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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아르마디의 기운을 따라서 걷는 나크라드는 행복했다.

   

   세상에 시련이 존재한다면 그를 넘었을 때에 나타나는 것은 보상일지니.

   

   타리키의 인도를 따라 일을 하니 자연스레 내가 바라던 것이 손에 들어오는 구나.

   

   아르마디의 사도야. 나의 계획을 망쳐 타리키의 뜻을 펼치지 못하게 만든 빌어먹을 아이야.

   

   그 곳에 있었느냐?

   

   나크라드는 어둠 속에서 얄미운 표정을 지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거기서 무얼 기다리고 있느냐.

   

   혹여 다른 아이들이 지어낸 소문에 호기심을 가진 것이야?

   

   그렇다면 네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도록 하마.

   

   내 그대가 바라는 것에 대답을 해줄 터이니 그대는 대가로 그대의 울음소리를 들려다오.

   

   바닥을 기어다니며 눈물 섞인 비명을 질러다오.

   

   너무도 짙고 무거운 밤으로도 가릴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다오.

   

   아르마디의 사도를 어찌 괴롭힐까 고민하던 나크라드는 그녀가 얼굴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달빛이 흐린 밤에도 자기주장이 강한 그 눈은 나크라드의 얼굴을 포착하더니 반달을 그렸다.

   

   무어냐.

   

   어찌하여 웃고 있는가.

   

   나를 바라보았다면 그대의 위기를 눈치 챘을 터인데?

   

   어째서?

   

   정신이 나간 것인가?

   

   죽음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 체념을 한 것인가?

   

   아니다.

   

   허세라 보기에 저 여아는 너무도 자신만만했다.

   

   그렇다는 것은.

   

   등골을 타고서 무언가 생각이 올라오려던 때에 아르마디의 사도가 입술을 움직였다.

   

   독순술을 배운 나크라드는 그 입술에 담긴 말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조져버려.’

   

   그와 동시에 그의 뒤편에서 방금 전까지 감추어져 있던 기척이 움직임을 보였다.

   

   추하게 흙바닥을 나뒹굴며 간신히 기습을 피해낸 나크라드는 마력을 끌어 올리며 뒤편에서 나타난 자를 살폈다.

   

   빌어먹을.

   

   기사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기사.

   

   검을 움직이는 동작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

   

   저 자는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먹잇감이 제 발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구나.

   

   아르마디의 사도는 자신을 미끼삼아 나를 불러낸 것이었다.

   

   나는 복수라는 단어에 휩쓸려 그 먹잇감을 물어버린 멍청한 물고기일 따름이고.

   

   한 방 먹었다는 생각에 나크라드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지만 그렇다 한들 방법이 마땅찮았다.

   

   저 기사를 상대하며 아르마디의 사도를 해 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일단은 도망친다.

   

   어차피 저 놈은 기사다.

   

   내가 어둠 속에 숨어 도주를 시도하면 따라잡을 방법은 마땅치 않을 터.

   

   이번의 일은 초석으로 여기고 마음속에 깊이.

   

   빠져나갈 방책을 생각하던 나크라드는 순간 본능에 따라 어둠의 방벽을 만들어 냈다.

   

   허나 저 먼 곳에서 날아든 화살은 마력을 휘감아 방벽을 무위로 돌려버렸으니.

   

   나크라드의 발목에 화살이 박히며 그의 입술이 힘이 들어갔다.

   

   “영애님. 이 화살 비싼 겁니다?”

   “정보 팔이. 네가 그런 말 할 처지야?”

   “그만큼 투자를 했단 걸 알아주셨으면 한단 거죠.”

   

   쯧. 하나가 아니었나.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저 기사가 어찌 자취를 감추고 있었나 했는데 도둑놈이 함께하고 있었던 거군.

   

   나크라드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발목을 어둠에 동화시켰다.

   

   그러자 발목에 박힌 화살이 어둠을 통과해 바닥에 떨어졌다.

   

   “오. 신기한 기술을 사용하시네요.”

   

   다시금 자신의 발로 바닥을 내딛은 나크라드는 활시위를 당기는 도적의 모습에 입술을 일자로 만들었다.

   

   저것 하나만 있었다면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기사가 함께하고 있단 사실이다.

   

   곤란하게 됐군.

   

   나크라드는 그리 생각을 하며 자신의 주변에 마력을 흩뿌렸다.

