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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이사장 유능해는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엄머!, 엄머!’ 거리는 그녀.

       눈동자에 흥미진진함으로 별빛이 가득 채워져 갔다.

         

       ‘우와, 우와우!?’

         

       유능해는 자신도 모르게 허공에 손짓하였다.

         

       마치 진짜 팝콘이 있는 것처럼 입안에 에어 팝콘을 우걱우걱하며 양발을 동동 굴린다.

         

       곧 40대라니, 노처녀가 뭐니 하는 말을 듣는 ‘유능해’ 지만.

         

       마음만큼은 한참 사랑에 애달파하는 소녀와 다를 바 없었다.

         

       유능해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흥미진진하였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정말이지…

         

       살다 살다 참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설마, 진짜로 그 팽진아가?’

         

       유능해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였다.

         

       봉미춘 교수와 함께 새로운 아카데미 교수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던 여정.

         

       거기서 봉미춘이 제안한 <패천검>의 이명.

       그렇게 어렵게 만난 팽진아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충격적인 만남이었다.

         

       ‘…이게 그 팽진아라고…?’

         

       도저히 사람 몰골 같지 않은 폐인.

       제대로 밥도 안 먹었는지, 말라비틀어진 몸과 쓰레기로 가득한 방구석까지.

         

       놀란 건 봉미춘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 집을 청소하고, 억지로 밥을 먹인 다음 설득했었다.

         

       부디 <교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

         

       봉미춘은 ‘지금 마음이 꺾여서 그런 거다…부디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아달라’라고 말했었다.

         

       아마 그녀로서는, 옛 제자를 오해할까봐 그런 말을 꺼낸 거겠지만.

         

       구태여 유능해에게 그럴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면 유능해는, 이미 팽진아를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아냐고?

         

       ‘그야 같은 <아카데미> 동기였으니까!’

         

       뭐, 물론…

       팽진아는 물론이고, 가르쳤었던 봉미춘도 전혀 몰라보는 눈치였다.

         

       ‘…아하하…’

         

       사실, 당연하게…

         

       그때의 유능해는 본인이 생각해도, 세련된 것과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뚱뚱하고 못생겼던 그녀이다.

       왕따를 당한 건 아니지만…

       친구도 별로 없고…

         

       그저 그런 성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한 일개 생도.

         

       그러다,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화장도 하고 얼굴도 가꾸고, 낡은 안경도 버리고 나서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마지막으로 끝없는 노력 끝에 이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것.

         

       그것이 지금의 유능해이다.

         

       두 사람이 못 알아보는 건 당연했다.

         

       ‘아무튼,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유능해는 지금도 기억한다.

         

       눈병이 난 것도 아닌데 안대를 차고 돌아다니는, 중2병 팽진아의 모습을.

         

       그런 그녀가 돌변하듯 변한 건, 흔히 <참극의 날>이라고 불리는 일 직후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그저, 명문 무가로 알려졌던 <팽가>가 하루아침 만에 멸문하였다는 사실.

         

       ‘저 집안에는 귀기가 들렸다’던가.

       ‘엮어서 좋을 게 없는 집안’이라는 악명만 퍼졌다는 것 정도이다.

         

       추가로, 팽진아가 광녀라는 말을 들을 만큼 훈련에만 매진하였던 것도 그때였다.

         

       ‘무서웠지…’

         

       그때의 팽진아는 정말로 무서웠다.

         

       감정 변화 하나 없이 미친 듯이 검만 휘두르는 악귀 같은 존재.

         

       시비를 거는 이들도 남김없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패버리는 등.

         

       사실상 걸어 다니는 핵폭탄처럼 여겨졌다.

         

       애정, 사랑 같은 걸 전혀 모르고 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여자.

         

       이는 팽진아가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헌터로 활동하면서도 이어졌다.

         

       모두에게 존경과 두려움으로 군림하게 된 것이 바로 <패천검> 팽진아였다.

         

       하지만 유능해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모습은 팽진아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결국,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낫는 법.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팽진아는 유능해가 기억하는, 순둥순둥한 성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옛 스승 봉미춘의 적절한 조언.

         

       동생처럼 졸졸 따라다니던 주나용의 영향도 컸을 테고 말이야.

         

       ‘물론 여전히 딱딱하긴 한데…’

         

       그런 팽진아가…

       약한 모습 따위 죽어도 안 보여주는 그 팽진아가…

       지금 유세하에게 꺼릴 것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저, 저 눈동자에 걱정이라는 감정이 방울진 거 봐라.

         

       아무리 봐도 단순한 사제지간으로 여길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엄머, 엄머!’

