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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118 – 보여선 안 될 반응>

     

    새내기들에게는 악몽 같았을 일주일이 지났다.

     

    [주간이벤트 <집중호우주간>을 완료했습니다.]

    [생존보너스로 1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와!! 밥값이다!!”

    “이제 밥을 사먹을 수 있어!!”

     

    하급반 학생들은 환호했다.

    주간이벤트도 마냥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구나!

    하지만 고인물인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카디아 언니. 이번 주에 외부테이블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어머나. 디. 저와 즐기는 티타임이 그립지 않았나요? 이젠 이 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귀찮고 성가신 건가요? 흑흑.”

    “아앗, 그런 거 아니에요! 안전 상의 문제 때문이라고요.”

     

    장난삼아 눈물을 흘리는 척 하던 아카디아가 두 손 아래 묻었던 고개를 쏙 들었다.

     

    “안전이요? 자이언트킹크랩들이 돌아다니던 지난주보다 위험한 일이 있을까요?”

    “원래 비는 내릴 때도 무섭지만 내리고 난 다음이 더 무서워요!”

     

    사시사철 바다를 끼고 지냈던 아카디아는 수속성 캐릭터라 그런지 별로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이곳은 근처에 산을 낀 지형.

    앞에서는 해상강국이라고 부르고 뒤에서 은밀하게 해양짬뽕왕국이라 불리는 피렌체 왕국에서처럼 짜지 않은 물이 내려! 같은 천진난만한 소리는 할 수 없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죠? 사실 잘 안 보냈어도 어쩌겠어요. 힘없고 무력한 1학년인데. 그냥 잘 지냈다고 생각하세요!”

     

    월요일 1교시 홈룸시간.

    변신술사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웃는 낯으로 모두의 복장을 터뜨렸다.

     

    “아참. 그리고 이번 주는 새로운 주간이벤트 <모기를조심해>가 발령되었으니 외출 시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입학시험에서도 모기의 무서움은 깨달으셨죠?”

     

    모기 때문에 마법진을 곧바로 이용하지 못하거나 자칫 탈락할 뻔했던 학생들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들도 <모기주의보>의 진정한 두려움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크노디. 모기가 잔뜩 나온대.”

    “잘됐군요. 혹시나 해서 모기약을 구비해뒀는데. 이번 주도 장사가 잘 될 것 같습니다.”

    “쳇. 산에는 못 놀러 가겠군. 바나나는 나중에 먹어야겠어.”

     

    한가한 소리나 하던 동료들.

    그들의 이목이 창가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동방검객 싱에게 향했다.

    세 사람만 그를 주목한 것이 아니었다.

    상급반에서 가장 과묵한 싱.

    그가 저리도 격렬하게 반응한 것에 모둔 학생들이 흥미를 보였다.

     

    “화장실에 물 끄고 나오는 걸 깜빡했나?”

    “과제를 하나 까먹었을지도 몰라.”

    “고향에 두고 온 애인이 생각난 거 아닐까요? 저 남자, 퉁명스럽긴 해도 꽤 잘생긴 편이고.”

     

    아쉽게도 모두의 추측은 빗나갔다.

     

    “모기떼다!!!”

    “뭐어어?!”

     

    창밖에서 날아오는 모기떼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그것도 주먹만큼 커다란 모기떼를.

     

     

    * *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영국 경제학자의 명언이 있다.

    드래곤 교장도 그 명언과 다르지 않았다.

    그에게는 딱히 악의는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을 향한 배려심이 그를 움직이게 했으니, 마하바라타 교수는 오늘도 의구심을 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모기떼를 불러들이셨습니까, 교장님?”

    “물난리가 난 뒤에는 병충해와 전염병이 돌기 마련이니, 시설을 정화하고 구충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신입생들이 함부로 돌아다니면 성가시지 않겠나.”

    “언제나 의도는 참 바람직하시군요. 학생들에게는 너무 버거운 과정이라서 그렇지.”

     

    드래곤 교장도 할 말은 있다.

     

    “그것도 못 버티면 세계제일의 교육기관에 들어올 자격이 있나?”

     

    그놈의 세계제일 타령은 언제나 그치질 않는다.

    이 드래곤, 세계제일의 악당을 자신의 아카데미에서 배출했던 전례는 그새 까먹은 걸까.

     

    “아카데미 초기에 교장님의 교육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나 어엿한 마왕이 된 학부생의 선례를 꼭 제 입으로 상기시켜드려야겠습니까?”

    “어허. 그때는 다 처음 하는 놀이 아니었나. 처음엔 다 실수도 하고 그러면서 익숙해지는 거지.”

     

    교장은 너스레를 떨며 넘어갔다.

    마하바라타도 동의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요 천년간 교장도 많이 유해졌다.

    원래는 보물을 내놓으라고 왕궁에 쳐들어가서 첨탑 하나 부수고, 공주도 빼앗고, 창고의 금은보화를 털어다가 레어를 채워 넣는 원초적인 드래곤이셨는데.

