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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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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좋군.”
    “그러게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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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색 연구 가운을 걸친 긴 머리의 여자 한명과 민머리의 남자가 방 안에 갇힌 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
    ​
    “으윽..”
   “누가 제발 나 좀 도와줘…!”
    ​
    ​
    방 안은 새하얀 거미줄 천지였다. 새하얀 고치 형태가 된 사람들은 온몸을 비틀며 고치를 벗어나려 했지만, 실이 오크의 힘줄처럼 질겨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
    스스슷.
    ​
    ​
    사람들을 고치 형태로 만든 범인, 건물 2층만 한 자이언트 거미가 천장에서 내려와 마구 버둥거린 탓에 흐트러진 고치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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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아아악!”
    ​
    ​
    자이언트 거미가 고치를 빙글빙글 돌리며 실을 뿜어내자, 고치에 생긴 작은 틈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고치 안에서 버둥거리던 남자는 파도를 만난 배에 탑승한 것처럼 멀미를 느끼곤 헛구역질했다.
    ​
    ​
    자이언트 거미는 제 식량을 알맞은 장소에 예쁘게 전시한 후 다른 고치들도 세심하게 확인했다. 모든 확인이 끝난 후 곧바로 천장으로 기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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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쿠웅.
    ​
    ​
    작고 여린 맥박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천장에 달리 수십, 수 백개의 알에서 나는 소리였다. 고치들은 앞으로 태어날 새끼 자이언트 거미들의 맛있는 식삿거리가 될 것이다. 
    ​
    ​
    이를 지켜보던 긴 머리의 여자 연구원이 머리카락 끝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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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침 먹잇감이 똑 떨어져서 급한 불을 끄긴 했는데 -.. 너무 아쉽다. 실험체로 쓰고 싶었는데.”
    “몇 명 더 남지 않았나?”
    “남았지. 남았는데 -… 구하기 힘든 실험체들이라 전부 메인 실험에 사용된다더라.”
    ​
    ​
    그녀가 토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남자를 유혹하듯 육감적인 몸매가 살랑살랑 흔들렸지만, 민머리의 남자는 어떠한 감상도 느끼지 못했다.
    ​
    ​
    “싱싱한 실험체를 사용하면 몇 살은 더 어려질 수 있는데…”
    ​
    ​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연구원은 젊음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잔혹한 짓도 저지르는 마녀였다. 그녀의 나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최소 100살은 넘는다는 걸 민머리 남자는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해도, 속이 썩어있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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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정도는 못 빼오려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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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리 말하자,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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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니 어렵겠지. ‘병기’의 대량 생산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그렇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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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는 몸을 휙 돌려 무수히 많은 유리 캡슐들을 바라보았다.
    ​
   
