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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 * *

       

       

       

       러시아가 인정했네? 아이고 어쩔까. 하면서. 총독부로 승격시키는 거지.

       

       물론 대지진도 있고 조선 상황 때문에 지금 남만주에 만철을 세운 거 말고는 신경 쓸 겨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본은 남만주는 붙잡으려 할 거다.

       

       방공협정으로 중국 정벌에 대한 야망을 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하지.

       

       

       “이쪽은 총독부인데, 바로 아래에 일본 총독부도 아닌 회사가 있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은가.”

       “아하, 그렇습니다. 격이 맞지 않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황국의 우방인 러시아령 북만주가 있는데, 이쪽은 그저 회사라면 너무나 격이 맞지 않습니다.”

       

       

       딱 봐도 차이가 나잖아.

       

       북만주는 러시아령 총독부가 설치되어 있고. 일본의 남만주는 그저 회사.

       

       명분은 충분하다.

       

       

       “어차피 지금의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붙들려 있는 처지지. 남만주가 일본의 총독부 소리를 들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걸세.”

       

       

       그나마 만주에 이권을 가진 미국이 걸리긴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일본도 미국의 만주 이권은 인정하고 있는 거 같고. 문제는 남만주가 정말 안정적인지 하는 건 다른 문제다.

       

       남만주가 중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남만주의 문제는 없나?”

       “예! 남만주에 남은 만주인 중에 황국에 불만을 가진 자가 좀 있었으나, 지나가 저리 분열되어 버리니 저들도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지요.”

       

       

       확실히. 만주족들이 뭐 그 병자호란 때의 그만한 전성기 만주족이 아니고서야 지금의 만주족들이 저기 분열된 중국땅으로 도망가지는 못하겠지.

       

       연성자치화 하기 전에 북만주를 점령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 아닌가.

       

       적어도 그때 점령할 때는, 아직 북만주의 만주족과 한족들이 도망갈 만한 본토가 있었을 때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만주 점령이 늦었으면, 북만주의 한족 비율도 꽤 늘었을 것이다.

       

       

       “만철은 혹시 식민지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대일본 제국의 신민인 조선인들이 사는 남만주입니다. 마땅히 황국으로서는 보호할 필요가 있는. 보호령이라 보는 것이 맞겠지요.”

       

       

       말장난인가 진심인가.

       

       어느 쪽이든 정말 특이하긴 하네.

       

       이 무타구치 렌야란 자는 진짜 말장난은 수준급이다.

       

       그래서 일본군을 그리 몰살시킬 수 있었지.

       

       무려 중세 때나 먹힐 만한 보급은 적에서 취하는 것이라는 발언.

       

       나는 그 발언이 굉장히 감명 깊었다.

       

       시대를 잘못탔지만, 그런 몸으로도 일본군을 몰살시킨 인물.

       

       그런 자를 출세시키기 위해 이 차르가 직접 친서까지 써준다.

       

       

       “좋다. 그럼 내가 귀국 정부에 자그마한 의견을 담은 친서를 보내주지.”

       “감사합니다! 폐하!”

       

       

       도게자에서 다시 바로 선 무타구치 렌야가 내 앞에서 다시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래. 그래. 그러면 좋잖아.

       

       난 저 또렷하게 반짝이는 눈이 마음에 든다니까.

       

       무려 전쟁 일으키고도 연합군에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정의의 사도가 아닌가.

       

       

       “자, 그럼 좋은 날이니, 오늘은 우리 총독이 연 파티를 즐기시게. 나도 이제는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으니.”

       “예!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차르 폐하!”

       

       

       깍듯하구만, 깍듯해.

       

       그래. 내 말대로만 잘하면, 일을 잘만 해준다면 무타구치에게 다음 일본을 맡겨도 될 것이다.

       

       

       * * *

       

       

       일본제국

       

       

       아나스타샤가 대놓고 무타쿠치 렌야를 지지하는 편지를 직접 일본 정부에 보냈다는 소식은 일본 정부에서도 꽤 흥미로운 문제였다.

