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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취미를 묻는 질문에 당당히 게임이라 답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무려 검사가 게임 매니아였던 덕분에 승부조작의 단초를 잡아냈다며 놀란 게 벌써 언제적 일인가. 게임을 좋아한단 것만으로 흠을 잡는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인 것이다.

        

       그럼에도, 고전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 일반적이더라. 고전 음악이나 고전 소설을 좋아하는 건 고상한 사람일지 몰라도, 고전 게임을 좋아하는 자는 과거에 갇힌 괴짜라는 듯이.

        

       그러나 그러한 시선에 굴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나는 오히려 고전 게임들을 더 좋아해왔다. 내 세대의 게임이 아니고- 도트 그래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CRT모니터는, 학교 창고에서 본 것이 전부임에도.

        

       대체 추억보정도 없는 고전 게임을 왜 그리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많았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그래픽이 좋았다.

        

       이거 지금은 절대 심의 통과 못하겠는데 싶은, 현대와 조금 어긋나 있는 윤리적 감성도 좋았고.

        

       어딘가 불편하거나, 쓸데없이 복잡한 조작도 은근히 취향이었다. 어쩌면 이건 나오나에 반한 이유 중 하나 아니었을까.

        

       유일한 불만이 있다면, 배경음악이겠지. 8비트로 어찌어찌 매력적이고 중독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명작들도 있었지만, 수로 따지자면 ‘그냥 효과음이나 넣고 치우죠?’ 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게임이 더 많았으니.

        

       게임의 모든 데이터를 비좁디 비좁은 게임 팩에 우겨 넣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마우스 딸깍해서 100기가바이트 어치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현대인의 입장에선 이게 못내 아쉬운 것이다. 몰입감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해 명 해』

       『-벌목꾼은 못보는 채팅입니다-』

       『방장 우승 축하해!』

       『OST 자체 제공은 씨이펄 너 또 개씹좆혐 불 생각이지』

       『직업 비하 발언 해명해주세요』

       『 🔥 🔥 🔥 🔥 🔥 🔥 🔥 🔥 🔥 🔥 🔥 🔥 🔥 🔥 🔥』

       『캬 퀸 메이커2 명작이죠……겜 좀 볼 줄 아시네』

       『이거 그 뭐시기 환 먹여서 가슴키우기 원툴 게임 아님?』

       『해 명 해 해 명 해 해 명 해 해 명 해』

       『우승 축하합니다 센세』

       『킹 갓 기 사 가 자』

       『대검기사 보여주세요』

        

       이 멋진 타이틀 화면을 보고도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음악을 좀 듣다보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들리시나요.”

        

       『예 존나게 잘 들립니다 씨1펄 혹시 채팅 읽히시나요』

       『네네네네』

       『목소리 진짜ㅠㅠㅠㅠㅠ』

       『노래불러주세요』

       『방장 음색 개쩔 듯』

       『ㅖ』

       『목소리 치인다 진짜』

       『이건 또 뭔 좆망겜입니까 선생님 좆오나나 키십쇼』

       『아크랑 듀오하자아ㅏㅏㅏㅏㅏ』

       『해 명 해 명』

       『이게 뭔 겜이야 시발』

       『틀』

       『노래 ㅇㅈㄹ 이 미1친년이 나오나 브금 음정 다 틀리게 허밍한 거 듣고 와야 정신차리지』

       『나오나 언제해요??』

       『영도 열어주세요』

       『대회 우승 축하해요!!!』

       『얘가 벌목꾼거린 걔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따먹아 혹시 뒤풀이 가는거니 가서 레반 그 느끼한 남캠새끼 옆에 앉아서 술 따라주면서 우리한테만 들려주던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한 잔 두 잔 술을 주는대로 받아 마시다가 취해서 어깨를 기대고 눈을 감고 우리 집 가까운데 2차는 맥주나 한 잔 하자는 말에 아 한 잔이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따라가고 그러는 거니 제발 정신차려다오 뒤풀이는 안 된다】

        

       ……대회에서 우승한 효과일까. 아늑했던 방송은 시장판처럼 변해 있었다. 흐름이 빨라졌다는 느낌. 채팅을 그렇게 자주 본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러했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채팅창과 함께 시간을 보낸지도 오래됐네. 고마운 친구를 너무 오래 작게……아니, 멀리 한 기분이다.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되겠지.

        

       잠시, 채팅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스크롤을 올려, 채팅창을 잠시 멈췄다. 그 찰나에도 누군가는 채팅을 치고 있는 건지. 살짝 올라간 스크롤 아래에 실시간으로 공간이 생겨나는 모습이 제법 장관이었다.

