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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 * *

       

       

       

       무타구치 렌야.

       

       나는 이 사람을 전에 한번 봤었다.

       

       전에는 내전 때문에 대충 넘기긴 했지만, 먼 미래 한국에서 제일 존경 받는 일본인 영웅이잖아.

       

       만나서 약간 띄워주면서 만철을 일본과 분리시켜버리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은데 말이지.

       

       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일이 잘 되면 그 만철군 사령관 무타구치 렌야란 자를 적당히 굴려 먹어도 될 거 같습니다.”

       “그 무능한 작자를 말입니까?”

       

       

       어허. 위대한 장군을 그렇게 무능하다며 모함하다니.

       

       팩트를 찌르면 불쌍하지 않냐.

       

       

       “무타구치 렌야란 자는 허세가 가득하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기회주의자입니다.”

       “허 사무라이에 미친 일본에 그런 자가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 찍어 넘긴 것이다.

       

       정말 예상 외로 무타구치가 정말로 위대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냥 시대를 잘못 타 치욕을 당한 거지.

       

       하지만, 내전 때 본 무타구치는 내가 말로만 들은 무타구치와 너무 비슷하다.

       

       

       “물론 나라를 팔아먹고 이쪽에 붙으란 말을 바로 하면 믿지 않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일본이 위기에 몰리고 적당히 무타구치 렌야에게 만철군으로 일본을 해방하여 새 일본의 지도자가 되라고 하면?”

       

       

       만철은 딱 포위만 하거나 기습을 벌여서 만철군을 무장해제 시키는 거지.

       

       만일에 일본이 위기에 몰리면 적당히 띄워주는 거다.

       

       포악하고 오로지 살육만 반복하는 서구 제국주의국가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일본을 뒤집을 사람은 당신 뿐입니다! 이러면서.

       

       적당히 띄우면 아무래도 바로 지근거리에 있는 러시아 대군에게 짓밟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의의 편이라고 스스로 자기 위로 하면서 우리 편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만일 정말로 그 전략이 먹힌다면.

       

       일본의 한 뼘이라도 떼서 무타구치 정권을 만들어 미국이나 전후 친미 일본을 견제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오.”

       

       

       운게른이 감탄을 했다.

       

       그렇게 감탄하면 내가 부끄러운데 말이야.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저 꼴을 보면 무타구치가 오래가지 않아 일본 본국에서 소환당할 거 같지 않습니까.”

       

       

       당장 옆에 붙은 우리 총독에게 비웃음 당하는 처지다.

       

       방공협정에 가입한 일본의 의도를 보면 중국을 노리는 것이 확실하다.

       

       알아보니 중국에게서 뜯어낸 이권이 연성자치로 개짓거리가 되어서 일본은 자금성의 푸이를 열심히 쥐어짜는 거 말곤 하는 게 없다는 거 같다.

       

       연성자치인 지방 군벌들이 푸이가 욕처먹는다고 감히 우리 천자를 건드리다니! 이럴 거 같지도 않고.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 중국을 노리거나 그렇게 되면 만철이 기반이 될 것인데, 만철의 상황을 확인하겠지.

       

       그때 무타구치는 백이면 백 소환당하지 않을까.

       

       지금 꼴을 보면 본국이 조선에 정신팔린 틈을 타 만철에서 놀고 먹는 모양인데. 뭐 만철의 주도권은 쥔다고 해도 중국과의 전쟁이 본격화 되면 들키긴 할 거다.

       

       

       “하하하! 그렇군요! 아쉽겠습니다.”

       “하지만, 만일에 정말 그 작자가 버틴다면.”

       “정말 버틴다면 모를까. 저대로라면 뭐 아쉽겠습니다.”

       

       

       적당히 무타구치가 대본영을 속이면서 만철에만 군림한다면야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 꼴을 보면 아무리 대본영이 처참해도 전쟁을 위해서라도 무타구치를 갈아치울 거다.

       

       

       “그런데 말입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남만주의 그 만철군 사령관을 이곳으로 초대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자를 북만주로?”

       

       

       무타구치 렌야를 북만주로? 뭐 놀자고 부르는 건가.

       

       확실히 외교적으로 일본에서 무타구치 렌야의 가치를 올려주기 위해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총독부 주관으로 잘 지내보자는 취지에서 북만주 총독께서 만철군 사령관을 부르는 것입니다. 무타구치 그 자가 오면 폐하께서 환영해주시기만 해도 그림이 되지 않겠습니까?”

       “호오. 일리가 있습니다.”

       “물론 폐하께서는 존귀하신 몸. 그런 자와 친히 마주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말만 나왔다 식으로 하면, 저들 일본 본국에서 무타구치를 계속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까.”

       

       

       오, 그래. 그거 들어보니까.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겠군.”

       

       

       차르가 직접 환영한 만철군 사령관이라. 그거 나쁘지 않지.

       

       러시아의 전쟁 영웅이자, 여제인 여인이 남만주 실세를 환영한다.

       

       여기서 대충 립서비스로 무타구치는 일본이 자랑할 만한 훌륭한 관료라고 대충 덧붙여주면 그쪽에서도 반응하겠지.