       

       내정간섭으로 보일 수 있으니, 차르가 보내는 개인 편지로 취급해도 된다고 덧붙이기도 해서 그냥 무시해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남만주 총독부 문제는 그간 조선 문제로 앓던 일본 정부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북만주에 방문한 차르가 우리 만철군 사령관 무타구치 렌야와 만났다고 하는데.”

       “그 소식은 들었는데, 무슨 일 있습니까?”

       “차르가 조선총독부를 통해 우리 본국으로 친서를 보냈소. 무타구치 렌야라는 자가 자기네 북만주 총독과 대등하게 보이는데, 그저 군사령관으로 하기보다는 남만주 총독부의 총독이 되는 게 어떠냐고 하더군요.”

       “흠. 확실히 회사로 두기에는 남만주는 너무 크긴 하지요. 최근 그쪽에서 나오는 이익도 상당하고요.”

       

       

       그나마 만철의 수익은 이제 정상에 올라 황국을 위한 든든한 수익원 중 하나가 되었다고 자랑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회사 그 자체였다.

       

       애초에 일본 정부에서도 남만주를 일본판 동인도 회사로 만들 계획이었으니, 솔직히 실패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중국에서 얻은 것이 없다는 겁니다. 자금성의 황제는 그냥 아무런 능력도 없는 부잣집 도련님에 불과하지요.”

       “그럼, 총독부라도 세워 황국의 위신을 높여야 겠지요. 딱히 이제 눈치 볼 것도 없고 열강이 지지하는 것이라면야 상관없을 터.”

       

       

       그것도 최근 잘나가는 러시아가 인정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공산 독일의 선전활동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이건 명분은 확실히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리 급하게 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만철이든 총독부든 어차피 그게 그거니까.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 아닙니까.”

       “남만주 총독부 설치 문제는 지금 처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이어지는 다급한 문제가 있으니까요.”

       “대체 그 문제가 무엇입니까?”

       “그 조선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현재 일본의 가토 다카아키 내각에게 시급한 문제는 조선문제였다.

       

       원 역사와 달리 일단 형식적인 총독부가 존재할 뿐, 사실상 일본 본국에서 조선문제까지 담당하면서 조선 관련 부서에서는 매일 같이 머리 깨지는 일 뿐이었다.

       

       

       “조선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왕가의 격하가 이루어져 이제 더는 이왕가를 중심으로 뭉칠 생각은 없는 듯하지만, 그간 터무니없이 전비가 쓰였소. 여기에 지나 진출하자고 군비 증강하자니. 대지진 피해의 수습도 겨우 한 판국에. 끙.”

       

       

       터무니 없이 나가는 전비.

       

       조선에서 쌀을 들여오고는 있으나, 국내에서 일을 해야 할 장정들을 조선에만 묶어뒀으니 여기서 들어가는 손해는 막심했다.

       

       

       “아니, 조선총독부가 어떻게 협조했길래 그리 적자가 납니까? 중국에 소화기도 팔지 않았습니까?”

       “총독부의 탄압정책 때문에 조선인의 민심이 엉망이 되었소. 여기에 조선 주둔군에 대한 각종 사보타주도 있어서. 나오는 거 없이 드는 돈만 많으니 이거야 원. 그나마도 만철이 있어서 다행이지.”

       

       

       재무 장관 와마구치 타케유키는 졸지에 조선 쪽으로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내심 불만을 표했고.

       

       

       “조센징들이 더는 쳐들지 못하도록 남한대토벌 때처럼 철저히 다시 토벌해야 합니다!”

       

       

       육군 대신 우가키 카츠나리는 강경하게 나왔으나,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이 모양인 것이다.

       

       가토 다카아키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필이면 이런 어려운 시기에 총리직을 맡다니.

       

       

       “그러니 일이 더 이렇게 된 것이겠지요. 일단 조선은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싫든 좋든 지나 진출을 하려면 조선에서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하니까요.”

