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8


   
   
   
    ​
    독이 뚝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이, 번뜩이는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입김은 독을 품고 있었다. 
    ​
    ​
    피아의 품에 안긴 두 아이 중 하나는 충격으로 기절해버렸고, 나머지 하나는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렸다. 피아는 기도하고 있던 손을 풀어내고 아이들을 제 등 뒤로 보냈다. 
    ​
    ​
    스릉, 그녀는 치마를 들쳐 허벅지에 매어놓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
    ​
    쿵! 쿠웅!
    ​
    ​
    그 사이 자이언트 거미는 느릿하게 풀려난 먹이들을 훑어보았다.
    ​
    ​
    “으,으으…”
    ​
    ​
    두려움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 남자가 물기로 축축하게 젖은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자이언트 거미의 시선이 남자에게서 딱 멈췄다.
    ​
    ​
    [ 크르륵! ]
    ​
    ​
    자이언트 거미는 다른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남자의 어깨에 이를 박았다.
    ​
    ​
    “끄아아아악!”
    ​
    ​
    치이이익 -…
    ​
    ​
    살이 녹아내리는 역겨운 냄새가 퍼져나가고, 남자의 어깨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
    우드득.
    ​
    ​
    자이언트 거미는 그대로 남자를 씹어 삼킬 생각인지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남자의 어깨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에 누군가는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기도 했다.
    ​
    ​
    “아아악! 으흐흑! 사, 살려…그르륵..”
    ​
    ​
    남자는 고통과 독의 충격으로 얼굴이 순식간에 노랗게 질려버렸다. 입가에 거품이 흘러나오고 눈동자의 초점이 풀리기 시작했다. 
    ​
    ​
    털썩.
    ​
    ​
    자이언트 거미는 남자를 끝까지 씹어 삼키지 않고 어깨가 녹아내린 상태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독으로 마비된 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덜덜 떨리고 어깨에서 피가 마구 솟구쳐 나왔다.
    ​
    ​
    적나라한 잔혹함에 공기가 두려움에 젖어 들었다. 자이언트 거미는 일반적인 거미 몬스터보다 훨씬 머리가 좋았다.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먹잇감이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더 큰 절망을 주는지를 알았다.
    ​
    ​
    “으흐,흐…! 이, 이 괴물 새끼!”
    ​
    ​
    공포에 질리다 못해 각성 상태가 된 한 여자가 눈을 번뜩이며 자이언트 거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자이언트 거미의 다리에 롱소드를 휘둘렀다. 
    ​
    ​
    챙!
    ​
    ​
    “…?!”
    ​
    ​
    거미의 다리는 철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검을 튕겨냈다. 여자의 얼굴이 당황으로 얼룩지는 순간, 인간의 몸보다 두꺼운 다리가 쏘아진 화살처럼 움직였다.
    ​
    ​
    퍼억! 콰앙!
    ​
    ​
    “컥!” 
    ​
    ​
    뒤늦게 몸을 틀었지만, 자이언트 거미의 다리에 스친 여자는 그대로 날아가 유리 벽에 처박혔다. 마치 터진 우유처럼 그녀를 중심으로 흥건한 핏물이 퍼져나갔다.
    ​
    ​
    [ 키에에에엑!! ]
    “커억…!”
   “끄아아악!”
    ​
    ​
    자이언트 거미가 소름이 끼치는 울음을 뱉어내자 사람들의 고막이 찢어져 귓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충격에 맨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이 코피를 흘리며 털썩털썩 쓰려졌다.
    ​
    ​
    자이언트 거미와 가까이에 붙어있던 피아는 고막은 물론 코피까지 터졌지만, 겨우겨우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
    ​
    챙그랑.
    ​
    ​
    하지만 정신을 붙잡고 버티는 게 한계였다. 그녀는 손가락 끝을 파르르 떨며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
    ​
    ‘아, 아아…’
    ​
    ​
    그녀는 절망으로 눅눅하게 젖은 눈으로 제 쪽으로 몸을 돌리는 자이언트 거미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
    ​
    ‘리안님…’
    ​
