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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 * *

       

       

       

       

       북만주에 오고 며칠.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무타구치 렌야랑 임정이 묘한 관계 같거든.

       

       아시아 기마사단의 조선인 부대에 남만주에서 올라온 조선인들로 병력이 늘어나고 남만주 쪽에서 일제 무기가 마구 들어오고 있고.

       냄새 나잖아 이거.

       

       대충 예상은 하고 있지만, 서로 알고 있는 것과 그냥 은밀히 이해관계가 겹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여 나는 임시정부의 임시 총리 안창호를 불렀다.

       

       

       “만철군 사령관 무타구치 렌야란 자와 임정은 무슨 관계인가?”

       “만철군의 무타구치 렌야 말입니까?”

       “그대들에게 이익이 될 짓을 하는 걸로 보아하니, 혹시 그자도 독립군인가?”

       

       

       문득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저 봐 안창호도 웃고 있다.

       

       이미 이쪽도 무타구치를 건너건너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원래 안창호도 오래 가지 못하는데, 이 사람도 따지고 보면 내가 역사 바꿔서 살아남은 거 아닌가.

       

       진지하게 원래 역사를 생각하면 러시아 차르 입장에서 아시아의 친미세력이라 할 수 있는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는 건 막아야 하는데.

       

       

       “크흠. 아닙니다. 그자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관료입니다. 다만 일종의 서로 이득을 보는 관계죠.”

       

       

       그렇군. 자세하게는 몰라도 뭔가 있다. 그거겠지.

       

       

       “뭐 그래. 그건 그대들이 알아서 하겠지. 다만. 일단 남만주의 실력자를 초청해, 우호를 다지는 시간이니 혹시라도 딴생각을 품으면 안 될 것이다.”

       “그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필요한 인사입니다. 괜히 그자가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다면, 위험한 자가 남만주를 차지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도 맞지.

       

       지금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역시 무타구치를 계속 키워주는 게 맞다.

       

       그래. 그럼 그건 됐고.

       

       

       “뭐 그럼, 됐고. 하얼빈에 있는 임시정부에 관해 할 말이 있는데.”

       “예. 폐하.”

       “어쨌든 하얼빈 임시정부는 일본과 가깝고 모스크바와는 거리가 한참 멀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도 모스크바에 두는 것이 낫지 않겠나?”

       

       

       러시아는 너무 넓거든.

       

       적어도 모스크바와는 연락망이 확보되어야 한다.

       

       최소한 통신할 수 있는 거리는 되어야지.

       

       이제야 테슬라 덕에 전화도 보급되긴 했지만, 전화가 된다고 러시아 전역에서 잘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모스크바에는 일본 대사관이 있습니다만.”

       “흠, 행정수도는 모스크바지만, 국가 위급 시 수도는 예카테린부르크네. 예카테린부르크가 물류 허브이기도 하고. 그곳에 있어도 되고 뭣하면 한 나라의 대사관을 자처해도 되겠지.”

       

       

       예카테린부르크는 어떻게 통신망은 유지할 수 있으니까.

       

       모스크바가 안 된다면 그쪽도 좋다.

       

       

       “나라의 대사관 말입니까? 그럼, 대체 어떻게.”

       

       

       안청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러시아 내부에는 많은 공화국이 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말이지.

       

       물론 말이 공화국이고 실제로는 그냥 러시아의 주라고 보는 게 맞지만 하여튼.

       

       

       “러시아 합중국은 내부에 많은 공화국과 주가 있지. 최근에는 몽골공화국이 러시아에 편입되었는데. 너희 한국인들도 러시아 내부에 지방자치 정부를 만든다고 하는 거지. 그 정도는 일본도 뭐라 못하겠지.”

       

       

       몽골 총독부에 복드 칸은 몽골공화국을 이끌고 있다.

