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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이다혜 스토커 사건으로부터 12일 뒤, 월요일.

         

         

       “……?”

         

         

       등교를 위해 한창 준비를 하고 있던 설소영은 어째서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마중 나가도록 하지.]

         

         

       아침부터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문자가 하나 왔기 때문이었다.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은 설소영에게 있어서 그닥 호감을 사지 못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재벌가의 자제이자, 올해부터 유난히 사적인 문자를 자주 보내오는 남자.

         

       심지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기 위해 답장까지 보냈는데 이젠 아예 읽지도 않는다.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제껏 완강하게 부정적인 의사를 담은 문자를 계속 보내도 저쪽은 아예 들은 체도 안 하니까.

         

       정말 단순무식하고 직설적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차단할 수도 없는 인물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을 꼽자면 이제 글로벌 대기업의 반열에 들어가는 제일전자, 즉 설소영의 아버지인 설한용이 거론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한용조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최고의 재벌이 있었다.

         

       6년 연속 전 세계 자동차 수출 1위와 만족도 1위, 거기에다가 이제는 해양 산업 분야에서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글로벌 대기업 영광그룹.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로 영광그룹의 회장 권해수를 입에 담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권해수 회장의 외동아들이자 영광그룹의 후계자가 될 인물이 바로 권대한이라는 17살의 고등학생이었고, 동시에 현재 설소영에게 지독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현재 권대한을 향한 세간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돈으로는 안 되는 게 없다는 심각한 물질만능주의이며, 상대가 누구든 본인의 심기에 거스르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

         

       ……그냥 대놓고 인성이 안 좋다는 의미다.

         

       문제는 워낙 집안이 집안인지라 살인만 빼면 뭐든지 커버가 가능하다는 어이없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

         

       매스컴 역시 영광그룹과 얽히며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권대한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그의 가족들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설소영 역시 권대한을 대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신이 자칫 잘못하다간 아버지의 회사인 제일전자에 피해가 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 사람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차라리 밉지라도 않지…….’

         

         

       그리고 오늘 아침에 온 문자 때문에 설소영의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권대한과 문자를 나누면 나눌수록 짜증이랑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 사람은 오히려 반대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고, 한 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싶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

         

       하지만 그런 그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설소영은 쓴 미소를 지었다.

         

       그를 진심으로 정말 좋아하는 입장에서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설령 자신이 다혜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현장으로 향하는 것을 말렸어도,

         

       그는 결국 이다혜를 위해 희생했을 거라는 것이다.

         

       ……자신이 아는 서은우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다혜와 마찬가지로 만약 저에게도 그런 상황이 찾아온다면, 작가님은 지금처럼 행동해 주실 건가요?

       ─응. 무조건.

         

         

       그리고 이 물음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해준 것처럼.

         

       아마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설소영 역시 은연중에 불안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이러다가 영영 그가 안 깨어나면 어떡하지? 라는 엄청난 불안감.

         

       그녀가 매일 그의 병문안을 가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나마 그 시간 동안 멍하니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다혜 역시 비슷한 이유로 병문안 시간을 가득 채우고 가는 거였다.

         

       어쨌든 오늘도 그런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 교실에 도착한 설소영.

         

       설소영은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조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오늘도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다혜 너머의 자리.

         

       그곳에 앉아있는 차무식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상할 정도로 자신과 이다혜를 계속 번갈아 쳐다보면서…….

         

       설소영은 과연 차무식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의외로 그녀의 안에서 나름 고평가하고 있었다.

         

       일단 그 사람의 어릴 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라는 점이 제대로 한몫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 사람에 대한 귀중한 정보나 웬만한 약점이란 약점(?)은 다 알고 있겠지.

         

       또한, 차무식의 아버지가 무려 유명한 신문사의 부사장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정보 수집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기본적으로 눈치가 빠르다.

         

       그런 점에서 아마 자신과 이다혜,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대충 눈치채고 있겠지.

         

       헌데 그런 차무식이 처음으로 답지 않게 자신의 앞에서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그것에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 설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무식에게 향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차무식에게 그 이유를 물을 수가 없었다.

         

         

       두두두두-

         

         

       창가 쪽에서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갑자기 거대한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실에 있는 학생들, 그리고 복도를 걷고 있던 교사들 역시 본능적으로 창가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허나, 소리의 원인이 무엇인지 서서히 깨닫게 된 한빛예고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헬기.

         

       다짜고짜 헬기 한 대가 한빛예고의 운동장에 착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완전히 착륙한 헬기에서 곱슬머리가 눈에 띄는 남자가 내렸다.

         

       그는 가슴팍에 붉은 글씨로 榮光(영광)이라고 새겨진 교복을 입고 있었으며, 어째서인지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설소영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그의 등장에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운동장에 나타난 남자의 정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 아.