    ​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 앞에서 리안을 찾았다. 그런 그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존재했다.
    ​
    ​
    ‘제발! 살려주십시오! 빛이시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
    ​
    그들은 모두 피아와 함께 무리를 이뤘던 이들이었다. 리안의 신실한 신도가 된 피아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전도하고 다녔다. 적극적으로 리안교(?)를 믿으라 외친 건 아니다.
    ​
    ​
    그저 괴롭고 힘든 사람을 돕고, 구원을 바라는 이들에게 길을 알려줄 뿐이었다. 
    ​
    ​
    사이비 종교가 난무하고 신의 이름 아래 끔찍한 짓을 수도 없이 저지르는 신전이 떡하니 존재하는 세계다 보니 피아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리안의 신도가 된 피아는 아주 조금이지만 개그 필터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
    ​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간혹가다 한 번씩 일어난 것이다.
    ​
    ​
    그 작은 기적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지금에 와선 리안을 믿는 사람이 꽤 늘어난 상태였다. 
    ​
    ​
    죽음을 코앞에 두고 신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같았기에, 그들은 정말 절실하게 기도를 올렸다. 이 지옥 같은 장소에서 살려달라고! 
    ​
    ​
    약간의 의심조차 죽음 앞에선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그들의 진실한 기도는 신성력이 되어 리안을 향했다. 리안의 왼쪽 손등이 옅게 빛나며 문양이 진해진 건 그때였다.
    ​
    ​
    ​
    “엄청 크네.”
    [ 저 정도는 되어야 사냥할 맛이 나지! ]
    ​
    ​
    하지만 리안은 작게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거대한 자이언트 거미의 크기에 감탄하느라 자각하지 못했다. 마검은 어떤 식으로 놈을 썰어야 할지 그림을 그려보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
    ​
    슥.
    ​
    ​
    리안이 우리 안으로 쑥 들어가자, 입을 쩍 벌리며 피아에게 달려들던 자이언트 거미가 벽으로 뛰어올랐다. 
    ​
    ​
    쿵!
    ​
    ​
    벽에 달라붙은 자이언트 거미는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리안 쪽을 바라보았다. 섬뜩한 마검의 기운에 반응한 것이다.
    ​
    ​
    “리..리안…님? 아,아아아아…아아!”
    ​
    ​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리안을 발견한 피아는 신에게 구원받은 광신도의 얼굴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
    ​
    “리, 리안님?”
    “정말, 정말이다!”
    ​
    ​
    끔찍한 절망 속에서 등장한 리안은 피아가 그리 주장하던 구원자 그 자체였다. 이같은 분위기를 기민하게 감지한 자가 있었으니 -… 사람들에게 찬양받기 위해 살아가는 마검이었다.
    ​
    ​
    [ 구원자라! 그것도 꽤 나쁘지 않은 칭호로군! ]
    ​
    ​
    공포도 존경도 전부 받고 싶은 마검은 곧바로 상황에 맞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마검의 마기가 리안의 손을 타고 온몸을 질주했다. 
    ​
    ​
    눈동자로 향한 마기는 은은하게 빛나던 금안을 마치 녹아내리는 금처럼 반짝거리게 했고, 머리카락 끝까지 퍼진 마력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통제하여 그림처럼 흔들리게 했다.
    ​
    ​
    마검에게 통제당하는 몸은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교육받은 귀족가의 도련님처럼 기품있게 움직였다.
    ​
    ​
    일자로 다물려 있던 입술은 유려하게 휘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기 중에 무색무취로 퍼진 마기는 이내 공간까지 지배하기 시작했다.
    ​
    ​
    고통에 몸을 비트는 신음, 로봇이 날아다니는 소리, 거미가 끄르륵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 리안을 찾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 
    ​
    ​
    모든 소리가 가르간도아의 지배 아래 놓였다. 마치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소리가 사그라들자 리안의 발걸음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퍼져나갔다.
    ​
    ​
    또각.
    ​
    ​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마검의 작품을 칭찬해줘야 할 인간들의 고막이 다 찢어진 것이다. 
    ​
    ​
    [ ‘젠장! 지금 중요한 건 소리인데!’ ]
    ​
    ​
