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18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도 있지만, 에리스에겐 진짜 강한 부정이었다.

       주딱이 백마 탄 왕자?

       갤러리에서 이상한 소리나 하고 가슴만 밝혀대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왕자?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왜 관심을 가진단 말인가.

       에리스가 분을 삭이며 술잔을 거칠게 집었다.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이 기분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으니까.

       맞은편에 앉은 세렌디아가 짓궂게 웃었다.

         

       “그냥 물어본 건데.”

       “딱 봐도 사심이 가득한 질문이었잖아요.”

       “맞긴 한데. 관심이 없는 건 거짓이잖아.”

       “….”

         

       그걸 눈치 챈 걸까.

       에리스는 술잔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대답했다.

         

       “…있긴 해도 여왕으로서에요.”

       “엘란 내부의 사정이라거나. 그런 이유겠지?”

       “하아… 그렇죠.”

       “나도 그렇거든.”

       “아르델은 항상 위태로운 위치니까요.”

         

       자세한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말을 이해했다.

       각 나라의 사정이 있고. 주딱이 가진 힘은 해결해준다는 건.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주딱이 있으니까 조금 낫긴 해.”

       “그건 좀 부럽네요. 하아. 세렌디아 당신이 채가지만 않았어도….”

       “아. 글쎄.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에리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분하고, 억울하고, 슬픈 그런 복잡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럴만하다.

       주딱에겐 그만한 힘과 영향력이 있으니까.

       주딱을 뺏겼으면 화가 나겠지.

         

       만약 자신이 그런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직접 찾아가고 다 부숴버리지 않았을까.

       내가 안 당해서 다행이다.

       잠시 생각해본 세렌디아가 그저 웃었다.

         

       “웃지 말아요… 억울하고 질투난다고요….”

       “내가 모르고 에리스의 남자를 뺏었네.”

       “그런 말투도 그만둬요오옷!!!!”

       “킥.”

         

       세렌디아가 낄낄 웃었다.

       악질 파딱의 모습 그 자체.

       에리스와 주딱 억지로 커플링 만드는 거 재밌네.

       재밌는데….

         

       근데 진짜 관심 없나?

       근ㄷ 진짜 조ㅓㅎ아하는 게 아닌가?

         

       세렌디아의 시선.

       에리스와 주딱의 갤러리 관계.

         

       갤러리에서 봤을 때.

       은근히 계속 말 걸고.

         

       ‘주딱’이 뺏겨서 화가 나는 것도 있지만.

       주딱이 ‘뺏겨서’ 화가 나는 것 아닌가.

         

       세렌디아의 눈초리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상하긴 한데.’

       엘란이라는 나라의 수장.

       아르델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엘프들의 생산성이 낮다 하더라도.

       큰 나라.

         

       마법으로는 여전히 최강의 국가.

       그런데.

       주딱에게 매달릴 정돈가.

       주딱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분할 정돈가.

       그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정둔가.’

         

       엘란의 여왕인 에리스가 주딱이 필요했다. 뺏겨서 분하다….

       그만큼 주딱이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건 맞는데….

       엘란이라는 나라 입장에서 그 정돈가?

       오히려… 갤러리에서 친하게 지내던 주딱이 뺏겨서 분하다는 쪽이… 더 어울리지 않나?

         

       ‘흐으으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에리스 솔직하게 말해봐. 진짜 주딱 좋아하는 거 아냐? 남자로서.”

       “주딱을 좋아하냐니? 억측 멈춰요!”

       “아니, 그렇게까지 주딱을 원할 이유가 있나 싶잖아.”

       “엘란에 필요하니까….”

       “간절하게 원할 정도로?”

         

       슬쩍 시선을 마주치니까.

       에리스가 먼저 눈을 피한다.

         

       “말 못할 사정이 있어요. 진짜로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요. 절대로.”

       “그렇게 부정하면 진짜 같은데?”

       “재밌고 잘 통한다 정도만 생각해요.”

       “아하아?”

       “흥.”

         

       말을 해도 안 믿는 눈치네요.

       에리스가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입부터 목까지 뜨거운 열기가 훑고 지나갔다.