    ​
    캡슐 안쪽에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생명체가 녹아내린 것 같은 검은색 액체가 둥둥 떠 있었다. 눈이나 입 따위가 규칙성 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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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대학살을 위한 병기의 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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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희열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자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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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 -… 난 최대한 빨리 연구를 끝내고 어서 도시로 가고 싶어. 매일 못생긴 것들만 보고 살았더니 피부가 다 상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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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는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제 얼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남자는 표정을 갈무리한 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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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목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해도 너무 풀어져선 안 돼. 지금 같은 시기가 가장 중요한 -…”
    “말 많은 남자는 인기 없는 거 알지? 완전 짜증나.”
    ​
    ​
    코웃음을 치는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결국 작게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
    ​
    “다른 건 몰라도 캡슐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해. 자칫 잘못했다간…”
    “애매한 완성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거? 넌 내가 바보인 줄 아니? 도대체 몇번을 설명하는 거야?”
    ​
    ​
    여자가 진저리난다는 듯 토하는 시늉을 하곤 또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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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르륵,구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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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는 말 없이 유리 캡슐들을 바라보다가 제 할 일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
    “…드디어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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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을 내려다 보고있던 리안은 참고 있던 숨을 작게 뱉어냈다. 그는 천장 환풍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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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좀도둑처럼 움직일 필요 있나? 덤벼드는 놈들을 전부 시원하게 베어버리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나 파트너! ]
    ‘기척을 숨기고 잠입해서 암살자처럼 보스만 싹 처리하고 떠나는 게 더 멋있는 거야.’
    [ 허억…! ‘말도 안 돼! 이게 무슨!’이라거나… ‘도대체 언제 보스를..!’같은 찬양을 들을 수 있겠군! 역시 파트너는 천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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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한 마검을 가볍게 달래주고 근처에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환풍구 입구를 떼어내 조용히 연구실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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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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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은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조금 전 남자와 여자가 바라보고 있던 자이언트 거미의 사육장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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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윽,흑..”
    “제발 노아님…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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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조직원의 목소리였다.
    ​
    ​
    ‘저기서 어떻게 구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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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없이 유리를 깨고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겠지만, 고치의 개수는 26개밖에 되지 않았다. 노아를 포함해 사라진 사람들의 수가 31명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다섯명의 사람은 다른 곳에 붙잡혀 있다는 말이 된다.
    ​
    ​
    ‘최대한 소란 없이 구해내고 다른 사람들도 찾아야 해.’
    ​
    ​
    그러니 소란 없이 사람들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리안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
    ​
    ‘..! 저건..’
    ​
    ​
    자이언트 거미 방 앞에 커다란 기계가 놓여있었다. 리안은 소리를 죽인 채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기계 앞으로 향했다.
    ​
    ​
    “음…”
    ​
    ​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버튼과 손잡이를 보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
    ​
    “이럴 땐 분명…”
    ​
    ​
    리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개그 세계식으로 해결하면 되겠지! 라는 마인드로 아무거나 마구 만지기 시작했다.
    ​
    ​
    덜컹! 
    ​
    ​
    손잡이를 잡아 내리자 자이언트 거미 방 안에 불이 꺼졌다.
    ​
    ​
    삑.
    ​
    ​
    버튼을 누르자 안쪽에서 물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키에엑?! ]
    ​
    ​
    문제는 물이 쏟아져 나온 곳이 천장이라는 데 있었다. 천장에 붙어있던 알들이 물에 축축하게 젖어 물러지기 시작했다. 거미는 당황한 얼굴로 머리를 이리저리 돌렸다.
    ​
    ​
    삑,삐빅, 삑.
    덜컹,철컹,쿵
    ​
    ​
    보이는 대로 버튼을 누르고 손잡이를 마구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자, 자이언트 거미의 방은 혼돈 상태가 되기 시작했다. 
    ​
    ​
    불이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할 정도로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고, 세차장에 맨몸으로 들어간 것처럼 사방에서 온갖 종류에 물이 쏟아졌다가 멈추길 반복했다.
    ​
    ​
    “이건 뭐지?”
    ​
    ​
    리안이 딱 봐도 누르면 안 될 것 같이 생긴 빨간 버튼을 누르자 자이언트 거미 방안 벽면에 로봇들이 튀어나와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기껏 쳐놓은 거미줄이 서걱서걱 예쁘게 잘려 청소기에 빨려 들어갔다.
    ​
    ​
    [ 키에엑! 캬아아악! ]
    ​
    ​
    분노한 거미가 로봇들을 물어뜯기 위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
    ​
    콰직!
    ​
    ​
    자이언트 거미가 청소 중이던 로봇을 물어버리자.
    ​
    ​
    콰앙!
    ​
    ​
    로봇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
    ​
    [ 키에에에엑! ]
    ​
    ​
    자이언트 거미가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비틀었다. 이쯤 되면 소란을 느끼고 누군가 달려올 법도 하지만… 리안이 ‘소음 제거’ 버튼을 누른 바람에 아무도 소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
    자이언트 거미가 괴로워하는 사이 청소 로봇들을 착실히 거미줄을 청소했다. 이는 고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치가 순식간에 잘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하며 튀어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
    ​
    거미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꼼짝도 할 수 없었겠지만, 거미줄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채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
    “힉!”
    “모, 몬스터!”
    ​
    ​
    겁에 질린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건물 2층만 한 자이언트 거미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몸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
    ​
    “다들 정신 차리고 이리로 모이세요!”
    “…!”
    ​
    ​
    그때 단호한 목소리가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
    ​
    “피아님..!”
    “아아!”
    ​
    ​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은 빛이라도 찾은 것처럼 피아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피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건 아니었다.
    ​
    ​
    “가까이에 쓰러진 동료를 외면하지 마시고, 반드시 함께 해주셔야 합니다!”
    “예!”
   “읏차, 자 어서 걷게나.”
    ​
    ​
    9명의 사람이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넋을 놓거나 기절해버린 동료를 챙겨 피아 쪽으로 걸어갔다. 피아 또한 가까이에 기절한 아이 둘을 한 팔에 하나씩 번쩍 들어 올렸다.
    ​
    ​
    그녀 또한 어느 정도 단련을 한 상태였기에 아이 둘 정도는 드는 데 아무런 문제 없었다.
    ​
    ​
    ‘입구, 입구를 찾아야 해.’
    ​
    ​
    피아가 다급히 시선을 굴려 입구를 찾던 그때.
    ​
    ​
    [ 키에에에엑! ]
    “…!”
    ​
    ​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이언트 거미가 긴 울음을 토해냈다. 녀석은 엉망이 된 제집을 보며 검은 눈을 벌겋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극도로 분노하여 몸속 마기가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
    ​
    쿵!
    ​
    ​
    놈이 벽면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내려앉았다. 소름이 끼치는 수십 개의 눈동자와 털이 수북한 두껍고 길쭉한 다리, 온몸을 뒤덮은 화려한 무늬와 사람의 몸통보다 더 큰 섬뜩한 치아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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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늑대 앞에 던져진 양 떼들 처럼 그들은 가녀리게 몸을 떨었다.
    ​
    ​
    “아아…리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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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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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이 아이들이라도… 저는 죽어도 괜찮으니…’
    ​
    ​
    리안을 제 신으로 삼은 피아는 일반적인 신도들이 그러하듯 희생적인 면모를 보이며 진심을 담아 기도를 올렸다. 어느새 피아의 얼굴은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
    ​
    그 시점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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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를 수 있는 건 다 눌러봤는데… 도대체 문을 여는 버튼은 어디 있는 거야?”
    ​
    ​
    문을 여는 버튼을 찾지 못해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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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럴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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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들의 지혜(주먹)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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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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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으로 기계 머리 쪽을 내려치자 방망이로 내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기계가 움푹 들어가 버렸다. 
    ​
    ​
    치지직, 치직…
    ​
    ​
    완전히 고장이 난 듯 스파크가 이리저리 튀더니.
    ​
    ​
    우웅 -..
    ​
    ​
    자이언트 거미 방에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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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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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해맑게 웃으며 마검을 늘어뜨린 채 문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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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연구소 부수기 할 생각에 싱글벙글하는 중..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운이 좋군.”

