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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태초의 여신은 만물을 사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낳은 자식들을 사랑했다. 그런데 자식들끼리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닌가? 가이아는 최대한 싸움을 말리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신의 자리를 차지한 신들은 언제나 자신의 주권에 따라서. 다른 자식들을 핍박할 뿐, 그 누구도 태초의 어머니인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화가 났다. 내가 이걸 위해서 너희들을 낳은 줄 아느냐. 너희는 어머니의 말이 말처럼 들리지 않는 것이냐. 그렇다면 좋다, 너희가 먼저 날 버렸으니.

       

       

       “나 또한 너희를 버리겠다.”

       

       

       태초의 여신이자, 대지의 여신이기도 한 그녀에게. 이 세상의 모든 대지가 복종한다. 그녀가 손짓하는 것만으로도, 대지가 움직이며 적으로 돌변한다.

       

       

       쾅!!!

       

       

       바위로 만들어진 거인이 순식간에 아이작을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힘에서 밀릴 아이작이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게 힘으로 주먹을 부쉈다.

       

       

       “쳇.”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약간이지만 데미지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역시 태초의 여신이라는 신격이 폼은 아닌 모양인지. 엄청난 신위가 느껴지고 있다.

       

       

       단언컨대, 제우스와 동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원래의 신격은 그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종말의 여신으로 변하면서 그 힘을 손에 넣게 된 것이겠지.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아이작은 외쳤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겨우 그 정도로 내가 끝낼 것 같니?”

       

       

       “……젠장.”

       

       

       “이 아이들이 너랑 놀고 싶다고 하는구나. 부디 제대로 놀아주련?”

       

       

       거대한 바위가 운석처럼 떨어진다. 수많은 거인들이 한꺼번에 도약하여 하늘을 가리는 모습은 확실히 장관이었다. 그 다음이 죽음밖에 없어 문제지.

       

       

       콰앙! 쾅!

       

       

       거인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거대한 거체를 이용해서 땅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 위를 또 다시 다른 거인들이 덮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산뿐이었다.

       

       

       “빌어먹을!!”

       

       

       아이작은 비명을 지르면서 힘으로 바위산을 부수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저 손짓 한번으로 지형을 바꾸고, 심지어 산조차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니.

       

       

       물론 최종 보스니까, 원작에서도 엄청난 강적으로 나오지만. 이런 짓을 손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대체 뭐지?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아직도 생각할 틈이 있니?”

       

       

       공중으로 크게 도약한 아이작을 바라보며 가이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땅에서 솟구친 거대한 거석이 마치 포탄처럼 아이작을 향해서 날아갔다.

       

       

       아이작은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저건 평범한 거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나 공중에 떠있는 아이작이 거석을 피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 따윈 없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미 마법은 가이아의 앞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윽고, 거석은 그와 충돌하면서 폭발하였다.

       

       

       마치 수류탄이라도 된 것처럼, 거석의 내부에 담긴 날카로운 파편이 아이작의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덕분에 아이작은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젠장, 더러운 수작을.”

       

       

       “아직 많이 남았단다.”

       

       

       그러나 한낱 더러운 수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가이아가 마련해둔 거석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작은 이를 악물고 땅을 발로 걷어찼다.

       

       

       거석은 닿으면 폭발한다. 그렇다면, 땅에 있는 파편들을 이용해서 먼저 폭발시킨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문제는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분명히 하늘을 향해서 걷어찼을 바위의 파편들이, 순식간에 부메랑처럼 다시 아이작을 향해서 날아왔다. 덕분에 아이작의 반응이 살짝이지만 늦어졌다.

       

       

       콰앙! 콰아앙!! 쾅!!

       

       

       또 다시 거석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이작에게 닿아서가 아닌, 허공에서 멋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그것을 가이아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一揮掃蕩 血染山河

       일휘소탕 혈염산하

       

       

       “과연, 그게 네 비장의 패로구나.”

       

       

       상상을 초월하는 궁극의 참격. 그 검성 지크프리드조차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운 궤적에, 가이아는 아쉬움을 느꼈다. 저런 영웅이 자신의 적이 되었다니.

       

       

       하지만 정에 휩쓸려 대의를 그르칠 가이아가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의 아이작은 그녀의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확실히 부순다.

       

       

       마음을 먹은 가이아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땅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더니, 이윽고 바위를 깎아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신전이 나타났다.

       

       

       “대지는 나의 모태요, 자궁이니.”

       

       

       “…….”

       

       

       “너는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음이라.”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콰릉! 콰아앙!!

