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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이런, 진짜로 커피 때문에 이렇게 될 줄이야.

       

       하지만 아르는 카페인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하고, 나를 애타게 불렀다.

       

       “아빠, 아르 엉덩이 토닥여 조. 그럼 잘 수 있을 거 같아!”

       

       예로부터 아르를 진정시킬 때 특효약이었던 엉덩이 토닥이기.

       

       하지만.

       

       “아르야, 지금 잠이 안 오는 건 아르가 아까 커피를 많이 마셨기 때문이란다.”

       “커피 때문이야? 왜에에?”

       

       아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피엔 잠을 쫓는 성분이 들어가 있거든. 그래서 잠들기 6시간 전에는 안 마시는 게 좋아.”

       “히잉…. 커피 좋은데…. 많이 마시고 싶은데….”

       

       아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실비아가 침실로 들어왔다.

       저 멀리서 물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욕실 쪽에 들렀다 온 것 같았다.

       

       “아르야! 씻지도 않고 바로 누우면 어떡해. 지금 물 받고 있으니까, 가서 엄마랑 목욕 하자. 목욕하고 나면 노곤해서 잠도 잘 올 거야.”

       “목욕!”

       

       따끈한 물에 몸을 담글 생각을 하니 금세 신이 난 아르가 벌떡 일어났다. 

       

       “아빠, 목욕하러 가자!”

       

       그리고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실비아는 그런 아르를 만류했다.

       

       “아르야, 아르도 이제 요만큼 컸는데 아빠랑 목욕하는 거 민망하지 않아?”

       “우응! 하나도 민망 안 해! 아빠랑 목욕하고 싶어!”

       

       아르의 당당한 대답에 실비아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엄마랑 목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르는 아빠랑 목욕하구 싶어! 셋이 같이 하면 안 대?”

       “그, 그건 좀 그런데….”

       

       실비아가 얼굴을 붉히자 아르는 볼을 부풀렸다. 

       

       “아빠랑 할 거야! 아빠, 어서 목욕하러 가자.”

       

       아르는 방방 뛰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실비아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좋아, 그럼 아빠랑 목욕하는 대신 아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하기. 어때?”

       “우응? 그건 상관없어! 아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도 돼?”

       “그럼. 우리끼리만 있을 때는 언제든 귀여운 용 모습으로 돌아와도 되지.”

       “그럼 돌아올게!”

       

       아르는 눈을 꼬옥 감았다.

       

       “잠깐! 아르야!”

       “우응?”

       

       아르가 주먹을 꼭 쥐기 직전, 실비아가 급히 아르를 불렀다. 

       

       “옷은 벗고 해야지, 응?”

       

       ***

       

       화악!

       

       빛무리가 아르를 감싸고, 곧 아르가 드래곤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쀼우! 아르 돌아와써!”

       

       드래곤 티가 나긴 하지만 여전히 말랑해 보이는 아르를 보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우리 아르, 역시 너무 귀여워.”

       “헤헤, 아르 귀여어?”

       “세상에서 제일 귀엽지.”

       “헤헤헤…. 레온이 체고야!”

       

       나는 아르의 말랑한 볼을 마사지해 주었다.

       

       한편 실비아는 아르가 벗어 놓은 예쁜 옷을 바라보았다. 

       

       “흐음, 그런데 밖에서 또 변신할 일이 있으면 옷은 어떻게 하죠? 그때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입히고 벗겨야 하나…?”

       “그러게요.”

       

       키는 변신 전이나 후나 그대로였지만 덩치 때문에 만약 변신하기 전에 옷을 안 벗었더라면 아르가 가장 맘에 들어 하던 저 옷은 지금쯤 찢어져 뒹굴고 있었을 것이었다.

       

       “레온, 옷 가지고 다니는 거 때메 그러는 고야?”

       “응. 혹시나 아르 혼자서 얼른 변신하고 와야 될 때도 있으니, 옷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텐데.”

       “그런 고라면 아르 요거에 보관할 수 이쓸 거 가타!”

       “응?”

       

       아르는 말을 마치더니 공중에 통통한 팔을 뻗었다. 

