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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이상한 괴물을 쓰러뜨린 후 리안은 무리를 이끌고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간중간에 이상한 괴물이 등장하긴 했지만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 찾았다!’


예상대로 원작에 나왔던 샛길은 멀쩡히 존재했다. 원작에서 묘사했던 것보다 길이 더 넓어 60명이 넘는 인원들도 줄을 이뤄 이동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리안은 곧바로 간부들에게 숲을 벗어난 후 향해야 할 목적지를 표시한 지도를 건네주었다.


간부들도 리안에 비해 약하다 뿐이지 무력 자체가 부족한 편은 아니었기에 문제없이 다음 목적지까지 도착할 터였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그쪽에서 합류할게요.”
“예,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릴리님을 꼭 구해주세요!”


인성을 보고데려온 조직원들답게 다들 진지한 얼굴로 리안과 사라진 일행들을 걱정해주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도움이 될 거예요.”


무리에 포함되어 있던 뮤칸이 리안에게 성인 남자 주먹만 한 주머니를 내밀었다. 안에는 응급처치가 가능한 약재와 붕대 따위가 들어있었다. 리안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무리와 헤어졌다. 무리가 완전히 떠나고, 리안은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대로 쭉 가면 폐가 -… 아니 릴리가 말한 건물이 있을 거야.’


원래 걷던 커다란 길은 폐가 옆을 지나 숲을 빠져나가는 길이었고, 샛길은 폐가 뒤쪽에서 숲 바깥쪽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샛길을 거슬러 걸어가면 릴리가 비명을 내질렀던 건물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마 발견하지 못한 다른 무리도 거기에 있겠지…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리안이 제 소중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을 때, 마검의 신이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후후훗! 드디어 이 몸이 활약할 차례로군! 이제 그 꼬맹이도 없으니 마음껏 멋진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겠지? ]


신이 난 마검은 조금 화려한 검에서 차츰 위험한 검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검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고, 손잡이에 박힌 보석이 매혹적으로 반짝거리며 사람을 현혹했다.


일반 철검과 비슷한 색상을 띄던 검신이 어둠에 물드는 것처럼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300m 밖에서 봐도 마검이라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너무 눈에 띄지 않나?’
[ 이 정도도 부족하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래! 폭발처럼! ]


마검이 광인처럼 외치자 검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마구 요동쳤다. 음하하하! 하고 웃는 마검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걱정으로 얼룩진 마음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 네 맘대로 해.’


그 말을 툭 뱉은 후 앞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신경 써야 할 일행도 없었기에 속도를 내서 이동한 덕분인지 릴리가 말했던 건물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진짜 폐가가 아니네.’


리안이 건물을 살펴보고 있을 때, 마검은 잔뜩 신이 나선 검신에서 붉은 핏물을 주르륵 흘려보내고 있었다.


[ 크큭, 그 말을 기다렸다. ]


리안이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맘대로 해.’라는 말에 잔뜩 신이 난 마검이 리안의 발아래 핏빛 웅덩이를 만들었다.


철퍽철퍽.


리안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얕은 피 웅덩이가 질척한 소리를 냈다. 리안은 흘긋 발아래를 바라보았다가 ‘또 가르간도아가 가르간도아하네.’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무시했다.


마검이 무엇을 하던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던 탓이다.


‘건물을 빙 둘러 릴리가 사라졌다는 장소로 가려고 했는데… 차라리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나으려나?’


리안의 시선 끝엔 건장한 덩치를 가진 남자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오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한 번 물어보기나 해보자.’


리안은 곧바로 건물의 후문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형, 저기 누가 오는데?”
“오늘은 아무도 안 온다고 했었는데?”
“하지만 오고 있어. 저어기.”
“뭐야 저 비실비실한 놈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두 사람은 쌍둥이 형제였다. 태어날 때부터 근골을 타고난 두 사람은 칼 밥을 먹으며 악명을 키워온 용병이었다.


