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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사령관 할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하율을 대신해 우리를 안내해 줄 사람.

       

       그 사람을 본 일행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두 사람과, 인상을 찌푸리는 아멜리아.

       

       그리고 도대체 누구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의아해하는 나.

       

       

       “안녕, 얘들아. 앞으로는 하율이 대신 내가 안내할게. 괜찮지?”

       

       “···아빠가 왜 여기에 있어?”

       

       

       어? 아빠?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외견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특징적인 부분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아멜리아와 똑 닮은, 금빛의 비단같은 머리카락과 파란 색의 눈동자.

       

       얼굴도 다르고, 표정도 다르다.

       

       그러나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그에게도 맴돌아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다시 바라보니 누가 봐도 부녀 사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왜 여기에 있냐니. 우리 사랑스러운 딸이 여기에 왔다는데, 나 말고 올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웩.”

       

       “그건 좀 상처인데···.”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도 딴판인 것 같긴 했지만.

       

       

       “뭐, 딱히 농담 같은 건 아냐.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안내해주는 게 편할 테니까 내가 온 거거든.”

       

       “그래? ···뭐, 그런 거라면 딱히 상관없지만.”

       

       

       아멜리아는 여태껏 우리에게 아버지가 싫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모습은 뭘까.

       

       사춘기 딸에게 들이대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따라 와, 얘들아. 그렇게 멀지는 않으니까. 천천히 이야기라도 하면서 가자고.”

       

       “아, 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부터일까?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에 섞여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능력이라던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이라던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말꼬리를 트며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 대단하네. 되게 희귀한 능력이잖아.”

       

       “헤헤, 그런가요?”

       

       “여기에 와도 좋은 대접은 확정이겠는데? 타인을 강화하는 능력이니까 후방에 있을 테니 위험도 덜할 거고. ···추천은 못 하겠지만.”

       

       “왜요?”

       

       “아무리 덜 위험하다고 해도 전장은 전장이야. 언제 죽을지 모른다? 너희들도 그것 때문에 왔잖니.”

       

       “···아. 그 빌런이요?”

       

       “그래.”

       

       

       드디어 수색 대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가.

       

       시우에게 물어봐도 자세한 내용은 기밀이라서, 자신도 잘 모른다고 했었다.

       

       직접 도착해야만 들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들었다고는 하던데.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그러는 건지.

       

       

       “맞다. 너희는 아직 추적 대상도 잘 모르겠구나. 좋아, 여기까지 왔으니 설명해줘도 괜찮겠지.”

       

       “설명이요?”

       

       “자, 이걸 한번 확인해 볼래?”

       

       “···이건?”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시우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일까.

       

       물건을 받아서 든 시우의 손에는 자그맣고 새까만, 기계로 된 장치가 하나 놓여있었다.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달고 있는 물건이야. 특수 제작되는 비싼 물건이라 상당히 튼튼한 고급품이지. ···맞다. 너희들도 하나씩 가지렴.”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게 뭐죠?”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우리에게도 물건을 전달해 주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이런 자그마한 게 도대체 뭐길래 우리에게 주는 걸까.

       

       

       “아. 깜빡했네. 소형 카메라 같은 거야.”

       

       “카메라?”

       

       “이걸 이렇게 만지면···. 자, 보이니?”

       

       

       이렇게 작은 물건의 어디에 조작하는 게 있다는 건지, 카메라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해서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작은 구멍에서 나온 빛이, 눈앞의 벽에 영상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우와, 신기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는 위험하거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기록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록되는 물건은 참 편하지.”

       

       “···.”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말에 신기함에 입을 벌리고 있던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와 동시에, 도대체 아까 왜 우리에게 이 물건을 전해줬는지 깨달았다.

       

       혹시라도 우리가 잘못되었을 경우, 그 원인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그리고 맨 처음에 준, 지금 영상이 틀어진 이 물건은 누군가가 착용하던 물건이었을 거라는 사실을.

       

       

       “예상한 모양이구나? 맞아. 이건 빌런에게 죽은 2팀 직원 중 한 명의 기록이야. 다행히도 남아있더라고.”

       

       “···다행히 남아있었다?”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크기가 작으니 한계는 있거든. 마수한테 공격당한 부위에 있어도 당연히 부서지고.”

       

       

       이 물건이 누군가의 유산이라는 사실에, 일행들의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자, 보렴. 저게 우리가 쫓아야 할 대상이야.”

       

       

       그리고 그 침울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영상 속 빌런의 모습에 모두가 압도되었으니까.

       

       

       “···저게, 뭐야.”

       

       -있지, 거기서 뭐 해?

       

       -뭐하냐니까?

       

       

       콰득.

       

       영상 속 소녀의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이 물건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모두에게 이상 사태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조용히 옆에 다가온, 마수의 다리를 쓰다듬던 소녀는···.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흉측했다.

       

       

       “저거, 사람 맞아요···?”

       

       “글쎄. 우리도 그것 때문에 논란이 조금 있는 상황이야.”

       

       “사람인지, 마수인지?”

       

       “응. 일단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있고, 말을 할 수 있어서 빌런으로 분류해두긴 했지만.”

       

       

       저걸 정말 사람으로 불러도 괜찮을까.

