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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일이 어떻게 꼬이면 프롤로그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

       

       화령님이 무소속으로 시작하셔서 낭인객잔에 들린 건 알겠어. 근데 낭인객잔에 들리면 거기서 주는 의뢰를 수행하는 걸로 끝이잖아.

       

       의뢰를 끝내면 낭인객잔의 일원이 되고 게임 속 여러 기능이 개방되는 걸로 마무리 될 텐데.

       

       지금 화령님이 하신 것처럼 낭인들을 모조리 박살 낼만한 일이 생길 수가 있나?

       

       하린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방송의 다시보기로 들어가 시간을 돌렸다.

       

       중간중간 객잔의 낭인들이 짐짝마냥 날아다니는 모습을 넘기고 나서야 하린은 화령이 막 낭인객잔 앞에 도착했을 때를 찾아냈다.

       

       “허름하게 생겼군.”

       

       – 시작지역에 뭘 바람.

       – 근데 날아갈 것처럼 생기긴 했잖아.

       – 여긴 왜 안 바뀌지? 나 여기 뭐 많이 바쳤는데.

       – 그러게. 유저들이 준 것만 해도 산더미일 텐데.

       – 여주인이 빼돌리고 있다는 게 정설임.

       

       화령이 객잔 안에 발을 들이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꽂혔다.

       

       땀내 나는 남정네로 가득한 객잔에 여성과 여자아이가 같이 발을 들였으니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낭인객잔에 있는 이들은 대개 예의를 모르는 무뢰배들인지라 누군가 화령에게 시비를 걸 법도 했거늘 객잔은 고요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평범하지 않았기에 다들 눈치를 보는 것이다.

       

       화령은 객잔 안의 사람들을 둘러 보다 한숨을 내쉬곤 안 쪽으로 걸어가 여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누구시죠?”

       

       여주인은 무심한 체를 하며 대답을 했지만 눈에 새겨진 경계를 감추진 않았다.

       

       “낭인객잔에 적을 두고 싶은 이다만.”

       “왜죠?”

       

       다소 험악하게 들릴 수 있는 어투에 화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왜 이리 날이 서있는 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린은 여주인이 왜 저런 태도를 취하는지 알고 있었다.

       

       낭인객잔은 대개 어느 문파에도 들어가지 못한 떨거지 무인들이 모이는 장소, 실력 있는 일류의 무인이 발을 들일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여주인은 화령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화령이 검선의 시험을 막 끝내고 객잔에 왔다면 잘 왔다며 환영을 해주었겠지.

       

       이럴 때는 적당히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체를 하면 의심을 하면서도 객잔에 들여 보내주지만 화령이 그에 관해 알 리가 없었다.

       

       “객잔에 들어가는 데 조건이 필요한가?”

       “그렇진 않습니다. 갈 곳 없는 무인을 받아주는 둥지가 바로 여기니까요.”

       “그럼.”

       “다만 어딜 가도 환영받을 무인인 당신이 왜 굳이 여길 택했는지 정도는 알고 싶군요.”

       

       여주인이 내뱉은 물음에 화령이 침음성을 냈다.

       

       그녀에게 이유 같은 없었으니까.

       

       단지 게임에서 하라고 시키기에, 그리고 이 프롤로그를 끝내야 지역 이동을 배울 수 있다기에 이 곳에 왔을 뿐이었다.

       

       곤란해 하던 화령은 채팅창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스포일러를 할 수 없다며 대동단결해선 이모티콘과 ㅋㅋ같은 글자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결코 자신을 도울 생각이 없는 듯한 채팅창의 모습에 화령이 한숨을 내쉴 무렵 바루가 앞으로 나섰다.

       

       “무얼 걱정하는지는 알겠네만 의심하지 않아도 되네! 민가는 분명 선인이니까!”

       

       대변인이라도 되는 냥 바루가 어깨를 피며 당당히 이야기를 했지만 여주인은 그걸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겉모습을 한 바루가 자신의 사람을 변호하고 있구나 생각했을 뿐.

       

       “이유가 없는데 이유를 대라니 곤란하군.”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려주시겠습니까?”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고 한다.”