“그러게나 말이야.”

검은색 연구 가운을 걸친 긴 머리의 여자 한명과 민머리의 남자가 방 안에 갇힌 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으윽..”

“누가 제발 나 좀 도와줘…!”

방 안은 새하얀 거미줄 천지였다. 새하얀 고치 형태가 된 사람들은 온몸을 비틀며 고치를 벗어나려 했지만, 실이 오크의 힘줄처럼 질겨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스스슷.

사람들을 고치 형태로 만든 범인, 건물 2층만 한 자이언트 거미가 천장에서 내려와 마구 버둥거린 탓에 흐트러진 고치에 다가갔다.

“으아아악!”

자이언트 거미가 고치를 빙글빙글 돌리며 실을 뿜어내자, 고치에 생긴 작은 틈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고치 안에서 버둥거리던 남자는 파도를 만난 배에 탑승한 것처럼 멀미를 느끼곤 헛구역질했다.

자이언트 거미는 제 식량을 알맞은 장소에 예쁘게 전시한 후 다른 고치들도 세심하게 확인했다. 모든 확인이 끝난 후 곧바로 천장으로 기어 올라갔다.

쿵,쿠웅.

작고 여린 맥박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천장에 달리 수십, 수 백개의 알에서 나는 소리였다. 고치들은 앞으로 태어날 새끼 자이언트 거미들의 맛있는 식삿거리가 될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긴 머리의 여자 연구원이 머리카락 끝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마침 먹잇감이 똑 떨어져서 급한 불을 끄긴 했는데 -.. 너무 아쉽다. 실험체로 쓰고 싶었는데.”