         

       팽진아 이, 이, 요망한 년!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던데.

         

       이런 앙큼한 마음을 품고 있단 말이야?

         

       ‘…역시 너도 결국은 여자구나?’

         

       누군가 이리 말할지 모른다.

         

       그저 제자를 걱정하는 스승의 면모가 아니냐고.

         

       하지만 유능해는 이런 쪽으로 나름대로 촉이 있다고 자신하였다.

         

       분명 팽진아가 가지는 감정은 그런 단순하게 아니라고 확신한다.

         

       ‘청춘이네~’

         

       한참을 소녀다운 풋내에 좋아하는 유능해.

         

       그것도 잠시.

       곧 팽진아의 입에서 들려오는 말에 기겁과 울상을 동시에 지었다.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이사장님. 그냥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으앙! 안돼! 안 그래도 <시스터 후드> 한 명 데려간 것만으로도 여기저기 말이 나온다고! 이 이상 아카데미에 입방아가 오르게 할 수는 없어! 지금은 몸을 웅크리고 습격해 올<빌런, 마인>들을 속여야 할 때…-”

         

       “-그딴 거 모르겠고 그냥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 안돼!”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

       자연스럽게 격해지는 대화에 바라보던 유세하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잠시 뒤, 둘은 나름의 타협점을 내렸다.

         

       나는 유능해가 건네주는 펜던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사장님 이건…?”

       “<마법제>가 만들었던 강제 귀환 아티팩트야.”

         

       강제 귀환 아티팩트.

         

       듣자하니, 일정 이상의 피해를 받거나 죽을 위기에 처하면 강제로 귀환시키는 물품이라 한다.

         

       본인의 의지로 버틸 수는 있지만, 즉사 급 공격은 무조건 이곳으로 보낸 진다고.

         

       딱 봐도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추측되었다.

         

       “…이리 귀한 걸 그냥 덥석 주셔도 됩니까?”

       “사안이 사안이니까…그리고 개수 자체는 꽤 많거든. 걱정하지 말고 가져가 유세하씨.”

         

       유능해가 건네주는 <펜던트>의 개수는 총 5개였다.

         

       이 말은…

         

       “파티원을 더 모으라는 소리인가요?”

         

       “응, 아무래도 <시련>이니 우리도 전력을 보충해야지. 정식 파티 5명. 추가로 위험하다 판단되면 주저 없이 <펜던트>를 사용하여 귀환할 것. 지금 이게 딱 합의한 내용이야. 그렇지, 팽진아?”

         

       “……”

         

       “에헤이~<패천검>씨? 인상 좀 피지 그래. 이제 관리도 필요한 나이인데 그러다 주름이라도 생기…아, 미, 미안…손들지 마. 내가 잘못했으니까. 잘못했어욧!”

         

       유능해는 파티에 <염룡>, <설빙>을 데려가라고 조언하였다.

         

       딱 정석적인 파티의 탄생.

         

       나는 머리를 굴리며, 적절히 전력을 분석해 보았다.

         

       ‘므냥이를 필두로 한 탱커에, 올라운드 근접 딜러가 2명. 상황을 보조해 줄 마법사가 1명. 마지막으로 제대로 힘을 개방한 신성직 겸, 조커가 한 명.’

         

       음…

       이 정도면 뭐…

         

       ‘해볼 만해.’

         

       충분히 할만하였다.

         

       사실상 최마리를 제외한, <아카데미> 1학년 올 스타즈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한가지 잡지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 저기 이사장님?”

       “응?”

       “제 기억이 바르면, 이런 귀환용 <아티팩트>는 계속 해서 마력을 조정해 줄 마법사가 필요한 거로 압니다.”

         

       ‘고스라’에서도 흔히 귀환석, 귀환 주문서.

       긴급 탈출용 보석 등의 [죽음] 페널티를 무시하고 도주하는 물품이 존재한다.

         

       다만, 운영진은 너무 사기라고 판단했는지, 그냥은 못쓰게 만들었다.

         

       관련된 재능과 마법 운용에 있어서 뛰어난 마법사가 파티에 반드시 있어야 했다.

         

       “보라보라…아, 아니 <설빙>이 뛰어난 건 맞지만, 역시 어렵지 않을까요?”

         

       “…응?”

         

       유능해는 나의 질문에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곧, ‘아~’하고 이해한다.

         

       “우리 세하씨는 <설빙>의 몸에 누구의 피가 흐르는지 모르는구나?”

       “…네?”

       “아니야~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외부인인 내가 뭐라 할 건 아니지.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봐. 아무튼 오히려 <설빙>이기에 <마법제>의 아티팩트를 다룰 수 있어. 그러니 믿으라고?”

