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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117화. 순위전 ( 10 )

       

       

       

       

       

       “후ㅡ”

       

       

       깊은 숨을 내쉬며 콜로세움 전용 UI에서 나간다. 언제나처럼 작은 신전과 뽈뽈 돌아다니는 드워프들이 나를 반겨줬다.

       

       멍하니 드워프들을 바라보면서 방금 본 이스칼의 시련을 떠올린다. 

       

       

       ‘그건 진짜…’

       

       

       엄청났다.

       

       이스칼이 괜찮은 탱커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버클러 하나로도 그렇게까지 잘 싸울 줄은 몰랐다.

       

       단어 그대로 바다처럼 밀려오는 웨이브를 혼자서 막아내고 버텨냈다. 마지막 웨이브에서는 간당간당했지만… 정해진 시간이 다하면서 자동으로 클리어 판정이 나왔다.

       

       

       ‘이스칼 혼자 시련에 성공해서 순위권에 안착하긴 했네.’

       

       

       시련을 통과한 이스칼은 6명 중에서 1등을 기록했다. 예상대로 탈락한 녀석들은 무조건 하위권으로, 일단 통과하면 무조건 탈락한 애들보다는 상위권으로 가는 듯하다.

       

       뽈뽈 거리는 드워프를 툭툭 터치하면서 생각한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있었다. 

       

       

       ‘내가 스킬을 못 쓰는 시련도 있다는 건 좀 위험한데…’

       

       

       엄청난 수가 몰려오던 마지막 웨이브. 나는 그 타이밍에 이스칼에게 버프를 주려고 했다. 잘 버텨놓고 마지막 웨이브에서 죽으면 세상 억울하니까.

       

       그런데…

       

       삐익ㅡ

       

       《! 스킬 사용이 불가능한 시련입니다 !》

       

       

       설마 생각도 못 하고 있던 변수가 나타날 줄이야. 이 게임은 의외로 스킬을 쓸 수 있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아서, 당연히 내가 스킬을 써서 개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내가 계속 스킬로 개입을 해왔고.

       

       스킬을 못 쓰는 시련의 조건이 뭔지는 조금 더 찾아봐야겠지만, 지금이라도 스킬을 못 쓰는 시련이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은 큰 이득이다.

       

       만약 케니스 같은 주요 딜러 캐릭터의 시련을 진행하다가 스킬을 못 써서 시련에 실패하고, 성급 강화에 실패했다면…

       

       그날 밤은 잠도 못 잤으리라.

       

       툭툭! 쭈욱-

       

       《아이£¥r?! 드워ㅍㅡiQr 사r려!!》

       

       

       멍하니 드워프를 터치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드래그했는데, 드워프가 내 손을 따라 덜렁 들렸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드워프가 짧은 팔다리를 휘저으며 발버둥 친다.

       

       뭐라고 대사도 말하는데 스크립트도 조금씩 고치고 있는지, 전보다는 훨씬 읽을 만한 수준이다.

       

       

       “오… 이런 기능도 있었어?”

       

       휙 휘익-

       

       

       자세히 보니 터치 아이콘이 무언가를 움켜잡은 손바닥 모양으로 바뀌었다. 드워프들한테 이동 명령을 내리는 기능과는 다른 것 같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손가락을 따라 휘적휘적 춤추는 드워프. 아마 별다른 기능 없이 그냥 드래그 앤 드롭인 것 같다. 심심하니까 다른 드워프들도 쭈욱 들어 올려서 이리저리 휘저었다.

       

       

       《흐Qs아n£$악!!》

       

       《드ㅇ£¥○프살려!!》

       

       《아O£¡고r 나죽^&어!!》

       

       

       그렇게 드워프들을 가지고 한참을 놀았다.

       

       

       

              *       *       *       *       *

       

       

       

       부웅ㅡ! 부우웅ㅡ!

       

       “아이고, 드워프 살려!!”

       

       

       드워프 하나가 허공에 매달려서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짧은 팔다리로 열심히 허공을 휘저어보지만, 부질없는 짓.

       강력한 힘이 그의 허리춤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위, 위대하신 분이시여!!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마안ㅡ?!”

       

       쐐애애액ㅡ!

       

       

       허리춤을 붙잡힌 드워프가 쏜살같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성지의 하늘을 누빈다. 아마 그는 하늘을 나는 최초의 드워프로 기록되리라.

       그렇게 성지의 하늘을 몇 바퀴 돌고 온 드워프는 얼굴이 퍼렇게 죽어버렸다. 벌써부터 땅이 너무나 그리웠다.

       

       꿀꺽-

       

       드워프는 무언가 결심했는지 아주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스스로의 팔을 자르기로 결심한 이의 얼굴.

       

       

       “위대하신 분이시여! 아, 앞으로는 맥주도 하루에 네 통 밖에 마시지 않겠습니다!!”