       

       * * *

       

       남만주 선양시 야마토 호텔

       

       

       

       이 무렵, 남만주의 철도회사는 무타구치 렌야 덕에 의외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사실상, 아시아 기마사단의 조선군 부대를 이끄는 홍범도와 밀거래를 하면서 만철의 치안을 확보한 그는 명실상부 남만주의 패자로 거듭나면서 남만주 사정을 모르는 일본 본국에서도 만철 자체를 무타구치에게 넘길까 논의가 나올 정도였다.

       

       당장 이 남만주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선양에 세워진 야마토 호텔이 잘 돌아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무타구치의 밀거래로 인해 당장 만철은 불령선인도 없는 깔끔한 지역이 되었던 만큼, 무타구치의 공은 어쨌든 컸다고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밀거래를 주도하는 홍범도나 독립운동가들도 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자 무타구치 렌야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렇게 무타구치 렌야는 오늘도 호텔에서 주색잡기에 빠졌다.

       

       

       “크하하하하. 이제 이 남만주는 나 무타구치 렌야의 천하란 말이지.”

       “암요. 이 만테츠(만철)도 본국에서 장군께 맡기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남만주의 쇼군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 만철군에 소속된 츠지 마사노부가 주먹을 꽉 쥐면서 무타구치 렌야를 더욱 띄워주니 무타구치 렌야는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이 사람, 참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군.”

       “보십시오. 그 독종인 조센징들이 장군만 보면 순해지지 않습니까? 심지어 절조를 지키는 데는 지나놈들도 혀를 내두르는 저 조선 계집들도 장군을 따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무타구치는 양옆에 자신이 좋다고 붙어있는 조선 여인들을 힐끗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겉으로 보면 기모노 차림의 여자들이지만, 속은 무타구치의 취향에 따라 기모노를 입은 조선의 기생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 여자들을 보니 느끼는 것이 있었다.

       

       이래도 되는가? 하고.

       

       제 아무리 주색잡기에 빠진 무타구치 렌야라도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에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너무 계집질을 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크흠. 그렇긴 하네만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너무 여자를 끼고 있는 거 같지 않나?”

       “하하. 동서고금을 통틀어 위인 중, 여자를 싫어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이미 이 남만주가 장군의 손에 있는데 무엇이 걱정입니까?”

       “흠흠. 그런가?”

       

       

       멋쩍게 웃으면서 무타구치 렌야는 다시 여자들을 품에 안았다.

       

       하긴, 영웅 중에 여자 싫어하는 인간이 어디 있겠나? 여자를 싫어한다면 그건 고자일 것이다.

       

       

       “이 남만주는 후일 저 지나를 정벌하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만철의 중요도는 더욱 오를 터. 장군께서는 욱일 승천하는 이 황국처럼 나날이 출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어쩌면 남만주 총독 각하가 되실지도 모릅니다. 대만총독부와 조선총독부를 합하면 최연소가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입에 번지르르하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렇군. 그렇지. 그런데 찾아와서 거듭 내 칭찬만 하니 내 부끄럽네만, 할 말이 있던 것이 아닌가?”

       “아, 제가 정신을 놔버렸군요. 당연히 있습니다. 로시아의 북만주 총독이 장군께 보내는 친서라고 합니다.”

       

       

       입이 닳도록 아부를 떨던 츠지 마사노부가 깜박했다는 듯 품에 있던 편지를 꺼냈다.

       

       편지에는 북만주총독이 만철군 사령관에게 보낸다는 일본어가 적혀 있었다.

       

       

       “뭣? 그 중요한 걸 이제 말하나?”

       “송구합니다!”

       “크흠흠.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래. 어디 보자. 흠흠. 호오. 북만주 총독이 북만주로 나를 초대하겠다는군. 황국과의 우호선린을 위해 내가 가줬으면 하는 모양이야.”

       

       

       설마 이런 일이 있다니. 무타구치 렌야는 꿈을 꾸는듯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북만주에 그들의 황제가 있다고 합니다.”

       “여제가 와 있다고?”

       

       

       무타구치 렌야는 눈을 작게 꿈벅였다.

       

       그러고 보니 북만주에 무슨 큰일이 일어났다고는 듣긴 했는데. 설마 그런 일이었나.

       

       러시아의 여제가 와 있다. 이 말은. 순행이라도 온 것일까.

       

       

       “예. 북만주 순행은 돈다나 어쩐다나. 여행을 온 모양입니다. 아마 저들의 여제도 와 있으니 북만주 총독이 황국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과연. 과연. 그럴 수 있겠군. 흠.”

       

       

       그래. 생각해 보니 앞뒤가 맞는다.

       

       북만주 총독이란 작자가 갑자기 부른 이유가 차리나가 있어서 라면 그럴듯하지.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좀 가는 게 꺼려졌다.

       

       무타구치 렌야는 옆에서 팔짱을 끼는 여자들을 물리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얼빈역에서 이전에 안중근이란 자가 이토 각하를 암살하지 않았었나?”

       

       

       그래. 바로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이 하얼빈에서 벌어졌으니까.