        

       보통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면, 다른 스트리머들은……슬로우 모드를 적용했던가.

        

       어쩐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채팅창에 이런 저런 생각과 욕구를 토해내는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떤 채팅은 연달아 도배해야 제맛일 때도 있는 법이니.

       

       그런 채팅의 수가 너무 많아서 좀 번잡스럽긴 하지만, 본질을 바꾸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팔로우 기간으로 제한을 거는 건……찾아온 손님이 단골이 아니라고 내쫓는 격 아닌가.

        

       처음 찾아간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 쏟아진 채팅들을 감상했다. 원색적인 욕설부터, 해명하라는 요구,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까지. 나오나를 하길 바라는 사람들과, 기사……나무꾼…….

        

       왜 도적 얘긴 없지.

        

       별 얘기가 다 있는데, 도적 얘기만 없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분명,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도적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는 시청자들도 나름 있었다. 온갖 침략자들이 들이친 탓에 원주민들이 쫓겨난 걸까. 힘겹게 가꾼 텃밭이었는데.

        

       드문드문, 왜 말이 없냐는 채팅이 보이기 시작했다. 채팅 읽기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의 채팅이겠지. 그 와중에 이 사람 채팅창 보기는 하냐는 질문들도 제법 있는 건……조금, 아이러니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성실히 보고 있다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년한테 소통을 기대하는 유입들 왜케 짠하냐 ㅋㅋㅋㅋㅋ】

        

       그렇게 다시 채팅창을 찬찬히 살피고 있자니, 익숙한 1점 리뷰가 도착했다. 이것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약간 마음이 편해지는데……말하면 안 되겠지.

        

       어쨌든, 소통. 소통이라.

        

       스크롤을 다시 끝까지 내려서, 실시간 채팅에 진입했다.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다.

        

       “많이들 와주셨네요. 반가워요.”

        

       인사를 건네자, 채팅의 흐름이 한층 더 가속했다. 압도적인 동체시력은 그 급류 속에서도 대부분의 키워드를 잡아내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데 재능을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뭐 하는 방송이냐, 혐오를 멈춰주세요……해명해라…….

        

       “건전한 실력 방송 스트리머입니다. 혐오라니……사제 혐오 안 합니다. 그런 방송 아니에요.”

        

       『아니 누가 사제 혐오한다 했냐고』

       『건?전』

       『아니 이 게임 대체 뭐냐고』

       『대검기사 해주세요 43트』

       『5천만 광전사 유저가 두렵지도 않느냐!!』

       『사제혐오도 했어?』

       『혐오 얘기하니까 바로 사제 혐오라고 튀어나오는 거 봐라 이년 이거』

       『그래서 뒤풀이 가는거니 안 가는거니 제발 말해다오』

       『사제 혐오(만) 안 합니다~』

       『광전사 혐오나 해명하라고』

       『나오나 언제 킴? 2부임?』

        

       대화를 시도하면 시도할 수록 더욱더 날뛰는 채팅창의 분위기는, 안타깝게도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집단적 독백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이건. 소통을 거부하는 건 저쪽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방송에 자리잡고 있던 정돈된 시위대가 조금 그리워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공성전을 하는 기분도 들고 그래서, 나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저마다의 욕구를 마구잡이로 던져대는 채팅창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음…….

       

       방종할까.

        

       모레쯤 되면 대회 우승의 열기도 식을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내게 답을 건네준 건, 의외로 하나의 도네이션이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소통은 음악으로 하는 편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아. 그래.

        

       음악. 잠깐 잊을 뻔했네.

        

       역시……하던 대로 하는 게, 정답이겠지.

        

       “그러면 먼저, 오늘 할 게임의 오프닝 곡부터 들려드릴게요.”

        

       * * * *

        

       누군가에겐 당혹스러울, 그러나 누군가에겐 익숙할 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름 능숙해졌다고 자평할만한 오카리나 연주였다.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로 날카로운 삑사리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가히 일취월장했다고 할 수 있을 테니. 조금 착한 사람을 만난다면, 취미로 악기를 하신다니 대단하다는 의례적인 칭찬 정도는 들을 법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빈말로도 잘 한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오』

       『라이브임?』

       『개 시 팔』

       『실력 늘긴 했네』

       『이게 대체 뭐하는 방송이지』

       『기어코 이지랄을 하는구나……』

       『제발 물이 들어오면 노를 좀 저어주세요 물에 코 박고 익사하지 말고』

       『유입 절단이 취미임?』

       『오 악기도 잘 하시네요 ㅎㅎ』

       『캬 다재다능』

       『이 분 캠은 언제 키시나요』

       『제발 씹좆혐나 멈춰』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얘가 오카리나로 칭찬받는 걸 보니까 속이 뒤틀려……제발 그만해줘……】