부푼 근육만큼 막대한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눌러버리는 싸움을 선호하는 두 사람의 입장에선 성큼성큼 걸어오는 리안은 허우대만 멀쩡한 멸치 같은 놈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온 게 아닐까?”
“꼴을 보면 그런 것 같긴 하네.”


습격이나 침입이 아니더라도, 여행자나 용병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샛길을 발견하곤 이곳까지 도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연구소의 위치는 기밀정보였기에 전부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렸다.


“형,형 내가 죽여도 돼?”
“안돼. 저번에는 네가 죽였잖아. 이번에는 내 몫이지.”


연구소 입구를 지키는 임무는 보수에 비해 굉장히 편한 임무지만, 편한 만큼 따분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피를 보며 살아가던 두 사람에겐 더더욱 그랬다.


도박으로 돈을 전부 잃어 빈털터리 신세만 아니었어도 그들은 이곳이 아닌 전장을 뛰어놀았을 것이다.


당장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에겐 멋모르고 길을 잘못 들어온 멍청이를 가지고 놀다 죽이는 게 유일하게 남은 유희였다.


“그럼 같이 가지고 놀자.”
“흥분해서 머리통이나 부수지 마.”
“알았어, 형.”


얼굴이 확인될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두 사람은 빠르게 합의를 보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리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철퍽철퍽.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예민한 그들의 코에 비릿한 혈 향이 맡아졌다. 엄습하는 불길한 느낌에 두 사람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형…”
“뭐야 저거..?”


두 사람의 시선이 검붉은 기운을 질질 흘리고 있는 마검을 향했다. 그들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넋을 놓았다.


“형, 나 저거 가지고 싶어.”
“…나도.”


무식하게 힘이 강한 만큼 정신 방벽이 낮았던 형제는 순식간에 마검에 홀려버렸다.


찰박.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커진 순간, 리안의 발아래 웅덩이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와인보다 검고 붉은 핏물이 리안의 발과 옷을 적시며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온몸을 집어삼킬 듯 핏물이 치솟았다.


쏴아아아 -…


하늘까지 치솟았던 핏물이 형제와 리안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어느새 리안의 옷이 마검의 취향에 딱 맞는 제복의 형태로 변해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진 핏물로 이루어진 비는 5초가 지나기 전에 멈췄다. 형제는 핏물로 온몸이 흥건하게 젖었지만 리안은 보송보송하기만 했다.


평소 같았으면 기이한 현상에 긴장했을 형제가 충혈된 눈으로 마검만을 바라보았다. 마검에게 완전히 홀려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탓이었다.


“내놔! 그건 내꺼야!”


인내심이 짧은 동생이 먼저 거칠게 호통치며 대검을 휘둘렀다.


텁.


“…!”


리안은 마검을 늘어뜨린 채 왼손을 들어 대검을 잡아버렸다. 어린아이의 주먹을 막아내는 것처럼 가볍기 짝이 없는 움직임에 동생은 찰나의 순간 이성이 돌아왔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챙캉!


리안이 손에 힘을 주자 대검이 그대로 쩌적하고 갈라지다 못해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 동생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틈으로 형이 단검을 휘둘렀다.


“죽어!”


리안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온 공격은.


끼기긱.


목 앞쪽을 막아선 마검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벌겋게 눈이 충혈된 형은 팔에 더욱 힘을 줬지만.


퍼억!


“컥!”


그보다 리안이 명치를 발로 차는 게 더 빨랐다.


“커흑,우웨엑!”


명치를 얻어맞은 형 쪽은 바닥에 주저앉아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정신을 차린 동생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가 명치와 턱을 얻어맞고 기절해버렸다.


리안은 바닥을 뒹구는 두 사람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 손으로 막고 그래! 식겁했잖아!’
[ 그것이 진정한 ‘멋’이기 때문이다. ]


이상한 감성에 취한 마검을 내버려 두고 헛구역질하며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자에게 말했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줄 수 있죠?”
“..힉!”


싱긋, 부드럽게 웃음 짓는 리안의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다웠지만,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도리어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마검의 기운까지 은은하게 풍겨오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아, 아는 거 전부 말, 말하겠습니다!”


