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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

        “…이런, 위 대협께서 그런 정보를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

        염소수염은 야비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로 순순히 인정했다. 어중간하게 잡아떼다가 나한테서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리라.

        ​

        나 혼자 적진에 들어온 셈이지만, 누가 갑이고 을인지 따져보면 내가 절대갑일 테니까.

        ​

        하오문은 무한에서 사고를 칠 수 없다.

        ​

        하오문은 초절정의 무인을 상대할 무력이 없다.

        ​

        하오문은 굳이 나와 적대할 이유가 없다.

        ​

        그렇기 때문에, 이자가 배신자일 경우 나를 회유하려 하겠지.

        ​

        아니라면…나와 협력할 터.

        ​

        과연 눈앞의 염소수염은 어느 쪽일까.

        ​

        나는 등받이에 느긋하게 등을 기댄 채로 입을 열었다.

        ​

        “마교놈한테 빌붙은 놈들 좀 터니까 여러 가지 정보가 손에 들어오더군.”

        ​

        마나코어에서 조금씩 오러를 풀어낸다.

        ​

        난동을 부릴 생각은 없지만, 혹시나 허튼짓을 하면 그대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

        …설마 그러겠냐마는.

        ​

        “역시 위 대협. 강호에 퍼진 위명이 허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런 소리는 됐고. 대답은?”

        ​

        승낙이냐, 거절이냐.

        ​

        내가 그를 지그시 쳐다보자, 염소 수염은 조금 공손해진 얼굴로 곧장 대답했다.

        ​

        “마교 지부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

        “뭐지?”

        ​

        “배신자를 처단하는 데 도움을 주신다면…그에 관련된 정보는 물론, 원하시는 다른 정보까지 드리겠습니다.”

        ​

        염소 수염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부탁하는 건가.

        ​

        “나한테도 그렇게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닌데.”

        ​

        “방법이 있습니다. 하오문주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신물로 소집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침 다음대 하오문주에 관한 일로 이야기가 좀 나오는 터라…자연스럽게 소집을 할 수 있겠지요.

        ​

        저희가 배신자를 불러내는 데 성공하면…그들을 쳐주셨으면 합니다.”

        ​

        일이 점점 복잡해지는데.

        ​

        무림맹주를 살리기 위한 과정이 이리도 길고 복잡할 줄이야.

        ​

        하오문을 구하고, 정보를 얻어서 마교 지부를 털고, 승계비무 승인을 받기 위한 작업까지. 

        ​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쉴 시간 따위는 없다는 사실에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

        그래도 2년 정도만 바짝 달려서 마교가 아예 전쟁을 못 하게 만들던지, 아니면 마교를 물리쳐서 평화롭게 만들든지 하면 남은 인생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겠지.

        ​

        “그런데 이 이야기도 곧 새어나가는 게 아닌가?”

        ​

        “천향루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손수 키운 녀석들입니다. 저를 그리 쉽게 배신할 리가 없지요.”

        ​

        뭐, 자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

        “소집령은 언제쯤 벌어지나?”

        ​

        “서른 날 후입니다. 하남의 허창에서 모이기로 했으니, 그때 즈음에 호위무사로 위장해 저와 같이 가시면 됩니다.”

        ​

        “나를 끌어들이려는 이유가 뭐냐.”

        ​

        염소수염의 눈을 쳐다본다. 

        ​

        그는 내 물음에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

        “하오문이 비록 밑바닥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파라지만,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문파입니다. 가족을 배신하는 자는…응당한 처벌을 받아야지요.”

        ​

        “하오문의 힘으로는 배신자 처단이 힘든가?”

        ​

        “아시다시피 하오문은 무력이 아닌 정보로 쌓아올린 곳입니다. 배신자들이 마교의 지원을 받는다면…”

        ​

        마인인가.

        ​

        “그런 상황에서 소집령을 굳이 거는 건.”

        ​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척 소집하는 거지요. 저들이 모이면 하오문에서 비밀리에 육성한 무인들로 하여금 저들을 칠 생각이었습니다.”

        ​

        원작에서도 별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하오문이 잡아먹혔는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뒷배경이 있었던 건가.

        ​

        내가 개입하지 않으면 하오문주가 살해당하고 역으로 하오문이 잡아먹히는 건가. 그리고 하오문의 정보는 마교가 중원을 침공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할 테고.

        ​

       

       “…하지만 초절정고수에 비하면 조무래기에 불과하지요.”

        ​

        하긴.

        ​

        돈 들여 키운다고 모두 고수가 될 거였으면 대문파들이 그만한 품을 들여가며 제자를 들이는 이유가 없지. 

        ​

        뛰어난 무인을 육성하기 위해선 적절한 지원과 스승, 좋은 무공이 필요할 테니.

        ​

        한때 그런 식으로 육성되었던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훈련소에서 주옥같이 구르던 나날들. 죽기 싫어서 이 악물고 따라가려고 노력 많이 했었지.

        ​

        “뭐…내 입장에서도 하오문이 필요하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하지만 시기가 너무 애매하군.”

        ​

        “시기가 말입니까?”

        ​

        “그쪽에도 정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내가 마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이유를 아나?”

        ​

        “…죄송하지만,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

        하긴, 원작을 읽어봐야만 내가 마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아직 내가 맹주에게 승계비무를 신청하려 한다는 것도 알려지지 않았을 테고.

        ​

        “마교는 내 적이다. 그 정도만 알면 돼.”

        ​

        “…알겠습니다.”

        ​

        쉽게 이유를 알려줄 순 없지.

        ​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오문은 정보를 사고파는 단체. 내 정보를 많이 알려줘 봐야 좋을 게 없었다.

