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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진정된 단원들은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서진 마차에서 그나마 멀쩡한 짐들을 꺼내 다른 마차에 실었다.

         

       마귀에게 당한 주민들의 시체도 수습해주었다.

       자신들에게 무기를 들이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두기에도 찝찝했다.

       들짐승이나 잡스러운 마귀가 들러붙을 수도 있고 말이다.

         

       엘라는 뒤통수에 식칼이 박힌 마귀의 시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우몬의 인스파리인 ‘칼날 저글링’은 던진 힘에 비례해서 뒤돌아오는 힘이 결정됐다.

       즉, 마귀의 두개골을 박살 낸 힘 자체는 순수하게 우몬의 것이란 말이 됐다.

         

       그가 힘이 센 것은 알았지만, 설마 마귀를 거꾸러트릴 정도인지는 몰랐다.

         

       유라크네가 한 일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커다란 마차도 들었다 내려칠 수 있는 마귀였다.

       그런 마귀를 상대로 비록 인스피라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한쪽 팔을 묶어두다니.

       평범한 여인의 신체 능력은 절대 아니었다.

         

       다른 단원들도 그랬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보통 사람보다 힘이 세고 튼튼했다.

         

       안 그랬다면, 원더스타인이 아무리 그들에게 딱 맞는 대본을 써줬다고 한들, 자신이 아무리 그들에게 적절한 훈련을 시켰다고 한들, 2달 만에 그런 성과를 보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의 현재 실력은 대회 전체로 보면 간신히 중위권에 들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대들은 전부 몇 년 이상 서커스만 전문적으로 훈련해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타고난 신체 능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저주 역병, 데볼루트.

       단원들은 그 생존자의 자식들이었다.

         

       원더스타인은 그걸 알고 저들을 끌어들인 것일까?

         

       그 저주 역병이라는 것은 그가 그녀의 고향에 뿌린 것이기도 했다.

         

       결국에 그것이 모든 의문의 답은 원더스타인이 쥐고 있었다.

       그를 만나야 했다.

         

       “일단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자. 두 사람을 찾자고.”

       “동의한다. 우몬, 너는 어때? 걸을 수 있겠냐?”

       “네. 포션을 발랐어요.”

         

       단원들은 목책 입구를 향해 걸었다.

       아무도 죽지 않고 위기를 넘겨서인지 그들의 발걸음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스벤은 그까짓 마귀 한두 마리 더 나타난들 쓰러트릴 자신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댔다.

         

       잠시 후, 그들은 스벤의 입을 막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길목.

         

       “끼르륵!”

       “끼끼끼!”

         

       그곳에는 그들이 처치한 것과 같은 종류의 마귀 2마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사제가 쓰는 빛의 말뚝에는 부정한 기운을 배제하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물질에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그러나 어비스의 생물에게는 예외였다.

         

       전신에 구멍이 뚫린 자카누바가 새하얀 불길에 휩싸여 몸을 휘적였다.

         

       “끼아아…….”

         

       그의 마지막 발버둥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검게 그을린 그의 몸뚱어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성당 안에서 숨을 죽인 채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수녀……아니, 성녀님 만세!”

       “성 발렌티나에게 축복을!”

         

       오늘만 벌써 몇 번 울고 울었는지 모를 주민들이었다.

         

       그들을 구해낸 영웅은 그들과 함께 기뻐할 수 없었다.

       발렌티나는 안색을 딱딱하게 굳힌 채 손에 든 거울을 들여다봤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놋쇠로 만든 금속거울이었다.

       마치 심벌즈의 한쪽을 떼어다 둔 것처럼 생겼다.

       유리거울이 보편화 된 시대에 그것은 장식품 이상의 가치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든 황동 거울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반경(魔反鏡)이라는 물건으로 마귀의 기운을 감지하는 힘이 있었다.

       근처에 마귀가 있으면 빛과 열을 발했다.

         

       그녀는 마반경에 비친 빛을 들여다보았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다채로운 색이 일렁거렸다.