       

       모두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소녀의 외형은 그야말로 흉측하기 그지없었으니까.

       

       몸에 끔찍한 무언가가 달라붙기 이전에는 평범한 소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마치 아이가 찰흙 놀이를 하고 난 뒤 버려진 인형이 이런 모습일까.

       

       실루엣을 가려주는 후드티를 벗자 보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팔에는 흉측한 이빨과 눈이 덕지덕지 달려있다.

       

       가슴으로 추정되는 부위에는 새빨간 무언가가 지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심장이겠지.

       

       다리는 사람의 것으로 보기 힘든, 뾰족한 가시가 솟아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공포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끔찍한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인간이라기에는 마수랑 대화할 수 있고, 마수라기에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

       

       “···위험하겠는데요.”

       

       “그렇지?”

       

       

       모두는 이해했다.

       

       어째서 협회가 이걸 시우가 현장까지 온 이후에야 보여줬는지.

       

       마수와 사람. 두 존재와 동시에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인지 마수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무언가.

       

       이게 만약 어딘가 새어나가기라도 한다면 무슨 사건이 터질지, 그 여파를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너희들의 손까지 빌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미안해.”

       

       “···탐색계 능력자가 갑작스러운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고 들었어요.”

       

       “응. 그렇게 됐어.”

       

       

       한숨을 내쉰 그가 푸념하듯 말했다.

       

       

       “휴가를 갔던 동료를 부르려고 했더니 주변에 연쇄 살인 사건이 터져서 도와주는 중이라고 하고. 다른 탐색계 초인들도 다 상황이 비슷하다고 하더라고. 운도 지지리 없지.”

       

       

       ···운?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다들 현실에 일어난 사건이라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작가님이 벌인 짓이라는 걸.

       

       살짝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정말 미안해. 대신 호위는 확실하게 할 테니까.”

       

       “···괜찮습니다. 언젠가 해야 할 일, 미리 한다고 생각하죠 뭐.”

       

       “오오···. 야, 딸. 너 좀 멋진 친구 데리고 있다? 저거 좀 어떻게 잡아볼래?”

       

       “절대 안 해! 미쳤어?!”

       

       

       홱.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았다.

       

       

       “···왜 그러니?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그래?”

       

       

       내 목소리에 당황한 듯 그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어느새 도착한 숙소.

       

       그가 우리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자, 여기야. 오늘은 여기서 푹 쉬고. 아마 사령관님이 자세한 일정을 하율에게 전달했을 거야.”

       

       “아, 감사합니다.”

       

       “딸, 너는 잠깐 나 좀 따라오고.”

       

       “···어? 나? 왜?”

       

       “왜긴?”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아멜리아는 도망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SNS에 올라간 글들 다 확인해봤거든.”

       

       “···?!”

       

       “어허, 딸. 도망치기 있기?”

       

       “어느새?!”

       

       

       그러나 가속하기 위해 발을 떼려는 찰나.

       

       이미 아멜리아를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던 그가, 순식간에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아멜리아의 볼을 붙잡은 채로 호기롭게 웃었다.

       

       

       “이, 이거 나아아아···!”

       

       “요, 요. 괘씸한 것. 감히 아빠의 취미를 까발리다니, 내가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거늘.”

       

       “노으라고오오오···!”

       

       “그 벌로, 오늘 딸은 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볼까?”

       

       “으아아아, 얘드라···! 살려줘!”

       

       

       우리가 딱히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솔직히 아멜리아의 잘못이 맞는 것 같긴 했고.

       

       남의 치부를 전 세계에 퍼트리는 건 솔직히 조금 그렇잖아?

       

       우리가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아멜리아가 구슬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이쿠, 누구 딸 아니랄까 봐 비명도 참···.”

       

       “···잘 다녀오세요?”

       

       “푹 쉬고 있으렴. ···오랜만에 즐거운 지옥의 레이싱을 즐기자꾸나, 딸아. 나한테 잡히면 그 순간 지옥 스파링으로 넘어가는 거 기억하고 있지?”

       

       “어, 그, 아빠···?”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네가 실력이 녹슬지만 않았다면, 이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을 테니까. 다만 따라잡힌다면 그 힘든 상황에서 나와 싸워야겠지?”

       

       “조, 조금만 살살 해줘···?”

       

       “어허. 훈련은 실전같이. 그리고, 우리 집 가훈이 뭐였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그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내게서 도망치면 그만 아니니?”

       

       

       저 표정은 불가능하다는 표정이구나. 아멜리아의 얼굴에는 체념이 가득했으니까.

       

       저번에는 아버지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라더니.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속도가 조금 붙어야 가능한 모양이다.

       

       속력이 붙기 전에 잡히면 저렇게 되는 걸까.

       

       

       “그럼, 시작!”

       

       “살려줘어어어어어어!”

       

       “아하하하, 느리다, 딸아! 더 빨리 달려!”

       

       “싫어어어어어어!”

       

       “···에휴.”

       

       

       진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몬스터를 먹어보니 오늘 죽을것 같아서

    몬스터를 먹었습니다

    금요일까지 먹으며 체력을 당겨 쓴 뒤에, 토요일에 뻗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후, 체력 돌려막기 신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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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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