    이번 유희에는 유난히 푹 빠지시더니 나름 교육자의 태가 나기는 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죽지 않도록 조심해서 살살 해주셨으면 합니다. 매달 한 번씩 보호자참관회도 있는데 학생이 막 죽어서 빈자리가 잔뜩 있고 책상 위에는 꽃병이 놓여있으면 무슨 생각이 들겠습니까.”

    “요즘 세대는 참 약하구나?”

    “…교장님이 애들을 학대하다가 죽이는 잔혹한 마룡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난 그 의견에 동의 못하네!”

     

    교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지금도 저 새내기들을 4학년처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을 얼마나 열심히 참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드래곤 가디언이 아닌 1학년 학생부장으로서 마하바라타는 진심어린 부탁을 했다.

     

     

    * *

     

     

    주간이벤트.

    매주 교장의 변덕대로 결정되는 이 이벤트에 따라 떡락하는 캐릭터도 있고 떡상하는 캐릭터도 있다.

    그렇다고 속보이게 그때마다 누구는 불리하니 멀리하고 누구는 유리하고 가까이하는 속물플레이를 했다간 플레이어의 평판이 쭉쭉 떨어진다.

    친분관계는 평소에 열심히 다지고,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짐이 되는 동료를 외면하거나 버리지 말 것!

     

    초보 플레이어에게는 지키기 힘든 말이지만 조금이라도 숙달된 플레이어는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요령이다.

     

    지난주에 전기속성이 강하고 불속성이 약하듯이 이번 주에는 불속성이 강하고 물속성이 약해지는 속성계의 로테이션이 발생하는 아카데미.

    매번 속성캐릭터를 따라다니느니,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몇 속성 골라다가 키우는 것이 이벤트에 반복숙달된 플레이어들의 대응요령!

     

    많아도 너무 많은 주간이벤트 중에 어떤 이벤트가 확률적으로 더 많이 발생하는지, 교장의 관심사가 어느 쪽에 치우쳤는지를 분석한다.

    이것은 교장 공략이 키포인트라고 여기는 고수 플레이어들의 접근법이다.

     

    하지만 고인물 플레이어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키우고 싶은 동료들을 키운다.

    왜냐고?

    무슨 이벤트가 나오든 플레이어의 역량으로 극복할 생각이니까!

    이쯤 되면 용사 이슈다르처럼 올힘캐에 꽂혀서 힘캐 동료들만 키우거나 꽃들의 화원마냥 매력만 보고 파티원을 모아 키우기도 한다.

    간혹 <바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컨셉의 크싸레 파티를 짜는 진짜광기 고인물들도 있는데 브이튜브 영상으로만 봐도 너무 무서워서 나는 절대 안 한다!

     

    ‘지고쿠도 그 크싸레 파티의 일원이기는 한데 의외로 얘가 제일 순한 맛 광기였지.’

     

    다행히도 지금 내가 짠 파티는 <입학시험 파티>와 <조별과제 아싸파티> 두 개.

    크레이지 사이코 레즈비언에게 납치당해서 강의실에 나가지도 못하고 깔개처럼 깔리는 끔찍한 이벤트가 벌어질 가능성은 일절 없다.

    얌전히 모기를 쫓아내며 한 주를 극복할 준비만 하면 된다.

     

    “모기보다 과제가 더 무서워…”

    “과제를 끝났는데 새로운 과제가 나오고 새로운 과제를 끝냈는데 또 새로운 과제가 나오고 또 새로운 과제를 끝냈는데 또 또 새로운 과제가…”

    “제국 놈들은 이런 걸 조기교육으로 어릴 때부터 배웠단 말이야? 존경스러운 녀석들.”

     

    머어, 학생들이야 주간이벤트고 나발이고 과제에 치여 살기 급급하지만!

    그러니 더욱 이 오크노디가 힘을 낼 차례다.

    지젤과 이사벨, 손오천과 도로시, 록펠로 이루어진 <입학시험 파티>는 다행히도 지젤이 모기약을 가지고 있어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헤스티아와 지고쿠, 롯토와 나로 구성된 <조별과제 아싸파티>는 모기대응수단이 전무!

    광전사(물리), 트리거해피(물리), 격투가(물리).

    속성마나 공격수단이 없는 물리캐릭들의 비애다.

    그러니 이럴 때 만능 마검사 오크노디가 나서야지!

     

    “오크노디, 들었어? 오늘 3교시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시간에 드디어 마법을 배운대.”

    “얼른 배우면 좋겠네!”

    “그러게. 있다 봐, 오크노디!”

     

    조나의 당부도 있고 해서 그간 자체봉인 했던 마법실력을 뽐낼 시간이 되었다.

     

     

    * *

     

     

    브론즈 교수는 정신이 딴 데 팔린 수제자 후보의 강의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크노디 1년생. 강의목적을 묻겠네. 이번 강의시간에 그림의 가치를 감별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지?”

    “부잣집은 그림으로 자금세탁을 하는데, 정말로 가치가 있는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이 있으며, 또 진품과 가품이 있어서 그림감별이 필수적입니닷!”