마왕의 땅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기에 용병은 곧바로 설설 기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모두 토해냈다.


들을 만한 정보를 다 들은 후 리안은 놈의 머리를 내려쳐 깔끔하게 기절시켰다. 그리곤 마검을 삽으로 만들어 땅을 파낸 후 머리만 내놓고 묻어버렸다. 순순히 정보를 내놓았으니 목숨만 붙여놓은 것이다.


리안은 손을 탁탁 털어낸 후 두 놈이 지키고 있던 문으로 향했다. 마검은 목만 내놓은 채 축 늘어진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 ‘저대로 두면 분명 몬스터들이 산채로 뜯어먹을 텐데… 파트너 생각보다 잔혹한 성정을 가졌군.’ ]


마검은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 후훗, 역시 내 파트너다. ]
“응?”


리안은 마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별말 아니겠거니 하곤 연구소 안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음?”


살짝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딱 봐도 문처럼 생긴 게 열리지 않았다. 똑똑 노트도 해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


리안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문을 밀어보았다.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내 옆으로 밀어보았다.


“오?”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안은 더욱 힘을 줘 옆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이 정말 조금이지만 옆으로 밀렸다.


[ 돕겠다! ]


마검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리안의 몸을 감싸는 순간.


콰직, 쾅!


문이 거인에게 발로 차이기라도 한 것처럼 옆으로 처박혀버렸다. 열렸다기보단 부쉈다는 표현이 맞았다.


징표를 가진 사람만 들여보내도록 프로그램된 문이 치지직거리며 소리를 냈다.


{ 침입…침입자아아… }


시끄러운 경보음을 퍼뜨려야 할 문은 맥없이 꺼져버렸다. 리안은 찌그러진 문을 보며 말했다.


“역시 옆으로 여는 문이었네. 표시라도 해놓지.”


그리 말하곤 부서진 문을 지나 연구소 안쪽으로 들어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3

너희 연구소에 개그주민을 풀었어..(대충 망했다는 말)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이상한 괴물을 쓰러뜨린 후 리안은 무리를 이끌고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간중간에 이상한 괴물이 등장하긴 했지만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 찾았다!’

예상대로 원작에 나왔던 샛길은 멀쩡히 존재했다. 원작에서 묘사했던 것보다 길이 더 넓어 60명이 넘는 인원들도 줄을 이뤄 이동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리안은 곧바로 간부들에게 숲을 벗어난 후 향해야 할 목적지를 표시한 지도를 건네주었다.

간부들도 리안에 비해 약하다 뿐이지 무력 자체가 부족한 편은 아니었기에 문제없이 다음 목적지까지 도착할 터였다.

“저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그쪽에서 합류할게요.”

“예,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릴리님을 꼭 구해주세요!”

인성을 보고데려온 조직원들답게 다들 진지한 얼굴로 리안과 사라진 일행들을 걱정해주었다.

“이거 가져가세요. 도움이 될 거예요.”

무리에 포함되어 있던 뮤칸이 리안에게 성인 남자 주먹만 한 주머니를 내밀었다. 안에는 응급처치가 가능한 약재와 붕대 따위가 들어있었다. 리안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무리와 헤어졌다. 무리가 완전히 떠나고, 리안은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대로 쭉 가면 폐가 -… 아니 릴리가 말한 건물이 있을 거야.’

원래 걷던 커다란 길은 폐가 옆을 지나 숲을 빠져나가는 길이었고, 샛길은 폐가 뒤쪽에서 숲 바깥쪽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샛길을 거슬러 걸어가면 릴리가 비명을 내질렀던 건물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마 발견하지 못한 다른 무리도 거기에 있겠지…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리안이 제 소중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을 때, 마검의 신이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후후훗! 드디어 이 몸이 활약할 차례로군! 이제 그 꼬맹이도 없으니 마음껏 멋진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겠지? ]

신이 난 마검은 조금 화려한 검에서 차츰 위험한 검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검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하고, 손잡이에 박힌 보석이 매혹적으로 반짝거리며 사람을 현혹했다.

