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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119 – 첫 마법실습>

     

    손오천은 하루 종일 열심히 훈련을 하는 바보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거 그런다고 안 쓰던 몸이 좋아지기는 하나?”

    “후… 몸은 정직합니다. 운동을 하면 조금씩 체력이 붙고 강해지죠. 재능의 차이는 있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쥐뿔도 가진 거 하나 없는 녀석들 이야기고. 고용주, 댁은 돈이 많잖아. 포인트도 많고.”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냥 그걸 더 모아서 신체증강 기능이 달린 마갑을 일시불로 지르고 입고 다니는 편이 훨씬 더 강해지지 않겠냐?”

     

    마갑이 얼마나 비싼 줄 알고 이런 무식한 소리를 해대는 건지.

    저 뻔뻔한 원숭이수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지젤이었지만 정말로 걷어 차봤자 자기 발이 더 아플 걸 알았기에 그냥 웃어넘겼다.

     

    “저번 주야 수영이라서 몸이 덜 아팠지, 다음 주부터는 기마술을 배울 거라는 예고까지 듣지 않았습니까. 부지런히 하체 힘을 길러야죠.”

    “하긴. 화요일이 코앞인데 마갑을 지르기엔 포인트 벌 시간도 없겠구만.”

     

    체력과 맷집에는 자신이 있는 손오천도 주말에 겪은 플라톤 교수의 2배 빡센 수영강의는 기진맥진할 정도로 단단히 애를 먹었다.

    물에 익숙지 않아서 고생했듯이 기승수업도 익숙지 않으면 정신이 탈탈 털리기는 할 것이다.

     

    “…따로 강의에 대비한 연습 같은 건 안하십니까?”

    “하고 있잖아. 체력충전연습.”

    “게으른 당신과 쉴 새 없이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오크노디가 반반으로 섞이면 원이 없겠군요.”

     

    경호를 핑계로 대거나 체력충전을 핑계로 대면서 늘어져라 지내는 손오천과 달리, 오크노디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아카데미 부지를 천방지축 돌아다녔다.

    오죽하면 오크노디를 만나고 싶은 자, 그녀를 찾아다니지 말고 식당 앞에서 존버하라는 말이 있겠는가.

     

    -아. 오크노디 우등생은 성적우수생이니 보충강의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는 주말의 그 지옥 같던 수영특훈 2배 이벤트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어디서 무얼 하고 다녔을지는 아무도 모를 노릇이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지 마. 그러는 너도 안 쓰는 머리 열심히 굴려서 공부하고 있잖아.”

    “윽. 이사벨 이 녀석은 안목키우기 강의가 아니라 크리티컬 데미지 넣기 강의를 듣고 다니는 거 아니냐? 뭐 이리 데미지가 아파.”

     

    때마침 나타난 이사벨이 일침을 날렸다.

    아프다는 시늉을 하던 손오천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쥐방울은 어디 갔냐?”

    “교수한테 불려갔어.”

    “안됐군. 밥 먹는 것 하나는 무진장 좋아하는 녀석인데. 우리끼리 먹어야겠어.”

     

    식당으로 가려던 손오천을 이사벨이 불러 세웠다.

     

    “잠깐. 두 사람, 상담에 응해주면 좋겠어.”

    “심각한 일인가보군요.”

     

    지젤의 말에 이사벨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암상인 지젤의 눈이 꿈틀거렸다.

    가혹한 과제에 치여 표정이 어두워진 다른 학생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둠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깊은 원한과 칼 한 자루를 품고 거리로 나선 이들이 지닐법한 어둠.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오크노디를 육성한 귀족가. 아무래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창관에 팔아치우는 것 같아.”

    “!!”

    “어이! 오크노디는 아직 열 살 정도라고. 그런 꼬맹이가 창관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불같이 분노하는 손오천.

    그러나 이사벨은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안목키우기 강의에서 있었던 일을 두 사람에게 들려주었다.

     

    “…좋지 않군요.”

    “무언가 오크노디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우리 꼬마숙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지젤은 다른 부분에 주목했다.

     

    “불쌍할 정도로 천진난만한 아이에게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꼬마숙녀인 오크노디도 다른 학생들에게는 괴물숙녀로 보일 겁니다. 그룹수석이라는 말에 걸맞은 강함과 인덕을 고루 지니고 있죠. 대부분의 동급생은 그녀와 비교조차 안 됩니다.”

    “그래서. 오크노디는 강하니까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거야?”

    “너무 아니꼽게 듣지 말아주십시오. 현실적으로 오크노디양이 조직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문제는 조직의 다른 후보들입니다.”

    “다른 후보…?”

    “보통 한 조직에서 특수한 목적을 지닌 요원을 양성할 때는 예산과 인재가 부족하지 않고서야 한 번에 여럿을 동시에 육성합니다.”

     

    탐험가 출신 이사벨은 대륙 곳곳을 탐험하며 나름 견문을 쌓았던 몸.

    지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다.

     

    “오크노디는 무사해도 다른 후보들은 아니다… 그 사실을 오크노디가 알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거란 말이네.”

    “그렇습니다. 가령 탈락자를 지키기 위해 본인이 조직의 임무를 대신 수행하려 한다거나, 조직에서 다른 후보를 처분하지 않는 대가로 더 어려운 임무의 수행을 요구한다거나.”

     

    암흑가의 암흑조직들에서는 통제를 따르지 않는 인재를 다루는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저는 제 나름대로 오크노디와 같은 조직의 후보에 대해 조사해보겠습니다. 두 분은 아카데미 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오크노디의 곁을 지켜주십시오.”

    “위험한 조사를 하려거든 더욱 이 몸이 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저보다는 오크노디가 더 문제입니다. 당장은 선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비밀엄수를 약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문을 들은 악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 어떻게 오크노디를 괴롭힐지 모를 일입니다.”