       

       화령의 입에서 나온 단어를 들은 하린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맞다. 화령님 이름 저렇게 지었지.

       

       “민트초… 네?”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

       

       다소 장난스럽게 들리는 이름에 여주인이 당혹을 표하자 화령이 입술을 살짝 씹었다.

       

       화령 본인도 저 이름을 말하는 게 그리 유쾌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미묘한 대치가 이어지던 중 뒤편에서 술을 마시던 어느 낭인 중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이봐! 어디 명가에서 자라난 꼬맹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정도면 그냥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어찌보면 술주정에 불과한 말이었지만 거기에 모욕이 담겨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화령이 고갤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낭인은 잠시 주춤했지만 사과를 건네진 않았다. 대신 똑같이 화령을 노려볼 뿐이었다.

       

       점차 굳어가는 분위기에 여주인이 다급히 일어나서 화령의 앞을 가로 막았다.

       

       “저 사람이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그래 보이는 군.”

       “그러니까.”

       “허나 그렇다 하여 저 자가 한 말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

       

       화령은 슬며시 여주인의 어깨를 밀어내고 낭인에게로 다가갔다. 당황한 여주인이 객잔에 들여보내줄 테니 제발 멈춰달라 소리쳤지만 화령은 멈추지 않았다.

       

       “뭐냐. 덤빌 거냐? 덤벼봐! 씨이벌. 나도 일류를 이겨 본 적 있거든?”

       

       낭인은 자신의 앞에 선 화령을 보곤 어디 한 대 쳐보라는 듯 턱을 내밀었다. 화령은 상대가 준 기회를 기꺼이 받아 들였다.

       

       권이 낭인의 턱에 꽂혔다.

       

       뇌가 흔들린 건지 낭인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바닥에 널부러졌다.

       

       “야. 주먹 보였냐?”

       “아니. 평범한 일류 무인은 아닌 것 같은데.”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발리겠지. 근데. 어쩌겠냐.”

       

       그 모습을 보고 저들끼리 떠들던 낭인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킨다.

       

       객잔에 속한 낭인에 대한 공격은 낭인 객잔에 대한 공격.

       

       한 사람이 쓰러졌다면 다른 낭인들은 응당 그에 대한 복수를 해야 했다.

       

       설령 그게 낭인이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지라도.

       

       오래된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낭인들의 모습에 유저로 보이는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 위험한 사람이라고. 건드려 봐야 좋을 게 없다면서.

       

       그렇지만 낭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때론 질 걸 알면서도 달려들어야 하는 순간이 있는 법이란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화령은 하나 둘 자신의 무기를 꺼내드는 낭인들을 보면서 목을 주물렀다.

         

       “바루야. 적당한 곳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거라.”

       “알겠다!”

       

       같이 다닌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바로 화령의 말 뜻을 이해한 바루는 구석의 안전한 곳으로 향했다.

       

       “덤벼라. 잡것들아. 주제를 알려주마.”

       “다들 진정해봐요! 이렇게 될 일이 아니잖아!”

       

       여주인이 소리를 쳤으나 그를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됐다.

       

       이렇게 된 거였구나. 운이 안 좋았네.

       

       낭인객잔에 있던 낭인들이.

       

       결과를 볼 필요도 없었다.

       

       방금 전 하나의 재앙이나 다름없던 화산문주를 단신으로 쓰러트린 화령이다. 그런 그녀가 낭인객잔의 허접한 무인들을 상대로 고전할 리가 없었다.

       

       다시 화령의 방송으로 돌아온 하린은 더 심각해진 상황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자비가 없다며 감탄을 하는 바루.

       

       악당이 따로 없다며 웃는 시청자들.

       

       망했다고 중얼거리는 여주인과 난장판이 된 낭인객잔을 보곤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화령.

       

       아무리 보아도 쉬이 수습될 것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차피 화룡무인을 킬 생각이었으니까 들어가서 도와드릴까.

       

       스마트폰을 끄고 VR기기를 머리에 쓴 하린은 다시 화룡무인의 세계에 들어섰다.

       

       그녀가 눈을 뜬 순간 그녈 맞이해 준 장소는 이전에 다른 문파들과 싸움을 벌이던 장소였다.