       

       

       괜히 무력으로 짓밟아봐야 후일 전쟁에서 조선인들이 더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

       

       전쟁이 예정되어있지 않다면 조선인들을 아예 힘으로 짓밟을 수도 있지만, 군부에서는 이미 지나 진출을 생각하고 있고, 대부분의 관료도 대지진과 조선 문제로 본 피해를 남만주만으로 때우지 말고 지나 침공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조선은 안정시키는 게 당면한 현실이었다.

       

       

       “차라리 조선인들의 남만주 이주를 장려하게 하고 총독부 권한을 우리가 받아와야 합니다. 조선에서 전비를 더 소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하면 굳이 무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조선문제에 주력군이 묶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내지인들을 조선으로 이주시키는 것도 괜찮고 말입니다.”

       

       

       어차피 이왕가 격하로 더는 이왕가를 명분으로 들고 일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금껏 조선인들의 불만 때문에 불안해서 군대를 남겨둔 것이지만, 이 문제의 원인이 될 조선인들을 남만주로 이주시키면?

       

       

       “그럼, 조선을 내지로 편입하겠다는 뜻입니까? 당장 황국 신민들이 반발할 게 뻔합니다.”

       

       

       원래 역사보다 조선반도가 더욱 뒤숭숭한 이 시기,

       

       일본은 실제 역사보다 대놓고 야심을 보이며, 중국으로 진출을 노리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남만주와 조선 반도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여 일본은 조선을 내지와 동화시키기 위해 내선일체 구호를 내걸었으나, 정작 여전히 식민통치를 정당화할 뿐이었다.

       

       조선인들이 이왕가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과, 그 이왕가를 격하, 그리고 군대 주둔으로 조선반도에 들어가는 전비가 만만치 않은 정부 관료들은, 이 먹어도 적자만 나오는 조선반도를 최소한 조선인들을 유화적으로 대하면서 진정한 황국신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게 해야 중국 침공 때 후방이 안정되고 나아가 병력도 더 충원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왜 조선인들이랑 동급이야?”

       “뭐? 내선결혼을 장려한다고? 미쳤어?”

       “엄마 쟤, 조선 남자랑 결혼했데!”

       

       

       조선에 유화적인 정책은 신민들의 반발만 불러왔고, 조선인들 역시 고유 문화와 민족성을 잃을 까봐 더욱 반발했다.

       

       

       “이 왜놈새끼들아. 우리가 왜 니들 말을 배워야 하냐!”

       “신사참배? 웃기는 소리!”

       “총칼로 들이밀면 다 될 줄 알고? 일본군은 물러가라!”

       

       

       그것이 여기까지 이어졌으니.

       

       결국 다시 떠오르는 건 남만주를 총독부로 승격시키는 것이었다.

       

       만철은 지금까지처럼 기업 운영만 하게 하고 총독부를 설치하여 조선총독부와 일을 나누게 하는 것.

       

       

       “역시 그럼 남만주인가.”

       “어차피 남만주를 취한 명분 중 하나가 황국신민인 조선인들이 남만주에 머물고 있으니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아닙니까?”

       

       

       맞다. 처음 남만주를 기습 점령할 때의 명분은 황국신민인 조선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굳이 회사가 아닌 총독부를 설치하고, 조선총독부와 남만주가 함께 하는 것이 맞았다.

       

       

       “이참에 총독부로 승격시키고 본격적으로 남만주와 조선을 이어 붙입시다. 남만주에도 총독부 문제를 해결할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죠.”

       “대지진을 예언한 러시아 차르요. 무타구치 렌야 만철군 사령관을 콕 집은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그 차르가 추천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무타구치 렌야의 능력이 뛰어나서인 건가.

       

       확실히 당장 조선총독부와 달리 남만주는 안정적이다.