       

       그냥 그런 개념으로 형식적으로 만들어두기만 하자는 거지. 그리하면 나중에 들켜도 일본이 뭐라 못할 거다.

       

       

       “아, 그렇군요. 일제의 눈을 속이는 것이군요.”

       “그래서 미리 만들고 입을 맞춰야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일본을 자극하는 국가 이름은 안 되지 않겠나? 명실공히 러시아 땅에서 한국인들이 하얼빈 임시정부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일제는 속여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영토는 없이 주장만 하도록 만들어야겠지.

       

       뭐 내가 만력제가 되어서 우리 한국인들에게 북만주를 떼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음, 그럼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 생각해보게.”

       

       

       안창호가 물러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국호 후보에서 한국은 빠지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한국은 딱 봐도 일제를 자극하고 쳐부수겠다는 느낌이 들잖아.

       

       그럼 뭐가 나올까. 고려? 아니면 삼한? 아니면 부여?

       

       흐음. 이건 좀 궁금한데.

       

       그런 상상의 나래에 빠질 무렵,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했는지 운게른이 내 집무실로 찾아왔다.

       

       

       “폐하. 그자가 도착습니다.”

       

       

       그자라고 하면 무타구치 렌야겠지.

       

       

       “그런가? 뭐 직접 환영하긴 뭐하고 오는 김에 겸사겸사 본 것처럼 보여야지.”

       

       

       그 정도만 립서비스해도 충분할 거다.

       

       무타구치 렌야가 우연히 차리나의 환영을 받는다.

       

       신문 일면에 쓰여지기만 해도 무타구치 렌야의 남만주 영향력은 상당히 좋아지겠지.

       

       남만주 총독부 건물 2층 창가에서 나는 바깥을 보았다.

       

       북만주 총독과 무타구치 렌야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은 꽤 새로웠다.

       

       

       “하하하하. 남만주 만철군 사령관 무타구치 렌야입니다. 이렇게 북만주의 총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쪽은 제 부관인 츠지 마사노부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총독 각하!”

       

       

       무타구치 렌야에 이어서 츠지 마사노부?

       

       진짜 일본군 처지에서는 기적의 카드 패들이 함께 있는 꼴을 보니 웃긴다.

       

       뭐 둘 다 그럴 듯한 기회주의자다.

       

       츠지 마사노부. 저놈은 무타구치 렌야가 사실상 남만주의 실세가 되어가고 있으니 콩고물이나 처먹을까 하고 옆에 붙은 거겠지.

       

       

       “우리 러시아와의 우호를 위해 남만주에서 열심히 노력하시는 사령관을 보게 되어 이쪽이 영광이겠지요.”

       

       

       그새 출세했나.

       

       이 사람 아직 마흔도 안 되지 않았나?

       

       저 나이에 벌써 만철의 군대를 지휘하는 몸이란 말인가.

       

       도대체 얼마나 머리를 굴려서 본국에 숨기고 이곳에서 활약한 것처럼 보이고 있나.

       

       무타구치 렌야와 북만주 총독은 몇 마디 대화를 하더니 곧 총독부 청사로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나와 마주쳤는데, 나를 보자마자 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오오오. 러시아의 영웅을 이곳에서 다시 알현하게 되다니. 차르 폐하. 이 외신 대일본제국의 무타구치 렌야입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남만주의 실세가 되었습니다!”

       

       

       참 사람도 좋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일국의 지도자인데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어쩌면 전에 만나서 칭찬한 일로 제법 호의가 있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른다.

       

       뭐 어차피 나도 이 인간을 한번 가까이서 보고 싶긴 했으니.

       

       저 올곧은 눈을 보아라.

       

       자신감 넘치는 반짝이는 두 눈. 저것은 틀림없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독립군과도 유사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역사가 바뀐 곳에서도 열심히 해왔으니까.

       

       본인이 정말 솔직히 조선인들을 위해서든, 우연이든 간에, 어쨌든 지금 조선인들에게는 무타구치는 최애가 아닐까.

