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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황제는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카데미를 다니는 동안 수업에서 발표할 기회가 강제로 주어진다고.

       교수가 발표를 시킬 때 이름을 호명당하지 않길 빈다고.

       아카데미를 다닌 적 없지만 지금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황제는 심호흡을 했다.

         

       ‘제발 나는 아니었으면.’

         

       하지만 황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발표 시간에 걸리기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그가 호명을 당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직감했다.

         

       ‘좆됐군.’

         

       이어진 실패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란다.

       하나만 해도 속이 더부룩한데 세 개가 하나로 모였다.

       삼위일체로 좆된 상황이 다가오자, 황제는 이를 아득 깨물었다.

         

       어느 것 하나 쉬이 넘어갈 게 아니다.

       뭐라 말해야 할까.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루트가 떠올랐다.

         

       여태까지 과묵함을 지키던 컨셉이었으니, 그에 어울리게 말을 아껴야 좋을까.

       가만히 침묵하고 있으면 지나가지 않을까?

       아니, 이건 분위기 상으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질서가 넘어가더라도 다른 녀석들이 걸고넘어질 게 뻔했다.

         

       아니면 이번은 잠시 ‘질서’를 위해 활동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힐끔 질서의 눈치를 보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계책이 있긴 하나….’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단단히 입지를 얻어내는 게 중요하겠지.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실망스럽다.”

         

       이 곳에 있는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시작했다.

         

       “…!”

         

       실망스럽다.

       그 문장에 담긴 여러 가지 감정 중 가장 확실한 건.

       한심함이었다.

       황제의 말에 대다수가 꿈틀했다.

         

       “흐으음….”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지금 뭐라 했지?”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그게 아니어도 잘못 말했다고 인정하며 뒤늦게 꼬리를 내리기를 기대한 사람도 있었으나─

       황제는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실망스럽다. 라고 했다.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아.”

         

       순식간에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미친 건가?”

       “여태까지 입을 다물고만 있었으면서 무슨…!”

       “어이. 입이 뚫려있다고 말을 막 내뱉어도 되는 건 아냐.”

       “저기요? 뭔데 우리의 수준을 논하는 걸까요?”

         

       모두 그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황제는 황제. 지도자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한 장면이었다.

       남들의 적의와 같은 감정? 익숙하다.

       황제라는 위치에 있으면 흔하게 접하니까.

         

       무뎌질 대로 무뎌진 황제는.

       지도자의 눈으로 모두를 훑어보았다.

         

       “닥쳐라 무능한 것들. 유능했다면 일이 이렇게 됐을 거라 생각하나?”

       “뭣….”

       “이 자리는 갤러리를 공격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닌가? 하지만 유의미한 타격을 준 이가 있나?”

       “….”

         

       침묵이 흘렀다. 그들도 안다.

       여태까지의 일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시도했다가.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은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실패한 녀석들은 우리랑 다른데 말이야~?”

       “우리까지 실패할거라 생각하는 건가?”

       “무능한 녀석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허어…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 하는 군.”

       “과소평가라.”

         

       황제는 그저 비웃음을 흘렸다.

         

       “과소평가가 아니라, 범부에 불과한 너희들을 냉정하게 평가한 거다.”

       “이 새끼가…!”

       “범부가 아니라 믿고 싶나? 그럼 반대로 묻지. 왜 갤러리를 공격해야 하지?”

       “뭣. 우리는 갤러리를 공격하러 모였다. 갤러리가 싫어서 모인 것 아니냐!”

       “네 이놈! 갤러리 첩자인거냐!!”

         

       분위기는 한 층 더 심각해졌지만, 황제는 더욱 여유로워졌다.

         

       “멍청한 놈들.”

         

       그건 너무 단순한 발상 아닌가.

       굳이 갤러리를 공격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으니, 실패하는 것 아닌가.

       황제의 냉정한 평가 속에서 어느 여인이 히죽 웃었다.

         

       “그 말은 즉, 당신은 가능하다는 이야기?”

       “당연히.”

       “그럼… 입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했으면 좋겠는데?”

         

       이제야 원하는 질문이 들리다니.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여주도록 하지.”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호언장담을 하는 황제를 ‘질서’가 빤히 바라보았다.

         

       그 이후의 회의는 엉망이었다.

       범부 발언으로 화가 난 이들이 절반.

       황제를 내쳐야 한다고 욕을 하는 놈이 절반.

       그리고 그 상황을 통제하기보단, 황제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며 기대하는 ‘질서’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기가 빨리는 군.”

       “괜찮으십니까. 폐하.”

       “조금 속이 쓰릴 뿐이다.”

         

       황제는 이번 17번째의 정기 회의가 끝나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호위 에르샤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방 안.

       그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순서에 맞게 움직이고.

       알맞은 배열로 다시 배치했다.

       그러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에르샤 대기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는 지하로 이어지는 비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면서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갤러리를 부순다라….”