    시각적인 정보가 제일 자극적이지만, 청각의 자극도 무시하진 못한다.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마검이 분괴하는 순간.
    ​
    ​
    우웅 -…
    ​
    ​
    신도들의 기도에 반응한 리안의 왼손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으앗! 이거 뭐야! 아파! 뜨거워! ]
    ​
    ​
    갑작스러운 신성력 공격에 화들짝 놀란 마검은 터지기 일보 직전인 시한폭탄을 허공에 던져버리는 것처럼 리안의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
    ​
    파아아앗!
    ​
    ​
    동시에 손등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빛은 마치 하늘의 별이 땅 위로 내려앉은 것 같기도 했고, 따스한 봄날 햇볕이 어린아이의 볼을 만져주는 것 같기도 했다.
    ​
    ​
    그러한 빛 아래 새하얀 머리카락이 아름답게 흔들리고 화려한 금안이 인간의 것이 아닌 듯 자애롭게 반짝거렸다. 
    ​
    ​
    찢어졌던 고막이 재생되고, 내상이 치료되었으며 찢어발겨졌던 어깨가 아물었다. 독으로 썩어들어가던 상처가 재생되었고 두려움과 충격으로 기절했던 이들이 하나, 둘 눈을 떠 경이로운 장면을 눈동자에 새겼다.
    ​
    ​
    무지몽매한 이들조차 리안에게 경외를 품고 무릎을 꿇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
    ​
    그 누구도 리안의 등 뒤로 활짝 열린 문으로 달려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전설의 한 장면 앞에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
    ​
    치이이익 -…
    ​
    ​
    마기로 이루어진 자이언트 거미는 산채로 불타는 듯한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
    ​
    [ 키에에엑! 캬아아악! ]
    ​
    ​
    콰직,콰직, 콰지직!
    ​
    ​
    동시에 천장에 달려있던 자이언트 거미의 알들이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어떤 것은 녹아내리기도 했다. 
    ​
    ​
    먹이 따위에게 농락당하다 못해 제 새끼를 전부 잃게 된 자이언트 거미는 분노로 인해 마기를 폭주시켰다. 
    ​
    ​
    [ 끼에에에엑! ]
    ​
    ​
    놈의 등 뒤 문양이 새카맣게 물들고, 눈동자 중 절반이 터져버렸다. 동시에 위압감이 몇 배는 더 강해졌다.
    ​
    ​
    스르륵..
    ​
    ​
    하필 그 시점에 리안의 손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막대한 기적을 일으킨 만큼 발동 시간이 짧았다.
    ​
    ​
    환희와 희망으로 젖어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검게 물들었다. 황홀한 빛이 잦아들자 폭주한 마기가 방 안을 휘젓기 시작한 탓이다.
    ​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성력이 몸에 남아 내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두려움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
    ​
    “사, 살려줘…제발 살려줘!”
    “아아, 구원… 구원을 부디 구원을!”
    ​
    ​
    그들이 외칠 수 있는 말은 유일한 구원자에게 살려달라 비는 것뿐이었다.
    ​
    ​
    타앗!
    ​
    ​
    그들의 기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그저 리안이 약해진 틈을 노리고 싶었던 건지 빛이 잦아들기 무섭게 자이언트 거미가 허공으로 날아올라 리안을 향해 실을 뿜어냈다.
    ​
    ​
    폭주한 마기로 인해 검게 변한 실이 리안을 휘감기 시작했다.
    ​
    ​
    꽈아악!
    ​
    ​
    철검보다 더 단단하고 막 벼려낸 칼날보다 더 날 선 거미줄이 리안을 토막 내버릴 듯 조여들었다.
    ​
    ​
    “아, 아아…”
    “안돼!”
    ​
    ​
    숨 막히는 공포가 내려앉았다. 
    ​
    ​
    쿵!
    ​
    ​
    자이언트 거미가 리안의 앞에 착지한 후 곧바로 이를 보이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
    ​
    지이익.
    ​
    ​
    리안이 얇은 휴지를 찢어내는 것처럼 실을 찢어버렸다. 비현실적인 장면에 신(리안)을 찾던 이들이 전부 얼어붙었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요즘 집착, 감금, 후회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클수록 절망이 큰 법인데…
저는 제대로 된 행복을 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왠지 후회피폐를 쓰면서 뭔가 부족하다 했는데, 그 점이었던거죠.
예를 들어 납치를 당해도 이왕이면 결혼식날 납치를 당한다거나.
마음을 확인한 다음날 ‘행복만 남은 줄 알았는데,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하는…

