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19

       다시 한번 시야가 어두워진다.

       

       

       -그러니까. 진작에 잘랐어야 했다니까. 학벌 좋고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했었어.

       

       

       흐릿한 시야 사이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조금은 신이 난 듯한 목소리로 떠드는 나의 목소리는 깨진 그릇을 긁는 것 같은 날카로운 주제를 가지고 재미난 듯 떠들고 있었다.

       

       

       -오히려 그 버러지가 그만둔다고 해서 다행이지, 돈만 축내고 있었다니까.

       

       

       ‘…’

       

       

       올리비아는 ‘버러지’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닥쳐.’

         

         

       다시 눈을 뜬 곳은 화려한 연회장이었다.

       

       

       모두가 근사한 옷을 입고 있었고 모두가 웃고 있는 화려한 연회장.

         

         

       방금 전까지 있던 리카르도의 초라한 방과 다르게 지독하리만큼 화려한 샹들리에가 있는 무대 아래.

       

       

       그곳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자신이 귀족 영애들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찰랑거리는 보랏빛 와인을 들고 조명에 비춘 뒤, 잔을 빙글 돌리는 자신의 모습은 어딘가 많이 신나 보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마시는 공기도 아깝다고 걔한테 나가라고 했지.

       -푸하하. 미친! 안 울었어요?

       -울면 어쩌겠어, 맞는 말 한 건데.

       

       

       환상 속의 나는 오랜만에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겉으로는 사람과 친해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실 친구가 많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으니까. 신이 난 것 같았다.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말하고.

       자극적인 주제를 더욱 자극적으로 꾸며내는 것이 아카데미 시절에 내가 하던 행동이었으니까.

         

       

       강해 보이고 싶었고 동시에 관계에서 우위를 얻고 싶었다.

       

       

       나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서툴렀으니까.

       

       

       조잡한 핑계지만 리카르도가 아니라면 자신에게 친구라고 부를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몰랐다.

       

       

       돈을 주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대신 괴롭혀주면 감동하고, 권력이 있으면 친구들이 다가왔으니까. 그런 이미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밖에 친구를 사귈 줄 몰랐다.

         

         

       리카르도는 살갑게 대해보라며 우정을 중요시했지만 나는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언제나 그랬듯 내 주변 사람은 권력을 보고 다가온 사람들뿐이었다.

       

       

       현실은 가문이 몰락하면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전부였지만 말이지.

       

         

       그래도 나는 좋아했다.

         

         

       외롭지 않았으니까.

         

         

       -푸하하!

       

       

       웃음소리가 들려 온다.

       

       

       환상 속의 나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그들의 웃음이 가식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관심을 좋아하고 있는 나의 얼굴도 가식에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가짜뿐인 이 사교회 공간 속에 나는 한 걸음 다가가 환상 속의 자신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리카르도가 아파.’

       

       

       자꾸만 목소리가 떨려온다.

       

       

       ‘리카르도가… 많이 아파.’

       

       

       리카르도를 향해 악의적인 말을 뱉는 자신을 향해 올리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자꾸만 침대에 누워있는 리카르도의 얼굴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간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리카르도의 모습이 올리비아의 눈가에 계속해서 아른거리고 있다.

       

       

       ‘리카르도가 많이 아프다고…!’

       

       

       거칠어지는 숨소리를 들을 리 없는 환상 속의 나는 그저 웃기만 반복하고 있을 때.

       

       

       천천히 무도회의 음악이 시작되고 하나둘씩 파트너를 찾아 사라지는 가식이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사라지던 중.

       

       

       나는 언제나 그러했듯 혼자가 되어 외롭게 서 있었다.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재미없어.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옆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어도 정작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눈길도 안 주는 자신의 처량한 모습에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었다.

       

       

       유리아와 빛나는 미하일의 옆에는 사람이 가득하게 붙어있었지만, 절벽 위에 핀 꽃처럼 홀로 있는 자신은 외로이 와인만 홀짝일 뿐이었다.

       

       

       -짜증나.

       

       

       환상 속의 자신은 고개를 숙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 그 지랄을 하냐고, 조용히 있으면 밥그릇은 지킬 수 있을 텐데.

       

         

       -뭐가 불만인데.

         

         

       -내가 뭘 못 해줬는데, 그만두냐고.

         

         

       -바보.

         

       

       환상 속의 나는 아직도 화가 나 보였다. 헤어질 때, 욕을 하고 간 리카르도가 괘씸하고 다시 돌아오면 혼을 내고 싶어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다시 돌아오기만 해봐.

       

         

       리카르도를 기다리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그런 자신을 향해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같이 이럴 시간이 없다며 자신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안 돌아와… 못 돌아온다고.’

       

       

       다시 볼 수 없는 꿈을 꾸는 것뿐이었다. 환상 속의 나는 말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저 멀리서 익숙한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홀로 서 있는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수수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는 여자는 내 눈치를 한 번 보고는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한숨을 뱉었다.

       

       

       -할 수 있어. 물어보는 거야.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보는 환상 속의 나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기…

       -하아. 뭐야 기분 더럽게.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올리비아 공녀님.

       

       

       외롭게 떨어진 자신에게 찾아온 사람은 유리아였다. 겁먹은 토끼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서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유리아는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고는 차가운 눈을 뜨고 있는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괴롭힘과 어쩌면 리카르도가 없어서 괴롭힘의 강도가 강해졌을 때의 유리아는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참아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카르도 씨는 어디 있나요? 요즘에 같이 안 다니시는 것 같은데.