         

       굳이 그 방식을 택해야하는 이유가 있나?

       황제에게는 오히려 낯선 방식이었다.

       힘으로 때려 부수면 뭐가 되던가.

         

       오센 왕국을 먹기 위해, 오센 왕국을 부숴야하나?

       아니 부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왕국의 부속품을 해치우면 된다.

       갤러리의 경우에도 똑같이 부속품을 해치우면 된다는 결론이었다.

       갤러리의 가장 큰 부속품. 그건 갤러리 유저. 갤럼 아닌가.

         

       “갤러리에 개입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번 일은 그 누구의 손해도 아닐 거다.

       이 일을 하는 나에게도. 그리고 갤러리의 멸망을 바라는 ‘질서’ 뿐 아니라 갤러리를 관리하는 주딱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손해는 아닐 것이다.

         

       “하아….”

         

       다만, 언젠간 쓸 수 있는 정보를 지금 털어낸다는 게 문제지만.

       황제는 수정구를 들고 오랜만에 연락을 취했다.

         

       “아카이브로 수백 명 정도 겁을 주도록.”

         

       그가 드디어 움직였다.

         

         

       ***

         

         

       지금 시대가 검을 휘두르는 게 좋은 세상은 아니었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고 세상에 위협이 닥쳐올 때 용사가 나타난다.

       그렇다. 그런 혼란한 시대일수록 검을 다루는 사람이 돈을 잘 번다.

         

       하지만 이 시대는 위험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거라곤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돌연변이 마물, 몬스터, 던전, 마을의 치매 할배 정도 아니던가.

         

       “망할….”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던전을 토벌한 걸로 인생을 역전하기엔 어려운 시대였다.

       작은 집 하나와 장사를 위한 건물 하나 정도를 마련하거나….

       무릎에 화살을 맞고 경비병으로 근무를 한다거나. 딱 그 정도.

         

       모험가 길드의 B급 모험가. 길버튼은 손톱을 물어뜯었다.

       최근 늘어나는 마법사 때문에 스트레스였다.

         

       “좆같네… 왜 마법사들은 모험가 길드로 오는 거야?”

         

       아니 마법사 이 새끼들은 마탑에서 연구나 하지.

       뭐 먹을 게 있다고 던전 토벌을 뛴단 말인가.

         

       그리고 마법사라고하면 오오 하는 그 분위기가 싫었다.

       마법사면 어딜 가든 칭송받는 분위기가 되게 부러웠으니까.

         

       하긴, 누가 칼 붕붕 휘두르는 걸 좋아한단 말인가.

       전설급 존재 용사처럼 수도를 단칼에 베어버리거나, 하늘을 반으로 가를 레벨이 아니라면 마법이 압도적이었다.

       마법은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었으니까.

         

       마법사가 밉다…!

       그런 길버튼에게 갤러리란, 스트레스 발산구였다.

         

       ─18cm마법봉

       제목) 마법 ㄹㅇ 개 쩌는 점 ㅋㅋ

       불꽃 터지는 거 몇 번 보여주면

       여자애들 뿅 가서 좋아 죽음 ㅋㅋㅋ

       슬쩍 다가가서 엉덩이 만지면 거부 안 하는데

       특히 유부녀들한테 잘 통함 ㅋㅋㅋㅋ

         

       ㄴ시발 유부녀는 왜 건드리는데

       ㄴ18cm마법봉) ㅋㅋ 아내 간수 잘하쇼 뺏기기 전에 ㅋ

       ㄴ미친새끼 아냐 ㅋㅋㅋㅋㅋ

       ㄴ마법 이딴 데에 쓰지 말라고 좀

       ㄴ마법사 평균 ㅋㅋ

       ㄴ시발 혼자 마법사 평균 다 깎아먹네

       ㄴ이런 새끼들 어디 마탑인지 모르냐???

       ㄴ역시 유부녀 건드리기는 마법사가 bb

         

       이런 글을 작성하거나….

         

       ─18cm마법봉

       제목) 검 다루는 좆병신들 ㅋㅋ

       검 휘두를 시간에 마법 배웠으면

       귀족 작위 진작 달았을 듯 ㅋㅋㅋㅋ

         

       ㄴ어우 시발 또 마법 바이럴이야?

       ㄴ18cm마법봉) 응 아니야 병신아 ㅋㅋ

         

       ㄴ이 새끼 그냥 악성 마법쟁이잖음 매번 다른 애들 욕하고 마법 우월주의 내뱉음

       ㄴ내 생각엔 마법사도 아닌 거 같은데 ㅅㅂㅋㅋㅋ 마법이라는 게 만능이 아니라서

       ㄴ마법을 만능으로 다루려면 몇 서클이나 되어야할지 감이 안 잡힘 ㄹㅇ;;;

       ㄴ18cm마법봉) 너희들이 마법 좃도 못하니까 그러지 ㅋㅋㅋ

         

       갤러리질을 하면서 마법사 이미지 나쁘게 만든다!

