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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나는 시엔을 안아들고 말 위에 올라탔다.

     

    축 쳐진 그녀의 몸에 자꾸만 심장이 뛴다.

     

    검은 검집에 집어넣었다.

     

     

    시엔을 안은채 싸움을 이어나가기에는 불안했다.

     

     

    한 손은 그녀의 등에, 반대손은 그녀의 허리에 둔다.

     

    그녀가 내 몸에서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꾹 껴안았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끼는 감촉이었다.

     

    심장박동이 동화되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부단장님.”

     

    한 대원이 그런 나에게 다가와 눈을 깜빡였다.

     

    토드였다.

     

    바란, 숀과 잭슨 다음으로 경력이 오래된 대원이었다.

     

    말없이 표정으로 현 상황에 대해 물어온다.

     

    어떠한 여자를 이런식으로 안아드는 건 처음 보니 그러는 걸지도 몰랐다.

     

     

    “…지켜줘.”

     

    그런 그에게 내가 그에 부탁했다.

     

    토드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을 몰았다.

     

    열려있는 포위망 사이로 달려나간다.

     

    그런 우리 뒤를 병사들과, 용사일행, 그리고 우두머리 조 대원들이 따랐다.

     

     

    터진 포위망으로 병사들이 빠져나가자, 전열이 부서지고 변화한다.

     

     

    포위망 밖에서 우리를 돕고 있던 숀과 바란이 우리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행동한다.

     

     

    -부우우우우우…! 부우우우우우….!

     

     

    저 멀리서 바란이 뿔나팔을 불었다.

     

    내 뜻을 확인하고 퇴각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대원들은 그 명령에 모두 하나가 되어 우리의 뒤를 따랐다.

     

    합류하기 위해 말을 몬다.

     

    나는 그 대열의 가장 앞쪽에서 잭슨 가문의 성채로 향했다.

     

     

    ****

     

     

     

    언덕 위에서 네르는 끔찍한 현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마물들과 시체들이 즐비하다.

     

    보는 곳곳 죽음이 놓여있었다.

     

     

    저 안에 베르그가 있다고 하니, 숨이 가빠졌다.

     

    매번 생각하는거지만…너무나도 두렵다.

     

     

    베르그가 용병이라는 게 역시나 싫었다.

     

    목숨을 매번 걸며 산다는게 싫었다.

     

    혹시라도 잘못될까 두려웠다.

     

     

    용사일행을 구하는 명예로운 일인게 분명해도 내키지 않았다.

     

    그가 저기서 잘못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전장은 그녀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잔혹함에 표정이 찌푸려진다.

     

     

    이런 곳에서 베르그가 살아왔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나 격한 격전지에서 살아온 그가, 어떻게 그렇게 상냥한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발…안전히…”

    네르가 중얼거렸다.

     

     

    -부우우우우….! 부우우우우우….!

     

     

    그때, 전장을 뒤흔드는 뿔나팔 소리가 울렸다.

     

    그녀와 아르윈의 곁을 지키던 번즈가 말한다.

     

     

    “…바란님의 뿔나팔 소리.”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다.

     

    넓은 전쟁터에서 뿔나팔을 불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한다.

     

     

    세 개의 대열로 나누어진 기병들이 성채로 나아가고 있었다.

     

    작전이 끝났다는 듯, 모두가 합류하며 후퇴하고 있다.

     

     

    “아…!”

     

    네르는 이내 모두가 모여드는 대열의 중심, 가장 앞서서 달리고 있는 남성을 발견한다.

     

    이토록 먼 곳에서도 베르그의 모습은 금방 포착할 수 있었다.

     

     

     

    “….어?”

     

    그리고는 가슴이 잠시 뛰었다.

     

     

     

    ….베르그가 누군가를 품에 안고 달리고 있었다.

     

    “…”

     

    기절한 듯, 움직이지도 못하는 여인.

     

    베르그는 마치 그녀를 보물처럼 안아들고 있었다.

     

     

    전쟁통에서 누군가를 구하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게 베르그라는게, 네르는 의아할 뿐이었다.

     

     

    원체 여성들을 밀어냈던 그였다. 누가 다가오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했던 베르그였다.

     

    그런 그가 어떠한 여성을 저토록 소중하게 안고 있으니, 그 괴리감에 이상한 생각들이 멋대로 들었다.

     

    비상상황이라고 감안할 수 있는 일에도 한번 의문을 품게 된다.

     

     

    “….누구…”

     

    그건 네르 뿐만이 아니였다.

     

    곁에서 아르윈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속삭였다.

     

    그녀의 손에는 익숙한 세계수 잎이 들려있었다.