         

       ‘빛’의 해석은 성교회 사제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그들은 신이 빛을 통해서 계시를 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런 규칙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빛의 스펙트럼 속에서 그녀는 어떤 표상을 읽어냈다.

       그것은 일종의 암호해독이라 할 수 있었다.

         

       숙련된 해독가들은 기호를 읽자마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문장을 떠올릴 수 있다고 했다.

       그녀 역시 표상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형상 그릴 수 있었다.

       토끼 머리에 순록의 뿔을 단 마귀들이었다.

         

       놈들의 수는 처음 확인했을 때만 해도 3마리였다.

       눈앞에 있는 놈을 쓰러트리고 확인했을 때는 1마리로 줄어 있었다.

         

       그런데 방금 어디선가 2마리가 또 나타났다.

         

       “세상에……. 어비스와의 장벽에 구멍이라도 난 것입니까?”

         

       그녀는 주민들에게 절대 교회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주의준 다음, 마을 아래를 향해 달렸다.

       손에 든 거울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말이다.

         

       언덕을 반쯤 내려왔을까.

       그녀는 손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에 그만 거울을 놓치고 말았다.

         

       황동 거울이 땡그렁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빛이 마귀의 종류를 보여준다면, 열기는 마귀의 강력함을 나타냈다.

         

       그녀는 뜨겁게 달궈져 색색이 빛을 발하는 금속의 표면을 내려다봤다.

         

       무지개를 휘저어 놓은 듯한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아까 없었던 한 가지 표상을 읽어냈다.

         

       “이건……!”

         

       그것은 자카누바와도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그리고 황동 거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

       단서들이 말하는 것은 한 가지였다.

         

       그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

         

         

       월리를 찾아라!

         

       자카누바는 정신없이 날뛰는 고양이 무리 속에서 염동력이 실린 고양이가 어느 녀석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고양이는 항상 절묘한 타이밍에 빈틈을 찌르고 들어왔다.

         

       자카누바는 재빨리 그 궤적을 좇았으나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전부 똑같이 생긴 탓에 한 번 뒤섞이면 다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다 그는 한쪽 눈을 잃은 상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자카누바의 몸에는 점점 상처가 누적됐다.

         

       -냐옹!

         

       또 한 번 공격을 허용했다.

       눈으로 고양이를 좇던 자카누바는 멈칫했다.

         

       월리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섞여들었다.

       거기까지는 이전과 같았다.

         

       문제는 그가 아니라 나머지였다.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고양이 무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이상했다.

       각각의 형태와 색깔이 조금 변했다.

         

       이것도 마법사의 수작일까?

         

       마귀는 월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하나 남은 눈알을 굴려 색색의 고양이 무리 속에서 한 놈을 발견하고 손톱을 휘둘렀다.

       환상 고양이 한 마리가 찢겨 나갔다.

         

       -애오옹…….

         

       그건 진짜 월리가 아니었다.

       범 무늬의 위치가 정반대로 되어 있는 녀석이었다.

         

       마귀는 다시 한 놈을 발견해서 손톱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틀렸다.

       이번 녀석은 색깔의 위치가 정반대였다.

         

       또 한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틀렸다.

       이 녀석은 모든 게 똑같았지만, 뜬금없이 뒷다리에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렇게 10마리째.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같은 색깔과 무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틀렸다.

       모든 게 똑같았지만, 이번 녀석은 고양이가 아니라 개였다.

         

       -멍멍!

         

       혹시 염동력을 지닌 대상도 모습을 바꾼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때, 다시 월리가 그의 허벅지 한쪽을 할퀴고 지나갔다.

         

       놈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상하게도 녀석만은 처음의 모습을 유지했다.

         

       “하아……하아…….”

         

       마야는 벽에 기대어 서서 숨을 헐떡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환상의 혼란은 그녀가 의도하고 벌인 일이 아니었다.

         

       집중력과 마력이 떨어지면서 환상을 계산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월리에게 염동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은 다면체 환상이 아닌 다른 환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상’의 신비를 활용한 마음의 환상.