       

       물론 애초에 남만주는 조선인 비율이 꽤 적은 편이지만, 본토에서 넘어간 사람도 있고, 만주족이나 한족들도 함께 있으니 더 분란의 요지는 컸다.

       

       속사정을 따지면 처참한 중국의 상황에 그냥 남만주에 남은 한족과 만주족, 그리고 반항하는 조선인들을 모조리 북만주로 보내버리고 순응하고 사는 조선인들만 있어서 가능한 일종의 통계 조작이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무타구치 렌야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의 차르가 인정했기에 좀 더 신뢰가 갔다.

       

       무엇보다 일본 자국내 사정도 컸다.

       

       후일 중국을 노려야 하는 입장에서 군비증강까지 하려면 어지간히도 적자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그런데 의미부여할 필요가 있습니까. 급한 불은 꺼야지요. 조선 주둔군을 철군시키기 전에, 총독부 군대를 동원해 남만주로 좀 이주시켜야 합니다.”

       “중국이 항의하지 않겠습니까.”

       “그깟놈들이 항의해봤자지요 하하핫.”

       “좋습니다. 그럼, 남만주 총독부 승격을 승인하는 바요.”

       

       

       만철의 남만주총독부 승격.

       

       이것은 기존에 그간 만철이라는 회사이름으로 운영하던 남만주를 정식으로 일본 외지에 통합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당연히 여기에 대해 중국 각 군벌들은 항의했지만, 항의할 뿐, 이미 만철시절부터 남만주를 경영한 일본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 * *

       

       

       일본의 전설적인 명장, 연합군의 밀정, 어둠의 독립군 모전구와의 만남을 끝으로 나는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채점할 것이 엄청 많더라고.

       

       그래봤자, 일단 우리 늦깍이 학생들이 알아서 잘해서 나는 그냥 서명하는 수준에서 끝났지만.

       

       다만 친서 관련해서 일본측에서는 따로 연락은 해 오지 않았다.

       

       애초에 나도 거의 사적으로 의견만 보낸 것이다.

       

       그야 편지를 보낸 사람이 차르다. 당연히 국가일을 내정간섭하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적당히 이자가 북만주 총독과 친한 편입니다~하면서 적당히 남만주 총독으로 급이 같으면 좋을 텐데~하고 이렇게 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간만에 출두한 두마에서 오늘 즐거운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이 내 말을 들었다고?”

       “음, 여긴 좀 사소한 배경이 있습니다. 폐하의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일본 내에서도 문제가 좀 있더군요.”

       

       

       외교부 장관 바실리 하를라모프의 말이었다.

       

       복합적인 문제라는 건가.

       

       하기야 내 말에 예하고 따른다면, 나는 다음에 혹시 얌전히 조선독립시킬 생각은 없으십니까? 라고 편지를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놈들이 아니지만.

       

       조선에서 적자가 난다고 해도 그놈들은 꼴에 제국주의 국가라고 식민지를 놓아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무슨 문제요?”

       “일본이 내선일체 구호를 세우면서 각종 동화작업을 한 모양인데. 그게 일본과 조선에서 반발이 심한 모양입니다.”

       “조선인들에게 각종 일본 문화를 배우게 하고, 창씨개명 등 각종 동화계획. 흠.”

       

       

       당연하겠지.

       

       일본인들이야 한참 아래로 보는 식민지인이 자기들과 대등해지는 것이 싫을 테고, 조선인들은 자기네 민족성을 말살시키는 거 같을 테니.

       

       다 반발이 튀어나올 만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수에 던진 돌멩이 하나가 동심원을 그리는 법이죠.

    이 세계선에서 이왕가 문제로 군대 조선 주둔을 시작으로 대지진, 너무 이른 남만주 진출 등등. 연성자치 상태의 중국 상황에 훗날 중국 진출을 생각한 일본은 유화책을 벌여 내선 동화 정책에 나섰습니다.

    표지 바꾸자마자 순식간에 작품 1일 조회수가 두배 올랐네요. ㄷㄷ 독자 여러분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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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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