       

       

       “아, 반갑네. 이런 우연이 있군.”

       

       

       솔직히 진심으로 환영해주고 싶지만, 차르라서 거기까진 못하고.

       

       

       “예. 폐하. 참으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 넉살도 좋다.

       

       

       “흐음. 남만주의 실세가 되었다지?”

       “하하하. 대일본제국의 군인으로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지금 임시정부측에서 주작질 하면 이 사람 바로 모가지일 거 같은데.

       

       하지만, 어찌 한국인이란 전생을 가진 몸으로, 연합군의 밀정, 어둠의 독립군을 갖다 팔겠는가?

       

       오히려 이용해 먹어야지.

       

       확실히 이 양반이 사라지면 위험한 인물이 나올 거 같으니까.

       

       어쨌든 무타구치가 변고라도 당하면 최소한 일본을 남들이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탄압하는 인사를 보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네 운은 이게 끝이 아닐 거 같군.”

       “예?”

       “그날을 위해 만철군을 확실히 경의 사람들로 채워야 할 것이네.”

       

       

       사실 지금만 봐도 그렇긴 하다.

       

       지금도 만철은 무타구치가 꽉 잡고 있으니 잘도 만철군 사령관을 맡은 거 아닌가.

       

       그래. 그건 좋다. 그럼, 이제 떡밥을 던졌으니 무타구치의 반응은 어떨까.

       

       아니나 다를까. 무타구치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이미 대지진으로 한차례, 아니, 무타구치 한정이면 ‘크게 될 인물.’이란 예언으로 두 번째를 맛봤으니, 한번은 듣고 싶겠지.

       

       오히려 역사에서 들은 그대로 같아서 마음에 든다.

       

       그래. 그렇다면 알려줘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을 원래 역사보다 더 한국 독립을 위해 일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야지.

       

       이 역사에서는 진심으로 한국 건국훈장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줄 생각이다.

       

       

       “혹여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글쎄. 나도 어렴풋이 느끼는 것뿐이라.”

       

       

       천천히 나는 그쪽에는 무관하다는듯 고개를 휙 돌리니, 조금 전까지 북만주 총독 옆에서 함께 떵떵거리던 무타구치 렌야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일본말로 도게자라고 하든가.

       

       

       “이 몸. 여태것 야마토의 남아로서 조국을 위해 스스로 갈고 닦아왔다고 자부합니다. 부디 제 나라를 위해 부족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지혜를 내려주십시오!”

       

       

       뭘 지혜까지 내려달래.

       

       이러면 조금 지혜 정도는 알려줄까.

       

       다만, 지금 무타구치가 말하는 제 나라를 위해가 한국을 위해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될 거다.

       

       우리 무타구치 렌야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여기에 적당히 일본 본국에서 계속 윗자리는 차지해야 하고.

       

       역사가 바뀐 이상, 무타구치가 중일 전쟁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남만주는 계속 붙들게 해야 한다.

       

       러시아 내부라면 모를까. 무타구치에게는 나는 예언자로서 이미지가 박히는 것도 좋겠지.

       

       일본 본국에서도 직접 말만 안 하지. 나한테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으니.

       

       자, 이쯤 튕겼으면 말을 해줄까.

       

       

       “혹시라도 일본이 중국을 공격할 일이 벌어진다면 공을 세우겠다고 하지 말고 만철을 지키게. 해도 보급 정도만 하면 되겠지.”

       

       

       아마 대본영이 비슷하게 폭주한다면, 남만주의 실력자(실력자아님) 무타구치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지 않을 테니 보급만 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을 세울 기회를 날리면 어떻게 크게 된다는 말입니까?”

       “그대의 나라에 위기가 닥칠 수도 있네. 그때를 위해 만철군 병력을 아껴야 할 테지.”

