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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박진우는 어깨에 달라붙은 불길을 가볍게 쳐냈다.

       

       ‘오우, 진짜 가려운 수준이네.’

       

       딜러형 전사 계열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

       속성이 담긴 마력 공격에 약하다는 것.

       

       이는 박진우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그 역시 속력에 중점을 둔 딜러형 전사 계열이었고, 남다른 움직임과 강렬한 공격수단을 보유한 만큼 방어엔 취약한 편이었다.

       

       그런 그가 구명훈의 [화염]은 쉽게 쳐낼 수 있던 이유.

       

       ‘불 내성이 어지간히 높아야지.’

       

       그건 박진우의 특수 능력치.

       불 내성이 6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불 내성은 일반 능력치와 달리, 특수 상황을 통해 개화해야만 올릴 수 있는 능력치다.

       획득 조건이 특정되지 않는 만큼…

       해당 능력치를 올릴 수만 있다면, 그 효과는 상당하다.

       

       덕분에 박진우는 불 내성 수치가 고작 6인데도 불구하고, 구명훈의 숙련되지 않은 [화염]을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박진우가 이러한 불내성 능력치를 얻게 된 건, 벌써 한 달도 더 되어가는 이야기였다.

       

       ‘도재현 이 지독한 새끼.’

       

       자신의 유일한 친구, 도재현.

       그를 떠올리며 박진우는 이를 갈았다.

       

       도재현은 물리 공격을 주력으로 삼는 홀더지만, 마력 공격 역시 자유롭게 활용할 줄 아는 숙련된 멀티 홀더다.

       

       그런 그의 속성 마력룬 중 가장 까다로운 걸 꼽으라면.

       역시 [이글거리는 불꽃].

       

       고레벨에 다다른 그의 불속성 마력 공격은 방향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날아왔고, 그 강도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박진우는 도재현과 대련할 때마다, 항상 이 [이글거리는 불꽃]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운이 좋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재현에게 이러한 마력 공격이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싸워야 하기에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걸로 룬까지 생길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매일 도재현에게 처맞고, 맞을 걸 알면서도 또다시 달려들다 보니…

       어느새 생소하기만 하던 불속성 공격도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한창 대련을 하던 도중.

       

       기어코 박진우는 이런 특수 상황을 토대로 룬까지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끝없이 달궈지는 몸! 당신의 육체는 점점 피부인지 금속인지 헤아릴 수 없게 됩니다. 몸 곳곳에서 불꽃들이 이글거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룬 ‘불타는 피부’를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불내성을 1 획득합니다.]

       [홀더 정보에 내성이 활성화됩니다.]

       

       

       룬의 획득은 일반적으로 ‘홀더 각성 시’에 이루어지지만, 각성 후에도 특수한 깨달음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획득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해 많이들 배우는 [마력제어].

       그리고 전사 계열에선 공통룬으로 익히는 [삼재검법]이나 [육탄방어] 등이 있다.

       

       [불타는 피부] 역시 그러한 후천적 룬 획득의 한 종류였다.

       

       도재현에게 수준 높은 불 공격을 하도 많이 맞다 보니, 그에 내성이 생기며 자연스레 관련 룬이 생겼다.

       

       이는 원래 박진우에게 [불타는 피부]가 생길 재능이 있었고, 도재현을 통해 그게 앞당겨진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불내성과 관련된 룬, 능력치를 획득하고, 또 도재현과 싸우며 이를 성장시키다 보니…

       이젠 구명훈의 [화염] 정도는 가려운 수준이 돼버렸다.

       

       박진우는 씨익 웃으며 구명훈을 바라봤다.

       

       “선배님, 이빨 꽉 무십쇼.”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써클의 분위기를 망친 2학년 선배.

       

       이제는 그 정신머리를 좀 고쳐줘야 할 시간이었다.

       

       “쫓아라.”

       “뭐, 뭐?”

       

       구명훈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에 답해 줄 여유는 없었다.

       

       박진우가 든 검에서 맹렬한 기운이 모여든다.

       

       그의 주력 에픽룬 [쫓을 수 없는 쾌검]의 궁극스킬.

       [비월참].

       

       룬 이름대로 쫓을 수 없는 최고의 속도로 검을 휘둘러, 상대를 총 17번 베어내는 극한의 물리 공격 스킬.

       마력을 일부 사용하긴 해도, 그 중심은 검술에 있는 궁극스킬이다.

       

       

       팟- 파밧-!!

       

       

       구명훈이 뭔가 대처를 하려던 찰나.

       이미 박진우의 검은 그의 어깨에 도달해 있었다.

       

       이어 쏟아지는 17번의 참격.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이어진 ‘베기’는, 구명훈의 높은 내구 수치를 뚫고 강렬한 자상과 피 분수를 일으켰다.

       

       “끄흡…!!”

       

       [육탄방어]가 있더라도 소용 없다.

       

       궁극스킬 [비월참]은 스킬 자체에 상대의 내구를 일정 수치 무시하는 효과가 담겨있다.

       

       구명훈의 회심의 공격을 모두 파훼하고, [비월참]을 쓸 수 있게 여건이 나온 순간부터…

       이미 승리는 박진우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탕-!

       

       

       

       “대련 종료. 박진우 승. 유아람 선배님, 구명훈 선배님의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응!”

       

       2층에서 신호탄이 울렸다.

       중앙에서 심판을 보고 있던 도재현과 윤지아.

       두 사람이 모두 합의하며 대련 종료를 알린 것이다.

       

       그리고 써클 내에 유일한 신성 계열, 2학년 유아람이 장내로 내려와 구명훈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정말 순식간에 끝난 대련이었다.

       

       강렬한 쾌속 공격으로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구명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박진우를 바라봤다.