         

       나는 귀엽게 윙크하는 유능해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뭐 저리 말한다면 문제는 없는 거겠지.

         

       다만…

       그럼 ‘그거’는?

         

       “저기, 이사장님. <시련>의 입구에 강력한 결계가 있다는 보고 기억하시죠. 그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나의 말에 ‘엄멋!?’거린 유능해가 양손으로 입을 가린다.

         

       미친…

         

       이 여자 진짜 까먹고 있었던 거야?

         

       옆에 있던 팽진아도 ‘설마…?’ 하듯이 바라본다.

         

       “……” (대충 식은땀을 흘리는 유능해)

         

       “…이사장님?”

       

        “우, 우음?! 우크흠! 거, 걱정하지 마. 사, 사랑미 교수에게 부, 부탁했으니까. 아마 여, 열심히 풀고 있을걸? 자, 잠시만 톡좀 확인…어, 어라? 모, 못해도 한 달은 걸린다고?”

       

        “…이사장님?”

         

       “저기…패, 팽진아씨. 무서우니까 얼굴 가까이 들이밀지 말아줄래?”

         

       한 달이라…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사실 엄청 빠른 거긴 하다.

         

       내가 봐도 <해룡 신전>의 결계는 보통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 거로 보였으니까.

         

       그렇다면…

         

       ‘그 제안을 해볼 수 있겠네.’

         

       <지하수로>를 깨고 돌아가면서 생각했던 인물.

         

       최근 통 연락을 못 드렸던 ‘누님’을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펜던트>를 하나만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응? 왜?”

         

       “외부인 한 명을 초청하고 싶습니다.”

         

       “…외, 외부인?! 세, 세하씨! 이, 이거 이렇게 보여도 일단 <비밀 임무>야. 함부로 알려줄 수는 없어.”

         

       “압니다. 하지만, 제가 초청할 그 사람이라면, 저 결계를 단숨에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수 있습니다. 신뢰도 확실하고요.”

         

       “…그런 게 가능하다고? 어디 뭐 유명한 대마법사야? S급에 준하는?”

         

       “아니요. 도심에 있는 평범한 대장장이입니다.”

         

       “…응!?”

         

       나의 말에 유능해, 팽진아는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 * *

         

         

       하루 뒤.

         

       딸랑딸랑-!

         

       가게를 가득 채우는 종소리.

         

       화물을 나르던 여성이, 큰 소리로 소리친다.

         

       “어서 옵쇼! 혜자 같은 마음으로 상대합니다!”

         

       여성은 불에 잘 그을린 듯한 갈색 피부가 매력적인 미인이었다.

         

       그녀의 다름 아닌 임혜자.

         

       올해로 30대 중반이 되는 그녀지만, 워낙 동안이라 20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현재 임혜자는, 최근 거래를 튼 파티의 장비를 배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음?”

         

       그러다 들어온 손님이, 아무런 말이 없길래 누군가 싶어 휙 하고 고개를 돌리는 임혜자.

         

       곧, 우두커니 서 있는 미남자의 모습에 안색이 환해진다.

         

       “이거 우리 세하잖아?”

       “오랜만입니다. 혜자 누님.”

         

       다가온 임혜자는 친애의 상징인 헤드락을 걸어주었다.

         

       처음에는 그를 배척하고 싫어하였던 그녀이지만.

       유세하의 진심을 깨닫고 인정해 주며 급격하게 친해지게 되었다.

         

       여기에 귀여운 므냥이의 제로투 사진을 잔뜩 찍어 보내준 것도 호감도 작에 큰 영향을 주었다.

         

       쭐렁-!

         

       임혜자는 통 큰 작업복으로도 가릴 수 없는, 장인 주머니를 그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욘석! 요새 전화도 잘 안 해주고!”

         

       “켁켁, 죄송합니다. 근래 좀 바빠서…”

         

       “알지 알지. 나도 <아카데미> 졸업생이니까. 그래서? 물건 사려고 왔어? 아, 혹시 <야장> 수업을 위한 재료 준비?”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한 가지 진중한 부탁이 있어서요.”

         

       “…부탁?”

         

       임혜자는 씩하고 웃는 유세하의 미소에, 움찔 몸을 떨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내 들려오는 말에 더더욱 흠칫거린다.

         

       “…저기 혜자 누님.”

         

       “으응?”

         

       “한때 이름 좀 날리셨던 <헌터>시니 당연하겠지만…”

         

       <백업> 포지션 변경.

         

       배우셨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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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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