   

   

   

   어둠을 관장하는 신의 사도가 어둠에 명령을 내리니.

   

   그에 따라 어둠 아래에서 하나 둘 그 하수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이 밤이라는 건가.

   

   내가 쓸 수 있는 패가 많아.

   

   저들은 분명 내가 쓰는 신의 권능에 익숙하지 않을 터이니 그를 잘 이용하면.

   

   “정보팔이. 화살로 어둠을 쏴. 그거면 먹힐 거야. 허접. 너는 어둠은 신경 쓰지 말고 저 허세 멀대를 괴롭혀. 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아가씨!”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죠.”

   

   아르마디의 사도는 두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고서는 나크라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당혹으로 물든 나크라드의 얼굴을 보고서 웃음을 터트리고는 얄미운 목소리를 냈다.

   

   “뭘 봐♡ 허세 멀대♡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속이 울렁거리거든?♡ 그러니까 눈 좀 깔아줄래?♡ 역겨우니까♡”

   

   …저 빌어먹을 년이!

   

   *

   

   내 도발 때문에 열이 받은 게 훤히 보이지만 그렇다 한들 칼과 알새틴의 공세를 뚫을 능력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나크라드를 보고 있자니 속에 쌓여 있던 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키야. 이게 인생이지.

   

   이래서 루시가 예전에 사람을 도발하고 다녔던 건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꼴 받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즐겁긴 하네.

   

   그 심정이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느낌이야.

   

   “허접 멀대♡ 노려보면 어떡할 건데♡ 아무것도 못하는 허접이면서♡ 혹시 내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 변태♡ 로리콘♡ 징그러워♡”

   “닥쳐라! 빌어먹을 쓰레기가!”

   “푸후훗♡ 화났어?♡ 화났구나?♡ 너어~무 무섭다♡”

   

   나를 노려보다가 칼의 검에 곤욕을 치르는 나크라드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아야.>

   ‘왜요?’

   <너무 신을 내는 것이 아니냐? 그대를 향한 증오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만.>

   ‘뭐 어때요. 제가 아르마디의 사도인 이상 쟤는 언제나 절 죽이고 싶어 할 텐데.’

   

   미움을 더 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쟤가 세실이나 아서처럼 미움을 사면 곤란해지는 사람도 아닌데요 뭐.

   

   까놓고 말해서 지가 꼴 받는다고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해요?

   

   토벌 당할까봐 아카데미랑 떨어진 곳에서 개수작을 부리는 허접이잖아요.

   

   나중에 악신이 어느 정도 힘을 되찾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겁 먹을 거 하나도 없거든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도발하는 것도 아니에요.’

   <흠?>

   ‘봐요. 할아버지. 저 때문에 꼴받아서 계속 공격을 허용하고 있잖아요.’

   

   안 그래도 불리해서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는 상황인데 자꾸만 내 도발에 정신이 팔리고 있으니.

   

   지금까지 나크라드가 입은 상처 중에 내가 관여한 비율이 과반은 넘지 않을까 싶은데.

   

   <전략적인 도발이라 그거냐?>

   ‘네!’

   

   메스가키 스킬이 지닌 도발 능력은 세계관 제일이라 할 만하니까!

   

   이런 고성능 도발 스킬을 낭비할 수는 없잖아요?

   

   전투를 할 때엔 필요하다면 가진 모든 걸 활용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그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진짜로?>

   ‘그렇대도요?’

   <네 사심이 들어가지 않은 게 맞느냐?>

   ‘…조금은 들어갔어요.’

   <조금?>

   ‘그래요! 많이 들어갔어요! 그게 뭐 어때서요!’

   

   사람 옆에 폭탄을 펑펑 터트려서 곤죽을 만들고,

   

   몸에다 구멍을 수십 개를 넘게 내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목숨을 가져가려 한 개자식한테 악감정을 품은 게 나쁜가요?!

   

   아니잖아요!

   

   <아니. 그대의 마음은 이해를 한다만 네 축복에 너무 심취를 하는 듯 하여서 말이다. 네가 항시 경계하던 일 아니더냐.>

   ‘오늘은 그런 거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다른 날이라면 모를까 오늘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온 거라고요.

   

   그런 자잘한 거 신경 쓸 시간에 어떻게 하면 나크라드를 더 꼴받게 만들지나 고민할 겁니다.

