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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저 멀리 비명과 웃음소리를 흩날리며 사라지는 두 명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역시 저 집안은 제정신이 아닌 게 확실해.

       

       아빠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본 적 없는 엄마 쪽도 정상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들은 내용이 내용이었으니까.

       

       

       “저희는 이제 뭘 해야···.”

       

       “글쎄요. 쉬라고 하고 이곳에 데려다주었으니, 쉬어도 괜찮은 게?”

       

       

       쉬라고 했으니 오늘은 푹 쉬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한 대답이었지만, 솔직히 나도 반신반의한 상황이었다.

       

       숙소 안에서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분명히 숙소는 숙소다. 두 사람이 지내도록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방.

       

       침대도 두 개 있고, 책상도 두 개 있고. 아마 확실하겠지.

       

       방 안에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우리가 들어가길 꺼리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이 살고 있던 곳 같은데요. 들어가도 되는 거 맞을까요···?”

       

       “모르겠네.”

       

       

       사람이 살고 있던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살고 있었다는 듯, 정리되어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뭐야, 웬 애들?”

       

       “안녕하세요.”

       

       “어, 그래. 혹시 여기 주변에 노란 머리 남자 본 적 있니?”

       

       “네. 저기로 뛰어갔는데요.”

       

       “역시 그 자식이었구나. 그럴 줄 알았지.”

       

       

       어느샌가 나타나 아멜리아의 아버지에 관해 물어본 그는 구시렁대며 그를 험담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좀 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를 않네, 진짜.”

       

       “아하하···.”

       

       “도와줄 사람들 불러온다고 해서 좋았는데, 왜 이렇게 빨리 와?”

       

       

       자기 딸에게도 취급이 박하더니, 동료들에게도 그런 걸까.

       

       귀찮은 것 취급을 받는 모습에 그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처음 보는 얼굴이니까, 너희들이 그 도우미들이지? 왜 여기에 있어? 작전은 내일부터 시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 그게···.”

       

       

       마침 잘 되었다 싶었던 걸까.

       

       도로시가 우리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까지 우리를 데려와 주기는 했는데, 정말로 들어가도 되는지 고민 중이었다고.

       

       사람들이 사는 것 같은 흔적이 있어서, 잘못 데려온 게 아닌가 생각 중이었다고.

       

       

       “···그 자식, 이런 것도 설명 안 하고 간 거야?”

       

       

       그러자 얕게 한숨을 내쉰 그가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야 사람이 살고 있던 장소니까 그렇지. 불편하면 버려도 괜찮아.”

       

       “네? 하, 하지만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아니, ‘살고 있던’장소라고. 죽었어.”

       

       “···아.”

       

       

       그 말에 바라본 숙소는 조금 전까지의 광경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달라진 것은 그저 사전지식뿐.

       

       누군가 살고 있다고 생각해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바라보니 서늘하게만 느껴졌다.

       

       

       “···여기에 있다는 건, 수색 대상 이야기도 들었지?”

       

       “아, 네.”

       

       “그 녀석한테 당한 놈들이 쓰던 곳이야.”

       

       “···.”

       

       “너희들, 영웅 지망생이지? 아직 학생이고.”

       

       “그렇죠.”

       

       “마침 잘됐네. 머뭇거리지 말고 들어와.”

       

       

       뭐, 어차피 여기서 묵겠지만서도.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책상을 조금 뒤지더니 찾았다는 듯 종이 두 개를 가지고 왔다.

       

       

       “···이건?”

       

       “유서야, 유서. 읽어봐.”

       

       

       이런 걸 읽어도 되는 걸까.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자니, 어서 읽어보라는 듯 그는 고개를 까딱였다.

       

       

       “···.”

       

       

       그 재촉에 이기지 못하고 유서를 읽어보자, 흔하다면 흔한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다.

       

       만약 이 유서를 누군가가 읽고 있다면 나는 이미 죽어있을 거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친구들과 동료들에게는 언제나 고마웠다. 그런 이야기.

       

       평소라면 가볍게 안타깝다고 넘길법한 이야기였지만, 이 유서를 쓴 당사자가 있던 장소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때?”

       

       “···조금, 기분이 그렇네요. 이런 걸 저희에게 보여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별 거 아냐. 너희들은 아직 어리니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

       

       “가벼운 마음으로 왔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그렇게 말한 그는 우리에게 충고했다.

       

       

       “보다시피, 이곳은 사람이 수시로 죽어 나가.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기밀 사항은 잊어버리고 빌런 퇴치에만 힘써도 괜찮아.”

       

       “하지만···!”

       

       “너희들은 아직 어리잖아? 후회할 수도 있어. 이 방의 주인들도 여기서 몇 년은 근무했던 사람들이야. 엘리트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이 꼴이지. 영웅이라고 무적인 줄 알아?”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적은 꽤 많다.

       

       죽은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내가 죽인 빌런도 있다.

       

       ···하지만, 영웅이 죽고 난 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영웅은 무적이 아니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어쩌면 나는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닐까.

       

       우리는 죽지 않을 거라는, 우리는 아닐 거라는.

