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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황궁은 몇 달 전과 다르게 생기로 북적였다.

         

       무도회장 한복판에서 찬란한 금발을 휘날리는 황녀가 있었다.

         

       황녀의 양 옆에는 두 미남 미녀가 호위하듯 서 있었다.

         

       그들은 작위도 없었고, 심지어는 명문가 출신조차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수십 명의 영애와 영식은 그들에게서 인간과는 전혀 다른 위압감을 느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포악한 괴물 앞에 선 듯한 기분이었다.

         

       에리야스와 카르시안.

         

       황녀는 그들을, 깊은 숲 속에 은둔해 있던 대마법사라고 소개했다.

         

       “레드 드래곤 로드에게 납치되던 도중에 우연히 저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라…….”

         

       1황자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걸 뭐, 믿으라는 건지.”

       “……믿으나 믿지 않으나 상관 없다는 이야기겠지.”

         

       이미 황위 싸움에서 멀찍이 밀려난 2황자는 한탄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1황자가 물었다.

         

       “부탁한 것은 어떻게 되었느냐?”

       “대마법사가 맞대. 그것도 최소로 잡아서 전 금탑주 급.”

        “……아주 드래곤이라는 걸 들키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구나.”

       “정말로 은둔하던 마법사일 수도 있지 않아?”

       “그러면 금탑주보다 약했겠지.”

         

       물론 정말로 은둔하던 실력자일 수도 있었지만, 그럴 확률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젊음과, 아리아에 준하는 저 미색은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짜릿한 압박감은 저들이 드래곤이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들도 금탑주를 만나본 적이 있어서 안다.

       위압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고양이 앞에 놓인 쥐새끼같은 심정이 들지는 않았다.

         

       아리아는 황자들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저, 와인을 음미할 뿐.

         

       – 아리아. 네 핏줄들이 우리의 정체를 눈치챈 것 같다.

         

       머릿속에 에리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상관 없어요. 그러라고 한거니까.

         

       그들의 정체를 숨길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이 자리에 초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국의 모든 귀족들이 모이는 연말 행사.

       오늘 연회에서 있었던 일은, 하루면 제국 곳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혹시나 올리비아가 나타날까 해서 일부러 연회를 더 성대하게 열었건만, 역시 이런 저급한 함정에는 걸려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가죠.”

       “……벌써?”

       “더 있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에리야스가 산처럼 쌓인 와인들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중에 대전쟁이 터지면 저런 것들은 찾아보지도 못할텐데…….”

       “……드래곤이란 놈이 품위라고는 코빼기만큼도 없구나. 이래서 근본 없는 레드 놈들은.”

       “그래서 올리비아한테 배 까뒤집고 헥헥댔냐?”

       “닥쳐라. 이 자리에서 그 망할 아가리를 찢어버릴……됐다. 대가리에 똥만 찬 놈들과 대화해봐야 나만 손해일테니.”

         

       둘 사이에서 강렬한 기파가 일었다. 아무리 폴리모프 상태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만한 기운이 아니었다. 영식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려는 순간.

         

       “그만.”

         

       아리아의 목소리가 공간 전체에 잠식하듯 울려퍼졌다. 한 마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 또한 제왕의 피를 이은 사람답게, 좌중의 귀를 끌어당기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두 분 다 제멋대로 행동하실 생각이거든, 지금 당장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십시오. 황제 폐하 앞입니다.”

       “아니, 그래도 우리가…….”

       “카르시안. 에리야스 님을 데리고 나가세요. 과음하신 것 같네요.”

       “그건 명령이니?”

       “명령입니다.”

       “후후. 그렇다면야.”

         

       하얗디 하얀 눈보라가 에리야스의 몸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무도회장에 참석한 귀족들이 아리아를 멍하게 바라봤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저는 먼저 실례할테니, 모두 좋은 시간들 되시기를.”

         

       그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인 다음 연회장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다음 순간, 황녀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문장을 뱉어냈다. 암주였다.

         

       [굳이 에리야스를 도발할 필요가 있었나?]

       “에리야스 님이 이걸 도발로 받아들였다면, 순순히 끌려가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모든 드래곤은 오랜 수명 탓에 정신적으로 자그마한 결함이 생긴다. 그리고 레드들이 갖는 결함은, 분노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

       다른 드래곤들이 전투를 귀찮은 일이라고 여기는 반면, 유독 레드들만 미치광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흉(凶), 광(狂), 악(惡), 마(魔)……. 괜히 온갖 부정적인 칭호들이 따라붙는 게 아니다.

