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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그렇게 몇 번의 설득이 전부 거절당하고, 나는 사라에게 조금 시간을 주기로 했다.

        

       사라가 삶에 대해 저렇게 초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분명 삶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일 테니까.

        

       바라는 것을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모든 것을 바라는 것이 절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여기라는 말이지?”

        

       소희가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소희가 입고 있는 옷은 평소에 입고 있는 메이드 복이었다. 다만, 원래라면 위에 겹쳐 입었을 앞치마는 없었다.

        

       슬슬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4월.

        

       벌써 가로수로 심어진 벚나무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코트를 입을 정도로 날씨가 춥지는 않아서인지 나를 따라온 양혜인이나 소희 모두 코트를 입고 있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업무시간이기에 입고 있는 옷은 메이드 복이었다. 소희가 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앞치마가 없는 메이드 복은 메이드 복이라기보다는 직장인 복장같이 생겼다. 물론 흰 셔츠가 아니라 검은 셔츠였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보이기는 했지만…… 양혜인은 몰라도 소희의 표정은 굉장히 밝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야.”

        

       하늘이가 옆에서 그렇게 말했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중학생이 아니었나? 졸업식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온 게 2년쯤 전이었나?”

        

       ……2년 만에 온 거면 그럭저럭 자주 오는 거 아닌가?

        

       나는 마지막으로 온 게 거의 6년이나 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차라리 여자친구라도 있었다면 데이트라도 하러 왔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럴 여자친구가 없었다. 그렇다고 친구들끼리 몰려서 오기에는 너무 칙칙하고, 조카들을 데리고 오는 것은 피곤했다.

        

       딱히 놀이공원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좋아하는 편이지. 매년 찾아와서 열심히 노는 성격이 아니었을 뿐.

        

       하긴, 내 주변 사람 중 하루 시간을 내 놀이공원에 놀러 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긴 했다. 보통 시간을 내면 모여서 입에 술이나 털어 넣었으니까. 멀리까지 가는 것도 귀찮고, 휴가 끝나면 바로 회사로 돌아가 개같이 일이나 해야 하는데 굳이 피곤하게 멀리까지 올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여자들이라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와…….”

        

       수아는 차에서 내리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래, 놀이공원까지 왔는데 좀 신나는 기분이 들어야지.

        

       안 그래?

        

       ……나도 어릴 때 와 봤는데.

        

       ……인생 모든 일을 딱 한 번씩만 즐기는 것도 조금 아쉽지 않나?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사라를 보고, 나는 한숨이 나올 뻔한 것을 꾹 참았다.

        

       하긴, 얘로서는 여기도 최나경과 와봤던 곳이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그렇기는 한데, 여기가 그 ‘예사라가 상속받을’ 테마파크였다.

        

       정확히는 이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테마파크 내의 부지 일부도 전 회장이 직접 소유하고 있었기에 창언저축은행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참, 대한민국 어딜 가나 ‘내 거’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대단하다.

        

       이런 테마파크 아니더라도 광역시의 알짜배기 땅에는 아파트가 하나씩은 다 있을걸. 아마 내가 원한다면 한국 어디에서건 잘 수 있는 곳을 마련할 수 있을 거다. 예전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봤던 ‘배가 아프니 병원을 사자’같은 것도 어떻게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하아.”

        

       그리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딜 가나 그런 사실들이 끊임없이 떠올라서 어떤 일이든 순수하게 즐기는 것을 방해했다.

        

       유진 그룹의 집안을 감당하기에는 이 나라가 너무 작다고 했던가.

        

       밖으로 나올수록, 그 말이 실감하는 것이다.

        

       …….

        

       하긴, 뭐 놀러 와서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겠어.

        

       “그럼, 가 보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웃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은 양혜인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

        

       내가 굳이 놀이공원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다른 곳을 선택하려고 해도 어딜 먼저 선택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작정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 보다는, 이렇게 어느 한 곳을 정하고 가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문제는 놀이공원 외에 다른 곳은 이렇게 말초적이고 단순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 가봐야 지루하기만 할 뿐이다.

        

       운동하는 곳에 가기에는 내가 운동을 싫어한다. 아마 사라는 더 싫어할 거다. 남다운과 운동할 때마다 엄청나게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니까.

        

       아예 초고층 빌딩으로 가서 거기 딸린 수족관과 쇼핑센터를 가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라는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수족관이면 몰라도 쇼핑은 진짜 관심 없겠지. 돈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성격이니까. 옷장에 옷도 몇 종류 없고.

        

       먹는 걸 즐기지도 않는다. 지금이야 내가 열심히 먹어서 몸무게를 다소 늘려두었지만, 그전에는 정말 불쌍할 정도로 마른 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놀이공원을 택한 것이다.

        

       한 번 와보면 다시 가고 싶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곳. 세상과 묘하게 동떨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굳이 여기가 아니라 도시 한가운데 있는 놀이공원이라도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좋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완벽하다.

        

       어느 한 가지만 즐기는 것이 아닌, 온갖 것을 보고 먹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거기에 사라 인생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온 곳이니, ‘다음에도 이런 곳에 와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내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 죽을 것 같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문자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있었다.

        

       “괜찮아?”

