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7

        이현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어, 어떻게 하냐?!”

       

        이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제 다 끝났어!”

       

        “으아아아악!!”

       

        “신이시여!!”

       

        주변에서(주변이라고 해도 엄청 멀리 떨어져 있다) 아그라다의 주인과 멸천룡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 그리고 뉴스를 통해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행동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멸천룡의 몸을 뒤덮고 있던 황금이 녹아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큰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멸천룡은 자색의 불꽃을 꺼내 들더니, 그것으로 보스 몬스터를 무찔렀다.

       

        그렇게 승리했나 싶었더니 또 웬걸?

        갑자기 엄청 강해진 보스 몬스터가 멸천룡의 공격도 싹 무시한 채 저렇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은 바싹 말라갈 수밖에 없고, 지금도 바싹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저기서 멸천룡이 지면, 그다음은 자신들 차례일 테니까.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블레이즈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장난이 과하시군.

       

        “……장난?”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지금 저게 장난이라니?

       

        이현이 해괴하다는 얼굴로 블레이즈를 바라보자, 블레이즈 역시 그 커다란 눈동자를 굴려 이현을 바라보았다.

        블레이즈가 느긋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잘 알 것 같은…… 아니, 역시 모르겠군.

       

        “…….”

       

        = 하지만 저 상황에서 어머니가 질 일은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딱 봐도 보스 몬스터의 힘이 멸천룡을 웃돌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어떻게 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물론 필멸자에 불과한 인간 따위가 초월자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수 있다.

        그가 모르는 숨겨둔 힘이 멸천룡에게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기에 보이는 것도 있다. 너무나 약하기에 보이는 것도 있다.

       

        “지금 딱 봐도 너희 어머니가 힘에서 밀리시는 것 같은데?”

       

        = 뭐…… 그건 맞는 소리지.

       

        블레이즈는 아그라다의 주인의 공격에 쉴 새 없이 휘청거리는 멸천룡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의 말대로, 현재 힘의 크기는 아그라다의 주인이 멸천룡을 아득히 초월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강력한 ‘별’의 힘에, ‘멸천’의 힘이 더해졌으니 당연한 일이랄까?

       

        = 그럼 파트너. 내가 하나만 물어보지.

       

        “뭔데?”

       

        = 어머니가 밀리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그러니까 40분…… 어라?”

       

        무심코 시계를 확인하던 이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던 터라 잠시 시간 감각을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정도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에 이현은 이질감을 느꼈다.

       

        멸천룡이 이곳에 나타나고, 저 보스 몬스터가 싸우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5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의 4시간 20분 정도의 싸움 중 3시간 정도는 탐색전, 이후 1시간 20분 정도는 서로가 제대로 된 힘을 쏟아붓기 시작했을 때의 싸움 시간이다.

       

        제대로 힘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의 싸움 시간이 3시간 정도고, 서로 전력을 내기 시작한 싸움 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

        심지어 이 시각은 서로의 힘이 비등비등할 때 걸렸던 시간이다.

        즉, 어느 한쪽의 힘이 매우 강해진 지금 상황에서 40분 동안 싸움이 성립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현이 블레이즈를 바라보았다.

        그에 블레이즈가 눈썹을 으쓱거렸다.

       

        = 내가 말한 적이 있었나? 우리 어머니가 고대신들을 죽였다고 말이야.

       

        “한 적 있었던 것 같은데?”

       

        = 고대신들은 상당히 강력한 존재들이야.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초월의 격에 한 발 걸친 상태로 태어나지. 그렇기에 갓 초월에 든 존재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지.

       

        하지만 멸천룡은 그것을 해냈다.

        자기 남편을 모욕한 고대신들에게 분노하고, 그 분노를 연료로 초월에 이르렀으며, 갓 초월자가 된 몸으로 고대신 하나도 아니고, 수십에 달하는 고대신들을 학살하다시피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멸천룡은 어떻게 자신보다 힘과 격이 아득히 높은 고대신들을 학살할 수 있었을까?

       

        = 초월의 속성에는 우열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특히 강력한 속성들이 몇 존재하지.

       

        그중 ‘창조’와 ‘파괴’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월은 다른 초월에 비해 특히 강력하다.

        그리고 멸천룡의 초월은 ‘멸천(滅天)’.

        하늘에 속한 존재에게 극한의 상성 차이를 내는 ‘파괴의 초월 속성’.

       

        = 그리고 어머니의 초월은 더욱더 특이하지.

       

        콰아아앙!!

       

        블레이즈의 시선이 결계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연민이 담긴 얼굴로, 아그라다의 주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슬슬 끝이군.

       

       

        *            *            *

       

       

        쿠과과광!

       

        = 헉! 헉! 헉!

       

        우르스 올베인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초월에 다다른 그가 이렇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의 몸은 이미 호흡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강화된 몸이었기에 그저 흔적과도 같은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아그라다의 주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용금의 결계를 바라보며 두 눈동자를 떨었다.

