 너의 독은 더 이상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또한, 나의 힘은 한층 더 강해졌도다.

       

        콰드득!

       

        한층 더 강해진 중력의 힘이 결계 속 공간을 통째로 우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날개를 활짝 펼친 우르스 올베인의 힘이 멸천룡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쿵!

       

        = ?!

       

        지금까지 한 치도 움직이지 않던 멸천룡의 몸이 중력의 아래에서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던 멸천의 독이 저항했으나, 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제는 멸천의 독마저 자기 것으로 삼은 우르스 올베인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사그라진다.

        그 상태에서 중력의 힘을 마치 염동력처럼 다룬 우르스 올베인에 의해 멸천룡의 몸이 사정없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쾅! 콰광!

       

        쿠과과과광!!

       

        결계의 벽에 사정 없이 부딪히는 멸천룡의 몸.

        그것으로도 모자라 우르스 올베인의 날카로운 발톱이 멸천룡의 몸을 헤집었다.

       

        콰직!

       

        콰아앙!

       

        마치 맹금류가 사냥감을 잡아채듯, 우르스 올베인의 발톱이 멸천룡의 몸을 짓눌렀다.

        우르스 올베인의 부리가 열리며 초고열의 태양광선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 사라져라. ‘하늘의 멸망(滅天)’이여.

       

        그리고 자색의 태양빛이 멸천룡의 모습을 지워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마 내일이면 이번 싸움도 끝날 것 같네요. 아니면 좀 더 갈 수도 있고요.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습니다.

    아프면 슬퍼요. 흙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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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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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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