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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둘째 도련님이 오셨다!

         

       그 한마디에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가솔들.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지만, 낯익은 얼굴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가 ‘백우진’이 어렸을 적, 좀처럼 성취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을 돌린 이들이었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어린아이가 차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깨닫게 될 정도로 매몰찼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몸을 환영하고 있다.

         

       백우진은 이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는가 하면.

         

       ‘허, 참.’

         

       별다른 생각 없었다.

         

       원래 대다수의 인간이 그러하다.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백우진’은 이들에게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배신감과 미안함.

         

       ‘웃긴 새끼야, 아주.’

         

       자기들이 멋대로 기대했다가 실망하여 뒤돌아선 놈들에게 미안함은 대체 뭐란 말인가.

         

       사실 백우진의 입장에서 배신감도 딱히 공감이 가는 감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기회 아닌가.

         

       내가 품어야 할 사람과 아닌 사람을 명확하게 가를 수 있게 도와주는데 말이다.

         

       “학관에서의 활약은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도련님!”

       “흐하하하! 어릴 때 보았던 무재가 드디어 깨어났나 봅니다!”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 모두 장성하시니, 우리 백가의 미래가 아주 밝습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말들에 백우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짧지 않은 여정을 통해 돌아온 사람에게, 그것도 손님까지 줄줄이 데리고 온 마당에 여독을 풀 수 있도록 방을 내어주지는 못할망정 계속 시끄럽게나 하고 있다.

         

       자기들 기억 속에 있는 순박한 둘째 도련님은 이런 것쯤 웃으며 넘어갈 줄 알았던 걸까.

         

       ‘확 엎어?’

         

       한 번 시원하게 엎어버릴까 생각하다가 이내 참았다.

         

       어쨌든 오랜만에 돌아온 집인데 첫날부터 서로 얼굴 붉히는 건 면해야겠다 싶어서.

         

       “다들 오랜만에 뵈어 기쁜 마음은 이해합니다. 허나, 제 뒤에 있는 동료들부터 쉬게 하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아이쿠, 이거 참! 손님들을 모셔두고 실례했네.”

         

       가솔들 중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가주와 함께 가문 내의 대소사를 담당하는 두 총관 중 한 명인 내총관 백명신이었다.

         

       동시에 가주인 백영학의 동생이며, 백우진에겐 숙부 되는 이였다.

         

       또한 가문 내에서 백무혁과 ‘백우진’을 그저 다 같은 조카로서 베풀어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자, 조만간 연회를 열 테니 오늘은 이만들 돌아가시게.”

         

       백명신의 지휘 아래에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리를 마련한다는 말에 가솔들은 하나둘씩 발걸음을 돌렸고, 먼발치에서 구경하고 있던 하녀들은 그의 손짓에 급히 다가와 조원들을 객당으로 안내했다.

         

       “미안하구나, 우진아. 내 조원들에게도 잠시 후에 정식으로 사과하마.”

       “고맙습니다, 숙부.”

         

       백우진은 깍듯하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 그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가주전에 계십니까?”

         

       아무리 좋지 않은 사이라곤 하나, 오랜 여정 끝에 집으로 돌아왔으니 인사는 전해야 했다.

         

       마지못한 그의 물음에 백명신은 고개를 저었다.

         

       “화산파에 가셨다. 최근 혼란스러운 섬서의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화산파에서 섬서 지역 유력 가문과 문파들을 모아 회의를 주최했다.”

       “그렇군요.”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백우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집에 붙어 있는 이상, 한 번은 봐야 하는 얼굴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니란 생각에 답답했던 속이 조금은 시원해졌다.

         

       “형님이 오시려면 며칠 걸릴 테니, 그동안 푹 쉬거라.”

       “예, 그럼.”

         

       흐뭇한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는 백명신을 뒤로한 채, 백우진은 제 방으로 향했다.

         

       낯설음과 낯익음 사이의 어딘가에서 길을 찾아갔다.

         

       아무리 멸시당해도 집안 둘째 아들이라는 건 확실히 하고팠는지, 백호각이라 명명한 제법 커다란 전각 한 채가 그의 거처였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덩치가 우람한 하인과 하녀 몇몇이 나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모두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딱 봐도 백우진의 명성이 귀에 들려올 무렵부터 백호각을 관리하기 위해 고용한 이들이 아닐까 싶다.

         

       “방은 깨끗하게 치워두었으니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저녁은 언제쯤….”

       “아, 나가서 먹을 거니까 오늘은 안 차려도 돼.”

       “옙, 그럼 편히 쉬십시오!”

         

       군기가 꽉 잡힌 그를 돌려보낸 뒤, 백우진은 메고 있는 짐을 방 한구석에 내려놓았다.

         

       “흐음.”

         

       보는 곳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몇몇 기억에는 신예화와 유화연의 모습도 함께였다.

         

       “새끼가 어릴 때부터 발랑 까져선.”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거늘, 여인을 둘이나 제 방으로 들이다니!

         

       “에휴.”

         

       평소였으면 그냥 넘기고 말았을 기억들이 지금은 조금 괴롭게 느껴졌다.

         

       기억속에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유화연과 신예화.

         

       이 두 사람의 존재가, 이곳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된다.

         

       느릿하지만 착실하게 따라붙는 기억들을 떨쳐내기 위해 방을 나서는 백우진.

         

       “나갔다 올게.”

       “다녀오십시오, 도련님!”

         

       대문 밖까지 나선 그는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 대로변의 풍경을 눈으로 살폈다.

         

       백가가 자리 잡을 때만 해도 작은 고을에 불과했던 백하현은 백가와 함께 성장을 거듭하여, 이제는 섬서를 대표하는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수십의 인파가 거니는 대로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도착한 곳은 제법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은 구멍가게였다.