       

       우웅.

       

       그러자 공간이 갈라지더니 웬 진보라색 입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실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아공간 마법…?”

       “드래곤만이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던….”

       

       아공간 마법.

       자유롭게 이용만 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 온 마법.

       

       하지만 그 마법의 원래 주인은 드래곤이었다. 

       

       ‘애초에 마법사들이 아공간 마법을 쓰는 드래곤을 보고 연구하기 시작한 거니까.’

       

       결국 세기의 대마법사들이 아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 성공하긴 했지만, 드래곤만큼 자유롭게 다루는 데에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엄청난 마법을….

       

       ‘그래, 드래곤이니까 사용할 수 있는 거겠지.’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폴리모프를 할 수 있게 된 것.

       그게 이번 성장에서 찾은 드래곤으로서의 능력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공간 마법을 쓰는 걸 보면 말이다. 

       

       “요기다 아르 옷 보관할 수 이써!”

       

       아르는 실비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실비아가 홀린 듯 아르의 옷을 주자, 아르는 아공간 안에 옷을 쏙 넣었다. 

       

       “헤헤, 레온이 제일 예쁘다구 해 준 옷. 요기다 소중하게 보관할 고야! 다시 폴리모쁘 했을 때 입을 고야.”

       

       아르는 만족스런 얼굴로 아공간을 닫았다. 

       

       “정말 놀랍네요.”

       “아르야, 혹시 아공간에 더 많은 걸 보관할 수 있을까?”

       “우응! 아마 될 거 가타. 보관할 수 있는 곳 지이인짜 널버!”

       

       아르의 말대로라면 이제 마차에 엄청난 무게의 짐짝을 싣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물론 사람들의 눈이 있으니 평소에는 적당히 싣고 다니는 게 좋겠지만, 이렇게 마부도 없이 조용히 우리끼리 길을 떠나려 할 때는 아공간 마법만 한 게 없을 터.

       

       마차가 가벼워지면 말들도 덜 지치고, 속력을 내기도 좋다. 

       

       아르 덕분에 앞으로의 여행길이 훨씬 편해질 것 같았다. 

       

       “레온, 얼른 목욕 가자! 아르 씨워어어언한 물에 몸 담그고 시퍼!”

       

       아르는 내게 안기며 방방 뛰었다. 

       

       “하하, 그래. 아르야. 어서 가서 씨워어언하게 목욕하자.”

       

       실비아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 

       

       “레온 씨, 이거 챙겨 가요.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거예요.”

       

       실비아는 작은 향수 병처럼 생긴 걸 내밀었다. 

       

       “아아, 이게 그 입욕제군요!”

       “맞아요.”

       

       엘프의 농밀한 마나가 담긴 입욕제.

       물에 떨어뜨리면 피로 회복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그간 실비아 씨가 먼저 목욕을 할 때 물에 풀어 놓은 덕분에 목욕할 때 나나 아르나 아주 원기 충전을 잘 했었지.’

       

       그걸 직접 받아 들고 들어가려니 기분이 묘했다. 

       

       “목욕! 목욕! 레온이랑 목욕!”

       

       아르는 정말 신이 나는 듯 거실로 나가자마자 뛰어오르더니 욕실 문앞까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서 갔다. 

       

       “레온! 얼릉 와!”

       “그래, 그래. 가고 있어, 아르야.”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아르와 함께 욕실에 들어갔다. 

       

       쏴아아아.

       

       실비아 씨가 틀어 놓은 물은 어느새 욕조 밖으로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VVIP실의 커다란 욕실은 뭐가 달라도 다른 듯, 욕조 밖으로 넘친 물이 흐를 길이 나 있었고, 거기로 흘러 들어간 물은 작은 분수가 되어 한쪽에서 뿜어져 나왔다. 

       

       “우아아! 분수 머시써!”

       

       나는 커다란 욕조로 뛰어 가려던 아르를 쓱 잡아, 옆의 의자에 앉혔다. 

       

       “아르야, 그래도 욕조 들어가기 전에 씻어야지.”

       “히잉!”