         

       주딱을 좋아하냐니. 이렇게까지 캐묻는 걸 보아하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거든요.

       주딱이 여유있어 보이고, 능력도 좋고, 말도 잘 통하고, 웃기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순수하게 같이 있으면 즐거워서지. 반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흐응. 그래?”

       “뭐예요? 그 의심하는 눈초리는?”

       “아니 뭐. 그냥 의심이 가니까 그렇지.”

       “그런가요? 저는 오히려 세렌디아 당신이 더 의심이 가는 걸요.”

       “무슨 의심?”

       “오히려 당신이 주딱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아닌가요?”

       “에이. 아니지.”

       “정말요?”

       “뭐든지 하겠다면서 작성한 서약. 그 정도면 노리는 거 맞잖아요. 주딱에게 일부러 여지를 주면서….”

       “…아니거든.”

         

       세렌디아가 무덤덤하게 답하면서 술잔을 빠르게 비워냈다.

         

       서약을 건네면서 상상했던 적이 있었다.

       주딱이라면? 밤에 사용하겠다고 말하지 않을까.

       주딱정도의 변태라면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래서 그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본 것 아니었던가.

         

       새로 영입한 네리사에게 최면을 물어본 이유도.

         

       주딱에게 주도권을 잡고싶어서 였다.

       최면을 만들어서 주딱에게서 경험을 쌓으면.

       밤에 허둥대는 일 없이 주딱을 휘어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물어본 것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그게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도 그럴게….

         

       “걔 생긴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에 담아둬.”

       “왜 모르는 건가요.”

       “아니 왜 알아야 하는데.”

       “세렌디아라면 쉽게 찾아갈 수 있잖아요. 여기보다 훨씬 가까운걸요.”

       “갈 수 있기야한데….”

         

       굳이? 얼굴 하나 보려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이쪽에서 주딱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 것 같으니까.

         

       “아. 그래도 걔 얼굴은 몰라도 몸은 봤네.”

       “몸… 아. 정말 미친 사람이에요…. 가슴 보고 싶다고 먼저 가슴을 까다니….”

       “그건 남자라서 호감인데. 솔직하잖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주딱 좋아하는 거 아냐? 그래서 틀딱이라 놀림 받아도.”

       “이이익… 아니에요! 세렌디아 당신까지 그러는 건가요!”

       “왜. 놀리지 마? 틀딱 파딱님.”

       “…또 그러면 진짜 아르델에 항의 서신 보낼 거예요.”

       “그거 다크엘프 혐오인데.”

       “세렌디아 혐오에요!”

         

       세렌디아가 킬킬 웃었다.

       장난기가 가득 담긴 말과 웃음이라는 건 에리스도 알았다.

       그래서 ‘놀리지 말아요.’ 라고 강력한 대꾸 후, 에리스는 쀼루퉁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하아아….”

         

       취한 만큼 많이 마셨다.

       술병에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로 반병씩은 마시지 않았을까.

       에리스가 마지막으로 술병을 비워내자, 세렌디아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새것이나 다름없는 술병을 또다시 꺼냈다.

         

       “독한 술은 구하기도 힘들 텐데… 도대체 몇 병이나 있는 건가요….”

       “대략 열 병? 비상용이거든.”

       “술을 왜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거예요….”

       “뭐 다양한 용도로 쓰니까.”

         

       상처 입어서 소독이나 마취 그냥 마시고 싶거나. 아니면 이런 자리를 위해서.

       비상시에 술이 대부분의 역할을 해주니까.

         

       “그럼 한 잔 해야지.”

       “짠 해요. 짠.”

         

       짠. 술잔을 부딪친 에리스와 세렌디아가 술잔을 비웠다.

       취기가 오르고 몸에 열이 오른다.

       서로 얼굴이 빨개져서…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특히 거나하게 취한 에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앞으로 주딱과 연을 맺게 되겠죠.”

       “그렇지 좋든 싫든?”

         

       영향력이 크니까.

       주딱을 데리고 있는 편이 많은 이익을 주니까.

         

       “그러니까 서로 도와주는 건 어때요. 서로의 일이 잘 진행되도록.”

       “서로?”

