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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그때 이수아는, 저 멀리 서 있는 어떤 사람을 보고 있었다.

        

       원래는 아무것도 없는 산을 그대로 깎아서 만든 테마파크였기에, 지형이 완벽히 평평한 것은 아니었다. 완만하기는 해도 정문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높아지는 지형을 가지고 있었고, 몇몇 놀이기구는 대놓고 언덕 위에 있기도 했다.

        

       귀신의 집도 그런 경우였다.

        

       그리고, 그랬기에 이쪽을 향해서 카메라를 향하기도 편했다.

        

       이수아는 그곳에서 정확히 이쪽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었다.

        

       물론, 놀이공원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무조건 기자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지고 쓰기 편해졌다고 해도, 더 좋은 화질이나 해상도로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직도 꽤 많은 법이었으니까.

        

       어쩌면 그저 높은 곳에서 놀이공원 먼 곳까지 찍으려다가 우연히 카메라가 이쪽을 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라는 이미 몇 번이나 사진을 찍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심지어 기사에도 실렸다.

        

       지난번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그 기사 이후로 또 다른 기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따라붙은 파파라치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유진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손에 꼽는 대기업 집안의 딸인 이수아였다. 평생 파파라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수아가 해외에 있을 때, 카메라를 들고 대놓고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 그것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의 오너가 외국인과 결혼했다는 가십거리 때문이었을까. 어머니에 대한 헛소문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헛소문 때문에 거의 외국에 피신해서 살았던 적의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정의로 삼는 곳이어서 그랬던 건지, 파파라치들은 몸을 숨길 생각도 없이 이수아를 찍어댔다.

        

       그나마 후에 기업 차원에서 어린이를 스토킹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나서야 덜해졌을 정도였다. 사실 그것도 이수아가 별다른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언론사에서 소아성애자 딱지가 붙기 전에 알아서 물러난 형태였지만.

        

       그렇기에, 정말 마음먹고 숨어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시야에 들어온 카메라를 어느 정도 의식할 수 있었다. 별로 얻고 싶어서 얻은 버릇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런 이수아는 순간적으로 저 사람이 그 파파라치라고 직감했다.

        

       “가고 싶어?”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라가 그렇게 물었다.

        

       사라의 시선은 이수아가 바라보고 있던 곳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이미 주변으로 몸을 숨겼으니까.

        

       사라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쪽은 귀신의 집 쪽이었다.

        

       그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수아를 보고, 사라는 그렇게 판단한 모양이었다.

        

       “어……”

        

       이수아는 순간 고민했다.

        

       자신이 방금 본 사람을 말해줘야 할까? 미리 경고해서 쫓아버려야 할까?

        

       …….

        

       “아,”

        

       그런 이수아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하나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지난번에 아버지에게 말했던 계획을 구체화할 아이디어.

        

       “응. 가고 싶어.”

        

       그래서, 일단은 그렇게 대답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사람은 그녀들이 다시 돌아갈 때까지 따라다닐 것이 분명했다. 파파라치는 뭔가 대단한 증거를 가지고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유명인의 일상 사진을 찍는 것부터, 빈틈없이 꾸준히 붙어 다녀 ‘기삿거리’가 나올 때까지 계속 관찰하는 것. 그게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사진이 ‘비싸게’ 팔리는 거였고.

        

       확실히, 궁금하긴 했다.

        

       무려 유진그룹의 유일한 상속녀를 따라다니며 이렇게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이 누군지.

        

       이수아는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조건 둘씩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귀신의 집에 사라와 함께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행운이었고.

        

       *

        

       “……괜찮아?”

        

       귀신의 집을 다녀오고, 다시 한번 그로기 상태에 빠진 사라에게, 하늘이와 소희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이수아도 걱정스러웠다. 사라의 반응을 바로 옆에서 보았던 그녀였으니까.

        

       분명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는데, 들어가서 뭐가 튀어나오건 엄청나게 기겁해대는 것을 보고, 그녀가 평소에 공포영화 한 편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아마 공포영화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라는 평소에 TV도 거의 보지 않았으니까.

        

       ……언제 한 번, 시간 잡고 영화관이나 가 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이수아의 시야 한구석에, 아까 봤던 그 사람이 잡혔다.

        

       이번에는 꽤 가까운 곳이었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인상은 비슷했다.

        

       “저기, 얘들아.”

        

       지금 접근하지 않으면 또 멀리까지 가서 따라잡기 어려워질 거라고 판단한 이수아는, 아이들을 불렀다.

        

       “응?”

        

       사라가 고개를 들어 이수아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표정이 창백했다.

        

       이수아의 가슴 한구석을 누가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찌르고 있는 것은 양심이었다.

        

       지금부터 사라에게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찔리는 것일까? 아니면, 아까 거짓말을 해서 사라를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 찔리는 것일까?

        

       아니, 아마 사실은, 저런 사라를 보고도 귀엽다고 생각해버린 자신을 양심이 찌르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 귀신의 집에서 온갖 귀여운 방식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라를 보고, 그녀는 또 한 번 데리고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사라를 괴롭히는 짓인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 그래?”