       

       “말도 안 돼. 어떻게 C급 홀더가….”

       

       경악 어린 그 얼굴엔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었다.

       

       자신이 진 것도, 대련이 이렇게 빨리 끝난 것도.

       그리고…

       박진우가, 무려 ‘궁극스킬을 사용했다는 점’도.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박진우는 피식 웃으며 그에 답했다.

       

       “말했잖습니까. 1년 경력 차이, 그렇게 안 중요하다고. 가끔은 선배님들 예상 벗어나는 신입도 있는 법입니다.”

       

       분명 능력치는 구명훈이 앞서긴 했다.

       

       그는 2학년 전사 계열에서도 꽤 실력 있는 홀더이고, 최근에 B급 홀더로 올라서며 갈무리를 마친 숙련자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박진우 역시 B급 문턱까지 다다른 C급 홀더.

       능력치 차이는 기껏해야 5, 많아봤자 7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 차이는…

       

       박진우가 보유한 각종 에픽 및 레어 등급의 룬 세팅과 [구도자의 땀방울]로 인해 남들보다 훨씬 빨리 올린 룬 레벨, 거기에 다양한 경험으로 쌓인 전투 센스 등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처음부터 방심하고 시작한 구명훈.

       그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박진우는 검을 마저 집어넣으며 구명훈에게 말했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우리 써클 회장, 저보다 두 배는 강합니다. 대충 무슨 뜻인지 아시죠?”

       “…….”

       

       그 말에 구명훈의 표정이 순간 썩어들어갔다.

       뭐라도 씹은 듯 자존심이 확 상한 얼굴.

       

       이제 도재현이 회장 되는 거, 불만 없제?

       

       그 말을 박진우가 돌려서 하고 있다는 걸, 구명훈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 *

       

       

       

       시끌벅적하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방금 박진우가 보여준 무력.

       너무 압도적으로 구명훈을 제압한 모습에, 흥미롭게 지켜보던 부원들도 순간 얼어붙은 것이다.

       

       ‘힘 조절 아예 안 하고 조졌네….’

       

       난 박진우가 이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박진우와 대련을 했던 사람으로서, 박진우의 실력은 내가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녀석은 원작과 달리 탁원호 교수에게서 [파상검법]을 배우진 않았지만, [쫓을 수 없는 쾌검]의 획득 시기를 앞당기며 수준을 훨씬 업그레이드했고… 전투 컨셉을 완전히 속력 쪽으로 집중했다.

       

       그 깊이는 단순히 홀더 등급으로 측정할 수 없는 단계.

       아마 지금의 그는 원작 현시점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아무리 구명훈이 2학년의 실력자라고 해도, 온갖 버프를 받는 원작 주인공을 이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불내성까지 있을 줄은 몰랐지만….’

       

       구명훈의 [화염]을 무슨 먼지 불 듯 털어낼 땐 나도 놀랐다.

       

       특수 능력치는 또 언제 개화했대?

       

       아마 나한테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하도 맞다 보니, [불타는 피부]가 생각보다 더 일찍 개화한 모양이었다.

       

       하여간 더러운 주인공 버프.

       차이를 벌려놨다고 생각하면, 금세 또 따라잡으려 하는 박진우였다.

       

       “이번 1학년은… 정말 대단하네요.”

       

       나와 함께 대련의 심판을 보던 윤지아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은 연무장 중앙에 꽂혀있었다.

       이번 대련 결과가 어지간히 충격적이었나 보다.

       

       나는 머쓱한 기분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쟤가 좀 세요. 괜히 나선 게 아니죠.”

       

       윤지아의 시선이 내게로 다시 향했다.

       

       “그런 것치곤 도재현 홀더도 광폭화한 B급 홀더를 잡지 않았었나요?”

       “아, 그건 문가은이 도와주…”

       

       며칠간 지겹도록 말했던 변명을 대려다가…

       

       나는 그냥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부원들 좀 센 애들로 모집했습니다. 혹시나 빌런하고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데, 약한 애들론 위험하잖아요.”

       “너무나 맞는 말이네요.”

       

       인정한다는 듯, 윤지아도 웃었다.

       

       그리고 이내 미안하단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구명훈 홀더에 대해선 제가 사과할게요. 염무 때부터 저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던 친구라서 그런지… 이번 일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한 것 같아요.”

       “아닙니다. 부원들도 다 합의한 대련이고, 윤지아 선배님이 훨씬 경험이 많은 것도 맞으니까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는 신호를 전했다.

       

       ‘그냥 구명훈이 당신 빠돌이에요….’

       

       윤지아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다.

       

       애초에 써클 회장은커녕 부회장 자리도 거절했던 사람인데, 웬 빠돌이 하나에 잘못 걸려서 간접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됐으니….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우리 써클에서 중요했다.

       

       강주연의 성장에 있어서도 핵심 인물이고, 한 써클의 회장 출신이었던 경험은 앞으로의 <안티 빌런> 운영에 있어서도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것보다… 써클에 남아있으실지 모르겠네요.”

       

       나는 잠깐 시선을 연무장 중앙으로 돌렸다.

       

       크게 상처 난 어깨 쪽을 치료받고 있는 구명훈.

       그는 아직도 분에 겨운 표정으로 박진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이 졌다는 걸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는 스탠스였다.

       

       ‘…조용히 써클 탈퇴하면 오히려 다행이겠는데.’

       

       한 번 분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고 워낙 이번 일로 창피를 당한 터라, 아마 정상적인 부원 활동은 어려울 것이다.

       보통이라면 자기 발로 나가겠지.

       

       하지만 윤지아 빠돌이라서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철판 깔고 써클에 남을지도….

       

       거기까지 생각하니 나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구명훈을 직접 내보내는 것도, 써클 회장으로서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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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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