일반 철검과 비슷한 색상을 띄던 검신이 어둠에 물드는 것처럼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300m 밖에서 봐도 마검이라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너무 눈에 띄지 않나?’

[ 이 정도도 부족하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그래! 폭발처럼! ]

마검이 광인처럼 외치자 검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마구 요동쳤다. 음하하하! 하고 웃는 마검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걱정으로 얼룩진 마음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 네 맘대로 해.’

그 말을 툭 뱉은 후 앞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신경 써야 할 일행도 없었기에 속도를 내서 이동한 덕분인지 릴리가 말했던 건물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진짜 폐가가 아니네.’

리안이 건물을 살펴보고 있을 때, 마검은 잔뜩 신이 나선 검신에서 붉은 핏물을 주르륵 흘려보내고 있었다.

[ 크큭, 그 말을 기다렸다. ]

리안이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맘대로 해.’라는 말에 잔뜩 신이 난 마검이 리안의 발아래 핏빛 웅덩이를 만들었다.

철퍽철퍽.

리안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얕은 피 웅덩이가 질척한 소리를 냈다. 리안은 흘긋 발아래를 바라보았다가 ‘또 가르간도아가 가르간도아하네.’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무시했다.

마검이 무엇을 하던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던 탓이다.

‘건물을 빙 둘러 릴리가 사라졌다는 장소로 가려고 했는데… 차라리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나으려나?’

리안의 시선 끝엔 건장한 덩치를 가진 남자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오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한 번 물어보기나 해보자.’

리안은 곧바로 건물의 후문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형, 저기 누가 오는데?”

“오늘은 아무도 안 온다고 했었는데?”

“하지만 오고 있어. 저어기.”

“뭐야 저 비실비실한 놈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두 사람은 쌍둥이 형제였다. 태어날 때부터 근골을 타고난 두 사람은 칼 밥을 먹으며 악명을 키워온 용병이었다.

부푼 근육만큼 막대한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눌러버리는 싸움을 선호하는 두 사람의 입장에선 성큼성큼 걸어오는 리안은 허우대만 멀쩡한 멸치 같은 놈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온 게 아닐까?”

“꼴을 보면 그런 것 같긴 하네.”

습격이나 침입이 아니더라도, 여행자나 용병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샛길을 발견하곤 이곳까지 도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연구소의 위치는 기밀정보였기에 전부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렸다.

“형,형 내가 죽여도 돼?”

“안돼. 저번에는 네가 죽였잖아. 이번에는 내 몫이지.”

연구소 입구를 지키는 임무는 보수에 비해 굉장히 편한 임무지만, 편한 만큼 따분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피를 보며 살아가던 두 사람에겐 더더욱 그랬다.

도박으로 돈을 전부 잃어 빈털터리 신세만 아니었어도 그들은 이곳이 아닌 전장을 뛰어놀았을 것이다.

당장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에겐 멋모르고 길을 잘못 들어온 멍청이를 가지고 놀다 죽이는 게 유일하게 남은 유희였다.

“그럼 같이 가지고 놀자.”

“흥분해서 머리통이나 부수지 마.”

“알았어, 형.”

얼굴이 확인될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 두 사람은 빠르게 합의를 보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리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철퍽철퍽.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예민한 그들의 코에 비릿한 혈 향이 맡아졌다. 엄습하는 불길한 느낌에 두 사람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형…”

“뭐야 저거..?”

두 사람의 시선이 검붉은 기운을 질질 흘리고 있는 마검을 향했다. 그들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넋을 놓았다.

“형, 나 저거 가지고 싶어.”

“…나도.”

무식하게 힘이 강한 만큼 정신 방벽이 낮았던 형제는 순식간에 마검에 홀려버렸다.

찰박.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커진 순간, 리안의 발아래 웅덩이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와인보다 검고 붉은 핏물이 리안의 발과 옷을 적시며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온몸을 집어삼킬 듯 핏물이 치솟았다.