        

       사라가 대답하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아마 같이 가주려는 모양이었다. 이수아는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 아냐. 여기서 쉬고 있어. 금방 올 테니까.”

        

       “……그래도…….”

        

       사라가 잠시 망설이는데,

        

       “제가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양혜인이 먼저 나섰다.

        

       “아, 저는—”

        

       이수아가 뭐라고 변명을 하기도 전에, 양혜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마침 가고 싶었으니까요.”

        

       “…….”

        

       그런 말을 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

        

       “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양혜인이 소희와 하늘이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실까요?”

        

       “…….”

        

       결국 이수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저쪽입니다.”

        

       양혜인은 가까운 화장실이 아닌, 그곳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길을 안내했다. 이수아는 한동안 말없이 그 뒤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혹시 보셨나요?”

        

       아직도 양혜인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이수아는 주어를 생략하고 그렇게 물었다. 다행히 양혜인은 딱히 기분이 상한 것 같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예, 카메라를 들고 있던 분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저도 봤습니다.”

        

       “……저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그걸 바라시는 것 같아서요.”

        

       양혜인은 앞장서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분명 주변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꽤 시끄럽기까지 했지만, 양혜인의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렸다.

        

       “제가 뭘 원하고 있는지 알고 계시는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양혜인은 걸음을 딱 멈췄다.

        

       “그보다는, 아가씨께서 여러분을 믿고 계시니까요. 저도 여러분을 믿고 싶고.”

        

       그리고,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돌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가씨를 몇 번이나 찍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양혜인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앗, 저기……!”

        

       이수아도 뒤늦게 그 뒤를 따랐지만, 먼저 뛰기 시작한 양혜인을 완전히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요즘 매일 사라와 함께 운동 중이라서 이만큼이라도 따라잡은 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양혜인을 시야에서 놓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겨우 따라간 그곳에는, 카메라를 든 채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람이 서 있었다. 양혜인은 이미 팔을 뻗으면 그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서 있었다.

        

       주위가 탁 트여서 도망가려면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는 곳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만큼 따라잡기도 쉬웠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파파라치는 옷은 평범해도 목에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팔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기도 했고.

        

       가방에 넣으면 되기야 하겠지만, 이미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마주친 이상 얼굴을 잊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정말 의외로, 파파라치는 여성이었다. 양혜인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머리카락은 짧게 잘랐고, 얼굴에 화장기는 없는 수수한 사람이었다. 커다란 카메라만 아니었다면 정말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뭐, 뭐야.”

        

       갑자기 옆에서 사람이 튀어나온 것에 놀랐는지 그렇게 말했다가, 양혜인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매일같이 사라를 따라다녔다면, 양혜인의 얼굴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라의 얼굴만큼이나 매일 본 얼굴일 테니까.

        

       “그 카메라로 뭘 찍고 있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양혜인이 매우 공손한 태도로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도리어 그 공손한 태도 때문에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말투였다.

        

       “내가 뭘 찍건 당신들이 무슨 상관인데?”

        

       경찰이나 이 놀이공원의 직원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는지, 파파라치의 행동은 순식간에 당당해졌다.

        

       이수아가 외국에서 보던 파파라치들의 행동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 카메라.”

        

       겨우 숨을 고른 이수아가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하자, 파파라치는 소중한 것을 끌어안듯 카메라를 안아 몸에 감추려는 듯한 몸짓을 했다.

        

       “이, 이건 안돼. 무슨 소리를 해도. 정 보고 싶으면 경찰이라도 부르던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이수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로 파파라치가 체포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게다가—

        

       “그 카메라 안에 있는 사진들, 제가 전부 살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수아에게는 그 카메라 안의 사진들이 필요했다.

        

       경찰에게 넘어가면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사진을 얻으려면 너무 적대적으로 나가서도 안 되고.

        

       “절대로 안…… 뭐?”

        

       무조건 안 된다고 우기려는 생각이었는지, 파파라치는 그렇게 말하다가, 멍하니 입을 벌리며 말했다.

        

       “사진들, 사고 싶다고요.”

        

       이수아는 한 번 더, 확실하게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을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글을 쓰면서 독자 여러분의 응원의 메세지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가끔씩은 그저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을 쓰고 그 글로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것이 제가 글을 쓰는 진짜 목적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뇨, 아마 그게 진심이겠죠. 독자 여러분께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지 않으셨다면 저도 글을 이렇게 계속 쓰지는 못했을테니까요.

    저의 이런 꿈을 이루어주신 것이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언제나 독자 여러분을 위해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가의 존재 의의는 글을 쓰는데 있고, 그 글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느낀 즐거움을, 여러분께서도 저의 글을 읽으시며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매일 글 쓰는 것이, 사는 것이 즐겁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며 투자해주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언제나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커피님, 후원 감사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하더라도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떨렸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앞으로 쓰는 글을 독자님들께서 좋아해주실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이건 작가로서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생각이니까요. 언제나 걱정하고, 독자님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제가 쓰고 있지만, 저 혼자 만들어나가는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글을 읽고 독자 여러분께서 해주시는 반응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에게 글의 내용을 읽고 평가해줄 편집자는 없지만, 독자 여러분이 계셔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릅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꾸준히 따라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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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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