     

    아마도 베르그의 세계수잎인 듯 했다.

     

     

    잠시 아르윈과 네르의 눈이 맞는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번즈가 말했다.

     

     

    “사모님들, 이제 가시죠. 맞춰서 합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르는 의아함을 치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베르그를 따라가는게 옳을 듯 했다.

     

     

     

    ****

     

    나는 아내들이 호위를 받으며 대열에 합류하는 걸 곁눈질로 확인했다.

     

    마음이 한층 놓인다.

     

    “바란, 내 아내들을 중심적으로 지켜!”

     

    곁에 있는 바란에게 말한다.

     

    상처가 늘어난 바란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들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나는 시엔을 안아들고 성채 안으로 들어섰다.

     

    프린이라는 잭슨 가문의 후계자가 있었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성채 안으로 입성한 후였다.

     

    전장에서 봤던 후계 싸움이 원인이었을까.

     

    내부가 너무나도 소란스러웠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시체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 안에서도 싸움이 난 듯 했다.

     

     

    “…”

     

    게일이 그 광경에 굳은 사이, 나는 말을 이어서 몰았다.

     

     

    아무리 난장판이 벌어졌다고 해도 내 목표는 달라지지 않는다.

     

    시엔을 안아들고 안정을 취할 곳을 찾는다.

     

     

    “이쪽이다!”

     

    이런 내 행동에 프린이 우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내, 프린을 막아서는 사람이 나타났다.

     

    경비대장 같은 인물이 몇 명의 병사들과 검을 뽑아들고 우리를 적대했다.

     

     

    “어떻게 이곳에…!”

     

    혼란이 가득한 표정.

     

     

    마치 살아돌아온 귀신을 마주한 것처럼 그가 놀란다.

     

    프린이 멈춰서서 검을 뽑았고, 용사와 그 동료들도 멈춰선다.

     

    프린이 외친다.

     

    “너도 결국에는 나를 배신했-”

     

    -촤악!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시엔의 등을 한손으로 강하게 지지한채, 남은 손으로는 검을 뽑아 우리를 막아서는 존재를 베어버렸다.

     

     

    경비대장은 외딴 비명과 함께 넘어졌고, 그를 따르던 병사들은 혼란에 빠진다.

     

     

    “검 내려놔.”

     

    내가 말했다.

     

    “…경고는 이번 뿐이야.”

     

     

    그 말에 병사들이 하나 둘 검을 내려놓는다.

     

    본보기에 모두가 겁을 집어삼킨 듯 했다.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프린을 깨우며 말했다.

     

     

    “…안내해!”

     

     

    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쓰러진 경비대장에게 시선을 주던 그가 다시금 앞서갔다.

     

     

    .

    .

    .

     

     

    “….하아…하아…”

     

    시엔을 부드러운 침상에 놓아두고 나서야 마음이 풀어진다.

     

    전과 같은 초조함은 이제 없었다.

     

     

    그녀는 숨을 편안하게 내쉬고 있었다.

     

    “….”

     

    몸이 온기를 잃지 않았다.

     

     

    씻지 못해 피와 진흙으로 온몸이 여전히 덮여있었지만…곤히 잠든 모습에 마음이 한층 놓였다.

     

     

    차지한 잭슨 가문의 저택은 우리 용병단과, 프린의 병사들이 지켰다.

     

    당장은 아무도 우리를 공격할 수 없었다.

     

     

    게일이 이런 내게 말했다.

     

    “…드워프들의 마을에서 출발하기 전에 국왕폐하와 아담에게 서신을 보냈으니…이곳에서 조금만 버티고 있으면 될거야.”

     

    “…”

     

    “안정을 취하게, 베르그. 일단 할 일은 전부 했어.”

     

     

    나는 시엔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몇 년만에 만난 그녀의 얼굴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조차도 내가 보는 허상일것만 같았다.

     

     

    “…자네도 상처부터 치료하고.”

     

     

    하지만 나는 눈을 꾹 감으며 돌아섰다.

     

    지금 잠들어있는 시엔을 마주해봤자 달라지는 건 무엇 하나 없다.

     

    몸에 묻은 피와 마물들의 체액부터 씻어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용사일행도 이곳에 도달하여 탈진해 쓰러진 듯 했다.

     

    그들과의 대화도 아직은 나눌수가 없었다.

     

    물론, 애초에 그들과는 대화를 나눌 생각도 없었다.

     

    일전의 전장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모습이 눈 앞에 일렁여, 고운 말이 나오지 않을것만 같았다.

     

    ….사실 그들에게 험담할 자격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이제 시엔과 난 아무것도 아닌 사이이니.