       

       나는 비누 거품을 내 아르를 정성스럽게 씻겨 주었다. 

       

       ‘많이도 컸네.’

       

       이렇게 씻겨 주고 있으니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슴께까지 오는 키지만, 아마 한 번만 더 성장 구간을 거치면 나보다도 키가 커질 것이다. 

       

       그야말로 진짜 해츨링 티를 벗고 성체가 되어 가는 것이다. 

       

       “뀨우….”

       

       아직 이렇게 내 손에 몸을 맡기고 기분 좋게 뀨 소리를 내고 있는 거 보면 영락없는 아이긴 하지만….

       

       여튼 계속해서 쑥쑥 클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나의 작은 아르가 이렇게 크다니!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나한테는 귀여운 아르겠지만.’

       

       아르가 몇 살을 먹든 상관없었다. 

       

       아르는 성룡이 되어서도 귀여울 것이다. 

       

       …아마도.

       

       “뀨우.”

       “자, 다 됐다.”

       

       나는 따끈한 물을 아르의 머리 위에 부어 헹궈 주었다. 

       

       나도 가볍게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아르도 레온 씻는 거 도와주께!”

       

       이번에는 아르가 손바닥 젤리로 비누를 마구 비벼 거품을 낸 뒤, 내 등을 문질러 주었다. 

       

       “오오, 아르 제법인데?”

       “헤헤, 아르 잘 하구 이써?”

       “응. 잘 하고 있어.”

       

       아르의 말랑미끌한 젤리가 내 등을 문지르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곧 나도 머리와 몸을 헹구고, 아르와 함께 욕조에 들어갔다. 

       

       “크으으으…!”

       “쿠와아앙! 씨워어어내…!”

       

       나와 아르는 몸을 담그자마자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감탄사를 뱉었다. 

       

       “아, 맞다. 이거 써야지.”

       

       토독.

       

       실비아가 준 입욕제를 떨어뜨리자, 고농축된 순도 높은 마나가 물을 타고 촤악 퍼져 나갔다. 

       

       “와아….”

       

       확실히 입욕제를 넣자 그냥 일반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갔을 때와는 다른, 훈훈하면서도 몸을 가볍게 해 주는 기운이 몸 전체에 퍼지는 게 느껴졌다. 

       

       “피로 쫘악 풀린다….”

       “풀린댜아아….”

       

       나와 아르는 나란히 몸을 담근 채, 반쯤 누워 머리를 난간에 기대고 행복한 표정으로 목욕을 즐겼다. 

       

       한동안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뀨 소리만을 내던 아르는 얼마 후 피로가 많이 풀렸는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더니, 드넓은 욕조 안을 헤엄쳐 다니며 놀았다. 

       

       “쿠와아아앙!”

       

       물장구를 치면서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아르를 보며 나는 머리에 따끈한 수건을 얹었다. 

       

       “아르, 헤엄도 잘 치네.”

       “쿠와아앙!”

       

       그렇게 아르와 나는 만족스러운 목욕을 마치고 나왔고, 실비아도 곧 들어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갔다. 

       

       “개운하다, 그치?”

       “우응! 깨운해!”

       

       아르는 기지개를 쫘악 켰다. 

       

       그리고 나와 함께 침실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후아아암!”

       

       아르는 커다랗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품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온! 아르 이제 잠 와!”

       “그래? 잘 됐네, 아르.”

       

       아무래도 커피 때문에 잠이 안 왔던 건 인간의 몸으로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래, 드래곤의 몸으로 돌아오면 카페인이고 뭐고 다 분해되겠지.’

       

       아르는 어느새 졸린 눈을 끔벅였다. 

       

       “뀨웅….”

       “잘 자, 아르.”

       “우응! 레온도 잘 쟈….”

       

       아르는 몸을 꾸물거리며 내 품으로 쏘옥 파고들었다. 

       

       나도 아르를 꼭 안아 주었다. 

       아르의 온기가 느껴졌다. 

       

       “레온….”

       “응?”

       

       아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엉덩이 토닥여 조….”

       

       나는 그 말에 아르를 더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응.”

       

       아르는 행복한 얼굴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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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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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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