       

       

       하늘에서 엄청난 폭음이 울려퍼졌다. 이윽고 떨어진 벼락이 솟구친 신전에 떨어졌다. 벼락으로 완전히 파괴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파편이 꽤 떨어졌다.

       

       

       Mjöllnir

       묠니르

       

       

       “전력으로 부딪쳐보자고.”

       

       

       아이작 또한 아끼지 않고 모든 전력을 꺼내들었다.

       

       

       어차피 뒤없는 싸움.

       

       

       모든 것을 걸고 붙어보자.

       

       

       * * *

       

       

       검성 지크프리드.

       

       

       그는 오직 검술 하나만으로 드래곤까지 살해한 명실상부, 아이작 이전에 최강의 인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말의 여신이 자신의 사자로 택한 것이다.

       

       

       물론 지크 또한 지크프리드와 가이아의 혈육을 이어받은 자. 단순히 혈통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지크프리드 이상이지만, 혈통만으로 싸움이 될 리 있나.

       

       

       단순히 기술로만 따진다면, 아직도 지크는 지크프리드에게 밀리고 있었다. 지크는 한숨을 내뱉었다. 말은 어떻게 잘 했지만, 역시 실력은 아직 안 된다.

       

       

       “결국 여기까지인 모양이군.”

       

       

       “한 가지만 물어보자.”

       

       

       “뭐지?”

       

       

       “지니에 대해서는 아무 감정도 없어?”

       

       

       “…….”

       

       

       처음으로 지크프리드의 움직임이 멎었다. 지크는 어렵지 않게 그것이 당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저 양반이, 당황이라는 것을 한다고?

       

       

       “뭐가 있는 모양인데.”

       

       

       “굳이 네게 설명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가족으로서 마지막 정 같은 것은 없나?”

       

       

       “……지니는, 그녀가 낳은 아이다.”

       

       

       지크의 말을 아예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인지. 지크프리드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지크프리드는 마을 안에서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

       

       

       아내도 없는 남자가 아이만 둘을 데리고 있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띄었기에. 그래서 적당한 마을 처녀와 골라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다.

       

       

       딱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감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위장 결혼, 하지만 부부로서 생활은 의외로 지크프리드에게 그렇게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꼴에 부부로서 감정은 있었던 모양이네.”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버린 거지?”

       

       

       “대의를 위해서다.”

       

       

       “너는, 진짜 안 되겠다.”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점점 더 쌓여가는 실망에. 지크는 참지 못하고,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싸움 도중에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만약 그녀가 따르는 아이작 실버테르의 존재가 없었다면 말이다. 대체 어떤 원리인지, 어떤 수련을 통해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궁극에 닿았다.

       

       

       이는 검에 한해서는 마찬가지로 궁극에 닿은 지크프리드와 다른 경지의 것이었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고 했던가. 근데 만약 그것을 배웠다면?

       

       

       ‘아무리 아이작보다는 못 하다고는 하지만,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대로 제압하면 그만이니. 합리적인 판단을 이용해서 지크프리드는 곧바로 지크를 향해서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정말로 아이작의 발도술을 흉내내는 것처럼. 지크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확실히 훌륭한 발도술이지만, 아이작의 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이까짓 애들 장난을…….”

       

       

       “그래, 애들 장난이지.”

       

       

       “?!”

       

       

       그러나 지크프리드가 접근한 순간, 지크는 이미 검을 버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검사가 검을 버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크프리드였기에.

       

       

       반응이 아주 살짝 늦었고, 그것은 곧 치명상이 되어서 돌아왔다. 눈이 붉게 물든 지크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용살의 저주가 깃든 증오스러운 주먹.

       

       

       그냥 주먹이었다면 그럭저럭 맞아줄 수 있었겠지만. 증오가 깃든 그것은 용살자인 지크프리드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지크프리드는 피를 흘리며 물러났다.

       

       

       “용살의 저주가 이렇게 성가신 것이었나.”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비장의 수를 아끼고 있었지.”

       

       

       “그 점에 대해서는 칭찬하지.”

       

       

       검에 한정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드래곤은 그저 사냥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던 인식, 그로 인해서 쌓인 오만이 만들어낸 빈틈.

       

       

       그 빈틈을 본능적으로 캐치한 지크는 어렵지 않게 찔러넣었다. 덕분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상황이 순식간에 비등해졌다. 지크는 혀를 차며 생각했다.

       

       

       ‘원래라면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싸움일 텐데.’

       

       

       제대로 치명상을 입힌 상황에서도, 지크의 머릿속에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비등하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건 그저 억측이나 압도된 것이 아닌.

       

       

       평범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크는 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마스터가 나랑 함께 하는 이상.

       

       

       절대로 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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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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