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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입학시험에서 무려 부교수를 꺾는 능력을 보여줬던 크라슈다.

   그런 그가 고작 폭발로 추락하겠냐는 듯 바라보자 하링도 할 말이 없는 눈치였다.

     

   “돌발 상황은 어디에서든 일어나.”

     

   부정은 하지 않겠다만은.

   그래도 그녀가 구하려는 마음은 느껴진 만큼 크라슈도 더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게 따질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가 우뢰성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하링도 뒤늦게 허리춤에서 비수 두 자루를 동시에 뽑아 들었다.

     

   무너진 바닥 아래에는 기다랗게 이어진 유적의 복도가 있었다.

   그런 복도 너머 침식종들의 기척이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졌다.

     

   놈들의 목표는 다름 아닌 추락한 크라슈와 하링이었다.

     

   “일단 이야기는 됐고, 난 이대로 침식사가 있는 곳까지 갈 건데. 넌 어쩔 거냐.”

   “따라갈게.”

     

   하긴, 그것밖에 방법이 없긴 하다.

     

   “할 줄 아는 거, 말해봐.”

     

   크라슈는 이 시점에 하링의 정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창공의 세대를 스스로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가 창공의 세대를 나갔던 이유는 당시 백귀였던 비앙카를 죽이기 위함이었다.

     

   크라슈는 딱히 하링을 증오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크라슈가 당시에 비앙카에게 가졌던 감정은 어디까지나 죄책감이다.

     

   그러니 그녀의 죽음에 미안함을 느낄 뿐.

   그녀를 죽인 하링에게 복수를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비앙카가 가문을 몰살한 독왕을 죽인 것처럼 하링도 거기에 복수를 한 것뿐이니 말이다.

     

   “은닉, 독이랑 비수, 정면 공격이랑 색적이 약해.”

   “그럼 정면은 내가 맡는다. 너는 틈을 봐서 공격해.”

     

   크라슈는 가볍게 멸화침식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우뢰성에서 돋아난 황금의 칼날 위에 흑염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콰앙!

     

   그 순간 외벽을 무너트리며 침식종 한 마리가 나타났다.

     

   몸에 돋아난 강철 같은 가시.

   둥글게 만 몸.

     

   그 상태로 공처럼 구르고 있는 놈은 크라슈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의 구르기는 즉시 사람의 몸을 도륙 낼 만큼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크라슈는 정면에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우뢰성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이윽고, 크라슈와 침식종이 부딪치며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런 연기 사이로 침식종은 몸을 둥글게 만 자세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놈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크라슈는 침식종의 구르기를 뒷걸음질조차 없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다 했냐.”

   “피유?!”

     

   크라슈의 흑염이 거세게 피어오르자 놈이 깜짝 놀라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어느새 어둠 사이로 모습을 감췄던 하링이 두 개의 비수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걱!

     

   하링의 비수에 서린 보랏빛 오러가 침식종의 목 근육을 파고들며 놈의 목을 절단시켜 버렸다.

   깔끔하게 들어간 비수는 침식종의 두꺼운 목도 문제없이 가른 것이다.

     

   크라슈는 그걸 보고 눈치챘다.

   라그렌 가문의 독 비기, 만독투살(萬毒透殺)이었다.

     

   만 가지의 독을 다룬다는 비기다.

   그중에서 조금 전 그녀가 사용한 건 아마 살점을 녹여 버리는 독이었을 것이다.

     

   하링이 아카데미 시절에도 주로 사용하는 독이었던 만큼 크라슈도 기억에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도 위력은 좋네.’

     

   독은 가장 공격적인 수단 중 하나다.

   그러니 침식종을 상대로도 무척이나 유용했다.

     

   라그렌 가문이 전쟁의 시발점만 아니었다면 이 녀석들도 세계 침식에서 무척이나 든든하게 싸워줬을 텐데.

   크라슈는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혀를 찼다.

     

   ‘이번에는 죄다 살려놔야지.’

     

   세계 침식을 막을 인재들은 죄다 살려서 멸망을 막도록 일 시켜야 한다.

   곱게 죽게 둘까 보냐.

     

   크라슈는 침식종을 죽이고, 착지한 하링을 보며 몸을 돌렸다.

   제 육감 덕분에 침식사 놈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파악했다.

     

   “하링.”

     

   그러니 크라슈는 우뢰성을 빙글 쥐어 바닥으로 향하게 겨누곤 입가에 스산한 미소를 띄웠다.

     

   “땅굴 파기 해본 적 있냐?”

   “으응?”

     

   하링이 의문스레 본 순간 크라슈의 우뢰성이 바닥에 푸욱 하니 박혔다.