       

       “허억!!”

       

       “저, 저저!!”

       

       

       얼마나 절박했으면 생명수와도 같은 맥주를 네 통 밖에 먹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까!

       

       지상에서 그를 구경하던 드워프들은 사색이 돼서 말렸다.

       

       

       “이봐! 미친거야? 드워프가 어떻게 맥주 네 통만 마시고 버텨!”

       

       “저 녀석, 완전히 돌아버렸군…”

       

       “난 저 녀석의 목숨이 길어봤자 한 달 예상하지.”

       

       “하루에 맥주 네 통으로는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못 버틸 거야!!”

       

       툭! 

       

       “으아아악!”

       

       

       허공에 매달려 있던 드워프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하늘에 매달려 있던 드워프는 너무나 그리웠던 흙에 입을 맞추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위대한 분이시여, 감사합니다!! 앞으로 매일 네 통의 맥주만 마시면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쯧쯧, 미련한 녀석. 그러니까 평소에 나처럼 처신을 잘 했어야ㅡ아악?!”

       

       쐐애액ㅡ

       

       “으아아악!!”

       

       

       또 다른 드워프가 허리춤을 붙잡혀 하늘로 끌려 올라갔다. 그렇게 하늘을 나는 두 번째 드워프가 탄생했다.

       

       쐐애애액ㅡ!!

       

       “드워프 살려어어!!!”

       

       

       그렇게 성지에는 구름 대신 드워프들이 날아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       *       *       *

       

       

       

       ‘무기나 해금해야겠다.’

       

       

       이벤트 기간으로 여관에는 제법 많은 수의 모험가들이 방문했다. 덕분에 골드가 제법 풍족하게 쌓여서, 무기를 해금할 수 있을 정도.

       

       설레는 마음으로 무기 리스트를 살핀다.

       

       

       ‘음, 뭘 해금하지.’

       

       

       일단 두 개 정도 해금할 생각이다. D 등급으로 하나, 영웅급 무기로 하나. 미리 고민해두기는 했다. 지금 내 영웅들 사이에서 부족한 것이 뭘까.

       

       근거리 딜러 둘, 탱커 하나, 한스까지 포함하면 근거리만 셋이고, 황제는 버퍼니까 논외다. 

       

       

       ‘원딜이 없어 원딜이.’

       

       

       원거리 딜러의 부재. 어느 게임이라도 원거리 딜러가 화력의 꽃이라는 사실은 같을 것이다. 체력이나 방어력과 같은 내구성은 낮지만 대신 높은 화력으로 적을 녹이는 딜링의 상징.

       

       이제 앞 라인도 제법 튼튼하게 맞춰 졌으니, 원거리 딜러를 뽑을 차례다.

       

       슥 슥-

       

       무기 리스트를 대충 훑어보며 적당한 무기를 찾는다. D 급에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무기가 종류별로 하나씩 있는 수준이어서, 활을 만들려고 하면 딱 하나밖에 없었다.

       

       빠밤ㅡ!

       

       《해금완료! D 등급, ‘삐걱거리는 활’!》

       

       

       D 등급의 무기는 대충 골라서 해금시키고 남은 골드를 살펴보니… 아마 C 등급이나 B 등급 쯤에서 하나 해금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자… 뭘 해금할까.’

       

       

       쭉쭉 리스트를 내린다. C 등급부터는 제법 무기의 종류도 많아지고, 가짓수도 풍부해진다. 가지각색의 활들이 보였다. 각궁과 장궁, 단궁, 크로스보우… 다 제쳐둔다.

       

       일단 존나 큰거. 항상 그렇지만 무기는 존나 커야된다.

       

       멀리서 깨작깨작 쏘는 딜링은 겁쟁이나 하는 행동이다. 존나 크고 거대한 활로 딱 한 방. 아주 크고 묵직하게.

       

       그야말로 극한의 유리대포 컨셉.

       그게 내가 원하는 원딜의 컨셉이다.

       

       

       “오. 이거…”

       

       

       리스트 뒤적거리기를 한참. 

       

       드디어 마음에 드는 활을 찾았다. 곧장 해금시킨다.

       

       빠밤ㅡ!

       

       《해금완료! B 등급, ‘황금 나무의 대궁’》

       

       삥뽕ㅡ!

       

       《특대 무기 패키지 적용! ‘황금 나무의 대궁’ 제작 시 효율이 상승합니다!》

       

       

       커다랗고 우람하게 솟은 활의 끝부분을 보니, 매우 흡족했다. 특대 무기 패키지는 거의 잊고 있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얼른 만들어봐야겠네.’

       

       

       우선 제일 간단한 D 등급의 ‘삐걱거리는 활’을 제작칸에 올려두고, 곧장 제작을ㅡ

       

       

       삐익ㅡ!

