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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화마의 불길이 덮치며 죄수들은 화상을 입은 이들이 넘쳐났고, 한차례 혼란으로 인해 저들끼리 엉키며 넘어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다른 이들 같으면 이러한 불길과 화상 등에 고통에 괴로워하며 아픔을 호소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보통 인간들이 아니었다.

         

       “주, 죽여 버릴 테다!”

         

       기본적으로 팬드래건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가 주입당한 인간들.

       거기다 기본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죄수들이며, 웜들과 생존경쟁을 펼친 독종들이 다름 아닌 저들이다.

       하니, 자기들을 뒤덮은 공격에 아파하는 대신 분노하며, 자신들을 다치게 한 원흉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게 저들의 본능이었다.

         

       그렇게.

         

       “저기 있다!!”

         

       “쫓아라!!”

         

       화염에서 빠져나온 죄수들은 팬드래건의 기사를 죽이기 위해 광견병 걸린 사냥개처럼 몰려갔다.

         

       “…우리도 놈을 쫓는다.”

         

       마찬가지로 그에게 일격을 먹었던 사내는 피가 폭포수처럼 흐르는 코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붉게 충혈한 눈에는 살의를 머금은 채로.

         

       “4사도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그보다 얼른 뒤를 쫓는다. 난 잠시 회복만 하고 쫓겠다.”

       “……알겠습니다.”

         

       휘익!

         

       바람 소리와 함께 흑의인들은 사라졌고, 4사도라 불린 사내는 숨을 고르며.

         

       “검은 달에 대해 알고 있단 말이지….”

         

       검은 달에 대한 것을 파악하던 기사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절대 살려서 보내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는 것이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기필코 죽이겠다.”

         

       [[Krrr….]]

         

       설사 그를 비롯한 모든 이들을 제물로 삼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굴욕적이게 던져진 것이 분해서 이러는 것이 아닌, 대의를 위해서 말이다…!

         

       …주르륵.

         

       피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

       *

       *

         

       ─백보신권의 권압(拳壓)이 그들에게 달려드는 일련의 무리를 덮쳤다.

         

       퍼버버벙!

         

       “아아악!”

         

       “커헉!?”

         

       “?!!”

         

       자신들이 무엇에 맞았는지도 모른 채 그들은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백보신권이란 기술 자체를 처음 겪어보는 이들로선 아마 유령이 그들을 때린 게 아닐까 하는 착란마저 일어났을 터.

         

       허나 귀신의 소행으로 착각이 들 만도 한 것이.

         

       “보, 보이지 않는 손길이다!”

         

       “저, 저렇게 멀리 있는데, 어떻게…!?”

         

       “팬드래건의 기사가 귀신을 다룬다!!”

         

       삼십 보와 오십 보 거리를 자유롭게 장악하며, 권압을 정확히 상대에게 맞추는 행위는 그야말로 귀신의 손길과 같은 바.

       그리고 뜻하지 않은 공포를 안겨주며 죄수들은 주춤거리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럴 때마다 이한은.

         

       퍼억!!

         

       주춤거리는 놈들의 얼굴을 걷어차거나 다리를 부러트리길 망설이지 않았다.

         

       그로선 당황하거나 얼을 타는 인간이 많을수록 좋았다.

       그만큼 돌파하기 쉬워진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쿠웅!

         

       “겁먹지 말고 달려들어! 숫자가 얼마나 많은데!”

       “칼침 맞으면 기사건 기사 할아비건 다 죽어 이것들아! 찔러-!!”

       “대형을 유지해! 흐트러지지 말라고, 이 머저리야!!”

         

       모두가 얼을 타는 것은 아니었다.

         

       실전에 익숙한 놈들이 많음을 증명하듯 백보신권이 선보인 생소한 기예 앞에서도 겁먹지 않고 금세 덤벼드는 이들이 보인다.

       어떤 이들은 지휘관 경험도 있는 것인지 서서히 그를 압박하려 들었고, 또 어떤 이는 과감하게 덤벼들었다.

       물론 그런 이들 같은 경우.

         

       뽀각!

         

       “비켜.”

         

       콰득!

         

       인정사정없는 손속으로 말 그대로 부숴버렸다.

         

       일순 주먹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상대의 인중과 가슴 중앙까지.

       인체의 급소를 가격하여 가볍게 무력한 후, 그의 손날이 작살처럼 상대의 옆구리를 찌르며 그대로-!

         

       우두둑!!

         

       잡아 뜯어버리듯 움켜쥐는 순간 갈비뼈가 으스러진다.

       으스러진 뼈들은 그대로 장기를 파고들었고, 쓰러지는 죄수들이 속출했다.