       

       

       지금 가능성을 보면, 무타구치 렌야는 최소한 만철군에 영향력이 크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러시아 차르인 나와 우호적인 일본 군인으로 알려져 있으니 더욱 그럴 테지.

       

       그렇다면, 진짜 전쟁을 해서 무능함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만철군을 지휘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옆에는 츠지 마사노부도 있다.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지.

       

       

       “대.체 그게 무슨.”

       “설마 귀국의 대지진까지 예언한 나를 의심하는 것인가?”

       

       

       이거 의심하면 좀 그런데.

       

       

       “어찌 제가. 북방 대국의 지존을 의심하겠습니까? 믿겠습니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 인간 의외로 내 말을 잘 믿는 편인데.

       

       아무래도 일본 본국의 영향도 있겠지. 대지진을 내가 예언해 줬던 적이 있으니까.

       

       그렇게 알려줬음에도 실제 역사보다 더 피해가 큰 건 여전히 좀 충격이지만.

       

       

       “그러고 보니 만철군 사령관이면 총독과 같은 위치인가?”

       

       

       지금 남만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네.

       

       남만주 크기 보면 총독부급은 될 거 같은데.

       

       

       “지금은 좀 다릅니다. 남만주 전체를 만철로 부르면서, 회사 총재 고토 신페이란 자가 따로 맡고 있으니까요.”

       

       

       그런가. 고토 신페이. 흠.

       

       그쪽은 회사를 경영하고 무타구치 렌야는 만철군 사령관이라는 건가.

       

       하지만 지금 남만주가 제법 잘 굴러가고 있다면, 곧 총독부나 만주국이 거기 세워지지 않을까.

       

       아니, 만주국의 경우에는 푸이가 ‘일단’은 중화제국의 황제로 있으니. 아마 푸이는 안 될 것이고 그럼 총독부 정도겠지.

       

       

       “그런가. 아쉽군.”

       “하지만 최근 열강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본국에서도 총독부를 설치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만주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저 만철을 총독부로 승격시키거나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만철이라는 회사로 두지 않고, 좀 키우려고 할텐데.

       

       

       “흐음.”

       

       

       지금 나 정도면 한번 일본 측에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지 않을까.

       

       남만주 총독부를 설치하는 건 어떤가~하고 말이다.

       

       여기에 무타구치 렌야를 남만주 총독으로 해주는 거지.

       

       그거 괜찮은 그림인데.

       

       이렇게 무타구치를 적당히 띄워주고 나중에 전쟁 터질 때, 남하해서 만철도 순식간에 장악해버리면?

       

       괜찮네 이거.

       

       

       “내가 일본에 직접 한 번 친서를 보내보지.”

       

       

       한번 직접 보내보는 것도 좋겠지.

       

       

       “친서를 말입니까?”

       

       

       뭘 그렇게 놀라고 있나.

       

       아, 너무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 적당히 이유는 덧붙여주자.

       

       일단 이쪽은 북만주 총독부인데, 상대는 그냥 일본 회사잖아.

       

       회사라고 하기엔 땅덩이도 너무 넓고, 솔직히 좀 그렇지 않냐.

       

       그러니까 총독부가 되어야지. 이런 식으로 편지를 보내자.

       

       지금 일본에서 굳이 남만주를 회사로 포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총독부로 삼기에는 열강 눈치가 보인다든가 그럴 수도 있다.

       

       그걸 러시아 쪽에서 지지해주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거지.

       

       

       

       

       

       

       출처: https://ja.wikipedia.org/wiki/%E7%89%9F%E7%94%B0%E5%8F%A3%E5%BB%89%E4%B9%9F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타 수정하느라 2분 늦었습니다. ㅠㅠ

    드미트리 호르바트와 모전구 선생님의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위가 드미트리 호르바트로. 1918년도 블라디보스토크의 사진입니다.

    아래는 참모본부에서 영관급 장교로 근무하던 시절의 모전구 선생님입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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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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