“몇 명 더 남지 않았나?”

“남았지. 남았는데 -… 구하기 힘든 실험체들이라 전부 메인 실험에 사용된다더라.”

그녀가 토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남자를 유혹하듯 육감적인 몸매가 살랑살랑 흔들렸지만, 민머리의 남자는 어떠한 감상도 느끼지 못했다.

“싱싱한 실험체를 사용하면 몇 살은 더 어려질 수 있는데…”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연구원은 젊음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잔혹한 짓도 저지르는 마녀였다. 그녀의 나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최소 100살은 넘는다는 걸 민머리 남자는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해도, 속이 썩어있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하나 정도는 못 빼오려나아?”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리 말하자,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이니 어렵겠지. ‘병기’의 대량 생산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그렇긴 하지.”

남자는 몸을 휙 돌려 무수히 많은 유리 캡슐들을 바라보았다.

캡슐 안쪽에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생명체가 녹아내린 것 같은 검은색 액체가 둥둥 떠 있었다. 눈이나 입 따위가 규칙성 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대학살을 위한 병기의 완성이.”

남자가 희열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자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 난 최대한 빨리 연구를 끝내고 어서 도시로 가고 싶어. 매일 못생긴 것들만 보고 살았더니 피부가 다 상한 것 같아.”

여자는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제 얼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남자는 표정을 갈무리한 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목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해도 너무 풀어져선 안 돼. 지금 같은 시기가 가장 중요한 -…”

“말 많은 남자는 인기 없는 거 알지? 완전 짜증나.”

코웃음을 치는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결국 작게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캡슐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해. 자칫 잘못했다간…”

“애매한 완성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거? 넌 내가 바보인 줄 아니? 도대체 몇번을 설명하는 거야?”

여자가 진저리난다는 듯 토하는 시늉을 하곤 또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구르륵,구륵…

남자는 말 없이 유리 캡슐들을 바라보다가 제 할 일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갔네.”

두 사람을 내려다 보고있던 리안은 참고 있던 숨을 작게 뱉어냈다. 그는 천장 환풍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좀도둑처럼 움직일 필요 있나? 덤벼드는 놈들을 전부 시원하게 베어버리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나 파트너! ]

‘기척을 숨기고 잠입해서 암살자처럼 보스만 싹 처리하고 떠나는 게 더 멋있는 거야.’

[ 허억…! ‘말도 안 돼! 이게 무슨!’이라거나… ‘도대체 언제 보스를..!’같은 찬양을 들을 수 있겠군! 역시 파트너는 천재다! ]

단순한 마검을 가볍게 달래주고 근처에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환풍구 입구를 떼어내 조용히 연구실에 착지했다.

스슷.

리안은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조금 전 남자와 여자가 바라보고 있던 자이언트 거미의 사육장으로 다가갔다.

“흐윽,흑..”

“제발 노아님…살려주세요..”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조직원의 목소리였다.

‘저기서 어떻게 구해내지?’

생각 없이 유리를 깨고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겠지만, 고치의 개수는 26개밖에 되지 않았다. 노아를 포함해 사라진 사람들의 수가 31명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다섯명의 사람은 다른 곳에 붙잡혀 있다는 말이 된다.

‘최대한 소란 없이 구해내고 다른 사람들도 찾아야 해.’

그러니 소란 없이 사람들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리안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 저건..’

자이언트 거미 방 앞에 커다란 기계가 놓여있었다. 리안은 소리를 죽인 채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기계 앞으로 향했다.

“음…”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버튼과 손잡이를 보자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다.

“이럴 땐 분명…”

리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개그 세계식으로 해결하면 되겠지! 라는 마인드로 아무거나 마구 만지기 시작했다.

덜컹!

손잡이를 잡아 내리자 자이언트 거미 방 안에 불이 꺼졌다.

삑.

버튼을 누르자 안쪽에서 물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키에엑?! ]

문제는 물이 쏟아져 나온 곳이 천장이라는 데 있었다. 천장에 붙어있던 알들이 물에 축축하게 젖어 물러지기 시작했다. 거미는 당황한 얼굴로 머리를 이리저리 돌렸다.