   

   알겠어요. 할배?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지껄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뭐야♡ 겁쟁이 허세 멀대♡ 도망치는 거야?♡ 잔뜩 화만 내고 아무것도 못하고 가는 거야?♡ 무능해♡ 한심해♡”

   “닥치라고 했을 텐데!”

   

   *

   

   “성녀님.”

   

   아르마디시여. 부디 이 죄 많은 어린 양에게…

   

   “성녀님!”

   “흐엑.”

   

   귓가를 울리는 남성의 커다란 목소리에 눈을 뜬 페이비는 얼굴을 붉히고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기도하시는 것을 방해해서.”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서 사제님 무슨 일이신가요?”

   “슬슬 기숙사로 돌아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벌써요?”

   

   기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런 시간이 됐을 리가.

   

   의문을 표하려던 페이비는 창 바깥에 드리운 별들의 향연을 보고서 입을 헤 벌렸다.

   

   검은 색으로 칠해진 하늘은 지금 시간이 밤이 되었음을 고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하마터면 기숙사감님께 혼이 날 뻔 했네요.”

   “아뇨. 아무것도 아니죠. 들어가십시오.”

   

   사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페이비는 종종 걸음으로 교회를 빠져나왔다.

   

   오늘 루시 알른의 검을 정화하여 돌려준 후로 페이비는 쉼없이 아르마디에게 기도를 건넸다.

   

   자신의 마음에 깃든 시기와 질투를 지워 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서.

   

   허나 무언가를 잊고 싶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생각들은 머리에 새겨지기만 했으니.

   

   페이비의 기도와 참회는 효과가 있었다하긴 어려웠다.

   

   아아. 최소한 아르마디께서 내게 언젠가 말을 걸어주실 거라는 것만 알아도 이런 헤맴은 없을 텐데.

   

   단순히 알른 영애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서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상을 공평히 사랑하고 계심을 확신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 따위 하지 않을 텐데.

   

   페이비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도 불경함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한들 자꾸만 새나오는 검은 생각들을 멈출 수는 없었고.

   

   그 때마다 페이비는 속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사죄의 말을 건넸다.

   

   죄송해요.

   

   저는 아무래도 성녀가 될 사람이 아니었나봐요.

   

   여태까지 여러분께서 칭송해 주셨기에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했는데 저는 모자란 사람이었나봐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

   

   기숙사로 향하며 점차 어깨를 늘어트리던 페이비는 자신의 코를 스치는 피냄새를 맡고서 발을 멈췄다.

   

   이건 분명 사람의 피냄새야.

   

   무슨 사고가 난 걸까?

   

   그 생각이 스친 순간 페이비의 발길은 자연스레 피냄새를 따라 움직였다.

   

   오지랖이니 뭐니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친 사람이 있다면 치료를 해줘야 한다.

   

   페이비에게는 그것이 상식이었으니까.

   

   그 끝에 도달한 페이비가 마주하게 된 것은 골목에 널부러진 남자의 모습이었다.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어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사람.

   

   본래라면 바로 다친 사람에게 다가갔을 페이비가 잠시 망설인 이유는 그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기운 때문이었다.

   

   이건 분명.

   

   교회의 적인 악신의 기운.

   

   일단 사제 분들을 불러와야겠.

   

   “이봐.”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페이비가 어깨를 움찔했다.

   

   “거기 성직자. 날 치료해.”

   “그럴 수 없…”

   “그럼 네 마음 속에 깃든 의문을 해결해주마.”

   

   그 말을 들은 순간 페이비가 떠올린 건 최근 아카데미에 나돌고 있는 소문이었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 사람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그 어떤 궁금증이라도 해결해준다.

   

   다른 분들께서 이야기하길 그 정확도는 100%라고 하셨지.

   

   …그렇다면.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궁금증을 꺼낸다면.

   

   그것도 해결이 되는 걸까?

   

   “보인다. 그대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의심이. 그를 해소하고 싶지 않나?”

   

   목소리가.

   

   “걱정 마라. 내가 모시는 신의 이름을 걸고 그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테니.”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밧줄처럼 페이비를 얽매어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대는 날 치료해주고 난 그대가 궁금해 하는 것을 답해주는 거다.”

   

   페이비는 자기도 모르게 어둠 속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자. 말해라. 뭐가 궁금하지?”

   “제가 궁금한 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력이 낮을 땐 정신오염이 잘 먹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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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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