        ​

        일이 틀어질 경우 내 목을 죄어올 수 있으니까.

        ​

        나는 느긋한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때가 되면 해남관으로 기별을 보내도록.”

        ​

        “감사합니다.”

        ​

        “그래도 서른날은 좀 길군…”

        ​

        그동안 할 수 있는 일은 해 놓아야지.

        ​

        나는 기루를 나섰다.

        ​

        ———————

        ​

        “아저씨, 분 냄새가 나요.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

        깜짝이야.

        ​

        나는 늦은 밤인데도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린 혜령이의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바가지 긁히는 남편 같은 기분을 느껴야 한다니.

        ​

        “잠깐 일이 있어서 밖에 다녀왔다.”

        ​

        “무슨 일인데요…?”

        ​

        얘한테까지 숨길 이유는 없으니 말해주는 게 낫겠네.

        ​

        “하오문과 접촉했다.”

        ​

        “하…오문이요?”

        ​

        “알고 싶은 정보가 있었거든.”

        ​

        “개방을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

        “개방보다는 하오문이 알기 쉬운 정보였거든.”

        ​

        “무슨 정보요?”

        ​

        “마교.”

        ​

        “아…”

        ​

        혜령이는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혜령이도 두 세가 사이에서 음모를 꾸미던 놈들을 보았으니 대충 내 의도를 알아서 짐작한 것이리라.

        ​

        “그런데 몸에서 분 냄새가 나는 거예요?”

        ​

        “하오문과의 접선 장소가 기루여서 말이다.”

        ​

        “그런 거예요…?”

        ​

        “정말이다. 그리고 내가 여자 끼고 놀 사람으로 보이나?”

        ​

        “아저씨가 한 말이니 믿을래요.”

        ​

        뭐가 이렇게 걱정이 많은지.

        ​

        나는 분리불안증에 걸린 아이처럼 구는 혜령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보니 펭귄이 아니고 강아지였나. 나는 혜령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내일도 할 일이 있으니, 들어가서 자자. 다음부턴 이렇게 기다리지 않아도 돼.”

        ​

        “네…”

        ​

        나는 졸려 보이는 혜령이를 방에 데려다주고, 내 방에 들어갔다.

        ​

        하오문을 돕는 건 한 달 후.

        ​

        그 기간 동안에 해둘 수 있는 건 전부 해둔다.

        ​

        아직 반년 남짓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한 달 안에 해남검문과 하북팽가의 승인을 받는다.

       

       소림의 공증을 받으려면…하오문의 일을 끝내고 천천히 받아야겠지.

        ​

        “할 일 더럽게 많군.”

        ​

        다 때려치우고 어디 산골 가서 사는 게 속이라도 편하겠다.

        ​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다.

        ​

        자고 일어나면, 또 바쁜 일상을 시작해야만 하니까.

        ​

        나는 눈꺼풀을 닫았다.

        ​

        ————————–

        ​

        “…맹주님과 승계 비무를? 농이 심하구나.”

        ​

        “…진심입니다.”

        ​

        내 말에 백장로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게 농담을 하는 건지 진담을 하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가는 탓이리라.

        ​

        나는 그런 그를 설득하기 위해 말을 골랐다.

        ​

        어떻게 해야 잘 설득할 수 있을까.

        ​

        고민 끝에 나는 말을 꺼냈다.

        ​

        “마교와 관련된 일입니다.”

        ​

        “…뭣이?”

        ​

        내 말에 백장로의 얼굴이 금세 진지한 빛을 띠었다. 처음에는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교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변한 것을 보면 아직 마교의 습격을 잊지 않은 모양.

        ​

        나는 설득을 위해 말을 이어갔다.

        ​

        “제가 무당파에 다녀오는 길에 마교의 끄나풀과 마주쳤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

        “자네가 그리 이야기했었지. 무림맹에서도 사람을 보내 확인토록 한 것으로 알고 있네.”

        ​

        “…저는 그때의 일로 무림맹주의 최측근 중에 마교의 첩자가 있으리라 의심하고 있습니다.”

        ​

        폭탄을 던진다.

        ​

        이 세계의 사람은 모르는, 오직 나만이 아는 정보를.

        ​

        “…그 말 장담할 수 있겠나?”

        ​

        “아직은 가능성입니다.”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

        “그 도시는 무한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

        무림맹에서 직접 첩보 조직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바, 그렇게 가까운 도시에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누군가가 정보를 뒤에서 차단했거나 조작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내 말에는 숨길 수 없는 허점이 있다.

        ​

        하지만, 내가 한 말의 무게는 쉬이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허나, 그게 승계비무로 연결되는 이유를 모르겠군.”

        ​

        “첩자의 존재를 맹주님께 몰래 알리고 색출하려면 맹주와의 독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외부인인 저로서는 맹주와 독대할 방법은 비무뿐입니다.”

        ​

        “허어…그래서 도와달라는 뜻이로군.”

        ​

        “맞습니다.”

        ​

        백장로는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

        고민하고 있는 걸까.

        ​

        문파의 이름을 내거는 것인 만큼 쉽사리 말을 꺼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

        “알았네. 해남검문은 자네에게 진 빚이 있으니 자네의 편을 들어주겠네.”

        ​

        “감사합니다.”

        ​

        첫 번째 공증.

        ​

        다행스럽게도 나는 쉽게 해남검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었다.

        ​

        다음은…하북팽가로 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지표가 폭등했는데 이유를 ㅁ?ㄹ 겠네요.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피디픽 끝났는데?

    누가 홍보라도 해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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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Medieval Knight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소설 속 중세기사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two years of being reincarnated as a medieval knight, he finally realizes that he's been reincarnated into a martial arts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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