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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마카이 왕의 손 위에서 얌전히 있는 킬러 퀸.

       

       사람만 보면 공격하는 몬스터의 습성은 어디로 갔는지, 순한 애완동물마냥 마카이 왕의 손 위에서 얌전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곳에서 보여주는 것 같은 모습. 화면 너머에서 보던 것을 직접 보게 될줄은 몰랐지만….

       

       거기에 날개도 없어서 그 신경쓰이는 부우웅 소리가 들리질 않으니, 그렇게 위협적이지도 않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물론, 다른 킬러 호넷들도 있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집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고 있었으니까.

       

       뭐, 나야 좋지. 부우웅 부우웅 거리는 소리에 신경쓰여서 죄다 태워버리는 것보다야.

       

       

       “그건 그렇고, 오늘은 평소보다 더 얌전한 느낌이군요.”

       

       

       얌전한건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구나.”

       

       “물론이지요. 게다가 영리하기도 영리해서, 저와 함께 온 사람을 제 친구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면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같이 오지 않았다면….”

       

       

       마카이 왕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집의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는 킬러 호넷들을 가리켰다.

       

       뭐, 당연하겠지. 보아하니 마카이 왕과 킬러 퀸 사이의 친밀도 만으로 이렇게 순해진 것 같은데.

       

       다른 인간이 온다면…. 독침으로 벌집이 되어버리겠지.

       

       

       “뭐, 다른 침입자가 있었다는 소식은 전혀 듣질 못했지만 말이죠.”

       

       

       뭐, 그건 그렇겠지.

       

       벌들이 난리를 치건, 아니면 죽은 시체가 있건. 확실히 티가 날테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얌전하다면…. 오늘은 다른 사람의 손에 올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올려보시겠습니까?”

       

       

       마카이 왕은 살짝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어, 음.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이 벌을 손에 올려보란 말인가?”

       

       

       이 외골격의 위험한 생물을? 독침도 있고 날카로운 앞발도 있는 이 생물을?

       

       

       “그건 싫구만. 아무리 순하다고 해도 몬스터이지 않나.”

       

       “그래도 오늘은 뭔가 다르다구요. 이정도면 나름 애교도 있는 편인데.”

       

       “아무리 애교가 있어도 싫은건 싫은거네! 저 단단해보이는 갑각! 무감정한 살육자의 겹눈! 살갗을 꿰뚫고 독을 주입할 바늘! 그리고 날카로운 칼날의 앞발!”

       

       “나름 멋지지 않나요?”

       

       “자네의 심미안은 기괴하구만!”

       

       

       어떻게 저걸 멋있다고 할 수 있지? 어떻게?!

       

       

       “그러지 말고, 잠깐이라도 좋으니 한번 올려보시죠.”

       

       

       마카이 왕은 킬러 퀸을 손에 올린 채 나에게 내밀었다.

       

       

       “싫네! 이 세상 모든 것을 준다고 해도 벌은 싫네! 벌은!!”

       

       

       모기는 극혐에다 피를 빨아대는게 짜증나서 싫은거지만, 벌은 순수하게 싫다고!

       

       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순수하게 싫은건 싫은거니까!

       

       특히 주먹 사이즈의 거대 벌이면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나 귀여운데…?”

       

       

       마카이 왕의 손 위에 올라탄 킬러 퀸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겹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끼이이….”

       

       

       어째서인지 나를 무서워하는듯 약한 소리를 내며 마카이 왕의 손목을 따라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음…. 싫어하긴 했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겁먹는듯한 반응이면 나도 좀 그런데.

       

       

       “흐음?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킬러 퀸의 시선은 명백히 나를 향해 있었다.

       

       내가 슬쩍 옆으로 움직이면 킬러 퀸의 시선도 따라서 움직이고, 살짝 멀어지자 묘하게 안심하는 느낌의 울음소리를 내는 킬러퀸.

       

       허어…. 으음….

       

       이 녀석,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어렴풋하게 눈치챈건가?

       

       짐승의 본능으로?

       

       아니면 몬스터이기에 가지고 있는 무언가 특별한 감각으로?

       

       잘은 모르겠지만…. 기묘한 일이었다.

       

       어쩌면, 인간의 손에 길들여 진 것과 무언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음. 용의 무녀님이 무시무시하다는 소문은 어디선가 듣기는 했는데, 설마 몬스터 마저 겁먹게 하실 줄은…. 상상도 못했군요.”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거든?!”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건지는 도저히 모르겠네! 킬러 호넷이 영리해서 그런걸까? 영리한데도 내 정체를 어렴풋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짐승의 직감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정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리라.

       

       

       “듣자하니 용사님과 용의 무녀님이 수많은 몬스터들을 도륙내어 왔다던데, 그 피 냄새를 맡고 이러는게 아닐까요?”

       

       “그런 냄새가 났다면 다른 몬스터들도 알아차렸겠지. 이 킬러 퀸만 알아차리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야 이 아이는 천재니까요! 사람을 알아보고 친해질 수 있을정도로!”

       

       “아니, 몬스터한테 천재라고 해봤자….”

       

       

       머리가 좋은 몬스터면 그만큼 더 위험한게 아닌가 싶다가도, 인간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음…. 이러다 인간형의 몬스터도 나타나게 되려나? 마족과는 별개의, 오크나 오우거 같은 느낌의 몬스터가?