       

       특히 북만주에는 조선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누구 덕에).

       

       그들 중 한 명이 꼬레아 우라!를 외치면서 총을 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어쨌든 자신은 러시아 차르도 인정한 황국의 엘리트 관료니까.

       

       한마디로 불령선인들 처지에서는 공적을 세울 기회가 아니냔 말이다.

       

       

       “하하하. 이미 오래전 일이 아니겠습니까. 최근 북만주는 그 척박한 환경과 달리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조센징들도 각하만 보면 고분고분한데, 감히 헛된 생각을 품겠습니까?”

       

       

       그런가?

       

       그렇게 듣고 보니 또 일리가 있었다.

       

       각하란 소리도 마냥 기분 나쁘지는 않았기에 무타구치 렌야는 흡족하게 웃었다.

       

       

       “그렇군. 그렇지.”

       

       

       무타구치 렌야는 확신한다.

       

       자신은 절대로 암살당할 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붙잡은 불령선인들을 고문했는가? 아니다.

       

       고문을 한다고 해서 얻는 것도 없고, 배후도 불명확하다.

       

       그렇다고 쓸모없다고 죽였는가? 아니다.

       

       대일본제국의 엘리트이자, 그 러시아의 차리나가 인정한 영웅(영웅아님)이 바로 자신이다.

       

       인의를 저버리고서야 어찌 야마토 정신을 가진 사무라이라 하겠는가?

       

       암만 대일본제국에 맞서는 불령선인들이라고 해도 그 뿐이다. 구태여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극동 인력이 부족한 러시아에 죄다 떠넘겨서 ‘남만주는 무타구치 렌야의 화려한 군사적 능력으로 불령선인 하나 없이 평화롭다.’와 우방국 러시아의 극동군 인력까지 채워줬다.

       

       남만주의 평화를 이룩하는 동시에 우방국과 친분도 두터워졌으니, 이 얼마나 완벽한 전략이 아닌가?

       

       

       “그럼, 당장 내일 갈 준비를 하지. 이것들아~내 며칠은 오지 못할 듯 하니.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거라.”

       “이 츠지 마사노부가 남만주의 쇼군을 모시겠습니다!”

       

       

       무타구치 렌야가 조선인 여자들을 음흉한 눈으로 힐끗거리고는 츠지 마사노부와 함께 야마토 호텔을 나섰다.

       

       

       ““살펴 가십시오~””

       

       

       무타구치 렌야가 야마토호텔에서 나가는 것을 확인한 조선 여인들은 곧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그야 이들은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일하는 일종의 첩보원이었으니까.

       

       이 여자들의 주 임무는 무타구치 렌야를 유혹해서 정보를 뜯어내는 일이었다.

       

       그것이 일본 본국의 정보든 어디든 간에.

       

       일본 고관에게 붙어 그 정보를 몰래 하얼빈 임정으로 보내는 역할이었다.

       

       

       “저 모점구인지 모전구인지 뭔지 하는 인간 밤일도 시원찮은 주제에 뭐 그리 잘난 척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이 일만 아니면 저런 왜놈은 보지도 않을 텐데. 그거 아니? 저 인간 밤에 일본인은 초식동물이지만, 밤에는 육식동물이다!이러는 거?”

       

       

       최근 좀 띄워주니, 저 모점구는 좋다고 해실거리고 있는 꼴을 보라.

       

       밤에는 처참한 주제에 더럽게 자존감만 높다.

       

       

       “참 나, 누가 아니래요? 일단 임시정부 측에 알리는 게 좋겠죠?”

       “러시아 여제와 이야기가 잘 되면 좋겠는데. 일단 알려두는 게 좋을 거야.”

       

       

       남만주에는 아직 차르와 임시정부 간의 협상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정을 알지 못하는 남만주의 정보원들은 부디 협상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약간 퇴고 때문에 좀 늦었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모전구 선생님은 정말 현실보다 더 크게 성공했습니다.

    원래 역사에서는 중일전쟁 당시가 대좌(연대장)이였고, 중일전쟁 일으킨 후에 소장->중장까지 진급했습니다.
    작품 내에서는 현재 37세로 훨씬 젊었음에도, 러시아의 전쟁영웅 차르가 눈여겨본 군인으로 일본 내에서도 관심이 생겨 남만주에서의 군사활동을 하게 되고, 임시 정부와 홍범도 장군이 모전구렴야 선생님의 항일정신을 일찍이 깨달아 남만주에 남기고자 뒤에서 작업해둔 덕에 더 크게 성공했죠.
    37세 때, 사실상 남만주 실력자가 된 것입니다.
    원래 모전구 선생님 쪽 배경 이야기를 더 쓸까 하다가 아무래도 비중이 너무 커지는 거 같아. 이 정도로 마무리 했습니다.

    표지 제작건으로 tmi가 있다면. 원래 표지 가슴을 좀 작게 할까 했는데.
    이전 표지가 크게 그려졌는데, 나이 더 먹은 아나스타샤가 작으면 이상해 보여서. 가슴 크기가 좀 크게 나왔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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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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