    “정신은 딴 데 팔려도 대답은 술술 나오는군. 강의가 지루한가?”

     

    오크노디는 기겁하며 부정했다.

     

    “아니에요!”

    “그럼 똑바로 집중하게. 저기 남학생들만큼 집중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열심히 듣는 시늉이라도 하란 말이네.”

     

    브론즈 교수는 꽤 야심차게 강의를 준비했다.

    평범한 그림은 학생들이 지루해할 것을 알아서 아주 헐벗은 남녀의 그림들을 모아서 가져왔다.

    이중에는 싸구려 춘화도 있고, 프로모델을 모셔놓고 그린 누드화도 있으며, 세기의 걸작으로 유명한 누드화도 있다.

     

    아카데미 1년생의 주 연령층은 18세에서 20세 사이, 성에 한참 눈을 뜰 나이.

    빠르면 벌써 결혼을 해서 첫째를 낳고 가장 노릇을 할 나이다.

    경험이 있든 없든 요맘때는 이성의 나신에 한참 관심이 있을 나이이건만, 오크노디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오히려 관심이 없었다.

     

    “우와. 옷차림이 굉장하네. 술집에서는 저런 옷도 입는구나.”

    “나 자꾸 침이 나와… 헤으응…”

    “빅스톤. 자꾸 그림 보고 날 흘낏거리면서 알몸을 상상하는 건 그만둬주지 않을래?”

    “아,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오늘도 그냥 빨리 사귀고 커플이 되어서 그만 꽁냥거리고 권태기나 왔으면 좋겠는 2년생 남녀단짝 빅스톤과 리즈나.

     

    “우와앗… 언니의 말이 진짜였잖아. 남학생들이 저렇게나 잔뜩 몰려들다니. 노출이 과감한 옷을 입을수록 인기인이 된다니… 그럼 나도 저런 옷을…?”

     

    오늘도 언니에게 또 속은 티를 내며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1년생 티토소가.

     

    “남방의 무희들보다 굉장한 노출이네. 상체탈의를 한 남자들의 그림도 그렇고.”

     

    애써 덤덤한 척 평가하지만 붉어진 얼굴은 감추지 못한 1년생 이사벨.

     

    대부분의 학생들의 반응은 저렇다.

    저게 정상이다.

    정말로 덤덤한 오크노디의 반응이 이상한 것이었다.

     

    “쯧.”

     

    교수가 모든 관심사가 검과 싸움에 향한 싸이코패스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1년생 싱을 제외한다면.

    싱이야 어쨌건 오크노디의 반응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고 이상한 것이었다.

     

    “오크노디. 혹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그림에 익숙한가?”

     

    이런 걸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 특유의 수줍음도, 남세스럽다는 반응도 없다.

    무언가 익숙하다 못해 질린다는 느낌이 드는, 수준이 낮은 걸 바라보는 태도.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참 심상치 않았다.

     

    “우와. 어떻게 아셨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브론즈 교수가 엄선해서 가져온 그림들은 수강생들을 낯 뜨겁게 만들고 강의집중력을 높이기에 충분한 컬렉션들이었다.

    본격적인 성교를 안했을 뿐이지, 섹시어필로는 피와 살육에만 흥분하는 싸이코패스를 제외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에로한 그림들이다.

    그것에 10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지루함’과 ‘적응된’ 반응을 보인다면.

     

    “이보다 더한 걸 봤나?”

    “앗.”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던 오크노디가 불안해하며 갑자기 주변의 눈치를 봤다.

     

    “교수님… 어린애가 야한 걸 너무 일찍 봤다고 혼내시는 거 아니죠…?”

     

    그녀가 가져온 그림보다 더 심한 것은 하나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실제 성애장면을 목격하거나 그런 그림을 부끄러움이 사라질 정도로 숱하게 목격한 것이다.

    그것도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어쩌다 그런 경험을 했을까.

    생각나는 경우는 모두 불행하다.

    창관의 자식으로 자랐거나.

    아니면 어린 나이부터 그녀를 창관에 들락거리며 매춘업의 실상을 ‘견학’시켜준 이가 있거나.

    15세부터 결혼이 합법인 세계라도 10살은 너무 빨랐다.

    하물며 남자아이도 아닌 여자아이다.

    이건 협박에 가깝다고 봐야했다.

    너도 커서 이런 일을 할 거라고.

    혹은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수강생들에게 부탁 하나만 하지. 오크노디에 대한 이번 일은 모두 비밀로 부쳐줄 수 있겠나? 어린 학생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말일세.”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학생들.

    그들 사이로 브론즈 교수의 낯은 더욱 굳었다.

    오크노디의 교육자.

    재능 있는 도둑의 후원자.

    아이에게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창관의 창녀로 전락시키겠다는 협박을 수치심이 사라질 정도로 오랜 시간, 주기적으로 벌였을 조직.

     

    ‘와이히엠하이 재단이라고 했던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정의로운 분노심이 일었다.

    의적의 다음 표적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판타지산 춘화보다 매운 지구산 성인물을 봤다고 초강력광역피폐를 전파하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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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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