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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들뜬 얼굴의 왕은 차려져 있는 식사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변했다.

       

       

       “이야,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이렇게나 차렸단 말야? 아주 상다리가 부러지겠네!”

       

       “평소보다 힘내긴 했죠.”

       

       

       이정도로 상다리가 부러진다라. 수수깡으로 만든 상인걸까.

       

       뭐, 키우는 가축 말고는 먹을게 적은 환경이니, 어쩔 수 없겠지.

       

       게다가 가축을 매일 잡진 않을테고, 가축 한마리가 성장하는데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할테니.

       

       식사가 부실한 것은 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이러다가 손님들이 떠나고 우리가 먹을 식량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되는걸.”

       

       “그야 뭐,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 보도록 해요.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니까요.”

       

       

       왕비의 단호한 말에 마카이 왕은 금방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보아하니 가정의 실세는 왕비쪽에 있는 모양이구만.

       

       한 나라의 왕일지라도, 가정에서는 약한 자. 그것이 남편일지니.

       

       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지만!

       

       왕은 작게 헛기침을 한 후, 빈자리를 찾아 앉은 후 요리를 맛보기 시작했다.

       

       

       “음. 역시 맛있어. 우리 마눌님의 요리 솜씨는 최고라니까.”

       

       

       음. 상당히 맛있긴 해. 약간 투박하긴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맛이 되어주고 있었으니.

       

       나와 함께 세상을 돌아보며 여러가지 맛을 먹어 본 용사 역시, 이 요리들에는 상당히 만족한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면, 이 세계에서는 아직 요리가 투박한 것이 많았지. 빵도 원시적이고 딱딱한 빵이고.

       

       굽고 끓이는 정도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아직 이 세계의 요리가 발전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걸까.

       

       그건 그렇고, 이 희미한 단맛이 꿀이라면…. 어디선가는 양봉을 시작한걸까?

       

       

       “이 음식에 희미한 단맛이 나는데, 혹시 꿀을 넣었는가?”

       

       “어머나, 그걸 알아차리셨나요? 대단하시네요.”

       

       “꿀?”

       

       

       용사는 잘 모르겠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네가 알기 힘들 정도로 희미한 맛이니까. 숨겨둔 맛 같은 느낌이니.

       

       

       “꿀을 어디에서 구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서 맛이 좋더군.”

       

       “과찬이시네요. 그리고 꿀은 아르카디아에서 조금씩이지만 생산되고 있답니다.”

       

       

       아르카디아에서? 여기에서?

       

       허어, 상당히 놀랍구만. 그저 척박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꿀에 대해서는, 폐하께서 더 잘 알고 계실거에요. 폐하. 손님들께 설명해 드리세요.”

       

       “크흠, 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야 한다고 몇번이고 말했잖아. 마눌님.”

       

       “하지만 제가 말한게 아니고 손님이 먼저 알아차리셨는걸요.”

       

       “끄응….”

       

       

       마카이 왕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원래는 철저하게 비밀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용사님과 용의 무녀님이니 특별히 알려드리죠. 단, 다른 곳에는 철저히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음. 알겠네. 벌집을 털어 꿀을 얻는 것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겠네.”

       

       

       내 말에 마카이 왕은 벙 찐 표정으로 변했다.

       

       

       “아니, 이미 다 알고 계셨던겁니까?”

       

       “대충 그런게 있다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네.”

       

       

       실제로 벌집을 털어 본 적은 없으니 말이지. 대충 이야기만 들어봤다 같은 느낌으로 말이야.

       

       

       “크흠. 뭐, 벌집을 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이야기는 나돌 수 있지요. 하지만 저희가 생산하는 꿀은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를겁니다!”

       

       “흐음? 전혀 다르다? 뭔가 특별한 꿀인가? 특정 꽃의 꿀만 따게 해서 꿀에 꽃향기를 입힌건가?”

       

       “어, 그런건 아닙니다만…. 그건 좀 좋은 생각 같군요. 나중에 활용해 보아야겠습니다.”

       

       

       흐음, 그런 것도 아니라면, 무엇이 특별한 꿀이란 말이지?

       

       

       “저희들이 생산하는 꿀은…. 무려! 몬스터를 활용한 꿀입니다!”

       

       “몬스터를?”

       

       “후훗, 놀라셨지요? 몬스터를 활용하는 경우는 몬스터의 가죽이나 발톱 같은 부산물이 대부분이니까!”

       

       

       음, 좀 놀라긴 했다. 몬스터를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그거 굉장히 위험한 짓이긴 하니까.

       

       그런 위험한 일을 해내다니, 어떻게 한건가 궁금해질 정도로구만.

       

       

       “ 그런데 몬스터를 활용하다니….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한 건가? 내가 알기로는 몬스터는 대부분 흉포하기 그지 없는 생물인데.”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요. 사람만 보면 습격하는 흉포한 생물이라고요. 하지만!”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에게도 길들여지는 몬스터가 있는게 아닙니까?”

       

       

       몬스터가 사람에게 길들여져? 어떻게? 사람만 보면 달려들기 바쁜 몬스터가?

       

       나는 난생 처음 듣는 말에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거짓말 하지 말게. 내 오랫동안 몬스터들을 보아왔지만 그 놈들이 사람을 따른다는 이야기는 난생 처음 들으니.”

       

       “하지만 정말입니다. 솔직히 저도 직접 겪지 않고서는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음…. 혹시, 정말로?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건지 진짜 이해가 안되는구만!