       

       《이거ㄴ@= 못 만들겠£¥는 ㄷㅔ요?》

       

       “음?”

       

       

       경고음이 울리면서 드워프가 뭐라뭐라 떠든다. 대충 뉘앙스를 보니까 못 만들겠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아니 왜? 갑자기?”

       

       

       지금까지 뚝딱뚝딱 잘 만들다가 갑자기 활만? 설마 싶어서 한 번 더 제작을 눌렀다.

       

       삐익ㅡ!

       

       《이거ㄴ@= 못 만들겠£¥는 ㄷㅔ요?》

       

       

       이제는 카메라를 올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이는 드워프. 골드 주고 산 무기를 못 만든다고? 도대체 왜?

       

       

       “이게 게임이냐?”

       

       

       못 만드는 이유라도 알려줘야지!

       

       

       

       

       

              *       *       *       *       *

       

       

       

       

       

       사악- 사악-

       

       축제가 끝난 늦은 밤.

       

       만신전의 연병장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무언가를 가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사악- 사악-

       

       프리가는 연병장의 구석에 앉아 도끼의 날을 갈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작은 횃불 하나에 의지해 날을 갈고 있다.

       

       사악- 사악-

       

       규칙적이고 낮은 숫돌의 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프리가는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숫돌로 날을 갈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고는 했다.

       

       이따금 어머니가 떠올랐다.

       

       네 번째 생일선물로 손도끼를 받고서는 뛸 듯이 기뻐하던 어린 시절의 그녀. 어머니는 다정한 손으로 그녀의 손에 숫돌을 얹어주며 함께 날을 갈아주고는 했지.

       

       사악- 사악-

       

       – ‘자, 프리가. 잘 보렴. 이 부분은 숫돌을 엄지로 잡고 가는 거야. 힘이 아니라 각도가 중요해.’

       

       – ‘자, 프리가. 잘 보렴. 목을 노릴 때는 이런 각도로 도끼를 휘둘러야 바로 숨통이 끊어져. 이쪽으로 큰 핏줄이 지나가거든.’

       

       ‘자, 프리가. 이리 와보렴. 여기, 이 세모난 창자가 보이니? 이건 핏기만 빼면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부위야. 조난당했을 때 유용하지.’

       

       

       숫돌 소리와 함께 여러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포근하고 따뜻한 순간들. 그 추억들은 프리가의 보물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곰을 사냥하고, 가죽 벗기는 방법을 배우고, 뜨거운 피를 서로에게 튀기며 놀기도 했다. 술에 취한 노루의 등에 올라타서 설원을 질주하기도 했었지. 

       

       피식-

       

       저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그때는 참 순수하고 즐거웠는데.

       

       추억에 젖어있던 틈 사이로, 낯익은 얼굴 하나가 불쑥 떠오른다.

       

       

       ‘낮에는…’

       

       

       프리가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최후의 순간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스칼과 갑작스러운 포옹, 그리고… 생각보다 품이 듬직했다고 느꼈던ㅡ

       

       화아악ㅡ

       

       “읏…!”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프리가는 조금 더 빨리 손을 움직여 날을 갈았다. 실상 날을 가는 것이 아니라, 숫돌을 문지르는 행위에 가까웠다.

       

       삭- 삭- 삭- 삭-

       

       미친 듯이 손을 움직이며 숫돌을 간다. 도리어 도끼날에 숫돌이 갈려 나가고 있지만 프리가는 무아지경으로 움직였다.

       

       

       “후…”

       

       

       그러기를 한참.

       

       머릿속에서 그 멍청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숫돌을 갈아도 사라지지 않는 흐리멍텅한 얼굴.

       

       화아악ㅡ

       

       다시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프리가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도끼를 들어 올렸다.

       

       자꾸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멍청한 얼굴을 향해 도끼를 마구 휘두른다.

       

       부웅- 부우웅ㅡ!

       

       “이,이이이 이 새끼 이거! 어?! 아직 이르다고!! 한참 일러!!”

       

       

       정작 그녀도 뭐가 이르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가 일용할 마음의 양식이 됩니다!!

    공지에 임티 맛보기 올라왔습니다!!!!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엣? 작가에게 죽창?? 우, 우째서…!! 악마와 마귀 말고 다른 몹들도 존재는 합니다!! 북부에서 잠깐 나왔던 웨어울프처럼 ‘마수’ 라는 이름으로 불리죠! 마수들은 생태계의 일종입니다! 악마와는 상관이 없어용!!

    – ‘Angel White’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찡긋이라니!! 살인적인 윙크로 저의 심장을 하트브레이크 해버리시는군요!!!! 비인간적인 사랑의 윙크!!! 저도 사랑합니다!!! 찡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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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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