         

         

       몇 달 동안 그녀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했던,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일방적인 문자를 보내왔던 남자였으니까.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재벌 2세.

         

       세계적인 대기업인 영광그룹의 공식 후계자로 아마 설소영 말고도 대부분 얼굴을 알고 있을 정도의 유명인.

         

       그리고 서은우라면 아마 그를 이렇게 칭할 것이다.

         

         

       ─약속대로 마중 나왔다. 설소영.

         

         

       이 드라마 속 세상인 ‘꽃같은 커플’의 주연 인물이자 어쩌면 진 주인공일지도 모르는 남자.

         

       권대한.

         

       그가 상당히 거만한 얼굴로 한빛예고의 본관을 쳐다보고 있었다.

         

         

         

       ***

         

         

         

       권대한.

         

       그가 설소영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년 전에 있었던 재벌가 자제들의 파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권대한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구 3명이 있었다.

         

       그들 역시 유명한 재벌가의 자제들이며, 사람들은 항상 어울려 다니는 그들을 보며 이런 별명을 붙였다.

         

       S4(Sunshine 4).

         

       걸어만 다녀도 햇빛처럼 빛나 보인다는 의미로 시작된 별명으로 과연 누가 처음에 붙였을지 절로 의문이 들 정도로 오글거리는 별명.

         

       하지만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싼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과 다들 연예인 뺨치는 잘생긴 얼굴이었기에 나름 어울려서 그런지, 이제는 그들을 칭하는 유명한 별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은 그런 S4 중 한 명인 ‘류우민’의 생일날이었다.

         

       그 역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설사의 후계자로 S4 중에서도 인성이 좋고, 누구랑도 교우 관계가 원만한 편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발이 넓고, 인맥이 넓다는 뜻이었다.

         

       때문에 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가의 자제들이었다.

         

       그리고……

         

         

       “우민. 이번에 설소영을 초대했다고?”

         

         

       같은 S4의 멤버인 ‘정지훈’이 류우민에게 물었다.

         

       참고로 정지훈은 현 한국의 23대 대통령인 최도진의 외손자였으며 어머니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어렸을 적부터 바이올린을 전문적으로 배웠고, 그만큼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

         

       그런 정지훈의 물음에 류우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제일전자 사업장을 울산 쪽으로 확장하는 걸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운 좋게 인연이 닿았지.”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 제일전자 울산 사업체의 개장식에 참여한 류우민.

         

       그런 그는 그곳에서 설한용과 함께 참석한 설소영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고, 흥미가 생긴 류우민이 먼저 말을 걸며 인연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어땠는데?”

         

         

       그때 S4의 마지막 멤버인 ‘김유범’이 흥미로운 얼굴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김유범의 가문은 대대로 그림에 관한 재능이 매우 뛰어난 예술명문가다. 그만큼 대대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며, 그런 가문의 막내인 김유범은 그림보다는 지금처럼 여자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어땠냐고?”

         

         

       한편, 친구인 김유범의 물음에 류우민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시점에서 설소영은 927 작가의 작품인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과 ‘플라이 하이’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청상예술대상에서도 최우수연기상을 받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 실력과 인기를 겸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 중에서, 현재 기준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거기에다가 집안까지 영광그룹 다음으로 유명한 제일그룹과 얽혀있으니…….

         

         

       “말 그대로 고귀한 공주님이시지.”

       “……공주님?”

       “응. 겉모습부터 시작해 말투, 예절, 심지어 머리도 좋은 것 같아. 너희들도 직접 마주하면 지금까지 만나 왔던 다른 재벌가의 숙녀분들이랑 아예 느낌부터가 다르다고 느낄걸?”

         

         

       류우민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질문은 건넨 김유범, 그리고 정지훈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물론 묵묵하게 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S4의 리더인 권대한은 딱히 별생각이 없었다.

         

       그래 봤자 조금 돈 많고 연기만 잘하는 계집 아닌가?

         

       이런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의 권대한은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한창 여자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하지만…….

         

         

       “어? 소영아! 여기야!”

         

         

       류우민의 반가운 부름과 함께 연회장 안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똑같이 그런 류우민을 발견한 소녀는……

         

       또각- 또각-

         

       일정한 구두 소리를 내며 류우민과 S4가 함께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수수한 파티용 드레스와 옅은 화장.

         

       잘 관리된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연회장의 한복판을 걷고 있는 그 소녀는 분명 주인공 이상의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으며 동시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권대한 역시 마찬가지였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소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고귀한 공주님인가.’

         

         

       아무래도 류우민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그 말에 어울리는 설소영의 모습은 권대한의 흥미를 일으켰고, 문뜩 이런 생각을 들게 하였다.

         

       어쩌면 눈앞의 소녀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아닐까…… 라고.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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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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