         

       에리야스 또한 수천 년 전에는 마룡이라고 불렸었다.

       그랬던 그가 인간들과 이렇게나마 어울릴 수 있게 된 것도, 올리비아의 영향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이렇게 그림자로 소식을 다 전하시고.”

        [몇 가지 전달 사항이 있어서 연락했다.]

         

       아리아는 살짝 긴장했다. 암주가 이런 어투로 말했을 때, 좋은 소식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마계와 관련된 문헌을 찾아냈다. 대악마들이 각각 사방(四方)을 맡아서 다스리며, 중심부는 마왕이 직접 관리한다더군. 그리고 마신에 대한 문건은……아직 찾지 못했다.]

       “……성국에도 없을 줄은 몰랐네요.”

         

       마신이라는 말에 아리아의 낯빛이 변했다.

         

       대악마도 회귀자가 둘은 나서야 할 정도로 강한데, 마신은 얼마나 강할 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리아가 대악마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전생에서는 대악마들이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대악마들이 나타났던 자리에는 항상 올리비아가 있었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위치를 알아냈다.]

       “네? 그걸 어떻게…….”

         

       이런 의미없는 연회를 여는 것도, 올리비아가 꽁꽁 숨어있으면 찾아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위치를 알아냈다면, 이런 의미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악마 사냥꾼의 능력이다. 하루에 한 번, 올리비아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더군.]

         

       아리아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왜 처음부터 쓰지 않은거죠?”

       [화살을 한 번이라도 맞췄던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더군.]

       “……그러면, 지금은 어디 있죠?”

         

       암주가 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올리비아는 지금 에우란 대수림에 있다.]

         

         

       *****

         

         

       손등에 새겨진 표식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올리비아가 입을 연 것은, 꽤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올리비아, 혹시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나?”

         

       키엘의 물음에 올리비아가 말없이 반대쪽 손에 마나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칼바람을 일으켜, 표식이 새겨진 피부를 얇게 포를 뜨듯 잘라냈다.

       하지만 표식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말했다.

         

       “추적 마법 비슷한거야. 물론 마법은 아니라서 없앨 수도 없지만.”

       “추적 마법?”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봐. 애들 좀 맡기고 와야 되니까.”

         

       올리비아는 키엘의 다음 말을 듣지도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래 걸리는군.”

       

       분명 북부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점심이었는데,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키엘은 쭈그려 앉은 채, 애꿎은 대검만 만지작거렸다.

         

       ‘애들을 맡기다니?’

         

       키엘은 기억 저편을 뒤져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올리비아의 주변에 애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신성 왕국의 성녀 정도일텐데…….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성녀와 친분을 맺었을 리도 없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미안, 설득하느라 조금 걸렸어.”

         

       기가 전부 빨린 듯한 목소리.

         

       보아하니 누군가에게 잔소리라도 듣고 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보모라도 있나?”

        “보모? 아……내가 방금 말한 애들? 내가 키우는 제자들 있거든. 아는 분한테 걔들 좀 부탁하고 왔어.”

         

       올리비아가 뒤를 돌아보며 혀를 내둘렀다.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이 벌써 몇 번째냐, 위험한 일이 분명할텐데 또 어딜 가느냐…….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겨우겨우 멜리나를 설득할 수 있었다.

         

       올리비아가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아무튼 가자. 망할 대수림으로.”

        “그래.”

         

       얼떨떨한 대답.

       말은 그렇게 했지만, 키엘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에우란은 키엘과 올리비아가 처음 만난 장소.

       키엘에게는 꽤나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 장소일 것이다.

       

       굳이 북부까지 찾아온 것도, 아마 그 때문이겠지.

         

       물론 올리비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어차피 이번 작전은 키엘이 중요해.’

         

       키엘은 이미 몰살 회차 때의 경지를 회복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제압당한 올리비아’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멜리나 보험도 들어놨고.’

         

       회귀자들은, 분명 에우란으로 올 것이다.

         

       빛이 번쩍거린다 싶더니, 둘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

         

       츠츠츠츠츠!

         

       잠시 후, 방금 전과는 180도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까지 치솟은 나무, 사방에서 울리는 불길한 바람 소리…….

         

       [목(木)의 마경, 에우란에 입장합니다.]

         

       키엘이 짓씹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휘날리는 낙엽들이, 한 순간에 거대한 생명체의 모습으로 일변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 분노 조절 장애 드래곤을 분노 조절 잘해로 바꾸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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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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