   그 순간 그의 검에서 흑염이 치솟아 올랐다.

     

   “해본 적 없으면 이번에 해봐.”

     

   특별히 동기니까 특별한 경험 시켜준다.

     

     

   * * *

     

     

   침식사 주요 이르마.

     

   얼굴에 주름이 눈에 띄는 중년의 남자는 지금 한 제단의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어떤 수정 해골이 하나 들려져 있었다.

   기묘한 빛깔을 띠는 수정 해골은 주요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을 따라 천천히 빛났다.

     

   그러자 제단에서 그의 빛을 따라 어둠이 흔들거렸다.

   그건 다름 아닌 밤의 신의 힘이었다.

     

   그는 줄곧 이곳에서 밤의 신의 힘을 수정에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신의 힘이라서일까.

   빼낸 힘은 밤의 신이 본래 지닌 힘에 비하면 아직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쿵!

     

   게다가 때마침 방해꾼도 나타난 모양이다.

   이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침식종이 당한 기척을 느낀 주요가 입가에 번들거리는 웃음을 그렸다.

     

   “멍청한 황색 마탑 놈들, 덫을 걸어놓은 것도 모르는군.”

     

   주요는 황색 마탑이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처리를 하고자 의뢰를 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싸게 써먹으려는 속셈이었겠지.

     

   하지만 그건 멍청한 생각이다.

     

   ‘아카데미에서 보낸 녀석들을 오히려 잡아 인질로 써주마.’

     

   아카데미 소속 일원들은 귀족들 자제가 많다.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밤의 신의 묘지에서만큼은 자신은 무적이다.

     

   그러니 주요는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급습했다.

     

   놈들을 붙잡아 황색 마탑이나 다른 곳이 방해하지 못하게 한 뒤.

     

   그 시간 동안 밤의 신의 힘을 전부 흡수하는 순간.

   세상에 어디에도 막을 수 있는 이가 없을 것이다.

     

   ‘썩을, 황색 마탑 놈들도 이제는 알겠지.’

     

   그는 지금은 데브람에서 폐지되었지만.

   예전에 남아 있던 노예 신분의 천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타고난 마법의 재능은 있었으나 그 천한 신분이라는 인식은 여전했다.

     

   황색 마탑 놈들은 도무지 자신을 인정할 줄 몰랐고, 그 탓에 그의 열등감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 강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유적을 발견했다.

   이 유적은 다름 아닌 오래전 신들에게 도전하다 죽은 이름 잃은 반신의 묘지였다.

     

   하지만 그러한 신은 죽어서도 여전히 그 힘을 묘지에 남겨 두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주요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 힘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뒤, 주요는 유적에서 전전긍긍하며 계속해서 연구를 반복했다.

     

   하지만 유적은 마법만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끝에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세계 침식의 힘이었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월묘라는 세계 침식자를 알게 되었다.

   무법지대를 지나 기어코 월묘를 만난 그는 월묘 앞에 무릎을 꿇고, 종이 되기를 바랐다.

     

   월묘는 너그러운 이였다.

   그에게 세계 침식의 힘을 나누어 주며 어디 한번 꿈을 이뤄 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니 그 은혜에 보답할 겸 그는 밤의 신의 힘을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이었다.

     

   신분 제도를 들먹이던 황색 마탑 놈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신분 제도의 최상위 카스트인 신이 되어 나타나 주고자 말이다.

     

   그는 기대감에 가득 찬 얼굴로 욕망을 드러냈다.

     

   콰득, 콰아아아앙!

     

   그 순간이었다.

   제단 위, 천장이 대뜸 부서져 내렸다.

     

   주요 또한 당황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설마하니 천장이 무너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천장을 뚫고 누군가 뛰어내렸다.

   흑염에 휩싸인 채 착지한 이는 검푸른 머리카락을 흩날림과 함께 황금빛의 칼날을 빛내었다.

     

   “너냐? 내 거에 손대려는 머저리가.”

   “뭐?”

     

   주요는 다짜고짜 이어진 그의 발언에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슈는 그의 손아귀에 들린 수정 해골에서 흘러나오는 밤의 기척을 느끼곤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맞네. 너.”

     

   신보다 먼저 벌전 좀 내려야겠다.

     

     

   * * *

     

     

   밤의 신의 묘지 내부.

   그의 시신이 담겨 있는 묘지 앞에서 주요는 크라슈를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그의 제복을 보건대 그는 딱 보아도 라헬른 아카데미 학생으로 보였다.

   그것도 고작해야 갓 성인이 된 듯한 어린애 말이다.

     

   ‘겁대가리 없이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그가 여기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한 이유도 이제는 알겠다.