       

        = 왜냐? 어째서냐? 어째서 아직도 건재한 것이냐!!

       

        승부의 행방은 명백했다.

        상대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했고, 자신은 상대가 가진 비장의 무기마저 삼켜 자기 것으로 삼았다.

        명백하게 힘의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승부는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떤가?

        상대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하고, 자신은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쳐 버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 환각인가?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초월자가 되었다는 것은, 몸과 영혼의 격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초월의 격에 들어간 이들은 정신계 능력에 상당한 면역력을 얻는다.

        물론 상대가 정신 계열의 초월을 이루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상대의 초월은 명백한 ‘파괴’의 초월.

        환각 계열은 ‘정신’에 해당하는 초월이니, 해당 사항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우르스 올베인은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환각이 아니라면, 전부 사실이란 말인가?!

        어떻게 이것이 현실일 수가 있단 말인가!

       

        = 혼란스러워 보이는구나.

       

        = ?!

       

        멸천의 독을 흩뿌리며 멸천룡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하늘’의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독의 힘으로 ‘허공’이라는 공간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허공에 뜨는 원리로 날아오른 멸천룡이 우르스 올베인을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명백한 약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르스 올베인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 네놈……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멸천의 힘을 흡수해 더욱 강해진 항성의 힘이 결계의 안쪽을 붕괴시키기 시작한다.

        원자조차 소립자보다 더욱 작은 단위로 쪼개지는 극한의 환경 속.

        어지간한 초월자조차 버티지 못할 환경이었으나…… 멸천룡에게는 그 어떠한 피해조차 주지 못한다.

       

        그 광경을 보며 우르스 올베인은 마침내 깨닫고 말았다.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

       

        = 한 것은…… 너다.

       

        멸천룡의 3쌍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피막조차 없는 앙상한 날개를 펼치며, 초라한 새 한 마리를 내려다본다.

       

        = 나의 ‘멸천의 독’은 하늘에 속한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죽이는 극독이지. 하지만 그것은 내 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멸천의 독이 가진 진정한 무서움은, 끊임없이 증식하고 전염되며, 감염된 대상을 ‘멸천의 속성’으로 변질시키는 데 있다.

       

        = ‘멸천의 독’을 버텨 낼 수 없는 존재는 순식간에 그 생명을 잃어버리지만, 버텨 낼 수만 있다면 강대한 ‘멸천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 ……!!

       

        그래.

        마치 지금의 우르스 올베인처럼 말이다.

       

        = 파괴의 속성에 가까운 ‘멸천의 힘’은 거의 모든 힘에 대하여 공격적인 특성을 보이지.

       

        하지만 단 하나.

        우주의 거의 모든 존재에게 상위의 상성을 가지며, 대부분의 것들에게 피해를 주는 멸천의 힘이지만, 그런 멸천의 힘이 유일하게 피해를 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존재한다.

       

        = 그게 바로 나다.

       

        이것이 바로 멸천룡이 가진 ‘멸천의 독’의 무서움.

        독 자체의 독성도 강력하지만, 끊임없이 전염되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멸천의 속성’으로 뒤바꾸고 변질시킨다.

        그리고 이 독에 감염되어 버린 존재는 강력한 힘을 얻은 대신, ‘멸천룡 그랑 라그나’에게만은 그 어떤 피해도 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멸천룡이 자신보다 상위의 힘과 격을 가졌던 고대신을 죽인 방법이다.

        아무리 그녀보다 상위의 힘과 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

        그리고 멸천룡은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상대를 천천히 사냥한다.

       

        =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면, 상대를 나의 위치까지 끌어내리면 되는 법.

       

        = 네 녀석…….

       

        = 내 멸천의 독을 삼켰다고 했느냐? 내 힘을 너의 것으로 삼았다고 했느냐?

       

        그래.

        그렇게 나의 힘을 원했다면, 그까짓 것은 얼마든지 주마.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 나 역시 네가 내 힘을 삼키기만을 기다렸느니라.

       

        = ……크아아아아아아악!!!

       

        분노한 우르스 올베인이 멸천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력한 항성의 힘을 담아 멸천룡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 죽어! 죽으란 말이다!!

       

        콰과과광!!

       

        콰드득!

       

        하나하나가 행성 하나를 박살 낼 정도의 강렬한 힘.

        하지만 그 힘에 ‘멸천의 힘’이 섞여 버린 이상…… 그 공격이 멸천룡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 어떤 멸천의 힘도 멸천룡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으니까.

       

        덜덜 떨리는 몸으로 발톱을 멈추는 우르스 올베인.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멸천룡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이젠 내 차례군.

       

        그 말과 함께……

       

        콰지직!

       

        = 크아아아아아악!

       

        우르스 올베인의 날개 한 짝이 찢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멸천룡의 전략 :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고? 그렇다면 아래로 끌어내린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