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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장보도.

         

       절세의 고수, 아무리 펑펑 쓰고 다녀도 돈이 마르지 않는 거부, 삼류 무사가 손에 쥐기만 하면 일류도 이기게 만들어 주는 전설의 무구를 제작하는 장인.

         

       어떤 식으로든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이 남기고 간 유물이 잠들어 있는 곳을 표시해둔 지도를 장보도라 한다.

         

       쉽게 설명하면 흔히들 말하는 보물 지도라고 보면 된다.

         

       “혈수마녀?”

       “그렇소.”

       “그게 누군데.”

         

       무림의 역사에 대해 이리도 몰라서야, 원.

         

       작게 한숨을 내쉰 장삼이 그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이백 년 전, 혈교와의 치열한 전쟁이 끝난 직후 등장한 희대의 마녀요.”

         

       패배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영웅과 현천문의 활약으로 겨우 반격에 성공하여 승리를 거머쥔 전쟁이었다.

         

       그만큼 정파와 사파 모두 수십 년은 족히 필요할 만큼 커다란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모두가 회복을 위해 시름하고 있을 때, 핏빛처럼 붉은 장포를 걸친 여인이 중원에 등장했다.

         

       “그녀가 바로 훗날 혈수마녀라 불린 여인이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여인은 혈교와의 전쟁에서 활약하여 명성이 드높았던 정사의 고수들을 끔찍하게 참살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그녀의 손이 피에 물들어 붉게 빛나는 것을 보고 혈수마녀라 불리게 되었다고.

         

       “그 이후 그녀는 무림 공적으로 수배되어 정사가 합심하여 천라지망까지 펼쳤으나 그녀를 잡지 못했다고 하오.”

         

       일류이상의 무인 천 명으로 이루어진 천라지망이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싸워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에 구멍을 뚫는 데에 성공했고, 그곳을 통해 유유히 달아났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하더군.”

         

       무려 수십 년 동안 회자 될 전설적인 업을 남긴 채, 그녀는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천라지망이라.”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거 뚫는 거 쉽지 않은데.”

         

       용사일 때의 백우진도 한 번 뚫어본 경험이 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마족들이 그 하나를 잡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조여 들어왔다.

         

       잠은 분 단위로 쪼개서 자야만 했고, 마족의 뜨거운 피를 뒤집어쓰며 식량을 섭취해야 했지.

         

       “어우.”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때의 기억은 다사다난한 그의 인생사에서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최악의 순간 중 하나였다.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스멀스멀 떠오르는 기억을 구석에 처박은 뒤, 장삼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여인은 왜 그런 짓을 했대?”

       “모르오. 당시에도 그게 가장 의문이었다고 하더군.”

         

       원독어린 표정을 하고 나타나 고수를 죽이고 홀연히 사라지는 혈수마녀를 보며, 사람들은 무던히도 수군거렸다.

         

       대체 왜 그 여인은 그토록 많은 고수들을 잔인하게 죽였을까.

         

       당시 떠벌리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많은 설들을 풀어냈다.

         

       그녀가 정사의 합동 공격에 의해 멸문한 혈교의 마지막 후예라는 말도 있었고, 죽임을 당한 고수들에게 지아비와 가문을 잃은 가엾은 여인의 한풀이라는 말도 있었다.

         

       “허나 무엇 하나 본인의 입으로 거론된 게 없으니 설에 불과할 뿐, 신빙성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오.”

         

       그렇게 혈수마녀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리무중인 상태로 남아 수십 년을 떠돌았으나, 이제는 입담으로 벌어 먹고사는 호사가들에 의해 가끔 전해질 뿐이라고.

         

       “그런데 이번에 전설로만 남은 그 혈수마녀가 죽음을 맞이한 위치가 표시된 장보도가 발견된 것이오.”

         

       적을 두지 않고 세상을 떠도는 고수들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훗날 이곳에 닿게 될 연자를 위해 남겨두고 떠난다.

         

       백우진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럴 거면 그냥 죽기 전에 마음에 드는 제자 하나 골라서 전수해주고 가면 될 일인데, 왜 굳이.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지.’

         

       애초에 이곳이 정상적인 무림도 아니지 않은가.

         

       클리셰 덩어리 삼류 작가의 모자란 창의력이 빚어낸 세상이니 촘촘한 개연성을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 장보도가 가짜일 수도 있을 거 아냐.”

         

       무림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그동안 죽은 고수는 많다. 그리고 그들을 악용하려는 자들 또한 부지기수다.

         

       그럴싸하게 꾸며낸 가짜 장보도들이 판치는 세상인데, 그걸 순순히 믿을 수는 없는 노릇.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하오. 처음 장보도를 손에 넣은 사내가 은밀히 감정사를 통해 감정을 받았더니, 실제로 이백 년 전쯤에 기록된 지도라는 답을 받았다더군.”

       “시대가 맞으니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다는 건가.”

       “뭐, 이를 찾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맞으면 대박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 아니겠소.”

         

       장보도는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다.

         

       맞으면 대박이고, 아니면 그냥 ‘에라이 퉷!’ 하고 침 한 번 뱉으면 그만인.

         

       “덕분에 섬서 지역에 정사의 무인들이 모여들어 허구한 날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오.”

         

       장삼의 얼굴이 사뭇 심각해졌다.

         

       정사 나눌 것 없이 무인이란 족속들은 기연에 환장한 인간들이다.

         

       또한 혼자 먹는 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기도 했다.