        

       기존 시청자들은 트라우마와 답답함에 몸부림치는 시간. 그러나 의외로, 새로이 유입된 사람들 입장에선 나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무렴, 아무리 이예나의 실력과 플레이스타일이 센세이셔널했다고 하더라도, 방송까지 유입된 이들이 나오나 실력만 보고 왔겠는가. 공식방송에 송출된 목소리가 좋았는데,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상당한 캠방 영상이 나오고, 멘트가 심상치 않으니- 사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찾아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인간 백정마냥 머리를 집어던지고 대검을 휘두르던 여자가, 고운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악기를 연주하는 건 오히려 제법 즐거운 반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스트리머는 방송 시작할 때 한 곡 연주하는게 루틴인가보다- 라고, 선해할 수도 있었고.

        

       그렇게, 약 3분 후.

        

       《잘 들으셨나요.》

        

       연주를 마치고 잠시 채팅을 감상하는 듯 말이 없던 이예나의 첫마디에 이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너 씨발 또 할 거지】

       

       《자, 그러면 다음은 전투 씬 BGM 들려드릴게요.》

        

       그녀의 성향을 잘 아는 기존 시청자가 보낸 도네이션이, 그런 그녀를 원망하듯 힘없이 늘어지는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콘서트라도 하는 양 차분히 다음 곡을 설명하는 목소리와 겹친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

       .

       .

        

       《잘 들으셨나요. 마지막으로, 엔딩 곡 버전 3이었어요.》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정신나갈거같아』

       『아니 왜 사운드트랙부터 들어야 되는 건데 왜 오카리난데 왜 오늘 이러는데 왜 대검기사 안 하는데』

       『얘 원래 이래요?』

       『시1팔 원래 10분만 지랄하는데 유입새!끼들 때문에 이걸 40분을 쳐 듣고 있네 아』

       『뚜-뚜두두두 뚜 뚜두두두두두두 뚜 뚜 뚜-뚜두두두 뚜 뚜두두두두두두 뚜』

       『실력이 늘어서 더 화나』

       『이걸 시발 얼마나 연습을 한거야 개씹좆혐 연습할 시간에 방송 켜서 나오나나 하라고 제발』

        

       약 40분에 걸친 연주.

        

       기어이 새로운 느낌의 난장판이었던 채팅창을 언제나와 같은 난장판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한 이예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더욱 나른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 그러면 오늘 할 게임. 퀸 메이커2입니다. 하늘이 점지해준 아이를 키워내는 육아 시뮬레이션 게임인데……육아에서 진짜 어려운 부분인 흘러넘친 똥기저귀 갈기, 1시간 걸려서 만든 밥을 뭉쳐서 집어 던지며 노는 꼴 보기, 공룡 흉내 연속 50번 내기 등등을 모두 삭제하고……깔끔하게 10살부터 시작합니다.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나름 만족스러워하는 기분이 티나는 리듬감. 그녀의 기존 시청자들은, 저 나른함도 만족감도 모두 연주 사이사이에 들려온 물 마시는 소리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지적을 할 필요성조차 못 느낄 정도로.

       

       그리고 찾아왔던 분탕들은, 무슨 도배를 하고 무슨 도네이션으로 긁어보아도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오카리나만 연주하는 모습에 질려, 차라리 게시판과 갤러리나 불태우자며 떠나갔고-

       

       버텨낸 유입들은, 어느새 기존 시청자들의 분위기에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묘한 평화 속에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첫 종합 게임 방송은 시청자들조차 혼란에 빠진 채 시작되었다.

        

       다양한 시청자가 모였으나, 그 중 누구도 원치 않았던 방송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독자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rkentho r 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대단히 죄송하오나, 내일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휴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월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휴재에 대하여는 항상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를 빌어 염치 불고하고 한 가지를 약속드리자면,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의 연재가 영구히 중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부득이한 휴재는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어쩌면 그 휴재가 의도치 않게 길어질 때도 있겠으나…이 소설은 반드시 완결까지 도달할 것입니다.

    가벼이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독자가 없다면 작가도 없는 법이지 않겠습니까. 존재 이유와도 같은 독자님들에게 드리는 약속을 가벼이 던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최선을 다하여 만들어 올릴 예정이오니, 취향에 맞으셨다면 어느 날 폐업한 간판을 마주할 걱정 없이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작가의 말이 아닌 소설로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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