       그것은 다면체 환상처럼 고도의 계산이 필요 없었다.

       염동력을 싣는 것 역시 쉬웠다.

         

       그렇다고 모든 환상을 마음의 환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가진 마음의 도화지에서 뛰어놀 수 있는 것은 월리 한 마리뿐이었다.

       나머지는 여전히 다면체로 만들어야 했다.

         

       마야는 다면체 고양이들이 점점 조잡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굳어 있는 고양이도 있었고, 고양이가 아니라 그냥 털 뭉치만 날아다니고 있는 것도 보였다.

         

       이대로라면 자카누바가 본체를 파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녀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끽끽끽!”

         

       자카누바도 마야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그녀의 환상 마법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도 더는 월리를 찾으려 들지 않았다.

       침착하게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환상 고양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00마리……40마리……10마리.

       ……1마리.

         

       월리 혼자 남았다.

       동시에 마야의 모습도 드러났다.

         

       그녀는 회관 앞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흘린 피를 깔고 앉아 희미한 숨을 내쉬며 자카누바를 노려봤다.

         

       -냐오옹!

         

       마귀는 자신을 향해 이빨을 세우는 월리를 걷어찼다.

       고양이에 실린 미약한 염동력이 흩어지며 월리의 환상 역시 사라져버렸다.

         

       “끼끼끼!”

         

       마귀는 마야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다가오는 자카누바를 향해 반쯤 감긴 눈을 치켜떴다.

       마귀는 네가 노려보면 어쩔 거냐는 듯 웃음을 흘렸다.

         

       ‘거의 다 왔어.’

         

       마야는 마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그녀는 아직 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투명한 상태로 마귀의 뒤편에 서서 조심히 마력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지금 자카누바가 보고 있는 것은 그녀가 만든 자신의 환상이었다.

         

       어차피 시간을 끌어봤자 해가 뜰 때까지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남은 마력을 끌어모아 처음 실패했던 염동력 구체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놈의 야수적 감각과 교활한 성격, 특유의 기동력을 고려하면 어설픈 시도는 금물이었다.

       완벽하게 놈을 속여야 했다.

       그 방법이 바로 자신이 무너지는 과정을 연출하여 놈을 방심시키는 것이었다.

         

       환상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지금 남은 마력을 다 쓰고 나면, 그녀는 저대로 될 게 분명했으니까.

         

       “끼르르!”

         

       자카누바가 손톱을 치켜들었다.

       마야는 동시에 염동력 구체를 놈의 뒤통수에 날렸다.

         

       ‘해냈어.’

         

       구체가 날아가는 궤적을 계산해본 그녀는 그것이 놈의 뒤통수를 뚫는 장면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운이라는 녀석은 정말 얄미운 순간에 작용했다.

         

       “이 마귀 놈이!”

         

       때마침 도착한 기사 이바넨코.

       그는 피투성이 소녀를 죽이려드는 마귀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고함을 쳤다.

         

       그 외침에 마귀는 반사적으로 폈던 허리를 숙이고 다시 전투 태세를 취했다.

         

       염동력 구체는 놈의 뿔을 부수고 지나가 건너편 건물의 지붕에 적중했다.

       콰지직. 쿵.

         

       “우욱! 이건 뭔!”

         

       기사가 무너지는 지붕 잔해에 깔렸다.

         

       “아.”

         

       마야가 탄식을 내뱉었다.

       동시에 투명화도 풀렸다.

         

       자카누바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뿔을 치고 지나간 것이 건물 지붕을 부수는 것을 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기사 놈이 그 잔해에 깔리는 것도.

         

       저걸 뒤통수에 맞았다면 그는 죽었을 게 확실했다.

         

       “키르륵!”

         

       오싹함은 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저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마법사가 처음에 그를 향해 날렸던 공격.

       그것이 그의 뒤에서 날아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마력이 완전히 바닥난 마야가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붉은 눈동자와 마주친 그녀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끝났다.

       모든 것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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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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