         

       설령 살아난다 해도 앞으로 평생 장애로 남을 부상을 안겨준 셈.

         

       누군가는 잔혹한 손속이라 할 테지만, 이한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썩은내가 진동을 하네.’

         

       이들에게서 나는 썩은내.

       씻지 않아서 나는 악취를 맡은 것이 아니냐고?

         

       아니다.

       이건 굳이 말하자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후각이 맡아낸 썩은내였다.

         

       주문쟁이 중에서도 흔히 위법 마법사라 불리거나 그도 아니면 불법 노예상인과 같은 놈들에게서 날법한 썩은내.

         

       결코 죄의식 따윈 없으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반성하기보단 남을 해하는 것에 쾌락과 전율마저 느끼는 사회의 암 덩어리 같은 것들.

         

       그런 놈들에게서 날법한 악취가 진동하였고, 이한은 이들에게 손속을 아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살아서 도움이 안 되는 쓰레기들에게까지 감정 소비할 시간 없다.’

         

       이한의 눈은 조약돌처럼 감정이 희미하게 변해갔다.

       이들을 사람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처리해야 할 해충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한은 돌파하면서도 착실하게 놈들을 때리고 부수길 망설이지 않았다.

       제 앞을 막는다면 박살 내고, 대든다면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

         

       이러한 원칙으로 앞으로 나아가길 반복하자-!

         

       콰드드득!!

         

       “교, 교관님, 우리 이제 빠져나온 것 같은데요?”

       “…….”

       “교관님…?”

       “…정신 좀 잃은 기분인데.”

       “모, 몰입이네요. 그것도 무서울 정도의….”

       “후우….”

         

         

       ……어느 순간, 그의 앞길을 막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데릭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 정도로 방금 전 이한이 보인 고도의 몰입과 그로 인해 발생한 무력은 그야말로.

         

       ‘터미네이터도 저것보단 덜 무섭겠다.’

         

       그야말로 무기물을 제거하는 기계와 같은 움직임.

         

       상대가 죄인임을 확인하자마자 손속에 자비가 없어지며, 그 움직임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위력적으로 변했는바.

         

       압도적이다 못해 사신이 있다면 저러하지 않을까 싶었다.

         

       ‘[금강승] 특성이 폭주한 것 같은데….’

         

       이한의 가진 7개, 아니 아마 지금은 8,9개임이 분명할 특성들.

         

       그중 최고 레벨을 자랑하는 금강승은 추측하건대 ‘선(善) 계열’의 특성이다.

       죄악을 저지른 인간에게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악인이 상대라면 더욱 특성이 힘을 발휘할 터.

         

       여기서 추가적으로 그가 가진 감각 계열 특성들의 시너지 효과마저 받는다면 금강승 특성은 더욱 강렬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특성의 연계 효과가 가진 장점이었다.

         

       ‘만약, 주문 학살자 특성까지 연계되어 특성의 힘이 증폭됐다면…. 교관님은 동급 레벨 중에서 최고의 저력을 발휘할 거야.’

         

       방금 확인했듯이….

         

       부르르!

         

       데릭은 같은 편이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정도로 그가 죄수들을 상대하는 모습은 강렬하다 못해 공포심마저 드는 것이었기에.

         

       “한 번 더 교관님의 상태창을 보고 싶네요. 대체 얼마나 변했을지….”

       “특성이라…. 참 나, 진짜 게임도 아니고.”

       “하하, 나중에 제가 능력치 적어서 보여드릴게요.”

       “보아하니 스킬 쿨타임 다 돌았나 보다?”

       “하하….”

         

       데릭은 딱히 숨기지 않았다.

       그 말대로 이제 [스테이터스 간파] 스킬이 사용 가능했기에.

       무엇보다.

         

       ‘이제 무려 다섯 번 연속 사용 가능하다, 이거야.’

         

       그동안 그 또한 나름 노력하고 경험치를 쌓은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스킬들이 상향된 상태인지라 그 효력을 톡톡히 보는 중이었다.

         

       반갑게도 스테이터스 간파를 다섯 번 연속 사용 가능한 것도 그렇고, 쿨타임도 이제 3개월이 아니라 보름으로 줄어든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렇기에.

         

       “특성만 확인하면 교관님의 새로운 성장 트리가 보일 거예요. 특성은 곧 잠재력이기도 하니까요.”

       “스읍,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된 기분인데….”

         

       이한은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성정할 방향성을 잡아준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게임 캐릭터 취급을 받건 말건, 그조차 모르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으니까.

         

       나중이 기대되는 이한이었다.

         

       …물론.

         

       “무사히 빠져나갔을 때 얘기겠지만.”

       “네에?”