       

       무심코 그런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빌런 퇴치도 위험하겠지만···. 이곳만큼은 아니거든. 아직 안 늦었어. 돌아가도 괜찮아. 그 능구렁이 할배는 내가 설득하지.”

       

       “···아니요. 괜찮아요.”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자, 아르테가 그에게 반박했다.

       

       

       “그야, 저희는 죽지 않으니까요.”

       

       “그건···.”

       

       “오만 같은 게 아니에요. 그렇게 될 거니까.”

       

       

       아르테의 눈동자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전혀 근거 같은 것은 없는 말이지만, 그게 확실하다는 듯.

       

       

       “···하아, 그래. 나는 경고했다?”

       

       “걱정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그래, 푹 쉬고. 내일 보자.”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의 분위기 탓에 우리가 위험한 곳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걸지도 모른다.

       

       친절하고 인자했던 사령관님, 언제 나와 같은 일행들.

       

       학교에서 매일같이 보는 하율 선생님.

       

       밝은 분위기의 아멜리아의 아버지.

       

       ···하지만 이곳은 전장이었다. 언제 사람이 죽어 나갈지 모르는 곳.

       

       그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던 걸까?

       

       

       “걱정도 많은 사람이네요. 저희가 죽을 리 없는데.”

       

       

       그렇죠? 하며 나를 바라보는 아르테.

       

       약간의 웃음기가 담긴 그 얼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연하지.”

       

       

       하지만 아르테의 말대로, 그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 거다.

       

       내가 모두를 지킬 테니까.

       

       아르테가 슬퍼하지 않도록.

       

       아르테는 분명 다른 사람들을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나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아멜리아와 도로시를 바라볼 때면 태도가 변한다.

       

       그 두 사람이 다친다면 분명 상처받겠지.

       

       그러니 아르테가 상처받지 않게. 나의 친구들이 다치지 않게.

       

       모두를 지켜주는 게 내 목적이었다.

       

       

       “···라이오넬은 어디로 갔습니까?”

       

       “아, 선생님. 그 사람은 저쪽으로 갔어요. 아멜리아랑 같이요.”

       

       “어쩐지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한숨을 내쉬는 하율의 얼굴에는 얕은 미소가 배어있었다.

       

       

       “진짜 돌아온 것 같군요. 저 사고뭉치를 보니까 말이죠.”

       

       “사고뭉치?”

       

       “이곳이 조용한 것을 싫어하기라도 하는지, 매일같이 사고를 몰고 다니거든요.”

       

       

       ···진짜 아멜리아랑 판박이네.

       

       대충 내용도 짐작이 간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실제로 행하고, 그 결과 사소한 사건이 엄청나게 커진다던가.

       

       그런 거 아닐까.

       

       

       “마수의 고기는 무슨 맛이 나는지 궁금하다며 고기를 구워 먹으려 한 적도 있었죠.”

       

       “···어떤데요?”

       

       “근육밖에 없어서 질기다고 뱉어버리더군요.”

       

       

       예전 생각이 떠오르는 듯,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던 하율 선생님.

       

       우리가 있다는 걸 떠올린 듯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작전 사항은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 방에서 푹 쉬어주세요. 찝찝하긴 하겠지만, 지금은 남는 방이 없는 상황이라서요.”

       

       “괜찮습니다.”

       

       “도로시와 저는 이 방에서 묵도록 할 테니, 두 분께서는 저 방을 이용해주세요.”

       

       “···네?”

       

       

       어?

       

       뭐라고?

       

       

       “저기, 잘못 들은 것 같은···.”

       

       “아뇨, 제대로 들었습니다. 저와 도로시는 이 방. 아르테 양과 시우 군은 저 방을 사용해주세요.”

       

       “···?”

       

       

       뭐지.

       

       조금 전까지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거짓말이라는 듯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어, 방은 두 개···. 나와 아르테가 방 하나를 쓰고, 도로시와 선생님이 다른 방을···?

       

       

       “하, 하지만···.”

       

       “변명은 괜찮습니다. 두 분이 동거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엑.”

       

       

       할 말이 없어서 아르테를 바라보자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녀도 입을 뻐끔거리며 무언가 말하고자 할 뿐.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한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아멜리아는요? 아멜리아를 아르테와 함께 놓고 저는···.”

       

       “아버지가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신청했더군요. 통과되었고요.”

       

       “···.”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들일 텐데.

       

       무슨 상황인지 대강 짐작한 듯, 그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

       

       “합리적인 방 배정 아닐까요? 두 분은 동거를 하고 있으니,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만.”

       

       “아니, 그게···.”

       

       “그럼. ···밤에는 일찍 주무셔야 합니다. 내일부터는 작전에 돌입해야 하니까요.”

       

       “···.”

       

       

       그런 게 아닌데.

       

       그렇게 반박할 수도 없었다. 동거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점점 주변에서 사귀지만 않을 뿐, 할 건 다 하는 관계로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몬스터, 안 돼. 절대.

    ***

    연중안돼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중도, 안 돼요. 절대로!

    호랑이팬더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호랑이와 팬더가 섞였다···? 얼마나 귀여울까요···. 분명 치명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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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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