쏴아아아 -…

하늘까지 치솟았던 핏물이 형제와 리안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어느새 리안의 옷이 마검의 취향에 딱 맞는 제복의 형태로 변해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진 핏물로 이루어진 비는 5초가 지나기 전에 멈췄다. 형제는 핏물로 온몸이 흥건하게 젖었지만 리안은 보송보송하기만 했다.

평소 같았으면 기이한 현상에 긴장했을 형제가 충혈된 눈으로 마검만을 바라보았다. 마검에게 완전히 홀려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탓이었다.

“내놔! 그건 내꺼야!”

인내심이 짧은 동생이 먼저 거칠게 호통치며 대검을 휘둘렀다.

텁.

“…!”

리안은 마검을 늘어뜨린 채 왼손을 들어 대검을 잡아버렸다. 어린아이의 주먹을 막아내는 것처럼 가볍기 짝이 없는 움직임에 동생은 찰나의 순간 이성이 돌아왔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챙캉!

리안이 손에 힘을 주자 대검이 그대로 쩌적하고 갈라지다 못해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 동생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틈으로 형이 단검을 휘둘렀다.

“죽어!”

리안의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온 공격은.

끼기긱.

목 앞쪽을 막아선 마검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벌겋게 눈이 충혈된 형은 팔에 더욱 힘을 줬지만.

퍼억!

“컥!”

그보다 리안이 명치를 발로 차는 게 더 빨랐다.

“커흑,우웨엑!”

명치를 얻어맞은 형 쪽은 바닥에 주저앉아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정신을 차린 동생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가 명치와 턱을 얻어맞고 기절해버렸다.

리안은 바닥을 뒹구는 두 사람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 손으로 막고 그래! 식겁했잖아!’

[ 그것이 진정한 ‘멋’이기 때문이다. ]

이상한 감성에 취한 마검을 내버려 두고 헛구역질하며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자에게 말했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줄 수 있죠?”

“..힉!”

싱긋, 부드럽게 웃음 짓는 리안의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다웠지만,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도리어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마검의 기운까지 은은하게 풍겨오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아, 아는 거 전부 말, 말하겠습니다!”

마왕의 땅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기에 용병은 곧바로 설설 기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모두 토해냈다.

들을 만한 정보를 다 들은 후 리안은 놈의 머리를 내려쳐 깔끔하게 기절시켰다. 그리곤 마검을 삽으로 만들어 땅을 파낸 후 머리만 내놓고 묻어버렸다. 순순히 정보를 내놓았으니 목숨만 붙여놓은 것이다.

리안은 손을 탁탁 털어낸 후 두 놈이 지키고 있던 문으로 향했다. 마검은 목만 내놓은 채 축 늘어진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 ‘저대로 두면 분명 몬스터들이 산채로 뜯어먹을 텐데… 파트너 생각보다 잔혹한 성정을 가졌군.’ ]

마검은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 후훗, 역시 내 파트너다. ]

“응?”

리안은 마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별말 아니겠거니 하곤 연구소 안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음?”

살짝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딱 봐도 문처럼 생긴 게 열리지 않았다. 똑똑 노트도 해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

리안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문을 밀어보았다.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내 옆으로 밀어보았다.

“오?”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안은 더욱 힘을 줘 옆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이 정말 조금이지만 옆으로 밀렸다.

[ 돕겠다! ]

마검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리안의 몸을 감싸는 순간.

콰직, 쾅!

문이 거인에게 발로 차이기라도 한 것처럼 옆으로 처박혀버렸다. 열렸다기보단 부쉈다는 표현이 맞았다.

징표를 가진 사람만 들여보내도록 프로그램된 문이 치지직거리며 소리를 냈다.

{ 침입…침입자아아… }

시끄러운 경보음을 퍼뜨려야 할 문은 맥없이 꺼져버렸다. 리안은 찌그러진 문을 보며 말했다.

“역시 옆으로 여는 문이었네. 표시라도 해놓지.”

그리 말하곤 부서진 문을 지나 연구소 안쪽으로 들어섰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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