       -뭐?

       -혹시…

         

         

       유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리카르도가… 많이 아픈가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게…

       -너랑 나랑 이런 안부 물을 사이는 아닐 텐데. 더러운 평민이 말 거는 것도 불쾌하고.

       

       

       이쯤 하면 떨어져 나가던 유리아는 평소와 다르게 두 다리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겁먹어서 후들거리는 유리아의 다리가 우스운 환상 속의 나는 유리아의 다리를 보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만뒀어.

       -네…?

       -그만뒀다고.

         

         

       유리아의 얼굴을 당황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평소 자신이 괴롭힐 때보다 더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리카르도가 그만뒀다니요.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그게…

       -짜증 나게 말 걸지 말고 꺼져. 기분 안 좋으니까.

       -그러면 안 되는데….

       -뭐?

         

         

       유리아는 자리를 뜨려는 올리비아의 손을 거칠게 잡았다.

         

         

       -혹시, 리카르도가 무슨 말 한 적 없나요?

       -안 했어.

       -그러지 마시고 잘 생각해보세요.

       -귀찮게 하지 말고 꺼지라고.

       -올리비아!

         

         

       덥석. 유리아는 올리비아의 손을 꼭 잡으며 떨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하? 올리비아?

       -정신 차리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정신은 네가 차려야 할 것 같은데. 건방지게 어딜 이름으로 불러.

       -제발 제 말 좀 들어보라고요.

         

         

       유리아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무서운 괴물을 본 것 같은 눈동자는 파르르 떨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저는 치유사예요.

       -네가 치유사니까 뭐 어쩌라고 나 보고 건강검진 받으라고?

       -아니요.

         

         

       환상 속의 나는 더럽다는 듯이 손을 잡은 유리아의 손을 내려다봤다. 눈살을 찌푸리며 당장에라도 떨어뜨리고 싶다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노려보는 올리비아의 표정에도 유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말을 뱉었다.

         

         

       -얼마 전에 수도에서 리카르도를 본 적 있어요.

       -…어?

       -너무 달라서 못 알아봤는데, 분명 리카르도였어요.

         

         

       리카르도의 근황에 대해 오랜만에 들은 올리비아의 눈동자는 파르르 떨려왔다. 미묘한 변화였지만 올리비아의 얼굴에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약국에서 약을 한가득 사서 갔어요. 자세히는 보지 못했는데, 진통제로 보였거든요. 엄청 강한 진통제요.

       -…네가 잘 못 본 거겠지.

       -그럴 수도 있죠. 그럴 수도 있는데…

         

         

       유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올리비아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물어봤어요.

         

         

       유리아는 떨리는 눈동자로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아무 일도 없는 거죠?

       -…

       -아무 일도 없는 거 맞죠?

         

         

       계속되는 물음에 올리비아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더니 차가운 말을 뱉었다. 마음속에 설마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럴 일이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랑 뭔 상관인데.

       -네?

       -걔가 죽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냐고.

         

         

       유리아는 고개를 내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하…? 뭐라고?

       -만약에…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리카르도가 잘못되면….

         

         

       살의를 담은 유리아의 표정은.

         

         

       -각오하세요.

         

         

       *

         

         

       연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길목 한구석에서 검은 두건을 쓰고 있는 한 남자가 나무 의자에 앉아있었다.

         

         

       바퀴가 달린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는 올리비아를 그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영애들과 함께 거리를 걷는 올리비아는 남자를 슬쩍 보고는 어깨를 떨었다.

         

         

       왠지 모를 익숙함에 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옆에 서 있던 영애 한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걸어왔다.

         

         

       -저 남자 손 봤어요? 엄청 징그러운데.

       -왜.

       -저기 저 팔 봐봐요.

         

         

       올리비아의 눈에 팔걸이에 손을 얹은 남자의 흉측한 손이 보였다.

         

         

       썩어 문드러지고, 흉측한 흉터가 가득한 손이 올리비아의 눈에 보였다.

         

         

       올리비아는 남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쪽팔려.

         

         

       다시 바라본 남자의 모습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가냘프게 어깨를 떨고 있었다.

         

         

       [시점이 이동됩니다.]

         

         

       [〈3번째 외전〉 ‘어느 악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마지막 장. ‘저는 언제나 아가씨의 편이랍니다.’가 시작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이모티콘…!을 사랑해주신 독자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비극적인 소식입니닷…!
    18, 19일은 가족 여행으로 휴재입니다!
    죄송합니닷!

    추신)
    저번 화에서 상태창에 대해 추축하시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 요정 깜짝 놀라는 댓글도 봤고, 완전히 헛다리를 집으신 독자님의 댓글 또한 봤습니다!
    독자님들의 추리력은 정말 무섭더군요.

    이 요정 독자님들 덕분에 항상 웃고 있습니닷!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틀 연속으로 휴재하는 요정의 괘씸한 일에 자비를!
    독자님에게 올해 행복한 하루가 계속될 수 있는 행복의 요정! 야식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로 50후원 감사합니다!

    이 요정…! 압도적인 감사를 드립니다!
    올리비아의 회상 파트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 헛다리를 잡으신 분들이 보입니닷!
    이 요정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상태창 때문에 독자님들이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닷!
    한가지 힌트를 드리자면은 리카르도의 재능은 천부적인 재능이 크다는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닷!
    상태창이 없어도 더럽게 강하다는 뜻…! 입니닷!

    독자님에게 오늘은 강력한 왕의 자질을 가질 수 있는 이세계의 요정! 상태창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