     

     

    오히려 단편적인 일면만을 보고 화부터 낸 나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동료로서 7년간 함께 해온 시엔의 전우들이다.

     

     

    나와 아담 형처럼 끈끈한 사이일 것이다.

     

    그런 그들의 틈을 비집고 열어, 동료로서 도움도 주지 못하냐는 말을 하는 건 주제 넘는 일일 것이었다.

     

     

    “…하.”

     

    그렇게 몸을 씻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다….네르와 아르윈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일렁였다.

     

     

    성채 앞에서 만나 찰나의 순간, 눈을 마주했던 둘이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아내들이었지만 품에 안긴 시엔을 보며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는 발걸음을 돌려 그녀들에게 향했다.

     

     

    대원들의 안내를 받아 아내들이 머물고 있는 방에 다다른다.

     

     

    -똑똑똑.

     

    두드리자마자 문이 열린다.

     

    -벌컥!

     

     

    네르와 아르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는 시엔에 대한 말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어차피 곧 알게 되는 이야기겠지만…가능하다면 조금만 더 숨기고 싶었다.

     

    잘 풀린다면 끝까지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직 아내들의 마음을 온전히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다른 혼란 요소를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까 전에는-”

     

    “-다, 다치지는 않았어, 베르그?”

     

    하지만 네르는 그보다 내 안위부터 걱정했다.

     

    그 말에 잠시 벙쩌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녀의 손이 급히 내 얼굴에 닿는다.

     

     

    이리저리 나를 훑는 눈이 상처들을 찾아낸다.

     

    아직 축축한 핏물을 제 하얀 손으로 닦아냈다.

     

    마치 자신이 다친것처럼 일그러지는 표정.

    축 쳐져 바닥을 쓸고 있는 꼬리.

     

     

    “왜…또 이렇게 많은 상처가…”

     

     

    -팍!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품에 안긴다.

     

    놀랍게도 아르윈이었다.

    “아르윈?”   

     

    “…안전하셔서 다행이에요.”

     

    그녀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실프리엔을 구해달라며 나를 설득했던 순간이 마음에 걸렸나보다.

     

    그러니까 더욱 격한 반응을 보이는 듯 했다.

     

     

    “…”

     

    답답했던 마음이 그들의 존재에 가벼워진다.

     

    나도 모르게 목 끝까지 차올라있던 숨이 부드럽게 내뱉어진다.

     

    뛰고 있던 심장이 가라앉는다.

     

     

    몸의 긴장이 풀어진다.

     

    시엔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무뎌진다.

     

     

    “…”

     

    그들의 존재가 내게 얼마나 힘이 되고 있는지 알까.

     

    …그리고 이럴수록, 나를 사랑해주지 못한다는 그녀들의 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제는 우정으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당장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내가 아르윈에게 말했다.

     

    “…더러워져, 아르윈.”

     

    그리고는 그녀를 가볍게 밀어낸다.

     

    “아…”

     

    아르윈은 그제야 지저분해진 제 옷을 보았다.

     

    내게서 묻어나온 것들로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아르윈은 이내 크게 상관없다는 듯 나를 올려본다.

     

    “…괜찮아요, 전.”

     

    그런 그녀들에게 말했다.

     

     

    “…난 씻으러 좀 가볼게. 너희도 불안하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쉬어.”

     

     

    그 말에 네르가 의문을 품는다.

     

    “너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연다. 진실을 감춘 말을 뱉어낸다.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아담 형이 올 때까지 이곳을 사수해야하기도 하고.”

     

    네르가 따진다.

     

    “베르그. 하지만 상처가…”

     

    “이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 괜찮으니까, 너희도 쉬어. 오늘 하루 길었잖아. 여기까지 오면서 지쳤을거고.”

     

     

    아르윈이 곁들었다.

     

    “…당신도 지쳤잖아요, 베르그…”

     

    “…”

     

    그 고마운 걱정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 이후에 일정 때문에 그렇게 여겨지는 걸지도 몰랐다.

     

     

    “걱정 고마워. 일단…나중에 이야기하자.”

     

    나는 대화를 억지로 끊어냈다.

     

    이런 마음으로 둘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마음이 진정된 이후에 이러고 싶다.

     

     

    나는 그러며 몸을 돌렸다.

     

    아내들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문을 닫고 방을 나선다.

     

     

    문 앞을 지키는 단원들에게 부탁한다.

     

    “…지키고 있어줘.”

     

    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몸을 씻으러 떠났다.

     

     

     

    ****

     

     

     

    나는 시엔의 방에 앉아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저분한채로, 색색거리며 곤히 누워있을 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기억들이 그 얼굴에 생생히 돌아온다.