         

       “어서옵셔.”

         

       코 옆에 커다란 왕점을 갖다 붙인 사내가 인사를 건네왔다.

         

       백우진은 사천에서와 마찬가지로 패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이를 본 사내의 눈이 점점 커졌다.

         

       “아이고, 제가 중요한 손님을 몰라뵀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제 뒤편에 위치한 커다란 상자를 옆으로 쭉 밀어내더니 마루로 되어 있는 바닥을 들어 올렸다.

         

       익숙한 계단이 드러났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지하를 참으로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익숙한 것 투성이였다.

         

       익숙한 계단, 복도, 끄트머리의 방.

         

       “어서 오십시오. 백하 지부장입니다. 흑구(黑九)라 불러주십시오.”

         

       심지어 익숙한 이름까지.

         

       자리에 앉은 백우진이 그에게 물었다.

         

       “부탁한 정보는?”

       “취합해 두었습니다.”

         

       그는 제 발아래 서랍을 열어 두툼한 종이뭉치를 꺼내어 백우진에게 건네주었다.

         

       학관의 지부장에게 미리 부탁해둔 섬서성에 대한 정보들이었다.

         

       섬서성이 그려진 지도 위로 장보도가 처음으로 나타난 위치부터 시작하여 어디서 누가 빼앗았고, 또 누가 빼앗겼는지 그 경로가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장보도 말이야.”

       “예.”

       “누가 정보를 퍼뜨린 거지? 원주인은 꽁꽁 숨기려 했을 텐데.”

         

       보물 지도를 품에 넣고 있는 이가 자신의 입으로 이에 대해 떠벌리고 다닐 리가 없다.

         

       흑구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알아보려 했습니다만, 출처를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

         

       출처가 불분명하다.

         

       백우진의 의심이 더욱 깊어졌다.

         

       너무나도 공교롭지 않은가.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개떼처럼 몰려와 섬서 일대를 혼란에 빠트린다는 것이 말이다.

         

       종이 뭉치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백우진의 얼굴은 소태를 씹은 것처럼 일그러져갔다.

         

       “완전 개판이구만.”

         

       개판이라는 말밖에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를 중재하기 위해 무림맹과 사흑련은 각각 청룡단과 흑풍대를 출격시켰다.

         

       그들의 출격 소식이 장보도 쟁탈전에 참여하고 있는 무인들에게도 전해졌다.

         

       그 결과.

         

       “더 미쳐 날뛰고 있네.”

         

       처음에는 그래도 눈치가 보였는지 밤에만 이루어지던 살인이, 이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청룡단과 흑풍대가 도착하는 순간, 자신들에게 혈수마녀의 유산을 습득할 확률이 하염없이 줄어든다는 것을 말이다.

         

       ‘이걸 어쩐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만약 이 모든 난리가 마교의 철저한 준비로부터 이루어진 계략이라는 가정.

         

       ‘장보도는 진짜일 확률이 높겠지.’

         

       장보도가 가짜라면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서로 죽고,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니 장보도에 표시된 지역에는 무엇이 되었든 존재할 확률이 높다.

         

       ‘그때부터 더 큰 혼란이 벌어질 테고.’

         

       이미 적잖은 피가 흘렀지만, 냉정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식전 행사에 불과하다.

         

       정파와 사파를 대변하는 무림맹과 사흑련.

         

       그리고 그들이 자랑하는 무력 단체인 청룡단과 흑풍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중재, 라는 평화적인 말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동일할 터.

         

       ‘서로 가지려 하겠지.’

         

       혈수마녀는 정확한 근원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단은 정사지간의 무인이라고 봐야 했다.

         

       정사의 고수 수십을 손쉽게 해치운 그녀의 무공이 어느 한쪽으로 넘어간다면.

         

       그로 인해 정파를 대표하는 존(尊), 사파에서 황(皇)이나 제(帝)의 별호를 지닌 절세의 고수가 더 나타나게 된다면.

         

       서로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세력 구도가 한쪽으로 치우쳐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끝나는 최악의 전쟁이.

         

       물론 어느 정도 비약이 섞여 있는 가정이다.

         

       두 단체의 대표들도 머리가 있고, 보좌하는 이들도 수두룩한데 마교의 침공을 떠올리지 못하는 바보들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거지.’

         

       반대로 생각하면 마교의 입장에서 그들이 안 싸우면 싸울 때까지 기다려주겠냐는 거다.

         

       이미 세력 구도도 망가뜨려 놨겠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양쪽에 심어둔 간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터다.

         

       ‘장보도가 나타난 이상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장보도를 탈취하여 태워버릴까 생각도 해보았다.

         

       ‘한 장만 있을 리가 없지.’

         

       사라진 장보도를 대신할 또 다른 복사본이 나돌 것이 분명했다.

         

       “으음….”

         

       ‘여러분, 이거 다 마교 놈들의 소행인 거 아시죠오오!’라고 외쳐봤자 장보도 노리려고 잔꾀 굴리는 놈 취급받을 테니.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 뿐이다.

         

       ‘내가 먹자!’

       

       

       가장 깨끗한 내가 먹는 수밖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현재 다음편이 반정도 집필되어 있어서 새벽중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연참 맞지요,,,?

    한번에 두편 올리려고 했는데, 요즘 한 편 작성하는 데에 시간이 더 길어져서 쉽지가 않네요.

    글이 안 써진다기 보다는,,, 나아진 점이 없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매번 같은 말을 쓰기보다 여기서 다르게 쓰일 단어나 표현이 있을까 궁리해보기도 하고, 그렇읍니다…

    아무튼 빠르게 써서 새벽중으로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시는 것보단 아침에 읽으시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다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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