       

       문파 간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던 건지 원래 운치가 있던 대나무 숲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이래서야 검선을 만나더라도 자기가 머무는 장소를 부쉈다면서 화를 내는 거 아냐?

       

       대화를 하기도 전에 베일 것 같은데.

       

       일단 빨리 화음으로 가자. 시시각각 상황이 악화되고 있던데 조금 있으면 화령님이 관군에 쫓길 지도 몰라.

       

       지역이동 기능을 만지던 하린은 근처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다급히 자세를 취했다.

       

       “아직 다른 문파 사람이 남아 있었네?”

       

       그 목소리는 하린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화룡무인을 하다 보니 게임의 랭커를 모두 다 알고 있는 하린이기에 모를 수 없는 목소리였다.

       

       “오. 냥냥님이시네요.”

       

       화룡무인 랭킹 50위권에 항상 들어가는 무인이자 화룡무인 유저 중에서 몇 안 되는 여자 캐릭터 랭커.

       

       “안녕하세요. 나설님.”

       

       나설.

       

       화룡무인에 인생을 갈아 넣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 플레이 타임 순위에서 이름을 찾을 때 언제나 위에서부터 세는 편이 빠른 이.

       

       누군가 무협 세상으로 환생을 시켜 준다 그러면 당장에라도 고개를 끄덕일 게 분명하단 소리를 듣는 유저.

       

       그리고 화령은 만나기 이전의 하린으로써는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었던 상대.

       

       지금은 달랐다.

       

       화령에게 꾸준히 교육을 받으며 실력을 늘린 하린은 나설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럼에도 공격을 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 곳을 점거하고 있을 무림맹의 협공을 걱정해서였다.

       

       아무리 하린이 강해졌다고 하지만 인간적인 범주에서의 강함일 뿐. 화령처럼 초월적인 실력을 지닌 건 아니었다.

       

       그러니 화룡무인 1위 문파인 무림맹에 협공을 당한다면 속수무책으로 패할 수밖에 없었다.

       

       “얌전히 돌아갈테니까 그냥 보내주시겠어요?”

       

       화룡무인에서 데스패널티는 상당히 크다.

       

       여태 쌓아온 내공의 일부가 날아가는 거니까.

       

       죽음에 따라 사라지는 무공은 절대치가 아니라 일정 비율로 삭감되기 때문에 많은 내공을 지닌 사람일수록 병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했다.

       

       지금 하린과 나설이 붙으면 죽는 쪽은 분명 나설이었다.

       

       그 후 소란을 듣고 찾아온 무림맹 때문에 하린도 죽게 되겠지만 둘 다 손해를 보느니 얌전히 하린을 보내주는 편이 이득일 텐데.

       

       “제가 왜요?”

       

       나설에겐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안 그래도 전 당신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걸요.”

       “저희가 할 이야기가 있었던가요?”

       “물론이에요.”

       

       하린은 일단 대화에 어울려주면서 틈을 보자고 생각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데요?”

       “어떻게 해서 화령님의 눈에 띄었나요?”

       

       갑자기 여기서 화령님이 왜 나와?

       

       하린이 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멈칫하건 말건 나설은 제멋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잖아요. 당신은 화령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컨셉질로 유명하기만 할 뿐 실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나설의 말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린은 냥냥이란 이름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최상위권 유저는 아니었다.

       

       하지만 맞는 이야기가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근데 그게 왜요?”

       

       하린이 살짝 목소리를 높이자 나설이 입꼬리를 올렸다.

       

       “화령님은 무인 중의 무인이라 할만해요.

       그 분의 손 위에서 펼쳐지는 무공은 그 어떤 예술품보다도 아름답죠.

       내공을 운용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요. 꼭 숨을 쉬는 것처럼 내공을 움직이는 그 모습은 볼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해요.

       어지간한 실력의 무인은 눈에도 차지 않을 분께서 왜 당신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졌는지를 묻고 있는 거에요.

       대체 무슨 수작을 쓴 거죠?“

       

       가만 나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린은 문득 나설의 눈을 보곤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의 눈엔 광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 집착당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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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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