     

    손오천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등 뒤에 짊어졌던 봉을 꺼내들었다.

     

    “교내에서 무기를 쓸 일이 없기만 바래야겠군.”

    “걱정 마. 나도 최대한 도울 테니까.”

     

    오크노디의 도움으로 입학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몸.

    이번에는 우리가 오크노디를 지켜줄 차례다.

    세 사람은 굳게 의지를 다졌다.

     

     

    * *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시간.

    오늘은 마침내 이론과 공식암기 시간을 넘어서 실제 마법을 배운다.

     

    “로지니. 하교할 때 같이 가면 안 돼? 모기들한테 불마법이 그렇게 잘 먹힌다던데.”

    “로지니~! 저런 것들은 내버려두고 같이 가자아~. 응? 우리 친구잖아!”

    “저, 저 요망한 년이. 어디서 감히 로지니한테 눈웃음을 지으면서 꼬리를 쳐?”

     

    자연마법의 대가.

    드라이어드 종족 출신 드루이드 클래스.

    미친 필기속도를 지닌 위어드 교수.

    교수가 가장 싫어하는 불속성 학생은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떡상했다.

    도로시는 옆에서 로지니의 흉을 봤다.

     

    “쟤 되게 싸가지 없대.”

    “왜?”

    “몰라. 내가 방금 그렇게 생각했어.”

    “피. 뭐야 그게.”

     

    나쁜 소문의 원천지 도로시는 로지니가 그닥 마음에 안 드는 기색이었다.

     

    “그치만 힘들게 일한 샌드쿠커랑 나한테는 아무도 감사하지 않는데, 로지니한테는 다들 좋게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나있잖아.”

    “로지니가 불마법이라는 권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래! 도로시도 마법을 배우면 인기 있어 질걸?”

    “그렇겠지?”

     

    적색마탑의 견습마법사 로지니.

    혹은 이동형 모기퇴치제.

    꼭 그처럼 되겠다며 굳게 다짐하는 도로시와 함께 강의시간을 맞이했다.

     

    “오늘은 마법을 배워볼 거예요. 여러분이 배웠던 가장 기초적인 마나공식 중에 <증폭>이라는 공식을 기억하시나요?”

    “네에~”

    “증폭은 어디에든 쓸 수 있는 유용한 공식이에요. 식물의 성장속도를 증폭시켜서 넝쿨속박주문을 사용할 수도 있고, 설탕액의 당도를 증폭시켜서 단물생성주문을 사용할 수도 있죠.”

     

    앞에건 모험가길드 가면 제 키만큼 커다란 허접한 지팡이 껴안고 낑낑 거리며 다니는 꼬맹이마법사들이 주로 쓰는 마법이다.

    뒤에건 방랑마법사들이 지역유지들의 집에 찾아가서 하룻밤 재워주쇼 할 때 종종 거는 생활마법이다.

     

    둘 다 난이도가 낮은 것이 장점인 마법!

     

    “오늘 여러분이 사용할 마법이 이 두 가지입니다. 각자 책상 위에 놓인 넝쿨쪼가리로 발목을 걸기 좋은 형태의 넝쿨을 만들고, 물을 단물로 만들어보세요.”

     

    도로시는 넝쿨 위에 화살촉으로 열심히 마력패스 문양을 새겨댔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이거 맞지 오크노디?”

    “음… 틀린 건 아닌데 그걸론 힘들어!”

    “왜?”

    “문양을 직접 새기는 건 문신마법이나 각인마법으로 분류되는 다른 분야 마법이거든!”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우선 마법의 동력을 정해야해. 무얼 매개체로 삼아서 마법을 발동시킬 것인지. 문신이나 각인 말고 다른 방법으로!”

     

    보통은 특정속성마나를 잔뜩 모아주는 지팡이로 허공에 마력패스를 생성해서 마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지팡이는 한 손에 검을 들고 다른 손에 쌍수무기처럼 들고 사용하기 어렵다.

     

    “오크노디는 어떻게 사용해?”

    “나는 요걸로!”

     

    진주색으로 빛나는 동글동글한 구슬이 달린 막대기!

    지팡이보다 훨씬 짧은 마술봉이다.

    “우와. 끝에 달린 그것도 돌멩이야?”

    “이건 먹는 거 아니야! 완드야!”

    “…돌멩이도 먹는 건 아닌데.”

     

    완드는 지팡이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속성마나를 모으기 좋은 매개체다.

    근방의 무질서한 속성마나들을 잘 걸러서 사용자가 원하는 속성의 마나로 걸러주는 일종의 거름망 겸 집적진 역할을 하는 존재.

    흔히 퍼즐맞추기나 큐브맞추기에 비유되는 마법사용에서 큰 이점을 선사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응?”

     

    근데 모여드는 마나퍼즐의 색깔이 좀 이상하다.

    자연마나는 초록색.

    냉기마나는 파란색.

    화염마나는 빨간색.

    대부분 이런 색깔을 띠어야 하는데.

    완드를 든 내 주변에 모여든 마나의 색깔들은 사악한 마술과 불길함의 상징인 검은색을 띄고 있다.

    이런 검은 마나로 사용한 증폭마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리가 없다.

     

    <증폭>

     

    마법이 작동한 넝쿨줄기가 새카맣게 물들더니,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가시가 잔뜩 달린 넝쿨이 되었다.

     

    “우와. 쪼가리만 있을 땐 몰랐는데 이거 가시넝쿨이었구나!”

     

    사정을 모르는 도로시는 그저 해맑게 감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틀살이님이 올려주신 타이포를 공지에 추가했습니다.
    굉장히 귀여운 타이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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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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