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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꺼져.”

       

       암주가 회한에 젖어들기도 전에, 올리비아가 그런 말을 건네왔다.

       

       “방해되니까.”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대악마들에게 살해당할 것이다. 단서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벨페고르에게 죽어 강령이라도 당했다간 마신의 세력을 키워주는 꼴이 되버린다.

       당황한 벨페고르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니. 어떻게 이런…….]

         

       그의 몸을 이루고 있던 어둠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벨페고르는 떨리는 눈으로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 마법사와 눈을 마주하니 떨림을 다스릴 수 없었다.

         

       영혼에 새겨진 공포.

         

       수백, 어쩌면 수천 번 이상 올리비아에게 살해당했던 과거의 기억이, 어느샌가 그의 육체에 각인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벨페고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군. 어찌 인간이 이런 기운을.]

         

       아가레스 또한 싸움을 멈추고 올리비아를 주시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영혼을 구성하는 마기 자체를 떨리게 만들 정도인줄은 몰랐다. 아스모데우스, 심지어 마왕조차도 아가레스의 영혼을 떨게 하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벨페고르였다.

         

       [드래곤이로구나! 하긴, 인간이 그리 강할 리 없지. 당장 본모습을 드러내라!]

         

       거대한 뱀의 머리가 올리비아의 코 앞까지 내려왔다. 독기를 머금은 숨결이 지반에 닿을 때마다 비릿한 냄새를 풍겼다.

         

       코앞에서 아른거리는 거대한 붉은 눈동자.

       누구라도 겁에 질릴만한 광경이었지만, 적어도 올리비아는 아니었다.

         

       단서 때와는 레벨부터 다르다.

       벨페고르가 무슨 짓을 해도, 올리비아를 이길 수는 없다. 아가레스가 추가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악마들에게는 힘 조절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폭풍이 일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시야 속에, 벨페고르가 다급히 꼬리를 지반에 깊숙이 박아 넣어 쓸려가는 것을 막았다.

         

       “너는 내가 드래곤으로 보이냐?”

         

       다음 순간, 올리비아는 벨페고르의 코앞에 있었다.

         

       “나한테는 그게 없잖아.”

         

       오만한 드래곤 특유의 존재감. 드래곤 피어.

       아무리 정교한 폴리모프로도, 드래곤의 존재감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벨페고르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그럴 리가…….]

         

       비록 대악마 중 최약체라지만, 금탑주가 없는 현 제국 정도는 얼마든지 멸망시킬 수 있는 강자였다. 심지어 마계와 반쯤 연결된 대륙 남부에서 소환된 탓에 본신의 힘을 대부분 발휘할 수 있는 상태.

         

       그런 그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고개 숙여. 아까부터 고개 들고 있어서 목 아프니까.”

         

       벨페고르의 붉은 눈이 빠르게 깜빡였다. 잠시 버퍼링이 걸린 듯, 한참을 깜빡이던 벨페고르가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일갈했다.

         

       [당장 그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숙이라고.”

         

       콰아아아아앙!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솟아난 마나가 끊임없이 뻗어 나가며 벨페고르를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뭐, 뭣.]

         

       벨페고르는 바닥에 늘러붙은 채로 어떻게든 고개를 들어보려 애썼다.

       하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어찌 인간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고오오오오!

         

       코 앞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격에 눈동자를 뒤룩 굴리자, 콧잔등을 밟고 서있는 올리비아가 보였다. 그녀는 보란 듯이 벨페고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좀 낫네.”

         

       올리비아가 제압한 것은 벨페고르 뿐만이 아니었다. 벨페고르가 강령한 무수한 악령들 또한, 번갯불의 향연 속에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는 광경 속에서, 아가레스는 솜털을 오싹하게 만드는 올리비아의 기운에 감탄했다.

         

       어찌나 밝은 빛인지, 벨페고르의 어둠조차도 힘을 잃고 빌빌거릴 정도였다.

         

       아가레스는 의식하듯 숨을 들이켰다. 방금 전부터 숨을 쉬는 것이 버거워진 탓이다. 주변의 공기가 올리비아의 마력으로 물들고 있었다.

         

       대악마를 단번에 제압할 정도의 강자. 뱃가죽을 땅바닥에 처박고 있는 벨페고르가, 도와달라는 듯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련한 놈.

         

       아가레스는 천천히 생각했다. 그는 세상을 멸할 힘을 가진 교단의 교주답게 두뇌 회전이 빠른 축에 속했다.

         

       그는 한껏 부풀었던 육체를 다시 인간 형태로 되돌렸다. 어차피 저 정도 경지에 이른 마법사가 상대라면, 본 모습으로 현신하나마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 뻔했으니까.

         

       아가레스는 대신 다른 인간들에게 관심을 돌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는 저 인간들을 지킬 생각인 모양이었다.

         

       별로 사이는 좋아보이지 않던데. 불살주의인가? 그도 아니라면 복잡한 뒷사정?

         

       뭐가 되었든 악마인 그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약자는 철저히 벌레 취급받는 곳이 마계였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용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아가레스는 순식간에 암주에게 다가갔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늑골이 전부 부서진 그는 이제 제법 뛰어난 암살자에 불과했다.