하지만 결국 끝에는 꽉막힌 해피엔딩이 기다리는 그런걸 해먹고 싶네요 ㅠㅠ

본 작품에서 그런 행복한피폐를 잘 쓸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3

아, 어떤 절망적 상황(?)이 좋을지 맛있고 재미있는 의견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참고하겠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독이 뚝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이, 번뜩이는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입김은 독을 품고 있었다.

피아의 품에 안긴 두 아이 중 하나는 충격으로 기절해버렸고, 나머지 하나는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렸다. 피아는 기도하고 있던 손을 풀어내고 아이들을 제 등 뒤로 보냈다.

스릉, 그녀는 치마를 들쳐 허벅지에 매어놓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쿵! 쿠웅!

그 사이 자이언트 거미는 느릿하게 풀려난 먹이들을 훑어보았다.

“으,으으…”

두려움에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 남자가 물기로 축축하게 젖은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자이언트 거미의 시선이 남자에게서 딱 멈췄다.

[ 크르륵! ]

자이언트 거미는 다른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남자의 어깨에 이를 박았다.

“끄아아아악!”

치이이익 -…

살이 녹아내리는 역겨운 냄새가 퍼져나가고, 남자의 어깨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우드득.

자이언트 거미는 그대로 남자를 씹어 삼킬 생각인지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남자의 어깨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에 누군가는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기도 했다.

“아아악! 으흐흑! 사, 살려…그르륵..”

남자는 고통과 독의 충격으로 얼굴이 순식간에 노랗게 질려버렸다. 입가에 거품이 흘러나오고 눈동자의 초점이 풀리기 시작했다.

털썩.

자이언트 거미는 남자를 끝까지 씹어 삼키지 않고 어깨가 녹아내린 상태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독으로 마비된 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덜덜 떨리고 어깨에서 피가 마구 솟구쳐 나왔다.

적나라한 잔혹함에 공기가 두려움에 젖어 들었다. 자이언트 거미는 일반적인 거미 몬스터보다 훨씬 머리가 좋았다.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먹잇감이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더 큰 절망을 주는지를 알았다.

“으흐,흐…! 이, 이 괴물 새끼!”

공포에 질리다 못해 각성 상태가 된 한 여자가 눈을 번뜩이며 자이언트 거미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자이언트 거미의 다리에 롱소드를 휘둘렀다.

챙!

“…?!”

거미의 다리는 철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검을 튕겨냈다. 여자의 얼굴이 당황으로 얼룩지는 순간, 인간의 몸보다 두꺼운 다리가 쏘아진 화살처럼 움직였다.

퍼억! 콰앙!

“컥!”

뒤늦게 몸을 틀었지만, 자이언트 거미의 다리에 스친 여자는 그대로 날아가 유리 벽에 처박혔다. 마치 터진 우유처럼 그녀를 중심으로 흥건한 핏물이 퍼져나갔다.

[ 키에에에엑!! ]

“커억…!”

“끄아아악!”

자이언트 거미가 소름이 끼치는 울음을 뱉어내자 사람들의 고막이 찢어져 귓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충격에 맨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이들이 코피를 흘리며 털썩털썩 쓰려졌다.

자이언트 거미와 가까이에 붙어있던 피아는 고막은 물론 코피까지 터졌지만, 겨우겨우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챙그랑.

하지만 정신을 붙잡고 버티는 게 한계였다. 그녀는 손가락 끝을 파르르 떨며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아아…’

그녀는 절망으로 눅눅하게 젖은 눈으로 제 쪽으로 몸을 돌리는 자이언트 거미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리안님…’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 앞에서 리안을 찾았다. 그런 그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존재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빛이시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그들은 모두 피아와 함께 무리를 이뤘던 이들이었다. 리안의 신실한 신도가 된 피아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전도하고 다녔다. 적극적으로 리안교(?)를 믿으라 외친 건 아니다.

그저 괴롭고 힘든 사람을 돕고, 구원을 바라는 이들에게 길을 알려줄 뿐이었다.

사이비 종교가 난무하고 신의 이름 아래 끔찍한 짓을 수도 없이 저지르는 신전이 떡하니 존재하는 세계다 보니 피아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리안의 신도가 된 피아는 아주 조금이지만 개그 필터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간혹가다 한 번씩 일어난 것이다.

그 작은 기적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지금에 와선 리안을 믿는 사람이 꽤 늘어난 상태였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신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같았기에, 그들은 정말 절실하게 기도를 올렸다. 이 지옥 같은 장소에서 살려달라고!

약간의 의심조차 죽음 앞에선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그들의 진실한 기도는 신성력이 되어 리안을 향했다. 리안의 왼쪽 손등이 옅게 빛나며 문양이 진해진 건 그때였다.

“엄청 크네.”

[ 저 정도는 되어야 사냥할 맛이 나지! ]

하지만 리안은 작게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거대한 자이언트 거미의 크기에 감탄하느라 자각하지 못했다. 마검은 어떤 식으로 놈을 썰어야 할지 그림을 그려보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슥.

리안이 우리 안으로 쑥 들어가자, 입을 쩍 벌리며 피아에게 달려들던 자이언트 거미가 벽으로 뛰어올랐다.

쿵!

벽에 달라붙은 자이언트 거미는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리안 쪽을 바라보았다. 섬뜩한 마검의 기운에 반응한 것이다.

“리..리안…님? 아,아아아아…아아!”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리안을 발견한 피아는 신에게 구원받은 광신도의 얼굴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리, 리안님?”

“정말, 정말이다!”

끔찍한 절망 속에서 등장한 리안은 피아가 그리 주장하던 구원자 그 자체였다. 이같은 분위기를 기민하게 감지한 자가 있었으니 -… 사람들에게 찬양받기 위해 살아가는 마검이었다.