        

       하늘이가 내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래, 나는 사라의 몸이 남들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게 선천적인지, 아니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로 자라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사라의 몸은 체력부터 건강 상태까지 별로 좋은 곳이 없었다.

        

       어쩌면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나서 그런 걸까?

        

       내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살을 찌워놨다지만, 지난 십수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약골 몸이 고작 3개월 만에 남들만큼 건강해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행히 롤러코스터 한 번 탔다고 토하는 일은 없었지만, 머리가 엄청나게 어지러웠다.

        

       …….

        

       보통 내가 한 행동에 불만이 있으면 입을 삐죽거리는 사라조차도 말이 없는 것을 보면, 놀이기구는 우리에게는 훌륭한 고문 기구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운동능력만 달리는 게 아니라 반고리관이나 달팽이관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고, 고객님, 괜찮으신가요!?”

        

       누군가가 경악하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그 뛰어오는 소리는 한 명도 아니었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보니, 이 놀이공원 직원의 유니폼을 입은 남녀 직원들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렇다. 내가 간과한 것은 사라의 몸 상태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 놀이공원의 실질적인 주인이 바로 사라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곳 직원들이 사라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물론 사라가 이곳을 자주 와서 관리했던 것은 아니고, 사라의 얼굴을 직접 보았던 것도 사라가 아주 어렸던 시절뿐이었겠지만…….

        

       세상에는 인터넷이라는 아주 훌륭한 시스템이 있었고, 마침 사라는 얼마 전에 그 인터넷 신문에 얼굴을 몇 번이고 올렸다.

        

       사라의 얼굴은 흔한 얼굴이 아니다. 단순히 예뻐서 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유의 분위기나 눈매, 인상이 그리 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신문에 나오고 그걸 직원들이 봤다면, 그리고 그 기사가 소문으로 퍼지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기사였다면, 회사 내의 직원들이 사라의 얼굴을 알게 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유니폼 직원 사이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제대로 정장을 갖춰 입은 나이 지긋한 사람도 있었다.

        

       ……저런 사람들이 직접 테마파크까지 와서 관리하나?

        

       설마, 내가 테마파크에 왔다는 것을 알고 허겁지겁 달려오기라도 한 걸까?

        

       “…….”

        

       나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옆에 서 있는 하늘이가 슬쩍 팔짱을 껴 지탱해줘서 간신히 비틀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뇨, 괜찮아요. 아까 먹은 게 좀…….”

        

       “혹시 어디서 드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희가 바로 조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무슨 군대냐고.

        

       나를 알아본 직원이 쩔쩔매는 것을 보고 ‘그냥 다른 고객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했더니, 아까부터 이러고 있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도 무시하고 나를 안으로 프리패스를 시켜주려고 하질 않나, 전담 직원을 붙여주려고 하지 않나.

        

       대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냥 두었더니, 나를 따라다니는 수행원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

        

       주변을 슬쩍 봤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슬쩍슬쩍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갑질하는 것처럼 보이려나?

        

       …….

        

       사라는 내 의식 안에 있긴 했지만, 이럴 때면 꼭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

        

       “…….”

        

       오기가 생겼다.

        

       오늘 내가 반드시 사라를 만족시켜 보이겠다는 오기.

        

       뭐, 잘 해봐.

        

       사라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어째서인지, 그런 목소리인데도 키득거리며 웃는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은 기분 탓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ᄂᄒ님,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그저 소설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한데, 이렇게 후원까지 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그만큼 힘이 빠지니까요. 언젠가 반드시 완성하고싶다고 생각한 글이라도 누군가 읽어준다는 보장이 없는데 끝까지 쓰는 것은 엄청나게 강인한 정신력이 아니라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기도 1년동안 꾸준히 써본 적이 없어서요.

    저의 그런 버릇을 독자 여러분 덕분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글을 쓰고, 노벨피아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저의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고, 이번 작품도 꾸준히 쓸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으시며 투자하신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따라랏쥐님, 후원 감사합니다!

    꾸준히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덕분에 이룰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작가라고 불려보고, 매일같이 글을 쓰며 그 글 쓰는 것으로 돈까지 벌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전작부터 저의 소설을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분명 이 소설은 제대로 완성도 되지 않았겠죠. 아니, 시작도 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저에게 글에 대한 자신감을 전해주시고, 저의 글을 기다려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제가 매일 얻고 있는 위안이 너무나 큽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얻은 기대감과 즐거움을, 여러분들도 똑같이 느끼실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저를 기다려주시는 만큼, 매일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이 제대로 완성될때까지, 독자 여러분이 저에게 쓰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너무현란한몸놀림님,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매일같이 인쇄되는 것처럼 쭉쭉 뽑혀나올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사실 그 정도로 쉽게 글이 써지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쓰다가 지치고, 막히는 경우가 많죠. 어떤 표현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쓰려고 했던 내용을 잊어서 정리해둔 글을 다시 읽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렇게 쓴 결과물을 읽고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보이면 엄청나게 뿌듯합니다.

    저의 글을 읽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너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실거라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고, 하루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선작을 해 주시고 추천을 해 주실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랭킹 100위 안에 제 소설이 들어가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또 엄청 기뻤습니다.

    부디 이 기쁨과 즐거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서도 조금이나마 함께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소설 끝나는 날까지 꾸준히 달리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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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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