       “둘 다 주딱을 원하는 라이벌이지만 서로를 돕기로 해요.”

       “…굳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싫어할 걸요. 갤러리 파딱끼리 싸운다니.”

         

       그만큼 갤러리에 진심인 사람이니까.

       에리스가 덧붙였다.

         

       “엘프 파딱 비밀 동맹…인거죠.”

       “엘프 파딱 비밀 동맹이라… 좋네.”

         

       엘프이자 파딱인 둘이기에 가능한 동맹.

       생각보다 좋은 울림에 세렌디아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엘프와 다크엘프가 서로 협력할 수 있을까.

       동맹이라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냥 말 뿐인 얘기가 아닐까. 살짝 의심이 생겼다.

         

       “근데 넌 다크엘프가 싫지 않은 거냐? 갑갑자기 궁금해져서.”

       “…굳이 싫어할 이유가 있나요?”

       “….”

         

       굳이 싫어할 이유가 있냐…라.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지도 모르겠네.

       그녀의 대답에 세렌디아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도 많이 마셨고. 원하는 대답도 들었고. 난 가볼게.”

       “…취했는데 괜찮나요?”

       “술에 취했지만 이 정도로 문제 생길 정도는 아니니까.”

         

       그림자가 세렌디아를 덮자, 그대로 사라졌다.

       세렌디아가 사라지고 혼자 남은 에리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아….”

         

       두 명이서 술을 마신 흔적이 남아있었다.

       간단하게 준비한 과일 안주와 술잔, 굴러다니는 술 병.

       에리스는 치우려다가 남아있는 술을 확인하고 다시 잔을 채웠다.

         

       “남아있는 거 버리면 아깝잖아요….”

         

       취했지만 여전히 독한 술을 마시면서, 편하게 다리를 쭉 뻗었다.

         

       “하아….”

         

       에리스의 입장에서는 이번의 일이 나쁘지 않았다.

       여왕으로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세렌디아와 손을 잡으면 명분이 확실하다.

       엘란에 다크엘프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기반도 생겨날 테니까.

         

       거기에 세렌디아라면 다른 엘프들에게 밀고할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에리스보다 세렌디아가 더욱 장로들을 싫어하지 않을까.

       그녀의 성격이나… 다크엘프들의 입장에서나.

       아무튼 세렌디아가 먼저 찾아와준 건 고마웠다.

         

       “다음엔 세렌디아를 통해서 주딱을 만나도 좋겠네요….”

         

       갤러리 완장끼리 만나서 친해진 뒤, 원로들을 조질 방법을 만들어낸다면?

       이만큼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

       주딱하고 만나기만을 고대하던 에리스는 왠지 방금 전 세렌디아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주딱을 좋아하는 것 아니냐.

       그녀는 술잔을 빠르게 비워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좋아한다거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떻게 얼굴을 보지도 않은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단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재밌고 말도 잘 통하니까.

       그냥 조금… 고마운 것뿐인걸.

         

       “그것뿐이니까요….”

         

       술에 취해서일까. 에리스의 볼이 붉었다.

         

         

       ***

         

         

       하얀색으로 가득한 방 안.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나, 이전과 다르게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깬 사람은 빛이 가득한 여인이었다.

         

       “이번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실패했군.”

         

       질서. 그녀의 말에 모두 굳게 침묵했다.

       입을 열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 것 같으니까.

       평소와 다르게 입을 다문 이들을 둘러보던 질서의 눈은 한 곳을 가리켰다.

         

       말이 많던 이들과 다르게 침묵을 고수하던 사내였다.

       그는 이런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조용히 깍지를 낀 평소의 자세를 유지했다.

         

       “말만 많고 빈번한 실패보단… 조용한 게 궁금하구나.’

       “….”

       “그대에겐 계책이 있는가? 의견을 내도 좋다.”

       “…….”

         

       지목당한 사내는 잠깐의 침묵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망스럽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명의 나무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해주신 다른 독자님들도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3천자를 힘겹게 쓰는 날도 있고…
    8천 자가 생겨나는 날도 있고…
    1만 자가 나오는 날도 있는데…
    그게 오늘이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