         

       목을 움켜쥐려던 아가레스의 손에 카마가 틀어박힌다. 푸확! 잘린 손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아가레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쪽 손을 움직여 암주의 손목을 부러뜨린다.

       

       암주 또한 몸을 그대로 회전하여 벗어났지만, 이미 그의 체내는 마기로 진탕이 된지 오래였다.

         

       “…….”

         

       암주의 입에서 썩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둔해진다.

         

       우둑, 우두두둑.

         

       사지를 꿰뚫고 있는 항마의 화살들을 무시하며, 아가레스가 몸을 억지로 틀어 올리비아를 보았다. 이 상태에서 손목을 단번에 회복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덕분에, 암주의 멱을 틀어쥘 수 있었다.

         

       아가레스는 피를 철철 흘리며 말했다.

         

       [인간 마법사여. 나는 마계의 동 공작 아가레스다. 네 이름은 뭐지?]

       “올리비아.”

        [올리비아, 일단 네 강함에 경의를 표한다.]

         

       단순히 환심을 사기 위한 말이 아니다. 아가레스는 진심이었다.

         

       올리비아는 이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상황이 연출되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처하는 상황.

         

       [우리를 놓아다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너라면 당장이라도 나와 벨페고르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발악한다고 한들, 10분이 고작이겠지.]

       [아, 아가레스…….]

       [닥쳐라. 협상 중이지 않느냐, 무능한 뱀대가리놈아.]

         

       벨페고르는 입을 다물었다. 다시 아가레스가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내가 이 목을 움켜쥐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면 족하다. 저 궁수도, 전력을 다한다면 1분이면 사냥할 수 있겠지. 네가 원하는 것은 저들을 몸 성히 살려보내는 것이지 않나.]

       “지금 협박하는거냐?”

       [마계의 공작인 내가 누군가를 협박한다는 것 자체가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임을 알아줬으면 좋겠군.]

         

       하지만 여전히 올리비아의 눈은 무표정했다.

         

       ‘이걸로도 부족하다는 말이군.’

         

       아가레스는 눈치가 빠른 편에 속했다. 그 짧은 사이, 아가레스는 올리비아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눈치챘다.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는 장난감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악마가 현계에 강림하려면, 엄청난 양이 제물이 필요하다. 적게는 천 명분의 영혼이, 많게는 만 명 이상의 영혼이 필요하지.]

       “그래서?”

       [만약 이 암살자와 궁수, 그리고 나와 벨페고르까지 한 번에 죽는다면, 수만 명 분의 영혼이 제물로 바쳐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까……이 세계에 마왕이 강림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올리비아는 겉으로는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꼬리만큼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역시 아스모데우스를 닮았다.

       표정이라는 가면 뒤에 시커먼 속내를 숨기는 꼴이 말이다.

         

       올리비아가 짖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마왕 강림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풀어줘라?”

         

       아가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올리비아는 아가레스에게 멱살이 틀어잡힌 암주를 노려보았다. 암주는, 자신의 두 눈을 믿지 못하는 낯빛으로 멍하니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그래.

         

       바로 저 감정을 원했다.

         

       여기서 아가레스를 풀어준다는 선택을 한다면, 저 감정은 더욱 극대화 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단서 #7까지 얻고 싶지만…….’

       

       이런 상황에 공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혁명가의 단서를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악마들을 놓아주는 것에도 별 문제는 없었다.

       죽이려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놓아줌으로서 회귀자들의 혼란을 유도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올리비아가 최대한 비통한 행세를 하며 입술을 열었다.

         

       “……다음은 없다. 꺼져버려.”

       

       아가레스가 암주의 멱살을 풀었다. 그는 혀를 차며 온 몸에 고슴도치처럼 박힌 화살들을 뽑아냈다.

         

       스스스…….

         

       아가레스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져 갔다. 마계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몸이 절반쯤 사라졌을 때, 아가레스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신께서 너를 지켜보실 것이다.]

         

       파스스스…….

         

       그 말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땅바닥에 처박혀 있던 벨페고르 또한,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사위가 적막해졌다.

         

       그 속에서, 맑은 병 소리가 울려퍼졌다.

         

       암주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붉디 붉은 포션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나중에 마왕이 강림하면, 다 너희들 탓이야,”

       

       올리비아가 날카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반 걸음.

         

       올리비아는 그가 암살할 수 있는 간격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암주는 망설였다. 혼란스러웠다.

         

       과연 연기인가? 어디까지 연기이고, 어디까지 거짓이란 말인가.

         

       마왕은 뭔가. 마신은 또 뭐란 말인가.

         

       왜 전생에서는, 그런 괴물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는가.

         

       이 모든 것이 연기라면, 왜 올리비아는 자신들을 살려두는가.

         

       망설이고 망설이다, 마침내 결심하여 단도를 굳게 쥐었을 때.

         

       파스스…….

         

       그 자리에는, 오로지 눈꽃만이 남아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회귀자들은 마왕, 마신 강림하기 전에 전부 죽어서 그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매니폴드님 500골드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만의 후원!
    이 기쁨을 어찌 표현하면 좋을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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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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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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