   그건 크라슈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탓이었다.

     

   ‘저주? 세계 침식?’

     

   묘한 기운이 그의 몸과 검에서 자꾸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유적은 주요가 배치한 침식종들로 가득 차 있다.

     

   주요는 이들을 통해 세계 침식이 아닌 힘을 지닌 이가 들어오면 그들의 존재를 눈치챘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세계 침식과 유사한 기운을 흩뿌리고 다니니 눈치챌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눈치챘다 한들 천장을 부수고 내려올 거라고는 생각은 못 했지만 말이다.

     

   “네놈, 정체가 뭐냐.”

   “너 벌주러 온 놈이라니까.”

     

   크라슈는 목을 두둑 풀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누가 봐도 자신을 무시하는 모양새라 주요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크라슈가 지닌 힘은 무려 마스터 급이었다.

     

   갓 성인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경지.

   방심할 상대는 아니었다.

     

   ‘황색 마탑 놈들, 작정하고 보냈군.’

     

   저 나이에 저런 괴물이 태어나다니.

   이래서 혈통이란 걸 귀족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양이다.

     

   저 녀석은 분명 있는 집 자식이겠지.

     

   ‘오히려 잘됐다.’

     

   저 정도 수준의 혈통이라면 분명히 가문에서도 극진하게 아낄 터.

   인질로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한 가지 제안하지.”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주요였다.

   크라슈는 그가 입을 열거나 말거나 우뢰성을 허리춤에 내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나를 공격하는 순간 위에 있는 네 친구가 침식종들에게 죽을 거다. 이 유적에는 네가 모르는 침식종들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정말 위험한 녀석들도 있다.

   그놈들은 주요도 명령을 내리기는 커녕 간신히 고삐만 쥐고 있는 마당이다.

     

   황색 마탑이 전면전을 벌일 것을 대비해 모아둔 놈들이었다.

     

   “네가 순순히 투항하면 그 녀석들은 살려주지.”

     

   주요는 이 나이대 녀석들을 잘 안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아카데미에서 수업받은 녀석들은 서로 끈끈한 우정을 중요시하니 말이다.

     

   그런 건 죄다 의미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눈썹이 처음으로 꿈틀거렸다.

     

   “친구?”

     

   다른 말은 다 제치고 유일하게 거슬린다는 반응의 기운이 그의 눈에 서렸다.

     

   그것을 보자마자 주요가 니글거리는 웃음을 그렸다.

     

   “그래, 네 친구 말이다. 친구들을 거론하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던 모양이지?”

   “이 쌍놈이 기분 나쁘게. 뭔 그 새끼랑 엮어서 친구 타령이야.”

     

   돌아온 건 욕지거리하였다.

   친구라는 발언을 했다고 이렇게 욕먹을 줄은 몰랐던 주요가 멍해졌다.

     

   귀족치고 입이 너무 험한 거 아닌가?

     

   “넌 좀 맞아야겠다.”

     

   그 순간 크라슈가 바닥을 쿠웅 박찼다.

   그의 몸에서 시작된 열기와 함께 입에서 옅은 연기가 흘러나오자 주요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크라슈에게 흘러나온 힘이 일순간 몇 배는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놈이!”

     

   수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주요가 즉시 손을 내뻗었다.

     

   드드드드드득!

     

   그러자 그의 손을 따라 공간 전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를 향해 똑바로 달려오고 있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이 장소는 주요가 특별하게 구성한 자신만의 전장이었다.

   그런 곳에 겁 없이 들어온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겠다.

     

   “삼켜라!”

     

   그 순간 주요의 외침과 함께 천장을 뚫고 거대한 웜 형태의 침식종이 나타났다.

   크라슈의 앞을 다 메꿀 정도로 거대한 침식종은 순식간에 크라슈를 향해 그 입을 벌렸다.

     

   목구멍 안쪽까지 이빨이 촘촘하게 나 있는 침식종은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침식종의 입 앞.

   크라슈는 조용히 연기를 내쉬고 있었다.

     

   그의 집중력이 한계치에 도달함과 함께 이윽고, 용솟음의 파문을 일으켰을 때.

   크라슈의 눈이 번뜩이며 우뢰성이 뽑혀 나왔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일식(一式)

   멸화발검(滅火抜剣)

     

   검집에서 뽑혀 나온 우뢰성이 흑염과 함께 내질러졌다.

   그 참격은 침식종을 반으로 가름과 함께 즉시, 주요의 목을 향해 뻗어졌다.

     

   “흐에엑!”

     

   콰아아아아앙!

     

   주요의 비명과 폭음이 동시에 교차했다.