       

       모르겠다. 대충 뱀파이어는 나올 것 같은 분위기던데.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

       

       음. 모르겠다. 자세한건 인간들이 알아서 하겠지. 지금에야 내가 이렇게 여러가지 간섭하지만, 나중에 가면 인간들과 여러 이종족들이 같이 세상을 꾸려나가게 될테니까.

       

       그때가 되면 난 그냥 조용히 구석에 틀어박혀서 잠만 자면서 분신으로 세상 구경이나 할테니까 말야!

       

       그쯤 되면 창세신룡이니 생명의 여신이니 하는 존재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 없게 되겠지! 아마도!

       

       에이, 설마 그때가 되어서도 내 도움을 필요로 하진 않겠지?

       

       그때가 되면 난 아무도 모르는 구석에 콕 틀어박힐꺼니까!

       

       

       – – – – – – – – – – – – – – – – – – – –

       

       

       부부는 벌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었습니다.

       

       날개도 잃어버리고 둥지에서 쫓겨난 벌은 자신을 돌봐주는 부부조차 믿지 못하게 된 상황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벌을 계속해서 돌봐주었습니다.

       

       한번 책임진 것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사나운 벌을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발톱으로 할퀴고, 때로는 이빨로 깨물어대는 벌.

       

       벌에게 있어서 사람이란 가끔씩 나타나 집을 부수고 꿀을 털어가는 악당이었을테니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입어도, 독침을 내밀며 위협해도, 부부는 꿀벌을 계속해서 돌보았고.

       

       결국 벌은 부부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벌이 마음을 열자, 부부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벌은 여왕벌이었던 것이죠!

       

       숲에 사는 벌 중 가장 무시무시한 벌. 사람조차 그 벌침에 쏘이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위험한 벌. 사람들이 부르기를 살인 벌이라 불리우는 무시무시한 벌.

       

       그 벌의 여왕벌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부부에게 마음을 열게 된 벌은 부부가 준 약으로 회복한 후, 부부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집을 만들어 가족을 늘려갔습니다.

       

       하나, 둘, 알을 낳고 애벌레가 태어났으며, 시간이 지나 벌이 늘어가자 부부는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요.

       

       살인 벌이라 불리울 정도로 위험한 벌인데, 정말로 괜찮을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진 않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새로 태어난 벌들은 다른 벌들에 비해 무척이나 얌전한 벌이었으니까요.

       

       물론, 누가 먼저 괴롭힌다면 망설임 없이 반격할 정도의 사나움은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살인 벌 중에서는 한없이 얌전한 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을 키워나간 벌들은 부부에게 보답을 하려는듯이 달콤한 벌꿀을 만들어서 부부에게 주었습니다.

       

       기존의 벌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디 달콤한 벌꿀을요.

       

       그렇게 부부는 감자와 벌꿀로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웃집에서 빌려온 우유로 만든 버터와, 달콤한 벌꿀. 그리고 맛있는 감자로 만든 맛있는 감자 요리.

       

       부부는 그 요리를 허니 버터 감자라고 부르기로 했답니다.

       

       

       – – – – – – – – – – – – – – – – – – – –

       

       

       부부는 그 요리로 큰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강아지 밖에 없었던 부부가 큰 부자가 된 것이었지요.

       

       그런 부부의 성공을 보며 축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음씨가 고약한 언덕 너머의 친구였지요.

       

       솔직히,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관계였지만, 부부의 남편쪽에서 가보를 담보로 집을 지었으니까요.

       

       가진 것이 없어서 힘든 남편을 도와준 것은 그 친구 뿐이었으니까, 힘들때 도움을 준 것이 친구 아니겠어요?

       

       물론 그 친구 쪽에서는 남편의 가보를 몹시도 탐낸 것이었지만, 남편은 그저 힘들때 도움을 준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부자가 된 남편이 친구를 초대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며 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심퉁난 얼굴로 말했지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거야? 가진거라고는 몸뚱이 밖에 없었는데.”

       

       “운이 좋았지. 우연히 키우게 된 강아지가 모든 것을 얻어주었으니까.”

       

       

       그 말에 근처에서 작은 뼛조각을 깨물고 있던 강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라고 생각하면서요.

       

       분명 계기를 준 것은 강아지가 맞지만, 상처를 입어가면서 벌을 돌보고, 땅에서 파낸 감자를 키우며, 음식을 만들어 판 것은 부부가 노력한 것이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러한 사실은 심술궂은 친구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중요한 것은, 그 강아지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것 뿐이니까요.

        – 고전 동화. 은혜 갚은 강아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힘들다 진짜…

    …사실 거짓말이에요 별 일은 없었어요.

    근데 힘들긴 드럽게 힘들었어요.

    반쯤 죽어있었거든요. 피로에 쩔어서 골아떨어지듯 잠을 잤더니 토요일이 순식간에 증발했고, 일요일은 또 뭐가 문제가 됬는지 배탈이 나서 갸아악 구와아악 했고…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본가에서 가져온지 일주일도 안된 수박이 문제였을까요… 어째서인지 시큼한 냄새가 나서 한입 먹고 뱉었는데 일요일 내도록 구에에엒했고…

    덕분에 제 주말이 증발했네요. 어흒 마이깟.

    그나마 조금씩 정신 챙겨서 쓴것도 뭔가 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약간씩 남아있고… 끄으응…

    으으, 내글구려병이 다시 솟아난다… 이건 불치병이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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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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