       그의 아주 악랄한 취미였다.

         

       마법사가 아니꼽기도 하고… 마법사가 경쟁상대라면.

       경쟁 상대를 병신으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마법사 평균 깎아먹기였다.

         

       “크흐흐… 그래. 마법사를 욕 하라고.”

         

       그럴수록 전투 계열의 모험가들이 좋은 취급을 받는 건 아니지만.

       마법사가 욕을 먹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오늘 반응 좋네 좋아.”

         

       이대로 다들 마법사를 혐오하고 파티에서도 빼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날이 언제 올까.

       비열한 웃음을 짓던 길버튼이었으나, 새로이 달린 댓글을 하나 목격했다.

         

       ㄴ너 마법사 아니지? 번에 얘기했던 거랑 다르네?

       ㄴ흠… 아이디 바꾸기 전에 썼던 글 읽어보니까 던전 도는 애 같은데

       ㄴ모험가 길드 소속이고 B급? 잡히면 뒤진다?

         

       “….”

         

       미칠듯이 심장이 뛴다.

       어떻게 이걸 알고 있지? 도대체 어떻게…?

       남들이 알 리가 없는 정보들인데….

         

       ‘누군가가 주시하고 있다고…?’

         

       그 사실에 길버튼은 갤러리를 닫고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한동안 갤러리에 들어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18cm마법봉이라는 아이디로 새롭게 글이 올라오는 일은 없었던 것처럼.

       비슷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이상한 글’을 위주로 쓰는 놈들이 사라졌다.

         

       ─오늘따라 악질 새끼들 안 보이네 ㅋㅋ

       ─좆같은 글만 쓰던 새끼들 어디 감?

       ─뭐냐 무슨 일 있냐??

       ─누가 보니까 추적해서 저격한 거 같던데

       ─꼴이 좋아 ㅋㅋㅋ

         

       악질 글을 쓰던 녀석들이 사라지자, 갤러리의 글리젠이 줄어들면서 기이한 평화가 찾아왔다.

         

       “….”

         

       아무튼 유저가 줄었다. 그에 맞춰 갤러리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그 광경을 ‘질서’가 빤히 지켜보았다.

         

         

       ***

         

         

       황제가 유저들의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느냐.

       그건 어렵지 않은 방식이었다.

       갤의 모든 글을 아카이브 뜨면서 기록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닉네임 바꾸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추적이 안 도됐다.

       물론 완벽하게 비밀을 지켜 누군가 퍼리 애호가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칠칠맞게 정보를 흘리기 마련이.

         

       말투나 작은 정보, 모순점을 토대로 아카이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아카이브 정보를 이용해 얻어낸 정보로 유저를 공격했다.

       극도의 충격을 받으면 갤러리를 떠나기 마련이니까.

       1주일이든 1년이든 2년이든. 아무튼 갤러리 유저는 떠난다.

         

       천문학적 금액을 이용해 아카이빙 길드를 운영하는 황제만 가능한 일이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갤럼의 수가 줄지 않았는가?

         

       ‘임시방편이긴 해도….’

         

       확실히 활동이 줄었다. 줄긴 했다.

       나중에 유저들은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갤러리에 절여진 놈들이 어디로 가겠나.

       하지만 호언 장담한대로 갤러리는 일부분이 파괴되었다.

         

       그 사실에 갤러리 분탕 회의 때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건….

       전력을 다하면 이보다 훨씬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얘기와 같았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 갤러리의 위세는 줄어든다는 걸 증명해냈다.

       실제로 실력으로 말했다. 그러니 모두들 침묵할 수밖에.

       모두 기가 죽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와중, 질서의 황금빛 눈동자가 황제에게로 향했다.

         

       “…흐음.”

         

       정말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나.

       하지만 그녀를 설레게 하는 건… 이 사내가 뭔가를 더 숨기고 있는 느낌이라서였다.

         

       계속 활동해서 유능함을 뽐내주면 좋겠지만… 굳이 그래야 할까.

       다른 이들은 분하다는 표정으로 갤러리를 박살낼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이 일을 진행할 터.

         

       ‘역시 이 사내는….’

         

       보통이 아니다. 갤러리는 조금이지만 파멸로 향했다.

       그리고… 갤러리에 세워진 작은 질서가 그녀의 신성을 약간이지만 수복했다.

         

       ‘설마… 여기까지 노리고 움직인 건가.’

         

       거기까지 눈치 챘다면… 이 사내는….

       질서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호선을 그렸다.

         

         

       ***

         

         

       갤러리의 대규모 저격 사건으로 악질들이 몸을 사리고 클─린 게시글만 남은 동안.

         

       “이게 뭐라고…?”

       “스마트폰이라던가? 그런 이름이던데?”

         

       스마트폰이 전 대륙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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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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