삑,삐빅, 삑.

덜컹,철컹,쿵

보이는 대로 버튼을 누르고 손잡이를 마구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자, 자이언트 거미의 방은 혼돈 상태가 되기 시작했다.

불이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할 정도로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고, 세차장에 맨몸으로 들어간 것처럼 사방에서 온갖 종류에 물이 쏟아졌다가 멈추길 반복했다.

“이건 뭐지?”

리안이 딱 봐도 누르면 안 될 것 같이 생긴 빨간 버튼을 누르자 자이언트 거미 방안 벽면에 로봇들이 튀어나와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기껏 쳐놓은 거미줄이 서걱서걱 예쁘게 잘려 청소기에 빨려 들어갔다.

[ 키에엑! 캬아아악! ]

분노한 거미가 로봇들을 물어뜯기 위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콰직!

자이언트 거미가 청소 중이던 로봇을 물어버리자.

콰앙!

로봇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 키에에에엑! ]

자이언트 거미가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비틀었다. 이쯤 되면 소란을 느끼고 누군가 달려올 법도 하지만… 리안이 ‘소음 제거’ 버튼을 누른 바람에 아무도 소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이언트 거미가 괴로워하는 사이 청소 로봇들을 착실히 거미줄을 청소했다. 이는 고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고치가 순식간에 잘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하며 튀어나와 바닥을 뒹굴었다.

거미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꼼짝도 할 수 없었겠지만, 거미줄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채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힉!”

“모, 몬스터!”

겁에 질린 사람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건물 2층만 한 자이언트 거미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몸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다들 정신 차리고 이리로 모이세요!”

“…!”

그때 단호한 목소리가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피아님..!”

“아아!”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은 빛이라도 찾은 것처럼 피아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피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건 아니었다.

“가까이에 쓰러진 동료를 외면하지 마시고, 반드시 함께 해주셔야 합니다!”

“예!”

“읏차, 자 어서 걷게나.”

9명의 사람이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넋을 놓거나 기절해버린 동료를 챙겨 피아 쪽으로 걸어갔다. 피아 또한 가까이에 기절한 아이 둘을 한 팔에 하나씩 번쩍 들어 올렸다.

그녀 또한 어느 정도 단련을 한 상태였기에 아이 둘 정도는 드는 데 아무런 문제 없었다.

‘입구, 입구를 찾아야 해.’

피아가 다급히 시선을 굴려 입구를 찾던 그때.

[ 키에에에엑! ]

“…!”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이언트 거미가 긴 울음을 토해냈다. 녀석은 엉망이 된 제집을 보며 검은 눈을 벌겋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극도로 분노하여 몸속 마기가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쿵!

놈이 벽면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내려앉았다. 소름이 끼치는 수십 개의 눈동자와 털이 수북한 두껍고 길쭉한 다리, 온몸을 뒤덮은 화려한 무늬와 사람의 몸통보다 더 큰 섬뜩한 치아가 드러났다.

늑대 앞에 던져진 양 떼들 처럼 그들은 가녀리게 몸을 떨었다.

“아아…리안님…”

피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부디 이 아이들이라도… 저는 죽어도 괜찮으니…’

리안을 제 신으로 삼은 피아는 일반적인 신도들이 그러하듯 희생적인 면모를 보이며 진심을 담아 기도를 올렸다. 어느새 피아의 얼굴은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그 시점 리안.

“누를 수 있는 건 다 눌러봤는데… 도대체 문을 여는 버튼은 어디 있는 거야?”

문을 여는 버튼을 찾지 못해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이럴 땐…”

조상들의 지혜(주먹)를 꺼내 들었다.

깡!

주먹으로 기계 머리 쪽을 내려치자 방망이로 내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기계가 움푹 들어가 버렸다.

치지직, 치직…

완전히 고장이 난 듯 스파크가 이리저리 튀더니.

우웅 -..

자이언트 거미 방에 문이 열렸다!

“역시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지.”

리안은 해맑게 웃으며 마검을 늘어뜨린 채 문 쪽으로 향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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