[ 구원자라! 그것도 꽤 나쁘지 않은 칭호로군! ]

공포도 존경도 전부 받고 싶은 마검은 곧바로 상황에 맞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마검의 마기가 리안의 손을 타고 온몸을 질주했다.

눈동자로 향한 마기는 은은하게 빛나던 금안을 마치 녹아내리는 금처럼 반짝거리게 했고, 머리카락 끝까지 퍼진 마력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통제하여 그림처럼 흔들리게 했다.

마검에게 통제당하는 몸은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교육받은 귀족가의 도련님처럼 기품있게 움직였다.

일자로 다물려 있던 입술은 유려하게 휘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기 중에 무색무취로 퍼진 마기는 이내 공간까지 지배하기 시작했다.

고통에 몸을 비트는 신음, 로봇이 날아다니는 소리, 거미가 끄르륵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 리안을 찾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

모든 소리가 가르간도아의 지배 아래 놓였다. 마치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소리가 사그라들자 리안의 발걸음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퍼져나갔다.

또각.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마검의 작품을 칭찬해줘야 할 인간들의 고막이 다 찢어진 것이다.

[ ‘젠장! 지금 중요한 건 소리인데!’ ]

시각적인 정보가 제일 자극적이지만, 청각의 자극도 무시하진 못한다.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마검이 분괴하는 순간.

우웅 -…

신도들의 기도에 반응한 리안의 왼손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으앗! 이거 뭐야! 아파! 뜨거워! ]

갑작스러운 신성력 공격에 화들짝 놀란 마검은 터지기 일보 직전인 시한폭탄을 허공에 던져버리는 것처럼 리안의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파아아앗!

동시에 손등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빛은 마치 하늘의 별이 땅 위로 내려앉은 것 같기도 했고, 따스한 봄날 햇볕이 어린아이의 볼을 만져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한 빛 아래 새하얀 머리카락이 아름답게 흔들리고 화려한 금안이 인간의 것이 아닌 듯 자애롭게 반짝거렸다.

찢어졌던 고막이 재생되고, 내상이 치료되었으며 찢어발겨졌던 어깨가 아물었다. 독으로 썩어들어가던 상처가 재생되었고 두려움과 충격으로 기절했던 이들이 하나, 둘 눈을 떠 경이로운 장면을 눈동자에 새겼다.

무지몽매한 이들조차 리안에게 경외를 품고 무릎을 꿇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리안의 등 뒤로 활짝 열린 문으로 달려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전설의 한 장면 앞에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치이이익 -…

마기로 이루어진 자이언트 거미는 산채로 불타는 듯한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 키에에엑! 캬아아악! ]

콰직,콰직, 콰지직!

동시에 천장에 달려있던 자이언트 거미의 알들이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어떤 것은 녹아내리기도 했다.

먹이 따위에게 농락당하다 못해 제 새끼를 전부 잃게 된 자이언트 거미는 분노로 인해 마기를 폭주시켰다.

[ 끼에에에엑! ]

놈의 등 뒤 문양이 새카맣게 물들고, 눈동자 중 절반이 터져버렸다. 동시에 위압감이 몇 배는 더 강해졌다.

스르륵..

하필 그 시점에 리안의 손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막대한 기적을 일으킨 만큼 발동 시간이 짧았다.

환희와 희망으로 젖어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검게 물들었다. 황홀한 빛이 잦아들자 폭주한 마기가 방 안을 휘젓기 시작한 탓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성력이 몸에 남아 내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두려움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사, 살려줘…제발 살려줘!”

“아아, 구원… 구원을 부디 구원을!”

그들이 외칠 수 있는 말은 유일한 구원자에게 살려달라 비는 것뿐이었다.

타앗!

그들의 기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그저 리안이 약해진 틈을 노리고 싶었던 건지 빛이 잦아들기 무섭게 자이언트 거미가 허공으로 날아올라 리안을 향해 실을 뿜어냈다.

폭주한 마기로 인해 검게 변한 실이 리안을 휘감기 시작했다.

꽈아악!

철검보다 더 단단하고 막 벼려낸 칼날보다 더 날 선 거미줄이 리안을 토막 내버릴 듯 조여들었다.

“아, 아아…”

“안돼!”

숨 막히는 공포가 내려앉았다.

쿵!

자이언트 거미가 리안의 앞에 착지한 후 곧바로 이를 보이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지이익.

리안이 얇은 휴지를 찢어내는 것처럼 실을 찢어버렸다. 비현실적인 장면에 신(리안)을 찾던 이들이 전부 얼어붙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