     

     

    아주 어릴적 그녀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어떻게 놀았고, 어떻게 커 왔는지.

     

    어떠한 꿈을 나누었고, 어떠한 미래를 그렸었는지.

     

     

    …그리고 그런 추억이 떠오를때마다 답답한 분노도 차오른다.

     

    그녀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바탕이 되니 이러는 듯 했다.

     

     

    그렇게 고생할 거였으면, 그렇게 힘들게 살 것이었으면…대체 왜.

     

    왜.

     

    가지 말라고 그렇게나 애원했는데.

     

     

    이미 끝이 난 일임에도, 그녀의 어리석은 선택에 계속해서 분노가 차오른다.

     

    나를 떠나겠다고 말하던 그 날의 기억들이 돌아온다.

     

     

    상처 받아야했던 우리 둘의 모습이 하찮았다.

     

     

    “…”

     

    나는 눈을 꾹 감았다.

     

    감정들을 다시 정리한다.

     

     

     

    더는 그녀와 공유한 행복한 기억들로 고통받기 싫었다.

     

     

    다시 한번 그녀가 나를 밀어내 준다면, 다음은 간단할 것 같았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말.

    그 말 한마디면 나도 깔끔한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내게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그녀지 않나.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그녀가 일어났을 때의 이야기지만.

     

     

     

    -사박.

     

    “…”

     

    순간적으로 들려온 움직임.

     

    옷이 침대에 스치며 소리를 만든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심장이 점차 빠르게 달리고 있다.

     

     

    나는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녀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녀의 잠꼬대 같은 움직임에 지레 겁먹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파박!

     

    그 순간, 시엔이 깨어난 듯 순간적으로 움직인다.

     

     

     

    나는 눈을 꾹 감았다.

     

    그녀가 일어났다.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왜 이 순간이 전투보다 더 떨리는 걸까.

     

     

     

    “…내가…왜 여기에…”

     

    시엔은 혼란스러운 듯 속삭였다.

     

    7년만에 듣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익숙하다.

     

    나는 아무말도 않고,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아직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 듯 했다.

     

     

    내뱉어지는 목소리에, 그녀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다, 시엔이 놀라며 숨을 들이쉰다.

     

    “흣…!”

     

    이번에는 나를 향한 소리.

     

    …이번에야 말로 나를 본 듯 했다.

     

     

    놀라는 소리마저도 그대로다.

     

    아직도 바뀌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더욱 욱신댔다.

     

    그래, 저게 시엔이었다.

     

    저렇게 놀라고, 저렇게 소리를 냈었다.

     

    숱한 전쟁을 겪고도 그 점은 달라지지 않았나보다.

     

     

     

    “…누…구세요?”

     

     

    시엔의 고운 목소리가 내게 울려온다.

     

    어두운 방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했다.

     

    아마 아담 형도 이 방안에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고요한 침묵이 방안에 흘렀다.

     

     

    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만큼, 시엔도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애초에 내가 이곳에 있을거라 생각하지도 못할 거다.

     

    이렇게 날 마주하게 될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거다.

     

     

    “…….”

     

     

    어쩌면 날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나를 떠나며 희망했듯, 나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과거가 됐을지도 모른다.

     

    빛나는 성녀님이 된만큼, 우리가 함께했던 구차한 과거는 잊고 싶어하는 걸지도 모른다.

     

     

    슬럼의 쥐와 어울린 과거가 있다는 건…그녀와 어울리지 않을지도.

     

     

    일어서서 방을 나가야할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벨…?”

     

    ….그때 울려온, 시엔의 울먹이는 목소리.

     

    울음을 억누르고 억누른 목소리.

     

    나를 떠날 때 냈었던 목소리.

     

     

    “…..”

     

    그 애정어린 애칭에 나도 입술을 악물었다.

     

    단어 한 마디로, 숨 쉬는게 힘들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리야요바노비치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그렇네요.ㅎㅎ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순애맛콜라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ㅎㅎ감사합니다. 저도 좋아해주셔서 좋네요.

    임설경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임설경님도 제게 첫 후원을…항상 감사히 생각하겠습니다. 걱정 감사합니다. 많은 힘이 돼요.

    성감욕퇴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백지 칭찬 감사합니다! 메시지가 없을때면 이렇게 좋은 말들을 해주셨다 상상하는 것도 좋네요!

    신상우_465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저는 이런게 좋아요. / 어떤 게요?/ ???: 안달나게하는 거…
    ㅋㅋㅋ무한도전 밈을 아시려나요? 일단은 장난입니다.

    l마가l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시간날때 전작을 봐주시면 저도 기쁘겠네요.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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