       

       그런데 몬스터를 이용해서 꿀을 얻었다라…. 음, 식물계 몬스터를 이용한건가? 아니면 벌 형태의 몬스터를?

       

       어느쪽이든 믿을 수 없는 일이로구만.

       

       

       “그래서, 어떤 몬스터를 이용한건가? 벌?”

       

       

       내 질문에 마카이 왕은 어쩔 수 없다는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벌입니다. 정확하게는 여왕벌이지만요.”

       

       “여왕벌이라…. 그것 참 기묘하구만.”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내일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직접 보고 나서야 믿게 되실겁니다.”

       

       

       흐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데.

       

       뭐, 내일 직접 보여준다고 하니까. 그걸 보면 확실해지겠지.

       

       

       – – – – – – – – – – – – – – – – – – – –

       

       

       다음날.

       

       마카이 왕은 우리를 데리고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천막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내는 천막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천막이었지만, 경비를 서는 병사도 몇명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는?”

       

       “어제 말씀 드렸던 몬스터가 있는 곳입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도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부우웅. 하는듯한, 벌레의 날개짓과 가까운 소리가.

       

       

       “우선 먼저 당부하겠습니다. 저 녀석들을 보고 놀라실 수 있습니다만, 너무 큰 소리를 내진 말아 주시길. 녀석들을 자극하면 큰일나니까요.”

       

       

       천막에 가까이 다가가자, 자세한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천막의 위쪽 꼭대기에 작은 구멍이 나있고, 그 구멍을 살짝 가리는 느낌으로 원뿔 모양의 천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많은 수의 벌이 드나들고 있었다.

       

       

       “으음….”

       

       

       솔직히, 조금 보기에 그렇네. 음. 벌레. 벌레는 좀 싫어.

       

       구멍 주변에 잔뜩 움직이고 있는 벌. 아니, 벌 모양의 몬스터.

       

       크기도 어린아이 주먹 정도로 커다랗고, 꼬리에 나 있는 독침은 주사바늘처럼 큼직하고.

       

       거기에 어째서인지 앞발이 사마귀처럼 낫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말벌과 사마귀를 합친 모양이로구만.”

       

       

       게다가 줄무늬도 선명해서, 아차하면 수백마리가 달려들어 난도질 하겠다는 경고를 보이고 있었으니.

       

       이런 흉흉한 모양새의 몬스터를 길들였다고…?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 – – – – – – – – – – – – – – – – – – –

       

       

       부부는 먹을 것이 없어져서 곤란했습니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자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 뿐. 그렇다고 이 귀여운 강아지를 먹을 순 없으니.

       

       부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다가오는 겨울을 견디기 위해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멍! 멍!”

       

       

       자그마한 강아지가 집을 나서려는 부부를 막아서지 않았다면 말이지요.

       

       

       “이 아이가 왜 이럴까?”

       

       “그러게나 말이우.”

       

       

       부부는 의아해하면서도 강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털복숭이의 귀여운 강아지는 부부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밀고서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이고! 이 녀석아!”

       

       

       부부는 갑자기 뛰쳐나간 강아지의 뒤를 따라서 집 밖을 나갔습니다.

       

       강아지는 어디론가 달려가면서도, 연신 부부가 자신을 잘 따라 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부부가 따라오기 힘들어 한다면 조금 걸음을 늦추고, 가까워지면 더 빨리 달려가는 것으로 부부에게서 거리를 벌린 강아지는 결국, 어느 숲에 도착해서야 멈춰섰습니다.

       

       

       “아이구. 이 녀석. 갑자기 도망가면 안되지!”

       

       

       부부는 갑작스러운 달리기에 지쳐서 땅바닥에 주저 않았고, 강아지는 그런 부부를 한번 슬쩍 쳐다본 후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 더러워지잖니.”

       

       “멍! 멍!”

       

       

       강아지는 아내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땅을 팠습니다.

       

       마치 그 아래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듯이, 계속해서 땅을 판 강아지.

       

       그렇게 만들어진 구덩이 안에는.

       

       

       “멍! 멍!”

       

       “이건, 땅 속의 열매일까요?”

       

       “허어. 신기하구먼.”

       

       

       흙 속에는 땅 속에서 맺히는 주먹만한 열매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멍!”

       

       

       강아지는 그 열매를 하나 물고서 부부의 앞에 건네더니, 열매에서 싹이 난 부분을 발톱으로 파냈습니다.

       

       그러자 싹이 난 부분이 새까맣게 변하더니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에그머니!”

       

       “이런 위험한 것을 왜 파낸거니?”

       

       

       부부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는 열매를 내던졌습니다.

       

       

       “멍! 멍!!”

       

       

       강아지는 그런 부부를 보며 크게 짖고서는, 싹을 잘라낸 열매를 먹기 시작하는게 아니겠어요?

       

       

       “멍!”

       

       

       마치, 싹이 없는 열매는 먹어도 괜찮다는 것처럼 말이에요.

        – 고전 동화. 은혜 갚은 강아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허, 비상식량이라니요.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식재로라니요. 말이 너무하읍읍.

    잠에서 깨어나니 2시.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머리를 굴리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

    억지로 억지로 쥐어짜내긴 했지만, 뭔가 살짝 불안하네요. 으음. 으으음….

    역시, 생각없이 질러야 빠르게 할 수 있는건가….

    그래도… 빵꾸는 안냈으니까…!! 좀 많이 늦긴 했지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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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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