       “…무시무시한 놈이 오고 있는 것 같은데?”

       “교관님…?”

       “도망갈 준비부터 해. 만만치 않은 놈이 오고 있으니까.”

       “!?”

         

       이한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그의 감각 안으로 기어 들어오는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4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역시 그런 어설픈 놈만 있는 게 아니었나.”

       “…….”

         

       데릭은 그가 저토록 긴장감을 높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뭐, 뭐지? 누가 오는 건가?’

         

       데릭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지] 스킬을 펼쳤다.

       대체 뭐가 오고 있나 싶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삐이이이이익!!]

         

       “!!!?”

         

       데릭은 곧 경악하며 그대로 나자빠졌다.

       엄청난 경고음이 그의 뇌리를 강타하며 머리가 뒤흔들리는 것이었다.

         

       “끄으윽…!”

       “도망갈 준비 하라고 했지, 이상한 짓 하라고 했냐?”

       “교, 교관님! 어, 엄청난 놈이 오고 있어요. 최, 최대 Lv.8의…!!”

         

       데릭은 경악했다.

         

       그들과 대략 10km 정도 떨어져 있음에도 그걸 감지해낸 이한의 감각에 한 번.

       두 번째로 10km 거리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적에게 두 번.

       끝으로….

         

       ‘미친!? 낙하하고 있잖아!?’

         

       적은 지금 땅굴의 바닥을 부수며 낙하하는 중이었고, 순식간에 그들과 거리를 좁히는 중이었다.

       상대 또한 자신들이 존재를 눈치채고 여기로 오고 있다는 의미.

         

       데릭은 경악했고, 빠르게 회피하려 했지만.

         

       “-늦었어.”

         

       이한은 직감했다.

       상대는 이미 그들이 피하건 말건 정확히 그들을 덮칠 것이라고.

       그리고 저만한 놈을 쉽게 떨쳐낼 수는 없으리라.

         

       그렇다면.

         

       콰앙!!

         

       ‘떨쳐낼 수 없다면 짓뭉개버리면 그만이다.’

         

       이한은 주먹을 움켜쥐었고, 전신의 힘을 주먹으로 집중시켰다.

         

       경(勁).

       신체의 근육과 뼈, 힘줄, 무게 등의 모든 ‘힘’을 사용하는 수단.

         

       이 세상에서 유일한 경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그였기에 이한의 경은 생도들과 수준이, 아니 격이 달랐다.

         

       우지지직!

         

       이 세상 유일무이한 경의 달인은 온몸 구석구석에 퍼진 힘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넘어 그 힘을 중첩시켰다.

         

       우우우웅!

         

       상대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더욱 힘을 끌어 모을 여유가 생긴다.

       이한은 핏대를 올리며 힘을 한계까지 모았고, 급기야.

         

       쿠웅!

       쿠우웅!

         

       몸속 내부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힘을 터트릴 준비에 들어간 것이고, 딱히 기술이랄 것도 없는 그저 단순 무식한 힘의 연쇄적인 격발.

         

       남들 같으면 진작 몸이 터져나갔을 수단을 해낸 것이었고, 이한은 고통을 참아내며 서서히 주먹을 뻗을 준비에 들어갔다.

         

       발타르에게 한 대라도 먹이기 위해, 그가 가진 육체를 믿기에 사용하는 기술.

         

       굳이 이름 붙이자면.

         

       – 중첩경(重疊勁).

         

       이한이 현재 펼쳐낼 수 있는 최대의 일격이었고, 그러한 일격이 완성되는 순간.

         

       콰아아아앙!

         

       천장이 무너지며 놈이 나타났다.

         

       [으하하하하!!!]

         

       미친 광소를 머금은 채 등장한 놈은 이한이 이미 적의 존재를 안 것처럼, 그 또한 이한의 존재를 알며 향해 공격태세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이한이 내뿜는 기세와 맞먹는 가공할 만한 위압감과 함께 적은 이한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드드득!

         

       쿠구구궁!

         

       두 사내의 기세와 기운이 부딪치는 순간 이미 주변 일대는 초토화되었고, 더는 도망갈 장소조차 없었다.

         

       그렇게 두 사내는 격돌하기 직전 눈이 마주쳤고, 서로를 향해 적의를….

         

       “어?”

       “음?”

         

       ……아는 얼굴이었다.

         

       분명….

         

       ‘막시무스였나?’

         

         

       ━콰앙!!

         

         

       활화산과 같은 폭발력을 머금은 주먹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과 같은 주먹이 부딪쳤고, 두 남자의 격돌은 기어이.

         

         

       쿠구구구궁!!

         

         

       ─지진을 일으켰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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