         

       이기적인 자들이 모였으니 혈투가 벌어지는 건 당연지사. 그로 인해 섬서 일대에 대혼란이 펼쳐졌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사흑련과 무림맹에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원을 파견했다고 하더군.”

       “흠, 글쎄.”

         

       과연 그게 가능할까.

         

       백우진은 생각에 잠겼다.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섬서 일대의 안정화일 것이다. 하지만 백우진은 그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뜨겁게 달아오른 혼란이 진정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난리겠지.’

         

       결국 이 혼란을 온전히 잠재우기 위해선 장보도의 진위여부를 확실하게 가려야만 한다.

         

       ‘장보도가 거짓이라면 거기서 끝이겠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더 큰 혼란이 찾아오겠지.

         

       장보도에 표시된 지역에 진짜로 그녀의 무덤이 존재하고, 그 안에 수십의 고수를 손쉽게 살해한 절세의 무공이 잠들어 있다면.

         

       그것을 누가 가져야 하는가.

         

       무림 공적 혈수마녀는 결국 정사지간의 고수라고 봐야만 한다. 그런 그녀의 무공이 반대 세력에 넘어가는 이상 그들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만약 그로 인해 또 하나의 존(尊) 또는 황(皇)이 탄생하게 된다면, 정과 사 양측에서 팽팽하게 당긴 세력의 구도가 어느 한쪽으로 크게 쏠린다면.

         

       그땐 더 큰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양쪽의 존망이 걸린 대혈투가.

         

       “아, 쓰읍….”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뒷골이 팍 당기기 시작했다.

         

       “느낌이 굉장히 더러운데.”

         

       하나의 장보도로 인해 펼쳐질 최악의 미래를 가정하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주 강렬한 주작의 냄새가.

         

       밖에서 마교가 문 열어달라고 지랄발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원에서의 정파와 사파는 오랫동안 지속된 평화 속에서 그 힘을 길러왔다.

         

       그런 그들이 크게 한 판 붙게 된다면 이득을 볼 이들은 누구인가.

         

       단연 마교 아닐까.

         

       “혈압 팍팍 오르는구만.”

       “병이라도 걸렸소?”

         

       혹여 옮기는 병이 아닐까 염려한 장삼이 뒤로 물러난다.

         

       어쩜 하는 짓이 점점 광수를 닮아가는 걸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닌 게 아닐 것 같아서 문제다.

         

       자꾸만 육감이 그곳에서 뭐가 벌어져도 벌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을 때, 어느새 슬며시 다가온 장삼이 굉장히 염세적인 미소를 지은 채로 물어왔다.

         

       “흠흠, 조장. 그…, 우리 가기로 했던 금양루는 언제쯤….”

         

       백우진이 몸을 일으켰다.

         

       “조원들한테 전부 짐 싸라고 해.”

       “아니, 갑자기 짐은 왜…, 헉.”

         

       불길한 생각이 장삼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지금까지 신나게 떠들어댄 장보도 이야기 이후로 짐을 싸라고 했다는 건.

         

       “미쳤소?”

       “멀쩡한데, 자식아.”

       “고작 생도 신분으로 거기서 뭘 하겠다고…!”

       “이봐, 삼이.”

         

       백우진이 친근한 척 다가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거 알아?”

       “무, 뭘 말이오.”

       “우리가 가려는 곳에 본점조차 한 수 접어준다는 금양루 섬서점이 있다는 것 말이야.”

       “앗, 아아…!”

         

       그것은 장삼이 들어선 안 될 악마의 소리였다.

         

         

       * * *

         

         

       혈수마녀의 장보도가 출현한 섬서 일대의 대혼란은 정무학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파와 사파를 대표하는 무림맹과 사흑련. 그리고 많은 무인들.

         

       후기지수로서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아닌가.

         

       “아니,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명예에 눈이 먼 각 학년의 조장들이 섬서에 가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고, 담당 교수들은 이를 막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글쎄 목숨이 위험하대도!”

       “이미 피가 흐르는 땅에 가서 후기지수가 뭘 하겠단 말이야!”

         

       조별 과제를 선택하는 권한과 책임 모두 조장에게 있으나, 섬서에는 이미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이번만큼은 그들로서도 막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자 결국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부관주 언진섭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는 출타 중인 관주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후 장보도와 관련된 조별 과제를 엄히 금하며 이를 어길 시 엄벌에 처한다는 방을 붙여두었다.

         

       “젠장,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딨다고….”

       “무림맹에 눈도장을 찍을 기회였거늘.”

       “아아, 아쉽다.”

         

       정무학관에서의 불이익은 명가의 자제들에게 있어 불명예 그 자체.

         

       아쉬운 마음으로 푸념하며 그들이 돌아설 무렵, 서서히 평화를 되찾아가는 학관을 보며 한시름 덜고 있던 부관주실에 소란이 찾아들었다.

         

       “부, 부관주님!”

       “아니, 염철진 교수! 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 예의 없이 구는가!”

       “죄송합니다! 꼭 아셔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어서 말해보게.”

       “저어, 일단 이것을….”

         

       그가 내민 것은 조별 과제 출발에 앞서 대략적인 일정을 적어 제출하는 보고서였다.

         

       염철진은 이 학년 신룡조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였다. 그리고 그 신룡을 이끄는 이가 백우진임을 떠올린 언진섭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것은 보고서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아주 간략한 문장 한 줄만이 적혀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백우진.

         

       그는 섬서성에 자리한 거대 세가, 섬서백가의 둘째 아들내미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부턴 섬서에서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연참도 함께 합니다!!

    기대해주세욧!!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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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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