   사방으로 퍼진 흑염이 주위에 불똥을 튀며 묘지가 엉망이 된 와중.

     

   주요는 멀쩡한 꼴로 양팔을 자신의 앞에 올리고 있었다.

   그가 수정 해골에 깃든 밤의 신의 힘을 이용해 쳐놓은 방어 마법이 정상적으로 가동한 것이다.

     

   “뭔, 뭔 참격의 위력이…….”

     

   문제는 크라슈가 휘두른 멸화발검 한 번으로 그 방어 마법진이 박살이 났다.

   목숨을 부지하긴 했지만, 그 터무니없는 위력에 그는 경악을 보였다.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한 그가 서둘러 손을 뻗은 찰나였다.

     

   푸욱-

     

   옆구리 쪽에서 들린 소리와 함께 주요의 눈이 천천히 옆으로 향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검은색과 보랏빛이 섞인 단발의 소녀 한 명이 서 있었다.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스킬을 이용한 것임을 주요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비수를 뿌리까지 확실하게 옆구리에 박아 넣은 그녀는 주요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비수를 뽑았다.

     

   푝!

     

   뽑힌 비수와 함께 주요의 허리에서 핏물이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비수가 박힌 순간 그의 눈앞이 세 개로 분열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커헉, 억!”

     

   동시에 그의 눈과 입에서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눈치챘다.

   이건 독이다.

     

   조금 전 그 소녀가 비수에 듬뿍 바른 독이 전신으로 뻗어져 있는 것이었다.

     

   만약 목을 노린 일격이었다면 어떻게든 눈치채 방어라도 해봤어질 테지만.

   크라슈의 공격에 놀란 상태에서 당한 일격이라 전혀 눈치 못 챘다.

     

   ‘저놈,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크라슈는 그를 얕보는 듯한 모습을 취하며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모든 행동이 처음부터 자신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그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크라슈는 치밀한 인간이었다.

   평생 약자로 살아온 그다.

     

   상대의 정보를 아는 게 아니라면 그는 수를 던져 전력을 전부 파악한 뒤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전까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방심시킨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주요는 그에게 완전히 놀아났음을 깨닫고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의 흰자위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몸에 깃든 세계 침식의 힘을 끌어모아 독이 번지는 걸 막을 시간을 벌었다.

     

   자신에게 남은 수는 단 하나.

   밤의 신의 힘을 개방하는 것.

     

   그러니 그가 즉시 수정 해골을 박살 낼 듯 쥐려는 순간이었다.

     

   서걱!

     

   어느새 코앞까지 도착한 크라슈의 검이 그의 오른쪽 팔을 갈랐다.

   튕겨 날아간 주요의 팔과 함께 그의 손에 쥐어진 수정 해골이 바닥을 굴렀다.

     

   “말했잖아.”

     

   주요의 두 눈이 부릅떠졌을 때 크라슈의 주먹이 이미 그의 턱을 향하고 있었다.

     

   “넌 좀 맞아야겠다고.”

     

   퍼걱!

     

   꽂힌 주먹이 주요의 턱을 강타하며 그의 정신을 날렸다.

     

   촌경(寸勁)

   

   

   

   

     

   동시에 연이어진 타격이 그의 몸을 한 번 더 공중에 띄워 올렸다.

     

   “게흑!”

     

   뇌를 뒤흔드는 두 번의 충격이 이어진 후 주요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눈을 까뒤집은 그는 완전히 기절한 모습이었다.

     

   크라슈가 한차례 숨을 내쉬고 있자 비수를 회수하자마자 모습을 숨겼던 하링이 나타났다.

   그녀 덕에 정보를 많이 모르는 상대를 수월하게 처리했다.

     

   “저거, 즉사하는 독이냐?”

   “그런 쪽은 아니야. 단지, 치료해도 앞으로 못 움직일 정도로 후유증이 남을 뿐.”

     

   무시무시하구만.

   이참에 독도 배워볼까.

     

   크라슈는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뜩 독과 저주는 꽤나 유사하지 않냐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꽤 괜찮은 게 나올 거 같은데.’

   

   어쩌면 새로운 계열의 저주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링, 넌 부학과가 뭐냐.”

   “특수학과인데.”

   “잘됐네. 나중에…….”

     

   말을 이어가려던 크라슈의 두 눈이 게슴츠레 떠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하링의 등 뒤에 천천히 떠오르고 있는 주요의 오른팔 때문이었다.

     

   “하링.”

     

   크라슈가 우뢰성에 즉시 흑염을 불어 넣었다.

     

   “이쪽으로 뛰어.”

     

   그 말을 하자마자 수정 해골에서 새까만 어둠이 주위에 번져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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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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